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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설계하는 법] 심각하게 놀기
  • 환경과조경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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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 친밀하지만 괴기한 것. 내 것일 땐 항상 아끼고 관리해 주지만 잘려나가는 순간 쓰레기로 변하고 남의 것은 더더욱 만지기도 싫은 것. 아름답고도 징그러운 것. 이런 머리카락으로 공간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미술관 정원을 6개의 구역― 빗어요(brush), 띄워요(tease), 잘라요(cut), 가르마 타요(part), 감아요(wash), 사랑의 동굴(love cave)―으로 나누어 다양한 형태의 머리카락 기둥과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두 번째 글이다. 첫 번째 글에서는 나의 네 가지 설계태도―물어보기, 다시 그리기, 노동하기, 설계 안하기―와 설계 시작점에 관해 짧게 써보았다. 이번에는 2년 전 미국 뉴욕 MoMA PS1Museum of Modern Art PS1에서 주최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YAP)의 파이널리스트 중 하나로 선정되었던 작품을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인 설계 과정에 대해 써보려 한다. YAP은 디자인 분야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매년 다섯 팀을 선정해 미술관 방문객을 위한 야외 휴양 공간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그리고 그 중 당선작은 MoMA PS1의 여름 웜-업Warm-Up 행사 때 사용될 임시 설치물temporary installation로 구현된다. 동료 회사와 뭉쳐 템프에이전시TempAgency라는 팀을 구성했고 다섯 파이널리스트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비록 우리 팀의 디자인이 최종적으로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약 한 달간 혹독하게 그리고 후회 없이 설계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그만큼 나누고 싶은 점이 많은 프로젝트다. 우리의 YAP 설계 과정은 놀이터 같았다. 아니, 그렇게 만들려 노력했다―어떻게 보면 이것이 나의 다섯 번째 설계 태도다.


My Hair is at MoMA PS1

프로젝트 이름 그대로 우리가 내놓은 설계안은 사람들의 머리카락으로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다. 미쳤다고, 이상하다고, 장난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신기하고 색다르고 만들어지면 가보고 싶다는 사람도 많았던, 아무튼 설계안에 대한 주변 반응이 너무나 대조적이면서도 다양했던 프로젝트임에는 틀림없다. 어떻게 보면 거의 도박 수준인 아이디어였지만 우리는 정말 진지했다. 이제껏 시도해보지 않은 도전적인 설계,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아니, 그보다는 “떨어지더라도 밋밋하지 않게 떨어지자”고 했다. 많은 공모전에 참가해 보았지만 처음부터 작정하고 놀면서 설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노력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 클라이언트가 예술을 항상 접하는 큐레이터였기에 좀 더 과감해도 되지 않겠냐는 상상 혹은 편견을 가졌던 것 같다.

여기서 잠시 템프에이전시 팀 구성을 설명해야겠다. 쿠토노톡KUTONOTUK의 나와 공동 대표 매튜 줄Matthew Jull, 그리고 맥도웰스피노자mcdowellespinosa의 두 공동 대표까지, 총 네 명이 팀의 중심이었고, 버지니아대학교 건축학과와 조경학과 학생 여섯 명―풀타임 네 명, 파트타임 두 명―이 어시스트를 해주었다. 본격적인 작업은 12월 초 가을 학기가 끝나자마자 시작되었고, 겨울방학 한 달 동안 학생들과 같이 일할 작업장은 학교 건물 안의 교실 한 곳에 마련했다. 거의 눌러 앉은 셈이다.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1일, 새해를 맞았을 때도 그나마 구색을 맞춘다고 어디선가 구해 놓은 샴페인 두병을 터뜨리며 컴퓨터와 드로잉 사이에서 우리끼리 자축했으니 말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학생들과 같이 우선 아이디어부터 짜기 시작했다. 설계안 제출까지 시간이 촉박해서 아이디어를 짜내면서 리서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역시 처음엔 별의별 토픽이 다 나온다. 마네킹, 잠수 어항, 나무 쓰레기, 거인 얼음, 정글, 돌 밭, 임대 노동 등등. 한 명당 20~30개 정도의 아이디어를 내고 이미지, 논리, 내러티브 등 각 아이디어에 대한 큰 윤곽을 정리하여 3~4시간에 한 번씩 팀 멤버들과 교류하며 발전시켜 나갔다.

 

 

조리나는 1982년 생으로, 미국 웰슬리 칼리지(Wellesley College)에서 여성학을 전공한 후, 하버드 GSD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마이클 반 발켄버그 어소시에이트(Michael Van Valkenburgh Associates)와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맥스완 아키텍트 + 어바니스트(Maxwan Architects + Urbanists)에서 다양한 도시 디자인과 조경 및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 조경학과 대학원 강사로 있으며 하버드 GSD에서 초청 강사로 가르친 바 있다. 건축가 매튜 줄(Matthew Jull)과 쿠토노톡(KUTONOTUK)의 공동 대표로서 구겐하임 헬싱키(Guggenheim Helsinki)와 헬싱키 공공 도서관(Helsinki Public Library), MoMA PS1 젊은 건축가(Young Architects Program), 유로판 등에서 주관한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아크틱 디자인 그룹(Arctic Design Group)의 대표로서 미국 워싱턴D.C.의 정책 연구 기관과의 협력 아래 북극 도시와 극한 랜드스케이프(extreme landscapes)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www.kutonotuk .com | www.arcticdesigngrou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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