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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스튜디오 수업
설계 교육의 단면들
  • 31기 학생통신원
  • 환경과조경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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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칼럼의 핵심은 이 문장으로 요약된다. “진정한 교육은 선생이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주체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건축·도시·조경 설계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세 교수가 참여한 좌담에서도 ‘자기 주도 학습’에 방점이 찍혔다. 유대인의 교육법인 탈무드에 나오는 ‘현명한 부모는 아이들에게 고기를 주지 않고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격언 역시 일맥상통한다. 교육이 ‘일방적’이어선 안 되는 까닭은 이외에도 무수하다. 하지만 강의식 수업을 ‘자기 주도’로 진행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모든 교육이 자기 주도적이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강의·토론·스튜디오·실험·실습 수업의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 그 비율은 학과(학문)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조경학과에서는 이 모든 형식의 수업이 가능하고 요구된다. 그중에서도 학생의 ‘자기 주도’가 특히 빛을 발하는 경우는 아무래도 스튜디오 형식의 설계 수업이다. 결국 그림은 학생이 그리는 것이니까. 그리고 ‘자기 주도 학습’의 주인공은 두말할 필요 없이 학생이다.


‘설계 교육’을 특집 주제로 정하고 나서, 그 주인공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지금 여기의 설계 교육을? 스튜디오 중심의 설계 수업을? 당연한 궁금증이기도 했다. 교육의 주체는 가르치는 자 못지않게 배우는 자이니까. 가르침만 있을 수도, 배움만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전국 34개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통신원에게 물었다. ‘①설계 교육에서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②스튜디오 수업에서 아쉬웠던 점은, ③어떤 설계 교육을 원하는가’ 다음은 거칠지만 생생한 그들의 바람이자 강의 평가다. 때론 울분이, 때론 애정이 행간에서 진하게 읽혔지만, 설계 교육에 대한 무관심과 스튜디오 수업에 대한 무지가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그중 일부를 옮긴다. 이 역시 지금 여기의 ‘설계 교육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일부 경어체를 살리기도 했지만, 문맥상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에는 일부러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교수님들께서는 오해가 없으시기를).


왜 고래만 춤춰야 하나요

“설계 수업을 들으면서 항상 드는 의문점은 ‘왜 교수와 강사는 비판만 하는가’다. 매주 진행되는 크리틱에서 내가 들은 말은 칭찬보다는 날카로운 비판이 더 많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설계 수업에서는 왜 칭찬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학생의 도면에 비판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우리 학교만의 분위기인지도 궁금하다. 생태와 설계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사항일 텐데, 생태 교수님과 설계 교수님의 지향점이 너무 다르다. 수목학과 설계를 동시에 배우고 있어서, 학생들은 설계를 할 때 자연스럽게 나무의 수종과 배치에 대해서도 고려를 하게 된다. 그런데 생태학 수업에서 배운 대로 나무를 배치하면 ‘예쁘지 않기’ 때문에 고치는 게 좋겠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과연 어디에 중점을 두고 나의 설계 방향을 잡아나가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설계, 그 단어만 들으면 감탄사가 나오는 아주 멋스러운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조경학과에 입학한 후 현실로 다가온 ‘설계’는 나의 잠을 빼앗고 스트레스를 주는 고민덩어리다. 우리 학교에서는 단일 설계 수업도 있지만, 타과와 공동으로 건축도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계 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강의를 수강하며 내가 느낀 것은 ‘혼란’ 그 자체다. 한 주 한 주의 과정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두 교수님의 스타일과 선호하는 지향점이 너무나도 달라 6주간의 수업 뒤, 다른 교수님을 마주했을 때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만 같았다. 6시간이라는 스튜디오 시간 동안 우리가 무언가를 얻어가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또 우리가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이 커졌다. 나는 설계 교육은 좀 더 체계적이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창의성, 한마디로 설계에 대한 ‘센스’를 키우는 교육이길 바란다. 어떻게 하면 교수님께 덜 혼날까를 걱정하는 내가 아닌, 내가 생각한 것을 오늘은 또 어떻게 들어주실까를 기대하게 된다면 좋겠다. 정답이 없는 과목에서 이미 선생님의 머릿속에 그려진 정답을 찾길 바라는 것부터가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마지막 결과물을 보면 모두 비슷비슷한 패널들이 걸리는 것만 봐도 현설계 교육의 문제점을 짐작할 수 있다. 때로는 그 방향을 잡아주지도 않으면서, 자신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며 손쉽게 성적을 매겨버리는, 그런 혼란만 주는 설계교육은 바뀔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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