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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웅진씽크빅 옥상정원
  • 환경과조경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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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과 풀로 이루어진 웅진씽크빅의 옥상정원은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다양한 스케일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데크와 함께 색이 바랜 억새는 지나가는 바람을 보여주기도 하고 해질 무렵의 빛을 담아내는 역할도 함께 한다. ©정욱주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던 어느 평일 오후, 호젓한 파주출판단지를 찾았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관광객 한 명없는 한적한 단지 내 길을 걸으니, 마치 빈 영화 세트장을 방문한 느낌이 들었다. 세심한 협의와 조율을 거쳐 결정된 듯한 건축과 외부 공간의 조성 방식은 서울의 복닥거리는 경관에 비교해 비현실적이기까지 했다. 이곳의 건축물들은 개별적으로는 시선을 잡아끌면서도 절묘하게 자제하는 모습을 취하며 세련된 단지 경관을 만들어냈다. 관심과 투자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공공 공간의 경관마저도 이곳 파주출판단지에서는 주요한 고려 대상이 되고 있었으며, 적정 수준 이상으로 조성되고 유지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볼 수 없었던 단 하나 아쉬운 이미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활동의 경관이다. 자유로를 한참달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입지적 여건은 사람들에 의해 잘 쓰이면서 두터워지는 도시의 매력을 갖추기에꽤나 불리한 상황인 듯하다.

이번 달 ‘공간 공감’의 대상은 파주출판단지에 위치한 웅진씽크빅이다. 갈대가 풍성한 샛강에 연접한 이 건축물은 2007년에 준공되었으며 다수의 건축상을 받은 수작이다. 파주출판단지 계획 당시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곳에 지어질 건축물의 콘셉트는 바위 혹은 암석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갈대밭에 놓인 바위 덩어리가 건축의 모티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건축의 첫인상이 바위를 연상시키지는 않는다. 건축물 자체에서 매스감이 느껴지기보다는 파사드를 이루는 커튼월 글라스의 특성이 주변 경관을 받아들이고 다시 우리에게 되비쳐 보여준다. 둥그런 건축의 형태는 입면만을 부각시키는 대신 둘러싸인 산책로를 따라 모든 면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 샛강과 인접한 건축 입면은 갈대, 버드나무, 그리고 가을 하늘을 그린 캔버스가 되고 있었다.

 

 

정욱주는 이 연재를 위해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글쓴이 외에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였고,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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