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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계비, 무엇이 문제인가 설계 환경을 진단하다
    서영애 오늘 좌담회는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이하 조설협) 기술분과에서 추진하고 있는 ‘설계용역단가 기준 작성’ 기획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설계용역단가를 주제로 좌담회와 설문 조사, 사례 연구 등을 진행해 ‘적정 설계비 가이드라인’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첫번째 좌담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침 『환경과조경』이 설계비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설계 환경을 진단하는 특집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접해 이번 좌담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설계비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선 오늘은 현황과 문제점에 초점을 맞춰보면 좋겠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안도 이야기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하반기에는 대안 모색에 보다 초점을 맞춘 좌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먼저,조설협의 안계동 회장께서 좌담회 개최 배경을 소개해주면 좋겠다. 안계동 조경설계사무소 대표자 모임인 조설협이 발족된 이후 설계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설계용역대가, 즉 설계비의 현실화다. 사실 적정한 조경 설계비에 대한 논의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타 분야에 비해상대적으로도 그렇고, 절대적으로도 우리는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설계비는 설계사무소의 경영과도 직결된 문제이지만, 그보다 설계 품질, 직원 처우, 인재 영입 등 구조적으로 얽혀있는 점들 때문에라도 개선이 꼭 필요한 사안이다. 공공 발주 프로젝트도 그렇고, 민간 발주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과당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덤핑 수주도 문제다. 제도의 문제점도 따져봐야 한다. 물론 조경설계만의 특성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인해 지금 정도의 설계비면 충분하다는 사회적 몰이해도 극복해야 한다. 지금까지 조경설계비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책정되어야 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대응이 부족했다. 이제라도 관련 단체에서 적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얽혀있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의견도 각기 다르다. 때문에 우선 설계비와 관련된 현황과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보고 어떤 방식과 절차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를 모색해야 한다. 조설협 차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거둘 수 없는 사안일 수도 있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관련 자료와 근거를 만들게 되면 비용도 적지 않게 소요될 것이다. 지금은 조설협회원사들이 시간을 쪼개서 각자가 갖고 있는 데이터 위주로 조사정도를 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관련 자료와 근거를 모으고 만들어 가는 과정은 분명 유의미할 것이다. 서영애 설계비를 주제로 한 좌담회를 열게 된 취지를 말씀해주셨다. 그럼 본격적으로 ‘설계비,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야기해보자. 조설협 초대 회장이기도 한 안세헌 대표는 2년여 동안 조설협을 이끌면서 설계비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 또 조설협의 발족 배경에는 이런 사안에 대한 설계사무소의 공동 대응 필요성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개괄적인 문제 제기를 부탁드린다. 안세헌 설계비는 조경설계가 주 업무인 전문가 그룹의 문제다. 하지만 모두가 입장이 동일하지는 않다.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조경설계 부서와 조경설계만 단독으로 수행하는 기술사사무소, 엔지니어링 활동주체, 일반 사업자의 경우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 전자의 엔지니어링 조경 부서는 엔지니어링이라는 큰 틀 내에서 수주를 하고 대가를 나누기 때문에 그 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엔지니어링 대가 기준에 맞추어 설계비를 받고, 기술료와 몇 가지 항목을 더해서 적정 대가를 산정한다. 반면 조경설계사무소는 설계비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주먹구구식이다. 산정하는 방식도 너무 다양하다. 대부분 대지면적이나 연면적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관행적으로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하는 수준에서 견적을 내는 경우도 많다. 이 대목에서 회사의 자금운영 상태가 결부되면서 저가 수주 경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품질경쟁이 아니라, 도면 한 장당 가격 경쟁이 발생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합리적이고 명확한 설계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설계의 범위가 굉장히 다르다는 점이다. 