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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조경비평상 심사평
총 네 편 출품, 조경비평 봄 심사
  • 장보혜
  • 환경과조경 2015년 8월

조경비평상_포스터.jpg

 

‘2015 조경비평상’에는 총 네 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심사는 ‘조경비평 봄’ 회원들이 맡았습니다. 심사자마다 약간의 견해 차이는 있었지만, 공통적인 심사 기준은 문제의식의 독창성과 주장의 타당성, 작품의 내용과 형식의 완성도, 비평가로서의 태도와 문장력이었습니다. 

이번 응모작들은 비평의 소재가 다양화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의 작가나 작품 위주의 비평을 넘어 일상의 경관(응모작1, 2, 3)과 조경가 혹은 조경계의 문제(응모작4)로까지 비평의 대상이 확장되었습니다. 또한 객관적 서술을 지향하는 글쓰기 못지않게 주관적인 서술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도 절반을 차지했습니다(응모작2, 4). 작가가 있는 작품에 대한 비평에 비해 일상을 소재로 한 비평이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주관적인 서술 스타일의 글이 비평으로서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소재와 스타일에서 참신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만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비평’의 수준과 완성도가 문제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이번 응모작들은 다소 미흡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네 편의 글에서 장점 또한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서 그 장점에 대해 주로 말씀드릴까 합니다.

 

 

응모작1.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보기 - 가로수’는 지적 의욕이 넘치는 글입니다.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료 조사와 준비를 충실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데이터와 정보를 근거로 한 주장은 강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작 저자가 그 근거를 바탕으로 무엇을 주장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호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적 구조도 부실했다는 것이 공통된 심사 의견이었습니다. ‘가로수’와 ‘가로’에 대한 문제의식의 혼란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응모작2. ‘위로의 산책’은 문장 자체가 편안하게 읽힙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주관적인 시점으로 서술하는 형식에 대해서는 심사위원의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이런 서술 방식은 비평문으로서 부적합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참신한 전략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 사적인 것을 넘어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글 자체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은 그 문턱을 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공간에 대한 저자의 기억, 감정, 생각 등 개인적인 경험과 느낌을 글로 풀어 쓴 부분과 공간에 대한 주관적인 분석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응모작3. ‘무제’는 삼청동을 ‘권력의 공간’으로 읽으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이 글은 권력의 의미를 정치권력 외에 자본권력으로 확장하여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권력을 이렇게 정의했기 때문에 삼청동이라는 장소 선택은 퍽 흥미로워집니다. 삼청동이 청와대로 대표되는 정치 권력과 최근의 상업 및 자본 권력이 함께 나타나는 권력 중심지가 되었다는 관점입니다. 이렇게 저자는 삼청동의 장소 특성을 논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잘 마쳤습니다. 그러나 이후의 전개에서 삼청동만을 대상으로 한 고유한 논의가 이루지지 못했고,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기존 논의의 반복에 머문 점이 아쉬웠습니다.


응모작4. ‘건축가 아닌 승효상 탐구 - 어느 30대 조경가의 길 찾기’는 자신의 문제에 대한 몰입도가 강한 글입니다. 문제의식과 주장이 선명하고 문장 자체가 잘 읽힙니다. 개인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글은 우선 진실하고, 성공할 경우 우리 모두의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조경가로서 자신의 진로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경계의 문제 해법을 건축가 승효상과 건축계의 성공 전략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자칫 무비판적이고 순진하게 비춰질 위험이 있습니다. 세련미와 참신한 대안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네 작품 모두는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의 목표 지점까지 완주하는 지구력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각자의 장점을 더욱 살리고 짜임새 있게, 끝까지 힘 있게 글을 쓴다면 좋은 비평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심사를 하면서 입상작을 내지 못한 결론이 심사자들에게 부담스러웠습니다. 이런 결과가 조경비평의 앞날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매 회마다 반드시 수상작을 내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가능성의 문은 늘 열어두되 그

결과에 조급해 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당선작이 없어도, 가작 한 편 없어도 매년 신진 조경비평가의 등용문을 마련하는 주최측의 ‘은근과 끈기’를 응원합니다. 내년에는 조경비평상에 부합하는 글을 만나기를 기대하며 심사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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