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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바꾸는 세상 ‘새일꾼 1948-2020’ 전, 일민미술관, 6월 21일까지
    선거는 작기만 한 내가 커다란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종이 한 장에 세상을 바꾸는 힘이 깃들어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와 맞물려 선거의 의미를 되짚는 전시가 마련됐다. 3월 24일부터 6월 21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새일꾼 1948-2020: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는 아카이브와 사회극의 결합을 시도한 전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록보존소의 400여 점의 선거 사료, 신문 기사 등 다양한 기록물을 전시해 73년간의 선거 역사를 살필 수 있게 했다. 예술가 21팀은 선거라는 주제를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해 설치, 퍼포먼스, 문학, 드라마, 게임, 음악 등 다채로운 형태로 선보였다.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을 선출하는 과정으로, 경합과 갈등의 장이며, 사건들의 드라마틱한 흐름을 이끄는 모멘텀(momentum)이자 참여라는 행위인 점에서 사회극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는 점에 착안한 기획이다. 전시는 일민미술관 앞에 위치한 광화문광장을 활용해 그 의미를 더욱 확장한다. 천경우 작가의 ‘리스너스 체어(Listener’s Chair)’는 광화문광장과 전시실 내부를 간접적으로 연결해 오늘날 민주주의적 소통 방식을 사유하게 한다. 정치적 입장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수많은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광장에 스피치룸(speech room)을 설치하고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스피치룸에서 수집된 목소리는 음성 변조를 거쳐 미술관 1층 전시장에 설치된 헤드폰으로 전달된다. 어둑한 공간에 원형으로 배치된 익명의 시민들이 사용했던 의자, 이야기의 주인을 알 수 없게 변조된 목소리는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의사소통의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아카이브는 단순히 기록물을 나열하는 소극적 방식을 탈피해 동시대의 예술 작품과 적극적인 상호 작용을 시도한다. 안규철의 ‘69개의 약속’은 역대 대통령 선거 벽보에 사용된 슬로건과 구호가 얼마나 모호하고 추상적 언어인지를 드러낸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 김모아 / 2020년05월 / 385
  • 백색에 맞물린 환상과 일상 ‘화이트 랩소디’ 전, 우란문화재단, 5월 27일까지
    분필을 잡은 손이 초벌된 항아리에 선을 긋기 시작한다. 흰 선이 한 줄 한 줄 채워지며 검은 항아리는 백자가 되어간다. 도예가 주세균은 분필이라는 일상적 소재로 한국적 아름다움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달항아리를 모방한다. 유약 대신 분필 가루가 덮인 도자, 낙서처럼 구불구불한 선이 그려진 도자는 낯선 모습으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난 4월 1일, 우란문화재단은 백색에 투영된 다양한 이념과 심상을 공유하는 ‘화이트 랩소디(White Rhapsody)’전을 열었다. 백색은 한국의 전통성과 민족성을 대변하는 색채지만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며 그 함의와 소비되는 방식이 다양하게 변해 왔다. 전시는 백색을 통해 드러나는 전통의 시각성과 해석의 전형성을 현대적 시점에서 비평적으로 고찰한다. 백색에 관한 낯익은, 낯익지 않은 시선 전시장 입구에는 사전 리서치 자료와 직물, 비누, 설탕, 밀가루 등 백색 사물을 전시한 아카이브가 마련됐다. 사전 리서치는 산업, 문학, 건축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 백색을 두루 살폈다. 이정은의 ‘화이트 인사이드(White Inside)’는 하얀 피부에 대한 한국인의 열망을, 최호랑의 ‘올림픽 시공간의 백색’은 88올림픽 개최 시점에 나타난 백색의 상징성을 탐구했다. 이야호는 리서치 픽션 ‘모두의 일’을 통해 흰색이 증발해버린 세상을 그렸다. 이 같은 작업은 역사와 인식 속 백색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며 이와는 또 다른 해석이 펼쳐질 것을 암시한다. 전시는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다섯 명의 작가를 초대했다. 