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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각 평상 속에 담은 자연과 휴식”
2016 서울정원박람회 작가를 만나다
장혁준 factory L
“정원이 무엇일까?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장혁준 작가의 정원 ‘하늘과 바람과 별’의 출발은 정원 본질에 대한 물음이었다.
“처음 정원은 음식을 구하는 생존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울타리를 치고 가꾸다 보니 쉴 수 있는 공간도 됐다. 그곳에 있는 그늘, 바람, 하늘, 꽃, 물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느끼게 했다.”
고대의 자연은 신을 위한 것이었다. 이후 사람들은 자연에서 열매를 얻기 위해 울타리를 치면서 그것을 가꾸게 됐다. 그러다 보니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변모해 왔다.
작가는 하늘과 바람과 별이란 작품명이 과거부터 사람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여겼고, 윤동주 시의 제목이 그 정원의 이미지와도 닿아있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자연을 관조하고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작품에 담아낼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 마천석 물갈기로 마감한 평상이었다. 이것은 이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는 가장 핵심적인 장치다.
“교목 식재를 통해 그늘을 만들고 그 위치를 기준으로 4개의 평상이 만들어진다. 4개의 평상 상부는 마천석 물갈기로 마감을 한다. 이 소재를 사용한 이유는 자연을 담기 위해서다.”
장혁준 작가는 평상에 하늘이 반영되는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낮에는 하늘과 빛이, 밤에는 별을 이 평상에 투영시키는 이미지다. 평상 위에 꽃잎이라도 내려앉으면 마치 별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했었다고. 시설로서 평상을 택한 것은 행위의 자유로움 때문이다. 한 방향에서 같은 곳을 보고, 자유로운 행위가 제약된 벤치보다는 여러 사람이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편안하게 누울 수도 있는 평상이라는 시설이 주제를 표현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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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처마 아래서 듣던 빗소리를 소환하다
2016 서울정원박람회 작가를 만나다
김기범 윤토
“어린 시절에 시골 처마 밑에서 듣던 그 빗방울 소리를 정원으로 소환했다.”
김기범 작가의 ‘비 내리는 정원, 홈’에서 홈은 바닥에 파이는 ‘홈’과 집을 가리키는 ‘홈’을 가리키는 작품의 핵심 키워드다.
전자의 홈은 그가 어렸을 때 살던 시골집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순식간에 흐려진 하늘을 뚫고 소나기가 내릴 때 동네 곳곳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처마 밑에 숨는다. 빗방울은 처마를 타고 흐르다 바닥에 떨어진다.”
김 작가는 그때 파이는 홈의 이미지를 정원의 첫 번째 모티브로 가져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다른 ‘홈’은 집(home)을 지칭한다. 이렇게 하나의 단어에 2개의 의미가 중의적으로 담겨있지만, 사실 향수와 휴식이라는 교집합이 정원의 맥락을 관통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서 어린 시절 살던 시골집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비 내리는 날 처마 밑에서 들었던 빗소리까지도 생각난다. 이제는 길가의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기울일 때 빼고는 쉽게 듣기 어려운, 듣더라도 의식하지 못하는 그 소리를 소환하고 싶었다.”
전체적인 식재는 시골집의 분위기를 옮겨왔다. 꽃사과나무, 단풍나무, 석류나무 외에도 시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화와 채소 텃밭을 정원에 가져왔다.
빗소리를 들으며 추억에 잠겨 쉴 수 있는, 이 정원의 핵심 시설인 ‘비 내리는 집’은 홈이 파인 모양을 아이콘으로 형상화했다. 지붕은 양철판으로 덮어 빗방울
이 떨어질 때 청각적 효과를 연출하려고 했다. 지하의 1톤 수조의 물은 펌프로 끌어올려 지붕 위에 빗방울로 떨어지게 하고, 여기에 사용되는 전력은 태양광 시설로 충당하고자 했다.
