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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질문] 나만 알고 싶은 핫 플레이스가 있다면?
  • 환경과조경 2019년 2월

 


lak370(2019년2월호)_웹용-125.jpg나만 알고 싶은 핫 플레이스는 없다. 대신 가보고 싶은 곳의 리스트는 차고 넘친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제주도의 아직 가보지 못한 오름들과 눈 쌓인 한라산, 일본 삿포로에 있는 맥주박물관,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대는 날의 갈대숲, 언제 완공될지 기약 없는 용산공원, 미세 먼지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 맑디맑은 어느 봄날의 서울식물원, 평양시 중구역 서문동에 있다는 만수대분수공원. , 무릎 튀어 나온 추리닝을 입고 가도 반갑게 맞아주는 이가 있는 동네 술집도 가고 싶다. 격하게!

남기준환경과조경 편집장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고 싶을 때 이곳을 추천한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 드라이브해 도착할 수 있는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 임진강을 향해 탁 트인 언덕에 자리 잡은 1만평 규모의 정원으로, 언덕에 앉아 강가를 바라볼 때면 일상의 상념을 자연스레 잊게 된다. 특히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해마다 넓은 언덕을 안젤로니아 꽃이 가득 채우는데,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라벤더 밭에 온 듯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개화 기간이 길고 우리나라 기후에 비교적 잘 맞는 안젤로니아를 선택한 정원 디자이너의 안목이 돋보이는 곳이다. 정원 한편에는 화이트가든이라고 이름 붙여진 수 공간이 있는데, 임진강을 향해 무한히 이어진 인피니티 수반에 하늘의 풍경이 그림처럼 담긴다. 연천 허브빌리지는 핫 플레이스이기도 하지만 뜨거워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쿨 플레이스이기도 하다.

최재혁 스튜디오 오픈니스 대표

 

KTX2시간여를 달려 호남선의 끝자락에 내렸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자마자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이 마구 떠오른다. 게살비빔밥과 게찌개, 한우 갈빗대가 올라간 냉면, 제철 방어, 콩국수. 뭘 먹든 맛있겠지만 겨울엔 냉면이다. 한우 냉면으로 배를 채우고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자마자 산책을 나선다. 근대 유산과 박물관, 적산가옥, 이야기가 있는 골목길을 걷는다. 걷다가 눈에 띄는 아무 카페나 들어가도 이곳 목포 원도심의 분위기가 담겨 있다. 조금은 한적하고 은근히 활기찬 동네. 저녁으로 신선한 회 한상, 아침으로 아메리카노 대신 고소한 콩물 한 컵, 점심으로 게살비빔밥과 게찌개를 먹고, 돌아오는 기차에 오르기 전 이곳에서만 파는 쑥굴레와 콩국을 포장한다. 기차 여행을 마칠 때쯤, 달콤한 조청에 찍은 쑥굴레를 우물거리며 나의 핫 플레이스 목포 원도심을 음미해본다. 근래 목포 원도심 관련 뉴스가 뜨겁다. 진짜 핫 플레이스가 되었나보다.

이태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연구원

 

인천에는 개항누리길이라는 근대화 거리가 있다. 인천 여행지로 유명한 차이나타운과 닭강정이 맛있는 신포시장 사이에 있어 한번쯤 들러도 좋은 곳이다. 개항누리길에 위치한 관동오리진1940년 이전에 지어진 일본식 연립 주택을 개조한 카페다. 1, 2층으로 나눠져 있는데 2층 다다미방은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옛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팥물, 수제차도 유명하지만 뒤뜰에 있는 작은 정원이 인상적이다. 건물 앞에서 인증샷만 찍고 가는 이들도 많다. 흑백 사진관 우리는 관동오리진 건너편에 있는데, 사진 한 장 찍는 데 오천 원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감성적인 사진을 건질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 정작 갈 때마다 웨이팅이 길어 한 번도 못 찍어 봤다는 게 함정이다.

