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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전거의 조용한 혁명
  • 환경과조경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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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자전거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늘날의 자전거 붐은 1890년대‘자전거 대유행기’에 버금가는 것이다. ‘자전거 대유행기’는 1890년 중반의 세계적인 자전거 열풍을 말하는 것인데 이 시기를 거치면서 자전거는 세계로 널리 확산됐고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21세기의 자전거 붐은 ‘자전거 르네상스’라고 할 만하다.

이처럼 자전거가 인기를 끄는 것은 세계 각국이 도시의 교통 문제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자전거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전거의 소박한 매력에 이끌려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한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자전거 붐이 확산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대자연으로 향하고 있다. 사이클링 스포츠의 열기도 본고장인 유럽 대륙을 넘어 다른 대륙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도시의 거리를 지배한 것은 자동차였다. 그러나 자전거가 다시 도시의 거리에 돌아오면서 도시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변화를 이끈 것은 바로 파리와 뉴욕 같은 대도시들이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자전거를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꼽으며 도시 어디서나 자전거를 빌려서 탈 수 있는 공공 자전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2007년 파리는 공공 자전거의 대명사가 된 ‘벨리브velib’를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 ‘자전거와 자유’라는 뜻을 담고 있는 벨리브는 이제 파리 거리의 아름다운 풍경이 됐다. 2013년에는 뉴욕 시가 오랜 준비 끝에 야심차게 미국 내 최대 자전거 공유 시스템인 ‘시티 바이크City Bike’를 시작했다. 이 두 도시는 공공 자전거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시장은 올해 초 자전거 전용 도로를 확장해 파리를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서울, 대전, 창원, 고양, 순천 같은 여러 도시에서 공공 자전거가 도시를 누비고 있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공공 자전거를 2만 대로 늘린다는 계획을 지난해 말에 발표했다.

2014년 6월까지 세계 712개 도시가 공공 자전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공 자전거는 도시의 교통 혼잡과 소음,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도시에서 짧은 거리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공공 자전거의 도입으로 도시에서 자전거 이용이 늘고 자전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이 큰 성과다. 대중이 다시 자전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이다. 특히 1970년대 들어 사람들은 자전거를 다시 발견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동차 문화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자동차는 편리하지만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오고 교통 체증,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됐다. 대도시에서 자동차는 점차 악몽이 되어 가고 있다. 자전거 저술가인 리처드 발렌타인Richard Balentine은 자동차 문화의 비효율성을 이렇게 비판한다.

“자전거를 탄 사람이 움직이는 데는 1마일에 35칼로리를 소모하고 자동차와 한 사람이 움직이는 데는 1,860칼로리를 소모한다. 150마력의 2,200kg에 달하는 차를 68kg의 사람을 움직이는 데 사용하는 것은 카나리아를 죽이기 위해 원자 폭탄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선진국은 자동차 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전거 이용을 장려했다. 자전거 운동가들이 통근과 오락을 위한 자전거 도로 건설에 앞장섰다. 선진국은 도시에 자전거 도로를 건설했다. 유럽에서는 강과 운하를 따라 길게 자전거 도로가 놓였다. 또 버려진 철도는 훌륭한 자전거 전용 도로로 거듭났다. 선진국이 자전거 이용을 장려한 반면 이 시기에 개발도상국은 역설적으로 경제 발전을 위해 자동차 이용을 장려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자전거는 가난한시대의 상징이었다. 중국의 베이징은 자전거 물결이 아름다운 도시였으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자전거는 거리에서 밀려났다. 오늘날 베이징의 하늘은 스모그가 뒤덮고 있다. 끔찍한 재앙이다.

오늘날 자전거는 단순히 기계가 아니라 삶의 한 방식이 되고 있다. 그것은 단순하면서도 아무에게도 해를 주지 않는 삶이다. 자전거는 사람의 두 다리로 움직이는 기계로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자전거를 타다 죽거나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는 훨씬 적다. 어릴 적부터 자전거는 사람들의 좋은 친구가 되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있는 가장 선한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 자전거를 시대에 뒤떨어진 기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자전거는 가장 문명화된 기계다. 도시에 다시 자전거가 돌아오면서 자전거의 혁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요란하지 않다. 그것은 조용한 혁명이다. 자전거는 도시의 환경을 살리고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해준다. 자전거는 삭막한 도시에 인간의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장종수는 중학교 때부터 취미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지금까지 사이클과 산악자전거를 타고 있다. CBS의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대한사이클연맹 MTB 위원회 홍보위원, 한국산악자전거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인터넷 자전거 매거진 ‘바이시클 뉴스’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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