“비 내리는 정원에 오는 시민들도 이곳에 와서 아무 걱정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으면 좋겠다.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이 정원의 빗소리를 들으며 어깨에 있는 짐을 내려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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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아닌 열린 경계의 정원
2016 서울정원박람회 작가를 만나다
손우진, 김태욱, 김두희애플비트
‘흔한 소재로 만드는 흔하지 않은 풍경’
손우진, 김태욱, 김두희 작가로 구성된 ‘애플비트’의 모토다. 애플비트는 조경, 영화미술, 제품 미술을 전공한 세 사람이 만든 프로젝트팀으로 지난해 첫 서울정원박람회에서 ‘꽃은 핀다’라는 작품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1회와 마찬가지로 이 팀의 출전 동기는 ‘이름’이다.
“우리 3명은 학생이다. 만약 회사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회사 이름으로 작품이 나갔을 것이다. 무엇보다 처음에 생각했던 디자인을 실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다. 공원은 공무원에게, 개인정원은 일반인 클라이언트에 의해서 디자인이 변경돼 처음 생각이 실물로 구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품이 존치된다는 점 역시 서울정원박람회의 특별한 장점이다. 우리의 생각과 이름이 오롯이 이 장소에 남게 된다.”
애플비트가 들고 온 디자인은 ‘홍살문’과 ‘화분’이다.
여기서 홍살문은 현실과 이상 세계의 경계를 표현하는 장치로 이 정원의 주요 경관 포인트 중 하나다.
“문을 세우는 문화는 세계적으로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의 문은 겉과 안이 구분되지 않은 선으로 표현된 반 구조체 형태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 궁전이나 능묘 앞에서 세우던 홍살문이나 일본 신사 입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도리이(鳥居)가 그 예다. 이 문은 벽이 아니지만 공간과 공간의 성격을 구분시키는 경계의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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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내 삶의 포토존 ‘사이정원으로 오라’
2016 서울정원박람회 작가를 만나다
김대희 지앤디자인
“나의 정원은 생활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원디자인의 관심은 일상과 전통으로 모이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 경기도 성남시,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개최되는 정원박람회 주제도 그것에
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핵심은 생활 속 정원문화 확산이다.
그런데 김대희 작가의 ‘사이정원’의 첫 느낌은 일상성과 사뭇 차이가 있어 보였다. 내 집 정원에 박공지붕 형태의 파빌리온 디자인은 조금 부담스러운 규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이란 무엇일까? 대상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정원이 아닐까? 정자에서 조망되는 풍경도 정원이다. 그래서 사이정원은 시민이 휴식을 취하면 다양한 경관을 볼 수 있는 대상에 집중했다.”
김대희 작가의 사이정원은 일상의 범위를 집 밖까지끌어냈고 동시에 다양한 경관적 체험을 할 수 있는 데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 일상이 굳이 집 속에만 존
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이정원은 코인 커튼을 경계로 한쪽은 그라스로 자연스러운 경관을, 또 다른 쪽은 잔디가 깔린 정돈된 풍경으로 공간적 대비를 준다. 코인 커튼의 한쪽 면은 자연에서 추출한 색상을 칠하고, 다른 한쪽은 거울처럼 반사되는 재질을 사용했다. 코인 커튼에 비치는 내 모습이 색다른 재미를 준다. 김대희 작가는 “약 130㎡의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경관을 체험할 수 있도록 면을 분절시키는 방법을 생각했다”며 “공간을 쪼개서 자연과 인공이 혼재된 경관을 작품 속에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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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의 초대, 소리와 빛의 앙상블
2016 서울정원박람회 작가를 만나다
최재혁 KnL환경디자인 스튜디오
지달님 한국농어촌공사
최재혁 작가와 지달님 작가는 샘날 만큼 풋풋함이 많이 묻어나오는 ‘부부’다. 하지만 단지 부부여서 한 팀을 이룬 것은 아니다. 최재혁 작가는 정원전문회사를 다니면서 그간 다양한 설계·시공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지달님 작가는 조경설계사무소를 다니다가 지금은 농어촌공사에 재직하고 있는데, 여전히 디자인과 설계에 관심이 많고, 지난해에는 무궁화정원을 맡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작가는 설계적 관점이 약간 다르다. 최재혁 작가가 내추럴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면, 지달님 작가는 정제되고 인공적인 것을 좋아해서 상호 보완이 된다. 평소 아이디어도 얻고 도움이 많이 돼 이번에 팀까지 이루게 됐다.