사진, 조각, 도자, 설치, 향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은 백색에 대한 작가들의 개별적 해석의 결과물로, 보편적이고 집단적인 관념으로부터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전시의 협력 기획자인 조주리 큐레이터는 백색에 관해 “새로운 발언을 할 수 있는 세대의 작가들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 적층 도시 장지, 서울 컴팩트시티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대규모 택지 개발을 통해 공공 주택을 공급해왔다. 거듭된 개발은 서울을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게 했고, 이제 개발 가능한 토지 자원을 찾기 힘든 상태에 이르렀다. 대안으로 도시 외곽에 주거 단지를 짓기 시작했지만, 이는 시간적·경제적 비효율성, 그린벨트를 비롯한 녹지 잠식 등의 문제를 낳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SH는 저밀도로 이용되는 공공시설 부지의 입체적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SH는 ‘장지, 서울 컴팩트시티(Compact City)국제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송파구 장지동의 장지공영차고지다. 1990년대에 매연, 소음, 안전사고 문제에 대비해 시 외곽 그린벨트 지역에 지어졌지만 수도권 확장으로 주택 단지에 둘러싸이게 된 곳이다. 공모는 활용도 낮은 차고지 부지를 대규모 도시숲, 행복주택, 생활(SOC)가 층층이 어우러진 입체 도시로 재탄생시킬 것을 요구했다. 양적 공급에 치중했던 공공 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시도다. 과제는 세 가지였다. 첫째, 공영차고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한다. 둘째, 다양한 도시 활동을 수용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셋째,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대중교통지향형개발)가 녹아든 공간 구조를 통해 삶터와 일터가 어우러진 미래 도시를 계획한다. 심사위원 이상윤(연세대학교 교수), 이신해(서울연구원 선임연구원), 전숙희(와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 임영환(홍익대학교 교수), 한광야(동국대학교 교수), 헤르베르트 드라이자이틀Herbert Dreiseitl(램볼 스튜디오 드라이자이틀 대표), 피터 페레토Peter Ferretto(홍콩 중문대학교 교수)는 혁신적인 공간 계획, 창의적인 건축 설계,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오픈스페이스 계획에 주안점을 두고 심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건축사사무소아크바디+범도시건축+동일기술공사+CA조경 컨소시엄의 ‘적층 도시Multi-Layer City’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5호(2020년 5월호) 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목소리를 드릴게요
    길이 200m, 직경 20m에 육박하는 대형 지렁이가 나타났다. 땅 속에 살다 비 오는 날이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붉은 색의 미끌미끌한 생명체. 흙과 함께 낙엽과 분변을 먹고 건강한 토양을 생산하는 생물. 다만 거대 지렁이는 땅 속 대신 지상을 다니며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먹는다. 석유를 이용해 만든 모든 것을 집어 삼키며 도시를 이루는 대부분의 구성물을 분변토로 만든다. 숲과 동물에는 무관심하다. 인류는 지렁이들을 피해 땅 속으로 들어간다. 우주에서 누군가 보낸 거대 지렁이 덕분에 지구는 리셋(reset)된다. 지상에 남은 인간의 흔적은 작물을 재배하는 농장뿐, 숲과 건강한 토양이 회복된 지구는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이 자유롭게 사는 곳이 된다. 정세랑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의 두 번째 단편 ‘리셋’의 세계관이다. 많은 장르 소설이 그렇듯『 목소리를 드릴게요』가 그리는 미래는 돌이키기엔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다. ‘리셋’에서 인류는 계속된 자원 고갈과 멸종을 일으키다 거대 지렁이의 심판을 받게 됐고, ‘모조 지구 혁명기’의 미래 지구는 각종 혐오와 폭력, 재난이 범벅된 여행 기피 행성이 됐다. ‘7교시’의 배경은 여섯 번째 대멸종 이후의 지구다. 체제를 바꿔 겨우 살아남은 미래 인류는 현대사 수업을 들으며 생명 존중에 대한 감각이 전무했던 과거 인류를 부끄러워한다. 