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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GSD 설계공모 컨퍼런스
The Design Competition Conference
  • 박태형
  • 환경과조경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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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공모,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

지난 4월 23~24일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GSD(이하 GSD)에서는 ‘설계공모Design Competition’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가 열렸다. 공모전은 과연 건축과 조경의 창조성과 디자인의 우수성을 향상시킬까? 공모전이 정말 디자인 기술을 진보시키는가? 대중이 그 과정에 참여해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공모전이 더 나은 경제적 이윤과 좋은 공간을 창출해내는가?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한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과정이 과연 윤리적인 방법일까? 공모전을 통해 과연 새로운 건축가나 조경가를 발굴할 수 있을까? 일련의 질문에 대해 건축가와 조경가의 공모전 참가 경험, 사례 연구 및 토론을 통해 답하는 방식이었다. 


기회이자 선물이었던 과거의 공모전

컨퍼런스의 시작은 과거의 공모전 사례와 이를 직접 경험했던 건축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 GSD의 학장이자 건축 이론가인 모스헨 모스타파비Moshen Mostafavi의 기조 발표로 진행되었다. 노르웨이의 건축설계사무소인 스노헤타SNØHETTA의 창립자 크라이그 뒤세르Craig Dyker는 회사 창립 초기에 600여 개 출품작의 경쟁을 뚫고 당선된 노르웨이 오페라 하우스Norway Opera House와 1,300여 개의 출품작 사이에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Alexandria Library 공모전 출품 패널과 실제 지어진 건물의 모습을 비교하며 건축가로서 공모전에 임했던 자세 그리고 당선을 위해 고뇌했던 일화를 풀어냈다. 공모전에 출품된 안이 실제 구현되기까지 수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중요한 아이디어는 끝까지 남아 있었다며,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하는 것이 디자인의 끝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시작 단계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건축가는 공모에 참여함으로써 자신만의 건축적·철학적 실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에는 만병통치약이 없으며 건축가는 항상 다른 프로젝트에 다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하며, 공모전은 이러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내는 디자인 실험의 기회라는 것이다. 또한 건축가는 공모전이든 일반적인 프로젝트이든 건축적 실험을 해야 하며, 또 그에 따른 위험 역시 얼마든지 감수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모스헨 모스타파비에 따르면 공모전은 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선물과도 같은 제도다.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맞춰가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모전은 건축가나 조경가가 클라이언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주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특별한 실험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요른 웃존Jørn Utzon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나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의 퐁피두 센터와 같은 걸작들은 모두 공모전을 통해 탄생했다. 라빌레트 파크 공모전은 현대 조경에 있어 도시 공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했고, 그 이후 있었던 많은 공모전―다운스뷰 파크, 하이라인 공모전 등― 역시 오늘날 조경 분야의 급진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칼버트 복스Calvert Vaux의 뉴욕 센트럴 파크 또한 공모전 당선 안이었음을 떠올린다면 시대별로 이루어졌던 공모전의 유산들이 동시대 조경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과도한 경쟁과 변화 양상

그러나 오늘날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공모전의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 건축가 마샬 브라운Marshal Brown은 시카고 네이비 피어Chicago Navy Pier 공모전 이후 아키텍츠 뉴스페이퍼Architects’Newspaper라는 블로그를 통해 설계공모가 디자인이나 프로젝트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건축가를 지적으로 소모시켜 시간과 재정 낭비를 이끄는 제도라 비판했던 편지를 낭송했다. 공모전을 통해 다수의 팀이 경쟁을 하지만 오직 한 팀만이 금전적으로나 대중의 관심으로 보상 받는 것이다. 반면 나머지 참가자들이 쏟아낸 지적 성과물은 그저 시간의 소모와 금전적 피해로 변하게 되며 이는 젊은 건축가나 인턴들을 공모전에 이용, 착취하게 되는 폐해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또한 그 실험적인 의미도 많이 퇴색하여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적용했던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의미 없이 대상지만 바꾸어 제출하게 되는 상태에 이르고, 당선을 위해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않는 건축가들이 난무하게 된 현 시대의 공모전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개발자들이나 기관들은 공모전이라는 광적인 경연을 통해 훌륭한 공공적 이득을 상대적으로 값싸게 가져간다. 과연 현재의 공모전은 무의미한 아이디어와 인력 착취의 표상이 되고 있는 것일까?

 

 

박태형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GSD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오피스박김과 West 8에서 다수의 국제 공모전과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2014년 뉴욕의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 입사하여 현재 맨해튼 웨스트센트럴 플라자(Manhattan West Central Plaza)의 설계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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