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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토리얼] 용산공원에서 모던 타임즈까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역동의 2017년이 저물어 갑니다. 차디찬 겨울 풍경을 마주하고서야 과월호 열한 권을 다시 꺼내 듭니다. 용산공원으로 2017년의 문을 열었습니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용산공원 설계의 쟁점을 다룬 기획 ‘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로 2016년을 시작했던 『환경과조경』은 올해 1월호에 ‘용산공원, 함께 이야기하자’를 다시 특집으로 올렸습니다. 용산공원 계획과 조성 과정에 지속가능한 참여와 소통이 동반되어야 함을 강조한 기획이었습니다.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수사와 구호로만 소비되고 있는 용산공원 계획, 비생산적인 정치 논쟁으로 치닫는 용산공원 담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했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국토부 주최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한국조경학회 주관, 환경과조경 후원)을 통해 공론의 장이 열렸습니다. 공원 모색, 공원 산책, 공원 탐독, 공원 서평으로 이어진 여덟 차례의 라운드테이블에서 조경, 예술, 경영, 역사, 도시, 생태 등 다각적 주제를 놓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이 모여 용산공원의 미래를 토론했습니다. 특히 11월 마지막 행사에서는 여섯 명의 ‘청년 프로그래머’가 지난 일곱 달의 활동을 신선한 작품으로 정리해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용산공원 조성의 역사에서 2018년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누가 어떻게 만들고 보살펴야 용산공원이 다음 세대를 위한 선물이 될 수 있을까요. 시민과 전문가의 지혜를 모을 참여의 장이 내년에도 계속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3월호 특집으로 ‘광장의 재발견’을 기획한 계기는 차디찬 광장을 뜨거운 촛불로 물들인 지난 겨울의 ‘광화문광장 현상’이었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래 최대의 인파가 모여 광장의 역사를 새로 쓴 날들, 우리는 광장을 뒤덮은 주체적 시민의 힘에 놀라고 그 축제적 가능성에 전율했습니다. 우리 시대 광장의 의미와 쓰임을 찾기를 기대하며 광장을 향한 다양한 시선을 특집 ‘광장의 재발견’에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이 기획은 월간 『환경과조경』이 공동 주최한 제14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으로 확장됐습니다. 특집 제목과 똑같은 주제를 내건 이 공모전의 수상작들은 9월호에 수록됐습니다. 공모전 취지문의 마지막 구절을 옮깁니다. “광장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신선한 모색을 초대한다. 작아져만 가던 광장을 다시 호출한 슬프고도 우울한 시국은 ‘광장의 재발견’에서 절대적인 단서가 아니다. 우리는 이 엄중한 시기를 지나 다시 우리의 일상을 살아가야 하니까.” 도시, 환경, 디자인을 가로지르는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한 5월호 특집 ‘빅데이터와 도시’에도 많은 독자의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이 기획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최근의 다양한 시도가 도시의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가, 또 더 나은 도시 환경을 설계하는 데 어떤 방법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비롯됐습니다. 시각화와 맵핑의 아름다운 이미지들만 감상하고 일독을 미뤄둔 독자가 계시다면, 책장에서 5월호를 다시 꺼내보시길 권합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도시와 환경을 읽고 또 보여주는 것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시각화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계획과 설계에서 시각화의 가능성은 무엇인지, 작은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7월호 특집 ‘서울로 7017을 묻다’에서는 빛의 속도로 기획부터 완공까지 질주한 서울역 고가 공원 프로젝트를 다뤘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욕의 하이라인에 올라 서울역 고가를 서울판 하이라인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2014년 이후, 『환경과조경』은 여러 호에 걸쳐 이 사업의 중간 지점을 포착해 왔습니다. 특히 2015년 7월호에는 설계공모 당선작과 출품작에 대한 리뷰와 비평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토론의 장을 열기도 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7월호 기획을 시작한 편집부는 서울시 담당자, 설계사 핵심 관계자, 시민 단체 리더, 자문위원, 관련 전문가들을 여러 차례 취재했습니다. 특집에 담은 설계자의 글과 인터뷰, 두 편의 비평, 편집자의 취재기는 어딘가 서로 어긋나 있습니다. 당위성, 지향점, 과정, 효과 등 여러 지점에서 갈팡질팡해 온 이 프로젝트의 민낯일 수도 있겠습니다. 