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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와 디테일] 콘크리트 벽돌, 그 변신은 무죄
  • 환경과조경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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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블록을 사용해서 깊이감이 느껴지는 큰 줄눈을 만들었다. 많은 종류의 블록들이 존재한다. 찾아서 응용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늘 경계에 눈이 간다. 긴 담장이 공간을 구획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사용된 소재의 대부분이 벽돌이다. 붉은색 벽돌도 있고 회색 콘크리트 블록도 많이 보인다. 쉽게 쌓을 수 있고, 땅의 압력(사면 압력)을 크게 받지 않는 곳이라면 옹벽을 치지 않고도 좋은 입면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널리 활용되었을 것이다. 몇 장씩 내어 쌓기도 하고 구멍을 만들어 내는 등, 벽돌만이 만들 수 있는 특유의 패턴으로 거리에 활력을 불어 넣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재료비를 많이 쓸 수 없는 외곽이나 사람의 시선이 덜 가는 외진 곳에 쓰이는 경우가 많다. 요지에 쉽게 쓰지 못하는 이유를 소재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서 찾기도 한다. 벽돌이란 소재의 가치를 아는 일반인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벽돌을 활용해 건축물 내부를 구획한 공간을 우연히 본 적 있는데, 소재의 원초적 질감에 생경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런 소재가 외부에만 나오면 이상하게 저급한 재료로 치부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 주위에 있는 군부대 담장이나 예비군 훈련장의 시가 전투장, 혹은 저렴하게 지은 경비실 등에서 돈들이지 않고 손쉽게 지어진 공간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재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져서 더 이상 새롭게 볼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된다. 몇 해 전 지방의 한 정원박람회장에 작은 공간을 만들 기회가 있었다. 실제보다는 관념적인 공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작업에 임했으나 결과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이대영은 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작고 검소하며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우대기술단과 씨토포스(CTOPOS)에서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 엘(STUDIO L)을 시작하고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www.studio8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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