결국은 어떤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숙련된 전문 인력을 얼마의 시간동안 어떤 업무에 투입하는가가 설계비를 좌우하게 되는데, 실제로 한 프로젝트에서 수행하는 설계의 범위에 꽤 차이가 있다. 때문에 설계비와 함께 설계의 범위에 대한 규정도 필요하다. 대부분은 공정별로, 기본계획 얼마, 기본설계 얼마, 실시설계 얼마로 책정을 한다. 조금 더 상세하게 견적을 내는 경우에는 수경 시설 포함 여부, 전기나 조명 시설 포함 여부와 함께 특화 설계에 대한 내용을 담기도 하지만, 설계비가 똑같은 경우에도 업무 범위는 천양지차인 경우가 많다. 대략 수량 산출만 하고 실시설계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세밀하게 일위대가까지 모두 산출해서 정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투입 인력과 시간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설계비는 업무 범위와 무관하게 책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설계대가의 기준을 정하는 것 못지않게 설계의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시장 경제 체제이긴 하지만,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설계비를 마치 부동산 중개 수수료처럼 일률적으로 딱 떨어지는 금액으로 책정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또 회사 규모에 따라서 1인당 매출액에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아서 설계비를 획일화·표준화하기 곤란한 점도 있다. 하지만 각 회사의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변주하더라도,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만들어져야 한다. 서영애 설계비 기준을 세우기에 앞서 설계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어주셨다. 진승범 대표는 현재 설계비가 문제가 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씀해주면 좋겠다. 진승범 기본적인 설계용역대가의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지만, 몇해 전부터 설계비 문제가 많이 거론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발주 물량이 현저히 줄었지만, 조경설계사무소는 오히려 늘어났다. 게다가 조경설계와 가장 밀접한 건축설계사무소의 경영 상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자연히 발주 물량과 금액이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되었다. 한창 호황이었을 때는 설계비 기준이 없다는 점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건설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후부터 저가 경쟁이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면서 설계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그동안 받았던 수준의 설계비를 청구하면, 다른 업체의 견적을 들이밀면서 날강도 취급을 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일례로 아파트 조경설계비는 호황이던 시절의 1/2, 1/3 수준까지 급락했다. 조경 물량이 풍족했을 때는 건축도 호황기여서, 전체 금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조경설 계비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불황이 장기화되다보니 발주측에서 조경설계비까지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다. 더구나 1/3보다 더 낮은 금액에도 일을 하겠다는 설계사무소가 있다 보니, 적정 설계비의 기본선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설계에 대한 자부심도 무너져버려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최소한 이 정도의 설계비는 받아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점이다. 그동안 견적을 낼 때 대체로 아파트는 면적을 기준으로 했고, 공원을 비롯한 공공 프로젝트는 공사비 대비 요율로 산정했다. ‘전체 공사비에서 3% 정도는 받아야 하지않나’라는 식으로 설계비를 대략 책정하곤 했다. 토론안계동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동심원조경 대표,안세헌 가원조경 대표,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호영 HLD 대표,진승범 한국조경사회 수석부회장, 이우환경디자인 대표 사회서영애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기술분과, 기술사사무소 이수 대표 정리남기준, 김모아 주최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월간 환경과조경 일시2016년 5월 9일 장소푸르너스가든 서울숲점
    • 남기준, 김모아 / 2016년06월 / 338
  • 조경설계 전문가와 자격 설계 환경을 진단하다
    조경설계 전문가의 자격은 우리나라 조경설계 분야에서만 특별히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전문가를 위한 장치다. 조경설계에 자격이 필요한가? 최근 조경 영역과 관련한 문제들은 특정 산업 분야(건축, 산림, 경관, 공공디자인 등)를 위해 만들어진 정책과 법령으로부터 출발한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업역 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조경진흥법’이 만들어졌다고 당장 조경을 위한 성과를 바랄 수는 없다. 조경진흥법은차세대를 위한 밑거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조경설계 산업의 매출액, 보수, 산업 연관성, 향후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전망 등 기본적인 정보도 파악할 수 없다. 왜 조경설계의 자격을 이야기하는가? 