이번 정원은 최재혁 작가의 취향에 좀 더 맞춤이 된 듯싶다. 공모에서 지원한 ‘숨 쉬는 정원’ 분야가 생태적인 정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최재혁 작가는 “주제가 숲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공감각적으로 보여줄까 고민하면서, 내추럴하면서도 그 안에 새로움이 있는 정원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근래에 광릉 국립수목원 안에 여러 개의 작은 정원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숲’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수목원이라는 울창한 자연 속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설레는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 자연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하고 강조할 것은 강조하기도 하면서 숲 속 정원의 인상들이 많이 각인됐다. 또한 제주도 곶자왈에 대한 기억도 좋았다. “사람이 만들지 않았지만 그 누가 만든 것보다 아름다운 정원이더라”며 신성하고 독특한 느낌의 숲이 매우 인상적이었단다. 이렇게 여러 숲에 대한 좋은 이미지들이 오버랩되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숲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까’라는 고민 속에 설계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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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삶의 중요한 기록이 되다
2016 서울정원박람회 작가를 만나다
황신예가든룸-가든디자인 스튜디오
박종완플레이스랩 기술사사무소
식재를 잘 하는 황신예 작가와 시설물을 잘 하는 박종완 작가가 서울정원박람회에서 뭉쳤다. 두 사람은 협업에 도전한 이유를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이미 기존 정원박람회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5월에 열린 ‘2016 코리아가든쇼’에서 였다. 당시 박종완 작가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참가한 첫 정원 공모전이었는데, 직접 시공을 해보니 식재 부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것을 보완해 줄 황신예 작가에게 SOS를 쳤다고.
사실 이 두 작가는 이번 서울정원박람회 외에도 같은 시기에 열리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와 순천만 한평정원 페스티벌에도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고 있다. 하지만 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상주하다시피하며 서울정원박람회에 공을 많이 들이게 됐다.
다행히도 공을 들인 만큼 시너지가 충만한 작품이 탄생했다. 이들은 난지도의 4가지 시대적 변천을 정원에 담았다. 아주 옛날에는 난초와 지초가 지천으로 자라는 향기로운 ‘꽃섬’이었는데, 1970년대 ‘쓰레기매립장’으로 사용돼 악취가 심한 혐오의 장소가 됐다가, 2002년 ‘공원’으로 변모하면서 초록의 옷을 입었고, 그리고 지금은 서울정원박람회를 통해 ‘정원’이 조성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섬에서 다시 정원으로 가기까지의 굴곡진 과정을 통해 난지도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또한 이 땅의 역사를 기억하자는 것이 작품의 주요 내용이다. 그래서 제목도 ‘꽃섬 아카이브’라고 달았다.
관람자 입장에서는 화단으로 조성한 4개의 시대별 테마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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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보존, 정원에 사회문제를 담다
2016 서울정원박람회 작가를 만나다
김지환 스튜디오 엘
김지환 작가는 “서울이니까요”를 반복했다. 박람회를 참가한 이유도, 주제를 선정한 이유도, 이번 박람회 참가에 높은 가치를 두는 이유도, 모두 “서울이기 때문”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가 이번 박람회에서 조성하는 정원은 다소 거칠다. 그도 그럴 것이 숲이 바리깡질 되는 모습을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이다. 최근 평창 가리왕산에는 2018년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스키점프대를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500년이나 된 원시림들이 무참히 베어져 나갔다. 이를 안타깝게 본 작가는 언젠가 이 문제를 정원에 담아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운이 좋게도 서울정원박람회라는 실천의 장을 얻게 됐다.