서울역 고가의 미래를 긴 호흡으로 다시 토론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한 특집이었습니다. 역사와 이론을 중심에 두고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이 함께 만든 10월호 특집 ‘모던 타임즈’도 여러 독자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기획은 근대적 시간과 공간 개념이 우리 삶에 배치되던 시기에 도시 공간과 문화가 어떤 풍경을 그리며 전개되었는지 탐사합니다. ‘모던 타임즈’의 의도가 공원, 식물원, 유원지, 풍경 사진이라는 네 가지 렌즈를 통해 근대적 공간 문화의 양상을 조감하는 데 있던 것만은 아닙니다. 또 다른 목적은 최근 들어 부쩍 증가하고 있는 근대기 조경 역사·이론 연구를 대중적인 톤으로 소개하고, 나아가 근대기의 도시 공원과 공간을 다룬 최근 연구의 경향성과 지향점을 점검하는 데 있었습니다. 조경 문화 발전소 『환경과조경』을 매달 반겨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도시-환경-문화 담론과 조경 설계를 가로지르는 건강한 소통의 장으로 여러분 곁에 다가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렇게 2017년을 마감합니다. 아니, 통과합니다. 아티스트이자 기획자인 진나래 대표(일시합의기업 ETC, 잠복자들, www.jinnarae.com)의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이 이번 호로 막을 내립니다. 11회에 걸친 집필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도시, 공간, 사회, 문화, 예술을 종횡무진 연합하며 도시 환경 읽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준 연재가 끝나 아쉬워하실 독자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을 이어간 이수학, 백종현, 전진현, 이재연,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의 안동혁,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의 최이규, ‘명사의 정원 생활’의 성종상, ‘정원 탐독’의 오경아, ‘이미지 스케이프’의 주신하, ‘시네마 스케이프’의 서영애, ‘유청오의 이 한 컷’의 유청오 등 2017년의 여러 연재 필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배정한[email protected] /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2017년12월 / 356
  • [칼럼] 조경계의 검은 코끼리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최근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에서 기후 변화를 테크놀로지, 세계화와 함께 지구를 변화시키는 세 요소 중 하나로 언급했다. 특히 기후 변화를 누구나 방 안에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데도 못 본 척하며 코끼리가 집 안을 풍비박산 낼 때까지 행동을 미룬다는 의미의 ‘검은 코끼리black elephant’에 비유하고 있다. ‘검은 코끼리’는 ‘검은 백조’와 ‘방 안의 코끼리’를 합성한 말이다. 여기서 ‘검은 백조’는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몰고 온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이 전문가들조차도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실제로 벌어져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 NASA의 자료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어 매 10년마다 기온이 0.13ºC씩 상승하고 이 상태라면 2100년에는 지구 온도가 4.8ºC가 상승한다고 한다. 지구 기온이 4ºC 증가하면 세계 GDP가 2% 감소하고, 6ºC가 상승하면 전 세계 생물종의 90%가 멸종할 위기에 처한다고 하니 기후 변화야말로 모른 체하기엔 너무나 위협적인 검은 코끼리인 것이 분명하다. 지난 40년간 고도 성장기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 취해 우리 스스로 간과했던 조경계의 검은 코끼리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조경가들은 서울시가 설계공모로 발주한 주요 공원 프로젝트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보행도시 서울’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국제 공모전까지 개최한 고가 공원 ‘서울로 7017’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의 비니 마스를 위시한 건축가들의 잔치로 끝났다. 도시재생 패러다임의 상징 격으로 진행된, 석유비축기지를 시민의 휴식과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한 문화 공원으로 전환하는 ‘문화비축기지’ 프로젝트에서도 조경가들은 주역이 되지 못했다. 당연히 조경의 영역이라고 여겨왔던 도시 오픈스페이스 설계가 건축가의 손으로 넘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올 한 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수주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주비와 보상금, 과열된 영업 홍보전 등으로 부작용도 많았지만, 일감 부족에 시달리던 조경 설계 업계에는 모처럼 찾아온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아파트를 상품이라고 여기는 건설사들의 상술과 대중에게는 여전히 낯선 조경 분야의 낮은 위상 탓인지, 많은 프로젝트가 해외 작가들의 식탁 위에 올려졌다. 