박민지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경의선숲길과 연남동을 지나 30분가량 걸어가면 연희동이 나온다. 교통이 조금 불편한 탓인지, 연희동은 연남동이나 익선동 같은 진짜 핫 플레이스들처럼 붐비는 곳은 아니다. 연희동은 큰길에서 보면 평범한 주택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쪽으로 두 골목만 더 들어가면 주택가 사이사이 카페와 음식점, 서점, 디자인숍 등이 숨어 있다. 나만의 연희동 코스가 있다. 먼저 유어마인드라는 독립 서점을 둘러보고, 바로 아래층의 카페에서 키오스크 샌드위치를 먹는다. 배가 조금 차면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넓고 깨끗한 골목 또한 연희동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저녁은 항상 월순할매동태찜이다. 매콤한 동태찜과 볶음밥은 요즘 같은 겨울에 안성맞춤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마음 가는 새로운 곳에 도전한다. 최근에 간 예끼라는 오뎅 바는 무지개색 니트를 입은 사장님과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는 따뜻한 곳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사러가마트도 한 번씩 들러본다. 동네 마트지만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식재료들을 찾을 수 있다. 연남동의 꽉 찬 거리와 끝없는 웨이팅이 질렸다면, 조금 더 걸어 연희동은 어떨까.

홍하영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작은 북 카페 카푸치노는 이천 원이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병원 의사분이 모아 놓은 문학 기행 비평집이 있다. 나만 아는 것은 재미없어 알린다.

이은심

 

나의 핫 플레이스는 서로 극과 극인 두 곳이다. 한 곳은 현대적이고, 다른 한 곳은 전통적이다. 첫 번째 핫 플레이스는 H 카드사의 옥상 키친, ‘쿠킹 라이브러리. 4층에 있는 그린 하우스는 한 팀만을 위한 공간으로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고, 정원에서 자유롭게 야채를 수확해 요리할 수 있다. 공간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미식에 대한 열정이 있는 조경인이라면 누구나 이 매혹적인 공간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째 핫 플레이스는 장흥의 열화정이다. 느티나무가 노랗게 단풍 들 무렵, 나무 그늘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면 내가 자연인지 자연이 나인지 심히 헷갈린다. 죽기 전에 꼭 느티나무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10월 넷째 주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혼자 가도 좋고, 같이 가도 너무 좋은데 혼자만 보기에는 아까운 풍경이다. 온통 노란 느티나무 잎사귀로 가득 찬 연못은 가을이 통째로 들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20년 전 제목도 없는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알게 된 열화정은 몇 년간의 전통 공간 답사에도 풀지 못한

숙제 같다.

배선영 한국수자원공사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융건릉’. 정조와 영조의 능이 있는 곳으로 몇백 년 된 수목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다. 방문객이 굉장히 많지만 워낙 넓은 곳이라 한적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수목만 가득할 뿐인데 능 바깥과는 공기부터 다른 것이 느껴진다. 쭉쭉 뻗은 산책길, 넓은 잔디밭과 휴게 공간에서 여유롭게 산책하고 쉬고 데이트하기도 좋다. 어느 계절에 가도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다.

백규리 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

 

한참을 생각한 끝에 두 곳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네스트호텔이다. 호텔 근처 용유역에서 무료로 운행하는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역까지 갈 수 있다. 서해 바다를 보며 탁 트인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이곳에는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설렘이 있다. 두 번째는 광화문 씨네큐브. 해머링 맨이 있는 흥국생명 건물 지하 2층에 있다. 영화 티켓을 보여주면 지하 1, 2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값을 할인받을 수 있다. 3세화미술관관람도 무료, 창밖 도심 전망은 덤이다. 매번 인생 영화를 만나는 곳, 직원이 상영 시작 1분 전입니다외치는 정감 있는 곳이 궁금하다면, 북적이고 팝콘 냄새 나는 영화관이 싫다면, 따스한 찻물이 마음에 스며들 듯 완벽한 힐링이 필요하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시길.

이주연 한국조경협회 사무국장

 

내게 핫 플레이스를 찾아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틈틈이 인터넷이며 TV며 여러 매체를 통해 가고 싶은 곳들을 체크해 둔다. 원하는 조건을 갖춘 핫 플레이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접근하기 쉽고, 볼거리가 많고, 적당히 오랜 시간을 보내기 좋아야 한다. 분위기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핫 플레이스들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가족, 친구, 애인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다. 하지만 힘들게 찾아간 곳에는 대게 그렇듯 많은 인파가 몰린다. 사람들 속에서 한참 치이다 보면 진이 쏙 빠진다. 함께 온 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계획이 실패한 것만 같다. 이럴 때면 정말이지, 세상의 모든 핫 플레이스를 나만 알고 싶어진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꽁꽁 숨긴 채 답변을 내놓고 말았다.

박대웅 화담숲 바리원

 

*‘이달의 질문’은 매달 하나의 질문에 대한 독자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이를 공유하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시시콜콜한 조경 동네의 일상부터 조경을 둘러싼 법제도, 조경의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질문을 통해 조경 공론의 마당을 조금씩 넓혀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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