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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 사람의 심장을 뚫어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면
  • 환경과조경 2008년 3월

우리나라의 강 주변에는 수천수만 년 동안 켜켜이 퇴적되어 있는 선사유적(구석기·신석기· 청동기유적)이 존재한다. 그리고 역사시대의 주요 교통로였던 강줄기를 따라 수로를 확보하기 위한 토목공사의 기법들이나 방어를 위한 성곽, 진지와 고분군, 승병들이 거주했던 사찰터, 사찰의 주요 문화재, 강을 따라 형성되었던 역사문화유적과 생활문화유적(목계장터 및 나루터 등)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유적지들은 과거의 역사와 건축기법들을 보여주는 곳으로 강 주변에는 고고학·미술사학·민속학·지질구조학·동식물학·건축학적인 문화유산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강에 운하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유적을 훼손하는 것으로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이 하는 역사왜곡보다 더 무서운 역사 문화 말살인 것이다.

문화재청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한반도대운하 예정지 주변의 지정문화재(국가·시도 지정)는 72곳(한강·낙동강 주변 반경 500m 이내 지역)이며, 매장문화재는 177여 곳(한강·낙동강 유역 반경 100m 이내 지역)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 내용은 한반도대운하 전체의 문화유적이 아닌 한강·낙동강 등 경부운하 주변에 있는 지정 및 매장문화재 분포다. 실제 한반도대운하 2,100㎞에는 수천, 혹은 수만의 문화유적이 분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번 보고는 정밀도가 낮은 기존 문화재 분포지도만 대상으로 보고한 자료이기 때문에 실제 한강과 낙동강 주변에 대한 정밀 문화재 조사를 할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문화유적이 분포할 수 있다. 또한 실제 운하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터미널·갑문·수중보·연결도로·편의시설·관광단지 등을 포함할 경우 문화유적 분포 반경 면적은 1㎞가 될지 수㎞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므로 매장문화재 분포지역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수백, 수천년을 제 자리에서 이어온 역사문화 유적은 본래 자리에 있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해당 문화재를 함부로 이전하는 것은 역사 파괴행위이므로 가능하면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재 존재하는 역사문화 유적을 당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이리저리 옮기는 것은 역사와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나라 강은 수 만년을 흘러오면서 유역의 형태가 변화되었다. 따라서 선사시대 및 역사시대의 생활 유적이 유역 변경에 따라 하상으로 유입돼 매장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륙 포구(목계 나루터 등) 주변에는 생활 민속 유적들이 매장되어 있을 수 있다. 위와 같이 문화재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수중 지역들도 필요하면 발굴조사를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발굴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 쪽은 한반도대운하를 문화적 물길로 복원해 세계 수준의 관광자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란다. 하지만 이 계획은 운하가 뻗어가며 도미노처럼 훼손될 수밖에 없는 지역 주민의 살림과 문화유산 그리고 생태계 파괴에 눈을 질끈 감고 있다. 게다가 개발 이익은 지역 주민이 아닌 타지의 부동산 자본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관광운하는 관광산업 육성을 취지로 한다고 돼 있으나 내용을 뜯어보면 민생형 다목적 담수호가 많은 내륙 물길과 어울릴 수 없는 크루즈관광, 적자 산업인 컨벤션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개발이익을 취할 수 있는 건설자본만 배불릴 공약이 문화정책으로 버젓이 논의된 것이며, 유네스코에서 권장하는 에코형 관광과도 거리가 먼 것이다.


글 _ 황 평 우 Hwang Pyeong Woo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문화재청 문화경관분야 문화재전문위원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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