실제로 정세랑은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 할까봐 두렵다”고 고백했는데, 그래서인지 소설은 망한 지구와 인류라는 인과 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기발한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인물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어떤 대사 앞에서는 뒤통수가 따끔해진다. “너 그러다 망한다? 그렇게 원칙도 윤리도 없이 막살다가 망한 다?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지구가 끝난 거다?” 삶이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면 지금의 지구는 비극이다 못해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존재들이 놓인 상황이 그렇다. 2010년대에만 열대 우림 등의 서식지 감소, 사냥 및 밀렵, 기후 변화, 공해, 외래종 침입 등으로 467종의 생물이 멸종됐다.2아프리카 북부흰코뿔소는 암컷 두 마리만 남았다. 마지막 수컷이 죽기 전 채취해 둔 정자로 종을 복원한들 무슨 소용일까. 뿔과 상아 때문에 산 채로 얼굴 앞부분이 잘려 버려진 코뿔소와 코끼리 사체가 아프리카 초원에 널려 있고, 값싼 라면과 과자를 만드는 데 쓰이는 팜유 때문에 매년 수천 마리의 오랑우탄이 죽는다. 부리에 플라스틱 고리가 끼어 굶어 죽는 새들도 허다하다. 감금, 학대, 도살, 살처분이 횡행한 공장식 축산업은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많지만 교통 및 운송 부문보다 14.5%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함에도 그 궤도가 수정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일상의 풍요와 분주함은 이 같은 폭력에 노출된 얼굴들을 가리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소비하는 귀여운 동물은 일종의 환각제로 역할할 뿐이다. 그런데도 정세랑은 어차피 망한 거 그냥 이대로 살기보다는 “어려운 희망에 대해 끝까지 쓰고 싶”다고 말한다.3여섯 번째 단편 ‘목소리를 드릴게요’는 의도치 않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초능력을 갖고 태어난 인물들의 이야기다. 사람들에게 살의를 느끼게 하는 목소리를 가진 승균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성대를 제거하기로 한다. 후기에서 작가는 “스스로의 유해함을 신중하게, 더불어 기꺼이 제거하기로 마음먹는 주인공의 목소리를 받아 적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거대 지렁이가 온 건 아니지만 팬데믹으로 전 세계 산업 경제가 마비되면서 지구의 숨통이 잠시나마 트이고 있다. 베네치아 운하에는 백조와 돌고래 심지어 해파리까지 나타났고, 인도 루시쿨야 해변에는 관광객 출입이 금지되자 올리브 바다거북 80만 마리가 산란을 위해 돌아왔다. 이동 제한으로 교통량이 감소하고 공장 가동이 중지되어 탄소 배출량과 미세 먼지 농도도 크게 줄었다. 고작 몇 달 만의 일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원인도 결국 야생 동물의 서식지 파괴와 관련 있다는 점은 백신 개발보다 더 근본적인 예방책을 떠오르게 한다. 책을 덮고 나와 닮지 않은 존재를 위협하는 내 유해함에 대해 생각했다. 쓰지 않아도 될 플라스틱과 비닐, 먹지 않아도 될 음식, 그러니까 정말로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너무 늦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각주 정리 1. 정세랑, 『목소리를 드릴게요』, 아작, 2020. 2. 이성규, “지난 10년간 멸종된 동물은?”, 사이언스타임즈 2020년 1월 10일. 3. blog.naver.com/bandinbook/221833248185
  • [CODA] 가장 현실적 디스토피아
    멍하니 달고나 커피에 올릴 크림을 휘젓고 있을 때만 해도 몰랐다. 집에 갇혀 지내는 생활이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넉 달 가까이 자(타)발적으로 사회와 거리를 두다 보니 뜬금없이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집순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놈의 집구석이 지긋지긋하다. 하필이면 또 꽃놀이 가기 딱 좋은 날씨다. 내 아까운 봄! 이쯤 되니 정말 2020년을 무효로 하면 좋겠다는 허튼 생각도 든다. 나이도 한 살 깎아주면 더 좋고. 갑갑함을 참고 꾸역꾸역 칩거 생활을 이어나간 건, 일상의 흐름이 더 빨리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점점 줄어드는 신규 감염자 수를 볼 때면 한 것도 없이 괜히 뿌듯해졌다. 