이렇게 정원에 사회적 주제를 담는 것이야 말로 가든 디자이너에겐 가장 강력한 사회참여가 될 것이다. 서울정원박람회에서 사회고발 작품이 선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황지해 작가가 ‘위안부’를 주제로 정원을 조성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김지환 작가는 벌목 현장의 암울한 풍경을 최대한 그대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보다 직접적이다. 울창한 산림과 벌목된 산림의 대조, 기계장비가 지나간 자리와 잘려나간 나무의 그루터기들, 인간의 욕망을 대신하는 스키점프대 등이 작가의 비판적 안목에 포착돼 정원 안에 강렬하게 나타난다.
왜 굳이 사회고발이냐는 질문에 그는 “서울이니까요”라고 답했다. 실제 공모 제안서에서도 정원의 주제와 서울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그가 생각하는 서울은 서울시민의 서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서울이다. 서울은 사회 공론의 장으로서도 그만큼 상징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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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세기의 정원, 쇼몽국제가든페스티벌
세계의 정원박람회를 가다2
‘Gardens for the coming century(다가올 세기의 정원)’.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쇼몽국제가든페스티벌의 주제다.
지난 2015년 세계인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프랑스 파리에서 2020년 이후 도쿄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질서인 파리협정(신기후체제)을 체결했다. 이에 쇼몽은 정원이 동시대적 이슈인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생물다양성, 생태계서비스, 사막화 그리고 탄소저감의 유력한 수단이며, 에너지 위기를 경고하는 혁신과 실험의 장임을 선언하고 있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정원은 학제적 융·복합 문화이며 6차 산업이라고 주장해 왔다. 최근 정원을 6차 산업으로 규정하고 정원산업 관련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정원진흥기본계획도 발표됐다.
정원은 창의적이고 심미적인 태도를 담은 예술적 작품이며, 생태적 성격과 과학적, 산업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화훼 디자인, 조경, 식물, 원예, 산림, 농업 등이 함께 어우러진 융·복합산업으로,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와 산업 성장 잠재력이 높다.
정원은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아이디어 도출부터 시작해서 계획, 설계, 조성, 관리의 과학적 프로세스를 담은 디자인 과정을 거친다. 상품으로서 산업적 의미와 장소성을 담고 교육적인 의미까지도 포함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원에는 조형미의 원리와 요소, 생태계 구조와 기능 및 형성 과정 등이 반영된다.
쇼몽국제가든페스티벌은 공모전 작품과 상설작품인 구알룹 가든Goualoup 및 농장 뜰Farm Courtyard이 전시된다. 동시대적 트렌드를 집약한 아트 앤 네이처
Arts & Nature 프로그램이 쇼몽 성, 히스토릭 그라운드Historic Grounds, 마구간, 구알룹 가든, 농장 뜰 등에서 전시된다. 문화 프로그램인 비주얼 아트Visual Arts, 사진 찍기Photography, 야간 이벤트Nocturnal Events, 작은 정원박람회인 Cartes VertesGreen Lights, Autumn Splendours, Winter Gardens 등도 쇼몽의 특별함을 부각시키는 요소다.
쇼몽의 개최지인 쇼몽 성Château de Chaumont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 남서쪽 르와르 강가에 위치한 폐허화된 중세 고성으로서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세계적인 정원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됐다. 쇼몽 성은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방, 쇼몽조약Treaty of Chaumont, 제1차 세계대전 미군 총사령부 등 역사현장의 중심지이며,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쇼몽 성이 간직하고 있는 이러한 사연들만으로도 가든페스티벌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쇼몽에는 상설전시장과 더불어 해마다 주제에 따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품으로 전시되는 국제정원박람회장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쇼몽의 역사적 흔적들을 담은 작품들이 상설 전시돼 쇼몽만의 특별함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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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첼시 플라워 쇼
세계의 정원박람회를 가다1
2016 첼시 플라워 쇼와 볼거리
올해의 첼시 쇼는 5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 동안 열렸으며 예년과 마찬가지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회사인 엠앤지M&G 인베스트먼트에서 공식후원을 했다. 올해의 입장객 수는 16만5000명으로 제한되어 티켓이 사전 판매되었다. 회원의 날은 24일과 2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이 시간대에는 일반인들의 입장은 허용되지 않았다. 26일과 27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그리고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는 일반인들도 입장이 허용되어 많은 사람이 전시된 품격 높은 정원과 다양한 정원용품 그리고 꽃과 그것을 이용한 예술작품들을 관람했다. 27일에는 오후 8시 15분부터 9시 15분까지 1시간 동안 야간 개장을 하였는데, 이 시간에는 로니 스콧 오케스트라Ronnie Scott’s Orchestra가 연주하는 재즈 콘서트가 열렸으며, 입장권은 별도로 판매하였다.
