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 속으로] 슈벤두 샤르마
어포레스트 설립자 겸 디렉터
  • 최이규
  • 환경과조경 2015년 5월

undefined

 

숲이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정원이나 공원을 만드는 일이라면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숲, 그것도 자연의 모습을 꼭 빼닮은 숲 또한 기업의 이윤 추구 영역이 될 수 있을까? 좀처럼 확신이 안선다. 우리에게 숲 만들기란 그저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식의 공익 광고 혹은 초록색 작업복으로 상징되는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키거나 목재로 쓰기 위한 열대우림, 캐나다의 대규모 조림 사업 등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건강한 숲 자체가 상품이 되는 세상으로 진입했다. 여기서 ‘건강함’이란 휴양림 광고에 쓰일 법한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 높은 종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를 묘사하는 정확한 표현이며 숲으로서의 엄격한 자격 기준을 통과 함을 의미한다. 인도의 무모한 청년, 슈벤두 샤르마가 설립한 숲 만들기 전문 기업 어포레스트가 해내고 있는 일이다.

‘숲, 1년에 1미터 성장 보장’, 어포레스트가 내건 마케팅 캐치프레이즈다. 상당히 인상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심지어, 샤르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00년 걸려야 만들어지는 숲을 10년 내에 만들어 드립니다”, 혹은 “10년 걸려야 만들어지는 숲을 1년 만에 만들어 드립니다”. ‘숲이 무슨 콩나물시루도 아니고 정말 가능한가’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하고 영 미심쩍기도 하다. 비밀은 뭘까? 너무 당연하지만 우리가 종종 잊고 사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이 서로에게 의존적이라는 사실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에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어포레스트가 만들어내고 있는 숲의 핵심은 바로 그러한 상호 의존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숲이란 그저 나무의 집합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새, 벌레, 동물, 온갖 종류의 다양한 식물이 함께 할 때 온전히 숲이라 불릴 만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화, 하모니와 건전한 경쟁을 통해서 숲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샤르마는 생태적으로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숲은 훌륭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원래 토요타 공장에서 일하던 산업 엔지니어였다. 어느 날 공장 주변 숲 조성을 위해 방문한 일본의 저명한 식물학자 아키라 미야와키Akira Miyawaki 박사의 강연을 듣고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후 숲 만들기를 새로운 일생의 업으로 삼고 진로를 바꾸었다. 즉 어포레스트는 미야와키의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잠재 자연 식생potential natural vegetation 이론’과 경험에서 출발했다.

이에 더하여 어포레스트는 공학적 마인드와 IT 문화, 인도라는 지역적 환경을 접목시켰다. 과학적인 프로젝트 진행 방식과 효율성 추구, 모니터링, 경이로운 퍼포먼스에 있어서는 전직 엔지니어로서의 면모를 숨길 수가 없다.

어포레스트의 방식이 처음부터 모두에게 환영 받은 것은 아니다. 환경운동가에게 접근했더니 놀랍게도 그들은 숲을 만드는 일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조경가에게 갔더니 그들은 오히려 그 자리에 있던 것들조차 깡그리 베어버리고 다른 대륙에서 수입해 온 잔디밭을 만드는 데에만 열중했다. 샤르마는 결국 양쪽 모두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 숲을 만드는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샤르마의 ‘종다양성’은 추상적인 구호이거나 우리와 상관없는 먼 열대우림에서나 거론될 만한 과학 용어가 아니다. 그는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물다양성을 우리 이웃에서 지금 이 순간 만들어 내고 있다.


Q.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는 북인도 카쉬푸르Kashipur가 고향인데, 지금은 인도 IT 산업의 중심인 방갈로르Bangalore에 살고 있다.


A. 산록부의 매우 작은 마을이다. 우리 집 뒷마당에서는 히말라야의 산들을 바라볼 수 있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인도 최대의 야생 호랑이 보호 구역인 짐 콜벳 국립공원Jim Corbett National Park과 매우 가깝다는 점이다. 실제로 호랑이 사냥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도판 아프리카인 셈이다. 내가 뒷마당에 숲을 만들고 난 후 나무들이 자라 더 이상 산이 보이지는 않는다.


Q. ‘Afforestt’에서 t가 왜 두 개인가?


A. 하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회사를 차리기로 결정했을 때 ‘Afforest.com’이라는 도메인 명은 이미 태국의 어떤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다. 벤처 기업으로서 도메인명을 구매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두 번째 이유는 조금 전에 말했던 짐 콜벳을 기리기 위해서다. 그는 사냥꾼이었는데 마을을 공격하는 호랑이 수백 마리를 처치해 소중한 인명을 구했기 때문에 인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곧 갈등의 원인이 호랑이가 아니라 호랑이의 영역을 침범한 농토 개간과 숲의 소실이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짐 콜벳은 인도에 처음으로 야생 동물 보호 구역과 국립공원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당시 대부분의 영국인은 인도를 그저 제국주의의 시장으로만 생각했지만 짐 콜벳은 인도의 땅과 인도인을 살리기 위해 일했다. 두 개의 t는 그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회사의 이름이 ‘Corbett Forest Making Company’일 정도였다. 물론 고민 끝에 결국 Afforestt로 바꾸긴 했지만 짐 콜벳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그런데 나의 일본인 친구가 tt를 나무 木자 두 개로 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주었고 지금 우리 로고에 그렇게 표현되어 있다. 영어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자를 안다면 수풀 ‘林’자는 읽을 수 있으니 더 좋지 않은가.


Q. 웹사이트에서 밝히고 있는 사업 내용에 의하면 어포레스트는 ‘자연적이고 야생적이며 관리가 불필요하고 자생적인 숲’을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언뜻 들으면 어포레스트가 만들려고 하는 결과물은 노지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자연스럽게 씨앗이 날아와 생기는 숲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고객의 입장에서 굳이 어포레스트의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어포레스트 방식은 그러한 자연적인 숲의 생성과정을 몇 배로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즉, 100년이 흘러야 생길 수 있는 숲을 우리는 10년 안에 만들 수 있다. 10년이 걸리는 숲 정도는 하루아침에(그만큼 짧은 기간에) 만들어낼 수 있다.

 

 

이 꼭지를 연재하고 있는 인터뷰어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뉴욕 오피스를 이끌며 10여 차례의 해외 공모전에서 우승했고, 주요 작업을 뉴욕시립미술관 및 소호, 센트럴파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지의 갤러리에 전시해 왔다. 저서로 『시티 오브 뉴욕』(공저)이 있다.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