심지어 국내 조경가가 설계한 작품조차도 해외 작가의 이름으로 포장돼 홍보되기도 했다. 과연 우리 조경가들은 그들보다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일까? 나라 전체가 청년 취업난을 걱정한 지 오래다. 경기가 다소 나아진 올해는 기대도 컸지만 여전히 대다수 조경설계사무소는 미래의 조경가를 꿈꾸는 청년들의 취업 노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너나없이 모두 공무원이 되거나 공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성공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조경가가 되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꿈꾸던 열정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성공 신화를 보여주지 못한 우리 선배 조경가들의 책임일까? 한때 대부분의 학생이 조경가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다수 대학의 커리큘럼이 설계 위주로 짜였고, 학생들의 설계 수요에 발맞추어 설계를 하던 현업 조경가들이 대거 학교 강단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대학은 서열화니 평가니 하면서 교수 임용의 핵심 요건을 박사 학위나 논문만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SCI급 논문을 과도하게 요구하여 현직 교수들조차도 설계 수업을 등한시 할 수밖에 없고, 승진과 정년 보장을 위해 논문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우리가 조경학을 배울 때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모토 ‘종합과학예술’, 그것에 담긴 인문, 사회, 과학, 예술을 아우르는 ‘융복합적’ 조경의 정체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대다수 학교에서 설계 수업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어느 대학의 교수는 이런 조건 때문에 설계 전공 교수를 뽑으려 해도 적임자를 찾을 수 없어 몇 년째 포기하고 있다며 하소연하기도 한다. 조경 설계를 가르치는 교수도 사라지고 조경 설계를 하겠다는 학생도 줄어드는데 앞으로 한국의 조경 설계는 과연 누가 해야 할까? 조경계가 잘나가던 지난 세월, 어쩌면 우리는 방안에 찾아온 코끼리의 등장에 ‘나 아닌 누군가가 해결해 주겠지’ 하며 애써 침묵했는지 모른다. 건축, 도시, 임업 등 타 분야의 업역 확장 시도에 대응하는 아무런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지 못했고, 이른바 스타 조경가 한 명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 미래에 더욱 각광받을 분야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 길을 자랑스럽게 선택하는 후배 조경가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직도 조경이 과학인지 예술인지 오래된 논쟁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모호한 정체성이 자라고만 있다. 조경계의 검은 코끼리는 비단 설계 분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여전히 산림청과는 정원, 도시숲, 기술자 자격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국가공원’은 예산 문제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에 조경계가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아직 길머리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갖게 하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올해 9월 조경계의 숙원이던 국가 ‘조경진흥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조경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2년 8개월 만이다. 조경진흥기본계획은 조경 인프라의 양적·질적 제고, 조경 산업 및 교육 기반 마련, 조경 인식 개선 및 국제적 위상 제고 등 3대 추진 전략과 6개의 세부 정책 과제를 설정해 추진할 계획을 담고 있다. 또 그동안 삼삼오오 흩어져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조경계가 지난 3월 3일 ‘조경인의 날’에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을 결성했다. 조경계를 아우르는 20여 개 단체가 함께 모인, 조경계로서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총연합의 탄생으로 조경인이 바라는 미래 지향적인 조경 생태계를 구축할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 새로운 제도와 조직을 바탕으로 그동안 알고도 모르는 척 방관했던 조경계 안의 검은 코끼리를 요리할 때가 왔다. 조직이 만들어져도 모든 구성원이 주체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이 또한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다가오는 미래, 불확실성이 난무한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예측 가능한 내일을 준비하자. 이제 새롭게 만들어진 조직을 중심으로 우리 앞에 놓인 난제를 함께 토론하며 조경 분야의 ‘미래 문해력futures literacy’을 높이고, 더 이상 우리 방 안에서 검은 코끼리가 날뛰지 못하도록 힘을 모으자.