2016 첼시 플라워 쇼는 여왕의 9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이벤트로 불 링 게이트Bull Ring Gate와 런던 게이트에 웅장한 꽃 아치를 만들고, 그레이트 파빌리온The Great Pavilion 안에는 여왕의 형상을 꽃을 이용한 조형물로 만들어 여왕에게 헌정했다. 불 링 게이트의 꽃 아치는 플로랄 디자이너 셰인 코노리Shane Connolly가 디자인한 것으로, 영국의 꽃 재배농가가 기증한 꽃으로 만들었는데, 플로리스트 대학의 학생들이 함께 작업했다.
그레이트 파빌리온 안에 만들어진 여왕의 옆모습을 연출한 꽃 조형물은 높이가 3m에 달하는 것으로, 뉴코벤트 가든 플라워 마켓New Covent Garden Flower Market이 기증했다. 5000송이 이상의 화려한 꽃으로 만들어진 이 꽃 조형물은 영국 최고의 플로리스트인 밍 비버스 카터Ming Veevers Carter가 만들었다.
2016년 첼시 쇼는 예년과 같이 11에이커(44만515m2)의 전시공간에서 치러졌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야외에서 열린 가든 전시, 그레이트 파빌리온에서 열린꽃과 플라워 디자인 전시, 마켓 플레이스의 정원 관련 상품전시, 그밖에 꽃과 정원에 관련된 교육, 체험, 시연 그리고 밴드 스탠드에서 열린 다양한 음악 관련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채로웠다. 그야말로 첼시 쇼에 오면 꽃과 정원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보고, 느끼고, 감탄하고, 기억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이 행사를 주최하고 주관하는 왕립 원예협회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먹고, 마시고 싶은 것을 마음껏 선택하도록 이곳저곳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였으며, 심지어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차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푸드 트럭까지 볼 수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이곳 사람들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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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론적 도시의 맥락 짓기
저성장시대, 도시재생에서 길을 찾다
나는 도시재생 일번지라고 할 수 있는 세운상가―정확히 말하면 신성·진양상가―에서 4년째 사무실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북적이며 소란을 피우고, 밤에는 거리에 앉아 먹고마시는 사람들이 골목을 점령하는 정신없는 곳이다.
이미 정신없이 소란스러운 이곳을 활성화하려는 계획들은 실패로 돌아갔고, 최근 재개된 세운상가 도시재생사업은 철거 후 청계천과 같은 공원을 조성하려던 조경중심계획에서 공중데크를 보강하고 상업공간화 하는 상업활성화사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내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데크 공간은 크게 의미가없어 보인다. 진양꽃상가 상인들의 경우만 데크 위로카니발 밴이 올라와야 화환을 실어 나르기 때문에 작년 데크의 구조안전을 이유로 차량을 차단하려고 할때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했었다. 주차장으로서의 의미 외에 큰 의미가 없는 공간이다. 막상 상인들과 주민들은 데크를 없앤 삼풍·풍전호텔블록을 부러워한다. 거리가 환하게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물론
어색하게 수리된 삼풍상가의 외관을 나도 좋아하지않지만 원하는 대로 고치고 쓰는 자유로움이 좋다.
