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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말하는 건축 시티:홀
말하지 않는 경관
  • 환경과조경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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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말 동점, 2루에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안타 하나로 경기가 끝나면 누가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까? 끝내기 안타를 친 선수는 기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마무리 투수는 패배의 원흉으로 비난을 받는다. 사실은 3시간이 넘는 경기의 고비 고비에 수많은 요인이 차곡차곡 쌓여 승부가 결정된 것인데도 말이다. 이처럼 한 경기의 승패에는 선수의 컨디션, 수많은 작전, 순간적인 판단, 크고 작은 실수가 숨어 있다. 준공된 지 2년이 넘은 서울시청사는 건립 과정부터 완공된 이후의 평가에 이르기까지 우호적인 시선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 눈이 간사해서 이쯤 되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측면의 사선 디자인은 여전히 거칠게 느껴지고 정면의 유리 곡면은 낯설기만 하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비슷한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된다면,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까? 최근 서울시는 굵직한 사업들을 연이어 계획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거에 벌어진 일을 되짚어보면 무언가 얻는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서울시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2년 만에 다시 보았다. 서울시청사는 이명박 시장에 의해 현재의 부지에 건립이 결정되었고, 3천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2012년 10월에 준공되었다.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시청사 준공을 1년 앞둔 시점부터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당시 시공 현장에서 벌어진 리얼한 상황과 지난 7년간 서울시청사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복잡다기한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 정재은 감독은 ‘고양이를 부탁해’(2001)에서 서울의 주변부이면서도 어디로든 출발할 수 있는 인천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에 탁월하게 투영한 바 있다. 영화 개봉 이후 도시와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은 영화 속 주요 공간인 월미도, 차이나타운, 여객터미널, 폐철도 등을 답사하고 연구하기도 했다. 서울시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이전 작으로는 건축가 정기용의 삶의 마지막 1년을 담은 ‘말하는 건축가’(2011)도 있다.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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