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스튜디오 101, 설계를 묻다(1)
  • 환경과조경 2009년 1월
프롤로그: 열두 가지 키워드를 위한 질문들

연재의 발단

설계사무실을 떠나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조경설계를 가르친 지 3년이 지났다. 4년차면 사무실 직급으로 따지면 대리급이다. 대리급이면 일도 좀 익숙해지고, 사무실 돌아가는 것도 보이는 시기이다. 오랜 시간동안 쌓아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설계 교수에 데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스스로도 배우는 좌충우돌의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대리급이지만 나름대로 요령도 생겼고, 설계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은 욕구도 생긴다. 수업 노트와 프로젝트 노트 등을 주섬주섬 챙겨보면서 사방에 흩어져있는 단상들을 어떻게 꿰맬지 골똘해진다. 알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부터 정리를 시작한다.

좋은 설계란 무엇인가? 개념이 좋은 설계는 좋은 결과를 낳는가? 설계과정이 체계적이지 않더라도 결과물이 훌륭하면 상관없이 좋은 설계인가? 설계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좋은 설계인가, 아니면 공간을 이용하거나 설계를 읽는 타인들과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무난함이 좋은 설계의 기준인가? 설계는 논리인가, 아니면 직관인가? 설계가 직관이라면 이는 어떻게 교육되어질 수 있는가? 설계는 교육체계에 따라 누구나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인가, 아니면 끼 있는 소수가 도제에 의해 전문인으로 자라나는 분야인가? 좋은 공간이란 무엇인가? 공간의 어떤 요소들이 인식의 질을 좌우하는가? 좋은 공간의 성분은 분석 되거나 계량화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어머니의 손맛처럼 쉽게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인가?…… 끝없는 질문이 이어진다. 결국 3년간 설계하는 해법을 학생들에게 제시하였지만, 스스로에게는 물음표만 잔뜩 만들어놓은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정리의 방식을 놓고 고민 중이던 차에 멍석을 깔아준 <환경과조경> 덕에 필자와 비슷한 고민·공감을 하고 있던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아연 교수와 함께 앞으로 1년여 동안 책상 위에 어지럽게 벌여놓은 다양한 설계 이슈 더미들을 정리해볼 참이다. 지극히 필자들을 위한 개인적인 작업이지만, 이 작업을 노출시킴으로서 우리의 고민을 공유하고 설계 동네의 가벼운 화두를 제공하는 조그마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화두를 찾는 질문들

설계자가 갖춰야할 내공의 항목은 참으로 많다. 무슨 팔방미인, 만물박사도 아닌데 알아야 할 것, 갖춰야 할 것이 수두룩하다. 뿐만 아니라 설계를 진행하면서 과정마다 확신에 가득 찬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야가 뿌연 상태에서 운전하는 듯한 설계작업에 대한 이런저런 넋두리를 풀어가기 위해 먼저 설계과정 중 일반적으로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는 열두 개의 키워드를 선정하고자 한다. 12라는 숫자에 큰 의미는 없다. 1년간의 연재기간을 염두에 두었을 뿐……. 이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김아연 교수와 함께 격월로 설계 이야기를 전개해갈 참이다. 이론으로 정립될 만한 교과서적 내용이나 거대담론을 다루기보다는 설계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개인적인 설계 사고에 대해 담담하게 일기 같은 글을 적어 내려갈 것이다. 키워드는 실제적인 설계과정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이론적인 사고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다뤄질 키워드의 순서가 중요도나 설계 순서와 연관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작위로 당 월의 필자에 의해 선정될 것이며, 연재를 마감하는 에필로그에서 쌓여진 설계단상을 정리 차원에서 범주화나 체계화를 시도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제 키워드 선정을 위한 질문을 시작한다.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