세운상가의 공중데크를 억지로 고쳐서 다시 쓰려는이유는 옛 추억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주변의 도시가 변해서 더 이상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없고,대신 불편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앞 건물의 창속을 들여다보게 되는 공중데크를 보전한다는 것은 계속 변하고 있는 주변 환경과 관계없이 공중데크를 유물화하겠다는 의지 때문인 것 같다. 데크를 없애고 그아래 거리에 좋은 보행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여러가지 상황으로 볼 때 적합할 것 같은데, 반대로 데크의 존재감을 더 강화하고 돋보이게 하려는 생각은 실증적 구조체를 페티시로 만드는 것이다. 지나치게 데크 자체에 집착해 그 주변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도시란 계속 변화하는 도시다. 옛 것은 유물화하고 박제화하는 대신 마음대로 고치고 바꿔서쓰고, 매일 반짝거리게 닦는 대신 더러워져도 크게 티가 안 나는 거리를 따라 오래된 것과 새 것이 나란히있고, 다양한 배경과 상황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공유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곳이 좋은 도시다.
옛 건물들을 의도적으로 철거하지도, 보존하지도 않기 때문에 새 건물과 옛 건물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고서로 새로운 의미를 찾아 새로운 관계를 끊임없이 만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좋은 도시다. 좋은 도시는 억지로 재생사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생명력이 유지되어 끊임없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말도 마지막 말도 없다. 대화의 배경에는 경계가 없다. 가장 깊은 과거와 가장 먼 미래 속으로 연장된다. 아주 먼 과거의 대화 속에서 생성된 의미일지라도 완전하게 이해될 수 없다. 나중의 대화에서 항상다시 재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의 어떤 현재 순간에서도 엄청난 양의 잊혀진 의미들이 있지만 나중에다시 기억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을 것이다. 어느 것도완전히 죽지 않기 때문이다.”_ 미하일 바흐찐Mikhail Bakhtin(1895~1975)
대화론적 도시Dialogic City
좋은 도시의 생명력은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모여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는 다원형 그리고 대화론적dialogic 관계들 속에서 유지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나뿐만이 아닌 다른 이들도 대화의 주체인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주체들 간의 대화를 통해서 세상을 인지할 수 있다는 사고의 틀이 대화론이다. 대화론적 도시는 통합된 미학이 없어도 아름답고, 일관적인 스토리가 없어도 흥미롭다. 대화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만든 도시는 비종결적 대화가 계속 진행되듯이 지속적인 재생의 능력을 갖고 있다. 억지로 재생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 이와 달리 변증법적 사고를바탕으로 만든 도시는 궁극적으로 닫힌 종결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생적이기보다 인위적이고,나눔과 대화보다 대립과 차별을 지향한다. 서울의 많은 부분을 보면 대화적이기보다 대립구조를 갖고 있다. 아파트단지들은 주변의 도시와 구분돼 있고, 주택들도 주변과 차단된 옹벽이나 담장으로 분리돼 사적인 마당과 공적인 거리가 구분돼 있다. 옆집과 대립하고, 옆 단지와 분리하고 경쟁한다. 모든 영역과 지역에서 경계선이 가장 중요하고 나와 남의 구분이 철저하다. 남과 다를수록 존재감이 드러나고, 옛 것을 없애야만 새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개발에서 재생으로 변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지금 변증법적 대립을 대화론적 관계성으로 바꾸는 노력이전제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생명력을 가진 도시를 만들 수 없다.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이 바뀌고, 존재의근거를 지속적인 대화 속에서 찾을 때 우리의 도시환경이 근본적으로 거듭날 것이다.
건축가 최춘웅은 최근 범분야적 활동주체로서 건축설계 이외의 영역에 개입하는 건축가들의 단체인 레어콜렉티브(RARE Collective)를 결성했다. 재생(Regeneration), 참여(Activism), 연구(Research), 교육(Education) 분야를 중심으로 서울의 다양한 도시환경적 이슈들을 다루는레어콜렉티브는 현재 최춘웅, 최승호, 표창연, 그리고 이다미 네 명의 멤버로 구성돼 있으며 최근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