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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IFLA 세계대회
아직 오지 않은 조경의 역사를 논하다
  • 심지수
  • 환경과조경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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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IFLA 세계대회의 행사장으로 사용된 에르미타주 박물관(Hermitage Museum)과 그 앞의 궁전 광장 ⓒ심지수

 

지난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제52회 세계조경가협회 세계대회World Congress of 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Landscape Architects(IFLA)’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됐다. 최근 러시아는 매년 새로운 조경 디자인, 논문, 전문 서적이 쏟아져 나오는 등 ‘조경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조경에 대한 시민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국가적으로도 조경의 잠재력을 인지하고 경제적·정책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IFLA 세계대회는 러시아에서는 처음 개최된 것으로 총 35개국에서 304명의 관련 전문가가 참여했다. 


‘미래의 역사History of the Future’를 중심 의제로 제시한 이번 행사에서는 잃어버린 경관의 재건과 재생의 사례를 바탕으로 조경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도전과 기회에 대해 폭 넓은 논의가 전개됐다. ‘미래의 역사’를 위한 사흘간의 토론 이번 세계대회는 세 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고, 총 95개의 세부 사례와 연구 발표가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첫 번째 세션, ‘동에서 서로: 현대 조경의 통합과 혁신’에서는 현대 조경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어떠한 연구방법론이 필요한가에 대한 발표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아시아와 유럽 모두에 속한 러시아에서 어떤 조경이 펼쳐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토픽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두 번째 세션, ‘21세기의 역사와 자연 경관: 보전, 재건, 복원을 중심으로’에서는 문화 유산의 보전과 역사적 장소에 대한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복원 및 재생에 대해 미국, 러시아, 터키, 중국, 스웨덴 등 각 국가의 사례 연구가 발표됐다. 지형학적, 생태적, 사회문화적 조건에 따른 각기 다른 해법을 공유했다. 세 번째 세션은 ‘그린-블루 인프라스트럭처와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주제로 미래 도시의 오픈스페이스 활용과 미래지향적 도시 시스템 등이 논의됐다. 워터프런트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워터프런트 시티, 에코시티,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문제, 미생물 연구를 통한 조경 분석, 돌로 만들어진 식재 기반 연구등 미래 도시의 오픈스페이스와 시스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주를 이루었다.


2015 IFLA 세계대회의 주요 주제 발표

사흘 동안의 본 회의에 앞서 매일 두 개의 기조 발표keynote presentation가 진행됐다. 러시아에서 개최된 만큼, 러시아 주요 도시의 도시 경관 개선 프로젝트들이 소개되기도 했다. 1일차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총괄 조경가인 라리사 카누니코바Larisa Kanunnikova가 ‘경관 시나리오’를 주제로 향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진행될 경관 개선 사업을 개괄했다. ‘생명을 위한 장소들 Places for Life’을 키워드로 도시 속에 녹색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성할 것이라 밝혔다.

2일차 회의에 앞서 세르게이 쿠슈네트소프Sergey Kusnetsov 모스크바 총괄 건축가는 ‘2035 모스크바 강변 개발 사업’을 주제로 모스크바 강 주변 10,400헥타르 면적에 펼쳐질 대규모 경관 개선 및 도시 인프라 구축 사업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2014년 모스크바 시정에서 주최한 공모전의 당선작인 ‘메가놈 프로젝트Meganom Project’(설계: SUE Research and the Project Institute)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같은 날, 중국 투렌스케이프Turenscape의 조경가 콩지안 유Kongjian Yu는 ‘도시의 자연 속에 딥폼Deep Forms 만들기’라는 제목의 기조 발표를 하기도 했다. 딥폼은 다랭이 논과 같이 인간이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지내면서 만들어낸 형태나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다. 그는 딥폼 방식의 예로 자르고 채우기, 틀 세우기, 관개와 토지 개량, 수확을 제시하며, 이를 도시 속에 자연 환경을 재건할 때 적용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홍수, 가뭄, 황사, 기근 등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에 대한 조경적 해결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날에는 스웨덴 농업과학대학교Sweish University of Argriculture Sciences의 마리아 이그나티에바Maria Ignatieva 교수가 ‘러시아의 조경: 동서양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1900년대 초부터 1990년대까지 러시아의 사회문화적 변화 흐름 속에서 조경이 어떤 역할을 해왔고 어떤 영향을 받아왔는지 해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유라시아 지정학적 영향권에서 큰 다양성을 갖게 된 러시아의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세계화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오픈스페이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에 많은 청중이 주목했다. 한편 같은 날, 올가 밀리샤Olga Militsa 러시아 국가문화유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러시아의 역사적 정원과 공원에 대한 주state 단위 관리 시스템’이란 기조 발표에서 러시아 오픈스페이스의 변화 양상과 현재를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사례로 제시하며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인 발표

이번 세계대회가 끝나고 게재된 리뷰 글에서도 여러번 언급될 만큼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주제 발표가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서는 김준현(서울대학교), 윈쟈엔(서울대학교), 황주영(서강대학교) 등이 세션 발표자로 나섰다. 김준현은 ‘공원 설계와 정치의 경계에서’를 통해 정책 결정권자가 공원 설계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정치 이데올로기가 공원 설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한계는 어디인가, 정치 영합적으로 조성된 공원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윈자엔은 ‘상하이 스쿠먼Shikumen 경관: 과거, 현재, 미래를 엮어내다’를 발표했는데, 스쿠먼의 ‘신천지Xintiandi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1990년대 이후 중국과 서양의 건축 문화 양식이 융합되는 과정을 해석했다. 황주영은 ‘예수회Jesuits로부터 유입된 시느와즈리Chinoiserie 취미에 대하여’에서 조경의 유입 경로에 새로운 의견을 개진했다. 흔히 조경은 서구에서 동아시아로 유입된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17~18세기에 유럽의 정원 문화는 중국의 시느와즈리(중국 예술풍의 일종)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밖에 심지수(서울대학교), 유수진(고려대학교), 이명준(서울대학교) 등이 포스터 발표자로 참가했다.


2016년은 이탈리아 튜린에서

제53회 세계조경가협회 세계대회는 이탈리아의 튜린Tulin에서 2016년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내년의 의제는 ‘테이스팅 더 랜드스케이프Tasting the Landscape’로, 환경, 경제, 사회적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으로 경관을 다루는 다양한 접근과 경험이 발표, 토론될 것이다. 참가를 원하는 조경가와 학생은 오는 8월 10일까지 영문 초록과 관련 서류를 공식홈페이지(http://www.ifla2016.com/)에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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