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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서울대학교 미술관
  • 환경과조경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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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면은 학교 외부로 진·출입하는 가장 활발한 보행의 흐름을 감당하는 공간이다. 보행의 시퀀스라는 차원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공간이지만, 조경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분위기는 썩 달갑지 않다. 
ⓒ정욱주

 

지금은 자주 봐서 익숙해졌지만 이 심상치 않게 생긴 건물이 교문 옆에 처음 세워졌을 때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괴상하게 생긴 건물이 학교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었고, 꼭 하나 장만하고 싶었던 거장의 작품을 ‘득템’했다며 기분 내는 사람도 있었다. 2005년도에 완공된 서울대학교 미술관 이야기다. 밑면이 사선으로 잘린 직육면체를 코어 구조가 받치고 있는 이 미술관은 유글라스U-glass 마감 덕에 가볍게 떠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건축물과 주변 지형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외부 공간은 매우 흥미로운 공간감을 품고 있다. 건축의 네 면을 따라 각각 독특한 공간 유형이 발생했는데, 아쉬운 점은 이를 신경 써서 정교하게 드러내지 않고 거칠고 투박한 상태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건물을 돌면서 차례대로 풀어보도록 하자.

미술관의 입구 광장은 거대한 처마 공간이다. 이 처마의 길이는 20m이고, 높이는 4m에서 9m까지 달한다. 건물 파사드의 끝부분을 뒤틀어 살짝 들리도록 처리해 관악산을 더욱 시원하게 품는 시야를 제공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곳이며, 비가 오는 풍경을 즐기기에도 적당한 장소다. 사용된 재료에도 군더더기가 별로 없다. 비상설로 유명한 조각 작품이 배치되기도 해 미술관의 진입 광장으로는 손색이 없다. 다만 답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잔디 포장을 대체한 판석 포장이 기존 미술관 재료와 어색하게 동거하고 있는 점은 옥에 티라 할 수 있다. 미술관의 동쪽 면은 지형과의 관계를 고려해 좁은 통로로 계획되었다. 서쪽 면의 통로는 외부와의 연결이 원활해 유동 인구가 많지만, 동쪽 면의 통로는 다소 후미진 곳이라는 인식을 준다. 공공 공간으로 기능하기에 확실히 불리한 상황이지만 잘만 다듬으면 독특한 장소로 거듭날 기회가 엿보이기도 한다. 폭 2.2m, 높이 2.8m, 길이 20m의 좁은 보행 터널은 빛과 관련된 흥미로운 건축적 체험을 제공한다. 어쩌면 계단을 통해 하강한 후 터널을 지나 숨겨진 비밀의 정원을 찾아가는 느낌으로 연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관건은 그 비밀의 정원이 더욱 매력적인 서프라이즈가 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정욱주는 이 연재를 위해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글쓴이 외에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했고,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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