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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의 식물이야기(3): 식물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생각
  • 환경과조경 2010년 6월

식물의 개념과 분류
식물Plantae AEKEL을 학술적으로 정의한 것을 보면 식물의 가장 근본적인 성격은“자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거다. 예전에는 물 위에 부유하는 조류와 버섯과 같은 균류들도 식물의 범주에 포함시켰으나 최근 들어 광합성 작용을 하는 것들만을 식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니까 세포 속에 생존과 생장에 필요한 성분들, 클로로필, 섬유질, 녹말, 당분들을 갖추고 있는 것을 식물로 보고 있다.1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이 이 식물들을 섭취하고 소화하고 흡수하며 나머지를 배설하는 기관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섭리의 오묘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류가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볼 때 식물은 늘 충실한 동반자였다. 사나운 짐승처럼 사람의 생명 을 위협하지 않고, 여름 저녁 어김없이 찾아드는 모기처럼 귀찮지 않고, 시원한 그늘과 은은한 향으로 하루의 시름을 달래주면서도 사랑과 관심을 강요하지 않은 채 묵묵히 우리 곁을 지켜왔 다. 의식주가 식물 없이 가능할까. 집짓는 목재가 되어주고, 식량을 주고, 그늘을 제공하며, 옷 지을 섬유에 염료에 약까지 만들어 주었다.
이 점은 21세기 현재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식물 없이도 생존이 가능한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사람이 과연 그런 세상을 바라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최근에 본 암울한 영화“The road”에서는 식물이 모두 죽어간 참혹한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또 다른 영화 아바타에서 인간이 마지막 희망으로 찾아간 판도라 행성은 듣도 보도 못한 황홀한 식물들로 가득했다. 이렇듯 식물은‘good guy’로 우리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다.
인간의 관점에서 식물의 이용성을 기준으로 하여 식물을 분류할 때 대개는 식용식물, 소재 및 자재식물, 커피나 차와 같은 기호식물, 약용식물, 에너지 식물, 그리고 원예식물로 나누었다. 물론 이에 의거하여 식물이 엄격히 분리되어 식용, 약용, 정원용이 전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대개는 한 가지 식물이 여러 기능을 동시에 가지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우리에게는 오동나무를 정원에 심어 두었다가 딸이 출가할 때 장을 짜주는 아름답고도 현명한 풍습이 있었다. 오동나무는 거문고 등의 악기를 만드는 재료로도 쓰였다. 지금은 대량생산의 희생이 되고 있지만 각종 유실수야 말로 봄에는 아름다운 꽃을,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가을에는 향기로운 열매를 제공하는 다기능 나무의 대표가 아닌가 싶다. 궁한 겨울에는 땔감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우리 식탁에 늘 오르는 나물의 대부분이 정원에 심으면 훌륭한 원예식물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허브나 약초 역시 유용한 만큼 아름다워서 최근 들어 허브가든, 약초원 등을 테마로 한 정원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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