그러던 중 인터넷 기사에서 마주친 문장이 준 충격이 여태 생생하다. “이제 코로나 발생 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겁주려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착잡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정말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만났던 디스토피아의 모습이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서. 그 때문인지 예전보다는 자주, 좀비 떼가 달려드는 이야기보다 끔찍한 미래에 대한 예언을 더 무섭게 느낀다. 특히 그 시기가 지금과 가까울수록 더. 딱 적당한 예시가 떠올랐다. 러셀 T. 데이비스(Russell T. Davies)의 ‘이어즈 앤드 이어즈(Years & Years)’. ‘퀴어 애즈 포크(Queer as Folk)’와 ‘닥터 후(Doctor Who)’로 이름을 알린 러셀은 인류를 향한 애정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어즈 앤드 이어즈는 브렉시트 후 영국의 15년을 그린 블랙 코미디 드라마로, 인간의 어리석음과 비정함, 그로 말미암은 비극을 거침없이 그린다. 극 속 지구의 북극에는 빙하가 없다. 나비는 멸종됐고, 조금씩 상승하는 해수면은 육지와 삶터를 삼키고, 극심한 기후 변화는 90일에 달하는 장마를 일상으로 만들었다. “세상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빨라지며 미쳐 가는데 우린 멈추지도 생각하지도 배우지도 않고 다가올 재앙으로 질주하기만 해요. 이다음은 뭘까요?” 정치활동가가 아무리 외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슬프게도 질문에 귀 기울이는 사람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점점 망해가는 지구에서 각양각색의 끔찍한 모습을 자랑하며 삶을 잇는다. 심지어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가 중국의 인공 섬에 핵폭탄을 날려도 일상이 계속된다. 단 몇 년 만에 수만 명의 사상자도, 방사능 피폭도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해프닝이 되어 버렸다. 그들의 관심사는 여전하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보다는 당장 우리 집 앞에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 걷는 걸 불편하게 만드는 인도 위의 차를 사라지게 할 방법에 더 마음을 쏟는다. AI와 기계의 발달은 아주 손쉽게 사람들을 일자리 밖으로 몰아내고 난민, 성 소수자, 장애인, 싱글맘, 유색 인종을 향한 차별은 점차 심화된다. 이럴 바에야 대형 지렁이가 나타나 지구를 ‘리셋’(이웃 지면 “목소리를 드릴게요” 참조)해 버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러셀은 다시 한 번 인류를 향한 낙관을 던진다. “여기 있는 우리는 모두 앉아서 남 탓을 해. 경제 탓을 하고 유럽 탓을 하고 야당 탓을 하고 날씨 탓을 하며 광대한 역사의 흐름을 탓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핑계를 대지. 우린 너무 무기력하고 작고 보잘 것 없다고 말이야. 그래도 우리 잘못이지. 왜 그런 줄 아니? … 거리 시위는 했니? 항의서는 썼어? … 안 했지. 씨근덕대기만 하고 참고 살았어. … 그러니까 우리 탓이 맞아. 우리가 만든 세상이야.” 항상 비극 속에서 해답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온 러셀이 하려던 말은 아마 이게 아니었을까. 우리는 다른 세상을 만 들 수도 있다고. 코로나로 세계 곳곳이 혼돈에 휩싸였는데 생태계는 도리어 평화를 되찾은 듯 보인다. 퓨마와 여우, 곰 등 야생 동물들이 텅 빈 도심을 유유자적 거닐고, 관광객이 사라진 해변에 다시 찾아온 플랑크톤은 바다를 형광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게다가 당장 마스크 너머로 느껴지는 공기가 너무 신선하다. 폐쇄된 아쿠아리움 내부를 구경하며 자유 시간을 즐기는 펭귄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알면서도 모른척 해온 것들이 너무 많다. 특집 지면을 매만지며 “조경의 기술과 지력으로 기후 변화 등 인류가 당면한 여러 위기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받는 타격의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번 호 14쪽)을 믿는다는 김정윤 소장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은 이유다. 더 이상 자연환경이라는 단어는 조경을 꾸며주는 낭만적 수식어가 될 수 없다.
