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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조경가 키우는 어린이 조경학교
초등학생 대상으로 조경의 미적·생태적·사회적 가치 교육
  • 조한결
  • 환경과조경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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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을 들고 있는 정우진 학생 ⓒ조한결

 

“여기 앞에 있는 건 화단이고요, 정원에 있는 건 파라솔이랑 큰 벚나무고요, 또 이 옥상에 있는 건 작은 벚나무인데 여기는 하늘 공원이에요.” 작품 설명을 부탁하자 정우진 군(숭덕초 4학년)은 부끄러운 듯 망설이는 가 싶더니 이내 또박또박 설명을 이어갔다. 도로변을 따라 지점토와 인조 꽃술로 울타리를 만들고 정원에는 철사를 구부려 만든 키 큰 벚나무로 포인트를 주었다. 칵테일 장식용 파라솔로 휴식 공간도 만들었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건물 옥상에는 한지로 잔디를 만들어 깔고 작은 벚나무를 심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옥상녹화’다. 과장을 좀 보태서 전문가 뺨치는 모델링 실력이다.

지난해 12월 30일 문을 연 ‘어린이 조경학교’가 4주간의 과정을 마치고 1월 24일 수료식을 가졌다. 서울시와 환경조경나눔연구원(원장 임승빈)이 공동 주최한 어린이 조경학교는 아이들에게 조경의 미적·생태적·사회적 가치를 가르치고 미래의 조경가를 육성하기 위해 기획됐다. 어린이 조경학교의 교장을 맡은 주신하 교수(서울여자대학교)를 필두로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 김아연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송영탁 상무이사(가이아글로벌)가 강의를 맡았으며, 서울시 소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4, 5, 6학년 학생 30명이 참가했다. 프로그램은 보라매공원, 꽃과 나무, 놀이터, 공원 조성 과정 등에 대한 강의와 실습으로 구성되었다. 서울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대학생 및 대학원생이 보조 교사로 자원해 아이들 가까이에서 지도했다. 지난 1월 6일, 꽃과 나무에 대해 배우는 두 번째 수업을 방문했다. 이날 강의를 맡은 정욱주 교수는 계절별로 피는 꽃의 종류와 나무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알고 있는 꽃 이름을 물어보자 개나리, 장미, 산수유, 모란 등 대답이 끝없이 이어졌다. 정욱주 교수는 “단언하건데 우리 학교 학생들보다 낫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진 실습 시간에도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스스로 재료를 찾고 원하는 형태로 정원을 만들어 나갔다. 스티로폼으로 건물을 만들고 색종이, 수수깡으로 나무를 만들었다. 건물 꼭대기에서 정원까지 미끄럼틀로 연결된 아이다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부터 피뢰침이 탑처럼 우뚝 솟은 전위적인 작품까지 아이들의 손에서 다양한 정원이 탄생했다. 두 시간의 실습 시간이 짧다며 “더 잘 만들 수 있는데 아쉽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어린이 조경학교는 윤세형 과장(서울시 공원여가과)이 독일에서 공원녹지과 행정 인턴으로 일할 당시 경험했던 독일의 공원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획됐다. 당시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어른들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놀이터를 만들어 깜짝 놀랐다고. 그에게 어린이 조경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을 묻자 “첫 번째 시간에는 아이들이 조금 쭈뼛쭈뼛 했는데 오늘은 아주 적극적이다. 마지막 수업 즈음에는 아이들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재미있게 임할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조경을 배우고 실습하면서 재미있게 놀 수 있고 아이들의 창의력도 기를 수 있다는 걸 학부모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며 조경의 학습적 효과에 대해서 강조했다.

어린이 조경학교의 교장을 맡은 주신하 교수는 “작년에 시민조경아카데미에서도 강의를 했는데 주로 중장년층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엔 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경을 알리고 싶었다”며 “앞으로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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