조경 관련 산업의 출발은 ‘설계’다. 자격증이 없어도 설계는 할 수 있다. 공공 부문의 설계를 직접 수주하지 않거나 민간 부문의 설계라도 발주자가 굳이 설계 자격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설계 경력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면, 개인사업자 또는 프리랜서의 자격으로 설계를 업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법령상 자격증이 있는 사람과 불필요한 협업을 하거나 설계비를 저가로 수주하기 쉽다. 적정한 설계 대가 확보와 설계 계약 관련 분쟁이 생겼을 때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조경설계 전문가의 자격은 우리나라 조경설계 분야에서만 특별히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전문가를 위한 장치다. 조경설계 전문가의 호칭 지금까지 ‘조경학과’는 다른 학과에 비하면 학과 이름이 잘 유지된 편이었는데 대학 구조조정으로 학과 명칭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조경설계는 조경학과의 핵심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까지 조경설계 전문가에 대한 자격과 명칭이 불완전하다. 조경기사와 조경기술사가 있지만 건축 분야의 건축기사, 건축시공기술사와 비교해 보면 분명 차이점이 있다. 기사, 기술사 시험은 설계 능력 평가를 하는 시험이 아니다. 건축설계 전문가는 건축사 시험을 통과한 ‘건축사’다. 이민우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에서 공부했고,대한주택공사(현 LH) 주택연구소,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토문, 신한 이앤씨 등에서일했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로 활동했으며,한국조경사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공주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조경설계공모, 무용론과 대안 설계 환경을 진단하다
    떨어진 사무실들은 경쟁에 참여하는 부담이 더 커지고, 승률은 더 낮아진다. 설계공모가 설계사무소들을 양극화시킨다. 설계공모가 만든 또 하나의 풍경이다. 설계공모가 바꾼 풍경 2007년 이전, 조경설계공모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설계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 자리를 가격 경쟁(설계가 입찰)이나 자격 경쟁(PQ)이 대신했다. ‘용역’이라는 말이 함축하고 있듯이, ‘시켜도 좋을 만한 자격’과 ‘적당한 비용’이 우선이었다. ‘경쟁이 없고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의 다른 표현이다. 디자인 경쟁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면, 굳이 디자인을 고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무난한 조경이 양산된 이유이기도 하다. 설계에 대한 고민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동시에 여러 건의 설계를진행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설계 시장이었다. 그 고단함을 견디게 한 것은 조경 동네 사람들의 정서적 유대감과 자긍심, 그리고 내일에 대한 희망이었다. 2007년 이후, 조경설계공모는 풍부해졌다.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국내 공모뿐만 아니라 국제 공모도 빈번해졌다. 승자는 대부분 국내 팀이었다. 한국 조경이 서구의 유명 설계사와 견줄 만큼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설계공모는 조경을 사회적으로 의제화하는 데 기여했고 관성적인 무난한 조경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공모에 당선된 설계사무소는 잉여 축적이 가능했다. 심사위원은 홍보 차 찾아오는 이들로 인해 새로운 설계 경향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발주처는 설계공모를 통해 이미지를 제고했다. 하지만 과다한 경쟁에는 부작용이 있었다. 조경 동네사람들의 정서적 유대감은 약화되고 경쟁자로서의 경계심은 커졌다. 자긍심은 비즈니스 마인드로 대체되었다. 대부분의 분야가 그렇듯이, 설계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는 거의 모든 것을 가지게 된다. 공모에 당선되면 잉여를 바탕으로 인적 자산과 경험을 축적해 공모전 승률을 높인다. 설계 경쟁에 참여하는 일은 많은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승률이 낮아질수록 비용은 증가한다. 떨어진 사무실들은 경쟁에 참여하는 부담이 더 커지고, 승률은 더 낮아진다. 설계공모가 설계사무소들을 양극화시킨다. 설계공모가 만든 또 하나의 풍경이다. 설계공모 무용론 설계공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분야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인식만큼이나 “설계공모가 왜 필요한가”라는 부정적 인식도 많다. 비용이 많이 들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설계공모가 좋은 작품을 만들기는 한 것이냐고 묻는다. 설계공모를 통해 조성된 공원이나 일반 입찰을 통해 설계된 공원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최정민은 순천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설계 실천과 교육 사이의 간극을 고민 중이다.대한주택공사(현 LH)에서 판교신도시 조경설계 총괄 등의 일을 했고,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설계공모에 참여했다.제주 서귀포 혁신도시 도시기반시설 조경설계, 잠실 한강공원 설계, 화성 동탄2신도시시범단지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등에 당선되었다. 조경비평 ‘봄’ 동인으로 활동하면서현실 조경 비평을 통해 조경 담론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
  • 좋은 계약서, 혹은 나쁜 계약서 설계 환경을 진단하다
