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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위플래쉬
선택과 집중, 그 아찔한 전략
  • 환경과조경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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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Whiplash(2015년 국내 개봉)는 입소문을 타고 절찬 상영 중인 음악 영화다. ‘재즈 연주자를 위한 공포 영화’, ‘음악 영화 탈을 쓴 무협 영화’라고 알려졌지만 ‘그래봤자 장르가 음악인데 과장이 좀 심한 것 아냐’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보러 갔다. 나는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도 무섭고 멀미가 나서 못 타고, 피가 낭자하는 칼부림 영화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심약한 심장의 소유자다. 원빈의 셀프 삭발 장면이 영화 ‘아저씨’에서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다. 그가 제대로 싸우기 시작할 때쯤엔 극장 문을 나와 안전한(?) 장소에서 동행을 기다렸다. ‘채찍질’이라는 의미 그대로 ‘위플래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마지막 시퀀스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쯤에야 정신이 차려질 만큼 영화 내내 긴박감이 넘친다. 보는 동안 심장 박동수가 평소보다 몇 배는 빨리 뛰었다. 어지간한 자동차 추격신보다 스릴감이 넘쳤고, 칼 한 자루 등장하지 않지만 칼부림 영화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아저씨’를 두 번이나 본 강심장인 지인도 비슷하게 느꼈다고 한다.

 

밴드 지휘자와 드럼 연주자, 이 두 주인공이 영화의 처음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간다. 스승과의 교감을 통해 음악을 매개로 성장하는 스토리는 사실 진부한 소재다. ‘위플래시’의 특별한 전략은 이 흔한 소재를 완전히 새로운 음악 영화로 바꾸어 놓았다. 스승의 인격과 방식이 올바른지, 과연 제자가 성장한 건지는 별개문제로 두기로 하고, 다음에서는 영화의 성취에 대해 집중해 보기로 한다. 영화는 한 괴물과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부딪혀서 결국 어떤 불꽃이 튀는지 그 발화 과정을 드럼이라는 악기의 연주를 통해 전개하고 있다.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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