  • [그들이 설계하는 법] 우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디자인은 화려하고 멋진 일이 아니다. 겉모습만 봐온 사람들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디자이너는 어마어마한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멋지고 폼 나는 순간은 일 년 중 닷새 정도밖에 안 된다.”_ 벤자민 휴버트Benjamin Hubert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많은 아쉬움이 든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그리고 조경에 열정을 품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몇 가지 이야기로 세 달의 여정을 맺는다. 우리가 설계하는 법 그들이 설계하는 법, 처음부터 막막했던 이 꼭지의 제목. 나는 설계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다른 ‘그들’의 글들을 다시 한 번 읽어 본다. 나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쉽게 설계하는 것일까? 여러 프로젝트를 앞에 두고 내가 했던 접근들이 영화의 스틸 사진처럼 스쳐 지나간다. 함께 가고 있는 우리 사무실 직원들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것일까?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우리 린에서 해 온 설계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각자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를. 좋았던 것도 있을 테고 맘에 안 든 것도 있을 테고, 각자의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여도 좋고.” 다양한 경력의 여러 독자와 공유하는 차원에서 잠시 펼쳐본다. ...(중략)... 이재연은 특별할 것 없는 학벌과 스펙에 그저 풍류를 좀 즐길 줄 아는 이 시대의 평범한 조경쟁이다.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17년을 근무한 후 2006년 조경디자인 린(주)을 설립해 현재에 이르렀다. 서안에서 국내외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정원 공사의 디테일에 매료돼 린을 창립한 후 설계와 ‘정원 공사’를 병행하고 있다. 직접 설계하지 않은 것은 공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콘크리트의 가능성 2 - 가구와 옹벽
    사진의 공간에서 세 가지 타입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가구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왼쪽에 위치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벤치는 다년생 초화류를 식재한 플랜터 경계벽을 겸하고 있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모듈로 약 460mm 높이의 플랜터 벽을 세우고, 이용자가 앉을 위치의 콘크리트 표면 일부에 목재 널을 횡방향으로 끼워 넣었다. 목재와 콘크리트 모듈 모두 윗면의 가운데를 볼록한 곡면으로 처리해, 빗물이 흐르거나 고이는 것을 방지했다. 목재 널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목재 널을 한데 모아 고정하는 기능과 스케이트 보딩을 방지하는 기능을 함께 고려한 장치다. 그 맞은편에는 동일한 단면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플랜터가 있는데, 이 벤치에는 목재 등받이를 설치했다. 목재 등받이를 고정하는 지지대와 일정 간격으로 배치한 팔걸이는 모두 이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에서 파생된 형태로 벤치와 일체형으로 제작됐다. 등받이형 벤치에서 이어지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플랜터는 점차 높이가 낮아지며 자연스럽게 지면과 같은 높이의 콘크리트 커브로 변화한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안동혁[email protected] /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 / 2017년12월 / 356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장 라이프스타일 도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그동안 소개한 전국 11곳의 혁신적 장소가 시사하는 국가적 의미를 되새겨보는 차원에서 연세대학교 모종린 교수를 만났다. 