    ‘계약서’라는 법적 문서에 서명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하고 이 전략은 상호 배려라는 상식적 토대에서 출발해야 한다. 좋은 계약서가 좋은 설계안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고 우리 스스로가 확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설계사무소 소장들의 일상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설계안을 구상하고 발전시키고 완성해나가는 본연의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설계’라는 현실적 경제 활동을 작동하게 하는 여타의 행정 행위들이다.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계약을 성사시키며 그것이 잘진행되도록 관리하는 후자의 작업은 설계 작업이라는 본업에 밀려 부수적인 업무로 방치하기 쉽지만, 그 결과 어느 순간 너무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계약서’라는 법적 문서에 서명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하고 이 전략은 상호 배려라는 상식적 토대에서 출발해야 한다. 좋은 계약서가 좋은 설계안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고 우리 스스로가 확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작이 중요하다, 제안서를 잘 만들자 모든 설계 계약은 반드시 ‘제안’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니까 계약의 출발은 제안에서 시작된다. 어설픈 시작은 어설픈 결과를 맺기 십상이므로 제안서proposal를 잘 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설계 작업은 아무리 고급스럽고 멋진 성과물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보고서나 도면집, 모형물 따위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설계안이라는 창작물에 대한 평가, 좀 더 정확하게는 그 창작물을 만들기까지 투입된 전문 인력의 인건비와 기술력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인 듯싶지만 많은 경우에 제안 과정이 대단히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살펴보자. 우선 모든 가격 제안에는 반드시 인력 투입에 대한 내용이 명기되어야 한다. 공사예가가 정해진 때에는 통상 공사비의 요율에 따라 설계비를 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 하더라도, 이는 공사비에 대한 설계비가 통상적인 범위보다 과다 혹은 과소로 책정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참고로만 삼을 뿐, 설계비의 제안은 최종적으로 투입 인건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이 제안을 통해 건축주(혹은 의뢰인)에게 이 작업을 위해 몇 명의 인원이 얼마 동안의 시간을 사용하는지를 알려 주고 설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전체 과업기간을 월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환산하고, 주당 몇 명의 인원이 투입되는지를 표로 정리하는 방법이 유용하다. 그다음으로 구체적인 인력 투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대부분의 민간 건축주들은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므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과업의 기간과 투입되는 총인원만으로는 건축주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왜 그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를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박승진은 아직까지 조경설계라는 마당을 떠난 적이 없으며,이 마당에 맞닿아 살고 있는 다양한 이웃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조경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가치 있고 정교한 작업을 늘 꿈꾸지만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읽고, 쓰고, 가르치며, 배우는 일상에 감사하고 있다.1965년 서울 생으로,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조경 디자인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조경설계 서안에서의설계 실무를 거쳐, 2007년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 설계 환경을 진단하다 Problems of Design Environment in Landscape Architecture
    조경설계가 위축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건설 경기 악화라는 외적 영향은 물론이고 분야간 경계가 흐려지는 경향도 전반적인 설계 환경을 변하게 하고있다. 이런 가운데 조경설계사무소는 수주 기회의 축소, 저가 입찰 경쟁, 설계공모 불신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설계 환경의 변화는 조경 분야의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본지는 조경설계 환경을 진단하고 미래의 과제를 조망하기 위해 설계 계약,설계공모, 설계 전문가와 자격 그리고 설계비에 관한 꼭지를 마련했다. 이번획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외부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 근본적 원인을 성찰하고 우리 내부의 불합리함을 숙고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 남기준, 김정은, 조한결, 김모아 / 2016년06월 / 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