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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공원 - 기념성과 실용성의 조화
  • 환경과조경 2005년 1월

기념성과 실용성의 조화

1989년 늦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파리공원을 처음 찾아갔던 때가. 이제 막 조경에 입문해서 3학년이던 때였다. 학교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초여름 더운 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파리공원을 찾아갔었다. 아직은 공간에 대한 감이나, 설계 어휘나 뭐하나 익숙하지 않던 때였기 때문에 그곳을 찾은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별로 말이 없었다. 뭐 “음 좋네” 그 정도….
그때는 어떤 느낌을 가졌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몇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기억나고, 아직 자라지 않은 어린 나무들이 만든 빈약한 숲이 도면에는 총림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었으며, 세련된 퍼골라와 열주 그리고 물이 없던 휑한 연못이 그것들이다. 아 그리고 주변엔 아직 빈 땅들이 많아 이 공원은 언제쯤 사람들로 채워질 까하는 점을 고민했던 기억도 있다. 도면과 설명에서 봤던 공간의 전개 양상과 설계의 개념을 실제 공간에서 어떻게 읽을 수 있을 까도 고민이 되었었다. 이제 꽤나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찾은 파리 공원은 그때의 뜨거운 태양의 열기도 나무그늘에 가려 없고 철이 지나 물은 여전히 없었지만 분명히 열심히 가동되었던 흔적은 있었고, 그사이 세월의 흐름 때문에 낡아버려 몇 겹이나 더 바른 페인트로 도톰해진 목재와 철제 구조물들. 이젠 공원을 작아 보이게 만들 정도로 웃자라버린 나무들과 그 나무들 너머로 가득 들어선 빌딩들과 아파트들. 그리고 거기서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내는 소음들로 파리공원은 채워져 있었다.

기념성과 실용성의 조화
파리공원은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국교수교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공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뭔가를 얘기하는 공원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상징물이라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상징물은 어떤 뜻을 담고 있고, 그것을 보는 이에게 그 뜻을 전달하고자하는 목적에서 만드는 것이다. 파리공원은 프랑스와 한국이 우호적인 국교를 수교해서 지난 100년 동안 잘 지냈다는 것을 드러내어 보여주는 상징물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징물의 경우는 그 상징의 내용을 권위를 가지고 보여주게 되는데 이는 특히 상징의 내용이 갖는 기념성의 수준에 따라 정도가 달라진다. 양국의 국교수교라는 기념성을 가진 상징물이라면 그 권위의 수준이 가히 높은 수준이어야 했을 것이다(게다가 그 서슬 퍼랬던 시절의 것이었으니 어땠겠는가). 그래서 이 권위를 세워주기 위해서는 그 기념성을 기려야할 대상인 경험자로 하여금 하나의 특징적인 행태를 요구하게 되는데, 그 상징물에 대해 경건한 마음을 갖고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상징물의 실용성이라는 것은 기념성의 전달이라는 기능에 얼마나 충실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져 있을 뿐이다. 파리공원에서도 아마 그러한 권위가 요구되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파리공원은 근린공원이라는 도시의 기능을 상징으로서의 권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잘 수행하도록 구성되어 졌다. 도시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의 속성을 빌려온 여유의 공간으로서 기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여타 기능이 제자리를 잡은 지금 파리공원은 그 연령과 기념성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시의 공원임에 틀림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걷고, 앉아 얘기하고, 베드민턴을 치고, 운동을 하며, 공연도 벌이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곳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인다(도산공원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짐작이 될 것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행태들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워 보이는지).


박 준 서 Park, Joon Seo
서인조경(주) 실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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