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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스투어헤드(Stourhead)
  • 환경과조경 2004년 10월
 스투어헤드와 헨리 호어 가문 런던에서 차량으로 2시간 정도 가면 스톤헨지가 있는 윌트셔 지방의 스타우어턴 마을에서 18세기 영국정원을 대표하는 스투어헤드를 찾을 수 있다. 스투어헤드 역시 National Trust가 관리하는 영국정원이다.
 스타우어턴 마을은 원래 스타우어턴 가문의 터전이었다. 1448년 존 스타우어턴 경이 이 곳에 경계를 치고 공원을 조성하였지만, 1704년 가문이 몰락하면서 1717년 은행가인 헨리 호어가 이 토지를 매입하게 된다. 1725년 헨리 호어가 죽고 아들인 헨리 호어 2세가 20세의 나이로 이 땅을 물려받게 된다. 젊은 시절 헨리 호어 2세는 은행일에 별 관심이 없었고, 이 곳에 머물지도 않았다. 40세가 되면서 은행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스투어헤드에 정착하게 되었다.
 이후 그는 1744년에서 1780년까지 정원을 점차 완성해갔다. 그의 개인적 삶은 행복하지 못했다. 두 번째 부인은 그의 나이 40세 전에 죽었고, 이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다. 그는 두 딸과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은 이태리여행을 하다 천연두로 젊은 나이에 죽게 된다. 정원을 만드는 데 온갖 심혈을 기울인 것도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달래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헨리 호어 2세가 정원을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는 이태리 여행에서 비롯된다. 그의 아내가 죽자 그는 3년 동안 이태리로 그랜드투어(당시 유럽 지식인들은 문명의 발상지인 이태리로 여행하는 것이 유행이었다)를 한다. 이 곳에서 이태리 풍경을 그린 클로드 로랭, 니콜라스 푸생, 가스파르 푸생 등의 풍경화에 감명을 받고, 이것들을 수집하였다. 로랭과 푸생의 회화가 포착한 풍경은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이었고, 이 풍경화 안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가 가상적인 이미지로 첨가되곤 하였다. 이 화가들의 덕택으로 당대의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 뜨게 되었다.
 헨리 호어 2세는 스투어헤드로 돌아온 후 풍경화의 이미지를 정원 속에 형상화하고자 하였다. 클로드나 가스파르의 꿈은 영국 귀족의 소유지 내의 정원 속에 작은 자연으로 되살아났다. 미술사학자 곰브리치는 영국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 속에는 화가의 사인이 들어갈 만 하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실제로 헨리 호어 2세는 가스파르와 푸생의 그림을 소유하였고, 정원의 어떤 지점은 ‘매혹적인 가스파르의 그림’을 닮고 있다고 말하였다. 소위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드는 시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정원의 입구에서 보는 팔라디오 다리를 지나 판테온을 바라보는 풍경은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 걸려있는 클로드 로랭의 ‘Coast View of Delos with Aeneas’와 너무나도 유사하다(헨리 호어 2세가 이 그림을 보았는지는 확인 할 수 없다).
 스투어헤드 정원의 곳곳에는 18세기 이 곳에서 풍경을 그린 화가들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예전의 풍경화의 이미지는 현재의 정원 모습과 거의 유사하다. 풍경화는 정원을 낳고, 정원은 다시 풍경화를 낳았다. 헨리 호어 2세가 죽은 후 손자인 리처드 콜트 호어경이 스투어헤드를 물려받았다. 그는 이 곳을 물려주며 가업인 은행사업에 스투어헤드를 담보로 삼을 수 없음을 유서에 명시했다. 그는 친구인 챨스 해밀톤의 풍경식정원 페인스힐이 사업의 실패로 다른 사람에게 팔려나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스투어헤드의 운명을 걱정했다. 콜트 호어경은 정원의 원형을 가능한 한 보존했고, 정원에 액센트를 주는 초화류 등의 식재를 보강하기만 했다. 이후 몇 대를 걸쳐 이어 내려오다 헨리 호어 6세는 유일한 상속자인 아들이 죽자 1936년 National Trust로 스투어헤드를 기부하였다. 헨리 호어 6세의 부인인 알다는 스투어헤드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다. “나는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을 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들이 이 곳에서 스스로를 즐기는 것을 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누구도 이 곳을 문 닫게 할 권리는 없다. 우리의 후손들도 이 곳을 보고 즐기기를 바란다.” 이렇게 영국 귀족의 개인 정원이 공공을 위해 기부되면서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오늘날에도 18세기의 정원을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축복을 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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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 스투어헤드 호레이스 월폴은 ‘정원술은 시와 회화와 겨루는 자매예술’이라고 했다. 스투어헤드는 문학적 텍스트와 회화적 이미지가 교직되고 있는 대표적인 영국 정원이다. 아울러 스투우헤드는 영국에서 다양한 식물상을 관찰할 수 있는 정원이기도 하다.
 스투어헤드는 다양한 얼굴을 지닌 정원이다. 방문객은 각기 다른 관심으로 이 곳을 찾기도 한다. 정원의 식물책을 들고 관람하는 사람들, 지적인 알레고리를 해독하려는 방문객들, 그저 한가로이 산책하는 사람들. 저마다 스투어헤드라는 정원의 두께를 한겹씩 벗겨내며 이 곳에서 머문다. 스투어헤드는 또한 풍경화를 그리기에 좋은 곳이기도 한다. 전경, 중경, 후경의 깊이가 곳곳에 숨어 있고, 자연과 대비되는 건축물이 풍경화 그리기에 좋은 구도를 형성한다. 계절별로 풍경화를 그리는 이벤트도 펼쳐진다. 5-6월에는 화려한 형형색색의 초화류로, 9-10월에는 갖가지 단풍으로 스투어헤드의 모습은 변신한다. 스투어헤드를 찾을 때는 풀발에서 피크닉 준비를 해도 좋을 듯하다.


조 경 진 Zoh, Kyung Jin
서울시립대학교 건축도시조경학부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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