  • [COMPANY] 윤토 정원 문화를 기반으로 도시 경관 재생을 꾀하는 기업
    윤토는 에버랜드 포시즌 가든 및 장미원 관리, 박람회 환경 연출 등 화훼 경관 조성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다. 2000년대 초부터 친환경 조형물과 쇼 가든을 기반으로 이벤트 조경 기업으로서 전문성을 알려 왔다. 올해에는 정원 문화 플랫폼 구축을 통해 도시 경관 재생 기업으로의 성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덕평자연휴게소에 오픈한 ‘와이 가든 라운지(Y_Garden Lounge)’는 윤토의 브랜드 존이자 복합 정원 문화 공간이다. 전시 정원과 각종 정원 용품 및 오브제를 살펴보고 정원 조성 상담도 받아볼 수 있다. 연간 방문자 수가 1,200만 명에 달하는 덕평자연휴게소에는 아웃렛, 테마파크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2017년에는 빛을 테마로 한 ‘별빛정원 우주’가 조성됐는데, 야경 위주의 공간이라 주간 이용률이 높지 않았다. 윤토는 2018년 5월부터 별빛정원 우주의 조경 관리와 주간 운영을 맡고, 다양한 크기와 재질의 플랜터로 구성된 컨테이너 가든을 조성했다. 주기적으로 식물을 교체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별 꽃 축제를 진행하며 공간 활용도를 크게 높였다. 윤덕규 대표(윤토)는 “상품으로서의 정원에 대한 운영사의 관심과, 윤토의 공간 조성 및 운영 전략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이야기했다. 윤토는 나아가 2018년 9월부터 별빛정원 우주 관람객을 위한 카페, 푸드 트럭, 정원 기념품 숍을 갖춘 와이 가든 센터를 운영했으며, 올해 가든 센터에 오브제 전시 및 판매 공간을 더해 와이 가든 라운지를 마련했다. 와이 가든 라운지는 별빛정원 우주를 기반으로 정원에서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차를 마시며 정원을 여유롭게 거닐고, 허브 제품과 식물뿐만 아니라 윤토가 개발한 다채로운 정원 오브제를 구매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쾌적한 정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도심 속 복합 쇼핑몰과는 또 다른 기쁨을 줄 것”이라며, 와이 가든 라운지 운영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대중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토가 관심을 두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도시 경관 재생이다. 계절의 제약이 큰 화훼만 이용하기보다 다양한 정원 조형물로 사시사철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조성하고자 한다. “다양한 소재로 골목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도시재생 사업의 주된 내용은 도로와 주거 환경 개선인데, 특화 거리를 조성하면 주민의 사업 체감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조경의 한 영역으로서 도시 경관 재생 분야를 탐구하며 우리의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 WEB.www.yoonto.kr TEL.1566-8353
  • [PRODUCT] 자연스러운 패턴을 연출하는 ‘카멜레온스톤’ 멀티 몰드 시스템으로 별도의 패턴 설계 없이 시공할 수 있는 보도블록
    좋은 보행 환경은 걷기 편할 뿐 아니라 이용자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갖춰야 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바닥 포장은 보행자를 유도하고 공간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구성뿐만 아니라 독특한 색감과 질감을 가진 다채로운 보도블록 제품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이노블록(Inoblock)’이 새롭게 선보인 ‘카멜레온스톤(Chameleon Stone)’은 높은 내구성뿐만 아니라 심미성과 시공의 효율성까지 갖춘 보도블록이다. 멀티 몰드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별도의 패턴 설계(색상 조합) 없이 손쉽게 독특한 바닥 패턴을 연출할 수 있다. 카멜레온이 몸의 색을 바꾸듯 제품의 표면에서 여러 가지 색상이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을 연출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품 종류는 오렌지블랙과 레드바이올렛 두 가지이며, 독일 기업 랑세스(Lanxess)의 고품질 안료를 사용해 자연석과 유사한 분위기를 낸다. 고경도 골재를 사용해 표면의 내구성 을 크게 높였기에 보도뿐만 아니라 보차혼용도로에도 사용할 수 있다. TEL.031-358-4711 WEB.www.inobl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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