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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로 보는 조경이야기(5): Villa Savoye, 채워진 것과 비워진 것(2)
  • 환경과조경 2010년 8월

영화 똥파리에서 마지막 장면의 쇼트들은 사건의 시간상 흐름과 무관하게, 행복과 슬픔이라는 상반된 ‘속성’이 서로 엇갈려 충돌되도록 교차 편집되었다. 필자는 묻고 싶다. 만일 정상적인 시간의 순서대로 화면을 편집했다면 이러한 격렬한 “의미의 발화”가 가능했을까? 오히려 가장 슬프고 처절한 장면을 가장 행복한 순간의 한가운데에 집어넣은 것을 통해—소위 말하는 편집의 힘, 혹은 구성의 힘(여기에는 감독이 탁월하게 선택한 사운드효과까지 포함됨은 두말할 나위 없다.)에 의해—비로소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영화적 경험이 가능한 것이라 믿는다. 성공적인 작품에는 이렇듯 작품 스스로 말하는 힘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발견은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거나, 작가나 비평의 틀을 통해 작품을 보고자 했기 때문에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도 아니면 텍스트의 빈약함—혹은 방대함—을 핑계로 안 보는 것이든지…… 어찌되었든, 영화 ‘똥파리’는, 과연 감독의 연출역량을 여실히 드러내는 명작이라 하겠다.

염화미소(拈華微笑)라 하던가, 분야에 상관없이 일정 경지에 이르러서는 이심전심으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다. 영화 똥파리에서 보이는, 작품이 스스로 말하도록 하는, 소위 작품 안에 내재된 ‘구조적인 장치’들, 이것은 전편을 통해 예고했던 빌라 사보아(Villa Savoye)에서도 마찬가지의 비슷한 수법으로 명쾌하게 드러나고 있다.

물론, 영화읽기와 공간읽기는 다르다. 영화는 시간의 예술이어서 시퀀스를 기준하여 수월하게 읽어볼 수 있지만, 공간에서의 경험을 읽어내는 것은 적지 않은 수고와 인내를 필요로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 성급함을 버리고 차분하고 꼼꼼하게 추리를 해보도록 하자.

이 주택을 처음 대하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빌라 사보아는 1926년에 은행가 사보아(Savoye) 씨를 위해서 근대건축의 거장 르 꼬르뷔제(Le Corbusier)가 설계하여 1929년에 완공한 집이다. 파리의 북서쪽 소도시 Poissy의 수목이 울창한 공원 안 골짜기 정상에 위치한 대지는 넓은 목초지와 과수원이 둥근 언덕을 이루고 있으며, 수목을 경계로 하는 대지 모양은 불규칙하며, 북서쪽으로 시원스런 조망조건을 가지고 있다. 건물자체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을 들자면, 메인 플로어가 되는 매스를 과감하게 구분하여 상부의 2층으로 들어올리고 그 아래 1층의 매스는 자동차의 진입궤적을 그대로 반영하여‘파내어져 있다’는 것이다. 1층의 소위 ‘파묻혀진 드롭존(drop zone)’에서 하차하여 문을 열면 주공간인 2층으로 안내하는 램프를 통해 곧바로 메인 플로어로 도달하게 된다. 1층은 하인들, 즉 서비스를 위한 공간이고, 주인은 2층의 매스(mass)위에서 들어올려진 정원과 함께 생활한다는 아이디어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2층은 오로지 주인만을 위한, 들어올려진 ‘땅’으로 주인가족을 위한 방들, 외부공간들이 배치되어 있다.


사진 1. Villa Savoye, Poissy, Le Corbusier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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