『라이프스타일 도시: 한국 도시의 창조적 미래』(위클리비즈 북스, 2016), 『작은도시 큰 기업: 글로벌 대기업을 키운 세계의 작은 도시 이야기』(RHK, 2014)의 저자이면서 자신을 “골목길 경제학자”로 소박하게 표현하는 모종린 교수는 한국의 도시 문제를 국가 경제와 세계화라는 큰 틀에서 진단한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이라는 긴 안목에서 탁월한 도시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코넬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텍사스대학교(오스틴) 정치학과 조교수와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후 1996년 귀국하여 연세대학교 국제처장 겸 국제학대학원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해 오고 있다. 『이민강국: 인재전쟁 시대의 이민정책』(한국학술정보, 2013), 『시장경제와 외국인투자 유치』(나남, 2010), 『영어상용화와 국가경쟁력: 영어공용화 논쟁을 넘어서』(나남, 2010) 등 도시 경쟁력을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정책과 비전을 펼쳐오기도 했다. 그는 원도심 골목길이 도시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도시형 산업 단지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골목길에 대한 다분히 감성적이고 향수 어린 과거 지향의 태도를 일시에 뒤집는 발상의 전환이다. 어딜 가나 뚜렷한 지역 정체성이 부족하고 중복적 사업 행태가 아쉬운 지방 도시의 원도심. 서울이나 신도시와의 비교 속에서 열등감과 패배주의에 물들어 있는 여러 낙후 지역이 조잡스러운 추억팔이 앵벌이에 머물지 않고 지식 서비스 산업의 중심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라이프스타일 도시’다.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최이규[email protected] /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 / 2017년12월 / 356
  • [명사의 정원 생활] 퇴계 이황의 정원, 호랑이 꼬리 혹은 살얼음 위의 삶을 위한 유식遊息의 장
    조선 유학자 중 단연 최고 인물로 꼽는 퇴계 이황(1501~1570)은 평생 자연과 짝한 철학가이자 시인이었다. 어릴 적에 잠시 숙부에게서 배운 것 말고는 독학으로 학문을 깨우친 그는 큰 선생을 만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다 주자(1130~1200, 주희)를 평생의 스승으로 삼고자 했다. 백 번을 훨씬 넘는 왕의 부름을 절반 이상이나 고사하면서 그는 벼슬길 대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택했다. 그에게 산수는 책과 더불어 평생의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철저한 절제와 몸에 밴 근면으로 일관된 그의 삶은 자칫 궁핍해질 수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산수를 가까이 취함으로써 학문적 경지는 물론 문예적 지평까지도 최고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벼슬도 수차례 지냈고, 물려받은 재산이 넉넉한 편이었지만 그는 평생을 검소하게 살았다. 여러 번 이사로 집을 지으면서도 한 칸 남짓한 방에다 소박한 가구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자연환경만큼은 면밀히 따져 반드시 아름다운 산과 물 가까이에 터를 잡곤 했다. “수려한 산천 속 한적한 들과 고요한 물가에 머묾”으로써 퇴계는 “번화한 환경의 유혹에서 벗어”나서 “한가하게 쉬면서 정서를 함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산수자연과 친화하면서 마음속에 이는 감흥을 퇴계는 아름다운 시로 표출해 냈다. 그는 평생 2,000여 수가 넘는 시를 지었다. 풍경 철학자 혹은 정원가 퇴계 사실 물적 차원으로만 보자면 퇴계가 조영한 정원에는 별로 주목할 만한 게 없다. 규모도 작고 특별히 볼만한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사 가는 곳마다 연못을 만들기는 했으나 규모가 작고 형태도 단순했다. 조경 행위라야 단을 만들고 소, 대, 매화, 국화를 심었을 뿐이다. 산수가 아름다운 곳을 택하되 집은 최대한 작고 소박하게 지었다. 방은 대체로 한 칸, 커봐야 두 칸을 넘지 않았고, 마루는 그보다 넓으면서 주변으로 열린 구조를 취했다. 최대한 주변 정원 혹은 자연에 개방되도록 하여 쉽게 교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결같이 집은 작고 소박하게, 그러면서 주변 산수에 열린 관계를 취함으로써 퇴계는 수시로 자연과 만나곤 했다. ...(중략)... 성종상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한 이래 줄곧 조경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지금은 대학에서 조경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선유도공원 계획 및 설계, 용산공원 기본구상,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설계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 풍토 속 장소와 풍경의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위한 조건으로서 조경 공간이 지닌 가능성과 효용을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성종상[email protected]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2017년12월 / 356
