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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파한(2)
  • 환경과조경 2004년 6월
- 회교의 화려한 정원문화를 꽃피운 정원도시 -
 이란(Iran)의 중앙부에 입지한 이스파한(Isfahan)은 1501년에 수립된 사파비(Safavid)왕조의 압바스(Abbas, 재위 1587-1629) 1세에 의해 1597년에 수도가 되면서 역사의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스파한은 현 수도인 테헤란(Teheran)으로 수도가 옮겨질 때까지 200여 년간 이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이었다.
 이슬람(Islam)문화의 최전성기를 구가했던 압바스 1세에 의해 축조된 계획도시 이스파한의 개념은 고대 페르시아(Persia)제국이 꿈꿨던 천국과 코란(Koran)에 묘사된 낙원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삶의 쉼터이자 영혼의 안식처로서 정원은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천국과 낙원을 의미하는 여러 작은 정원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정원으로 전개되었다. 이스파한이 “회교(回敎)의 화려한 정원문화를 꽃피운 정원도시(庭園都市)”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도시의 중앙대로인 남북방향의 ‘차하르 바그로(Chahar Bagh Avenue)’는 차량이 통행하는 주간선도로(主幹線道路)로서의 역할과 함께 도시의 남북을 연결하는 거대한 녹지축(綠地軸)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스케일(Scale)상의 차이는 있지만 서울과 비교하면, 세종로(世宗路),태평로(太平路),남대문(南大門),한강로(漢江路),한강대교(漢江大橋)를 잇는 길이 차하르 바그로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한강은 이스파한의 젖줄이자 도시를 동서로 가르는 ‘자얀데(Zayandeh)강’에, 한강대교는 아름다운 아치(Arch)형상의 33개 교각(橋脚)이 인상적인 ‘시오세(Si-o-se)다리’에 해당한다. 세종로가 조선왕조의 경복궁(景福宮)에서 시작하듯, 차하르 바그로의 북쪽 끝은 이스파한의 찬란한 시대를 열었던 사파비왕조의 궁궐이 있던 곳이다.
 당시의 영화(榮華)를 과시했던 300여 개의 건물들은 대부분 그 흔적만을 남긴 채 사라져 버리고 지금은 숲이 우거진 공원으로 개방되어 있다. 공원의 중앙에는 ‘하스트 베헤스트(Hasht Behesht)’라 불리는 2층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1669년 술레이만(Suleiman)의 거주처로 만들어졌는데, 궁정건물로는 비교적 작은 건물이지만 보존상태는 가장 양호한 건물이다. ‘하스트(Hasht)’는 ‘8(Eight)’을 ‘베헤스트(Behesht)’는 ‘낙원(Paradise)’을 뜻하는데, 건물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방대칭의 건축구조를 보이고 있다. 하스트 베헤스트 인근에는 조경서적에 그 이름이 빠지지 않는 유명한 ‘체헬 소툰(Chehel Sotun)’이 자리잡고 있다. 그 위치는 차하르 바그로와 이맘광장(Meidan-e-Imam)의 중간이 된다. 압바스 2세가 건설했다는 체헬 소툰의 착공시기는 정확치 않으나, 1647년에 완공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건물은 압바스 2세가 신하나 외국사신들을 접견하고 향연을 베풀던 장소로, 경복궁으로 치면 경회루(慶會樓)에 해당하는 곳이다. 지금은 페르시아양식의 진귀한 그림과 도자기를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물의 이름에서 ‘체헬(Chehel)’은 ‘40(Forty)’을 ‘소툰(Sotun)’은 ‘기둥(Column)’을 뜻하므로, ‘체헬 소툰(Chehel Sotun)’은 “40개의 기둥이 있는 건물” 즉 ‘40주궁(40柱宮, Pavilion with Forty Columns)’으로 번역된다.
 체헬 소툰의 입구는 테라스(Terrace)를 갖는 홀(Hall)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입구는 20개에 이르는 우아한 목재 기둥들이 지붕을 떠받고 있어, 열린 느낌을 표출하는 공간을 이루고 있다. 목재 기둥은 3줄로 6개씩 18개에다 끝줄의 입구에 있는 2개를 합쳐 모두 20개가 된다. 테라스 앞으로는 장방형을 보이는 잔잔한 연못이 펼쳐져 있어, 이 20개의 기둥을 그대로 수면에 드리우게 한다. 이를 거울효과(Mirror Effect)라 하던가? 이로써 40개의 기둥을 갖는 건물이 만들어지게 되고, 40주궁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기둥은 플라타너스(Platanus, Plane Tree)를 통으로 자르고 정교하게 조각해 만들었는데, 당시 체나르(Chenar)로 불렸던 플라타너스는 차하르 바그로를 비롯한 이슬람의 정원에서 가로수나 녹음수로 사용된 대표적인 수종이었다.


강 철 기 Kang, Cheol Gi 
경상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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