  • [시네마 스케이프] 남한산성 스스로 갇힌 자들의 공간
    “인조와 신하들은 강화도로 가는 피난길이 막히자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했다. 그해 겨울은 추웠고, 눈이 많이 내렸다.” 짧은 자막이 흐르고 난 후, 영화의 첫 장면.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은 눈 내리는 넓은 벌판에 혈혈단신으로 말 위에 있다. 그의 앞에는 청의 군대가 완전 무장한 채 횡으로 도열해 있다. 차가운 바람과 흩날리는 눈으로 산과 들이 하얗게 얼어붙어 눈이 부실 정도다. 장면이 바뀌고, 송파나루의 풍경이 펼쳐진다. 눈발은 더 굵고, 강바람은 더 매몰차다. 어가 행렬을 따라 남한산성으로 가기 위해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이 뱃사공의 안내를 받아 송파강을 건너고 있다. 꽁꽁 언 겨울 강과 눈 덮인 산의 풍경은 곧 닥칠 나라의 운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평화롭기만 하다.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 47일 동안 『조선왕조실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장이다. 청과 타협해 더 큰 화를 막자는 최명길과 싸우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대의명분을 지켜야 한다는 김상헌이 대립한다. 화친이냐 척화냐를 두고 성안에서 시간을 끌다 결국 인조는 성문을 열고 나가 청의 수장 칸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역사가 스포일러이며, 베스트셀러 소설이 인물들의 심리까지 묘사한 후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무엇을 더 보고 싶은가.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남한산성은 2014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남이 알아주는 유산 가치보다 우리 스스로 알아차리고 기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문화를 호명하는 방식
    2017년 10월, 여의도 지하비밀벙커와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 세 곳이 잇달아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셋 모두 한때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쓰지 않게 된 시설으로, 민간에 공개되지 않다가 공개된 20세기의 유산이다. 이들 각각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늘로부터의 재앙과도 같았을 전쟁과 공습에 대한 공포, 불안정한 불안의 정서, 그리고 산업 시대의 실수로 생겼다가 방치된 퇴화 기관으로 표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 강점기 말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만들어진 시설이고,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정확한 용도와 조성 시기를 알 수 없지만 군사 정권 시절 대통령 비호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설동 유령역은 1974년 노선 조정으로 인해 폐쇄된 후 열차가 차량 기지로 진입하는 통로로만 쓰여왔다. 특히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2005년 여의도 지하 버스환승센터 건립을 위해 현지 조사를 하던 중 발견된 것으로, 이전까지는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 개최한 시민 체험 행사를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해 문화 시설로 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과 관리를 맡아 ‘SeMA벙커’라는 정식 명칭으로 개관한 것이 지난 10월 19일이다. 신설동 유령역의 경우 아직 마땅한 쓰임새를 찾지 못한 상태로, 서울시는 이번 개방 기간 동안 활용 방안에 대해서 시민의 의견을 수집한다. 시민이 직접 공간을 경험하고, 함께 그 활용 방법을 찾아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날것 그대로의 공간을 공개했다.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진나래[email protected] / ‘일시합의기업 ETC’, ‘잠복자들’ 공동대표 / 2017년12월 / 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