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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지구인들로부터 공원을 빼앗는 몇 가지 방법
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
  • 환경과조경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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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공원이 있는/없는 미래 2105’ 공모전 포스터

 

 

‘공원이 있는/없는 미래 2105Our Future With/Without Parks 2105’2를 다루고자 했을 때―공원이 없는 미래라니, 매력적이지 않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공원이 없는, 즉 공원이 죽은 미래를 그린 수상작들을 만나볼 수 있길 바랐다(그림1). 발칙한 생각이지만 그 편이 훨씬 흥미로울 것 같았다. 누군가의 밥벌이meal-ticket가 될 수도 있는 공원이 죽었으면 좋겠다니. 어쨌든 한껏 기대하고 있던 중에 도쿄에서 문자 하나가 도착한다. “공모전 관련 단행본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자료를 공개할 수 없음.” 공원 이용 실적이 저조한, 공원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은 에디터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다. 이것 말고는 쓸 것도 없었으니까. 결국 손에 쥐어진 자료라고는 작품 전시 당시 일본 리포터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저화질의 패널 사진―제목과 메인 조감 이미지, 개념 다이어그램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이 전부. 확실한 것은 ‘만화적 상상’이 엿보이는 11개 공원 시나리오가 도시 인구 밀도,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 지진과 쓰나미 등의 재해, 에너지 부족과 같은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대응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뭔가 부족하다. 미처 읽어내지 못한 ‘만화적 상상’이 더 필요하다. ‘누가(수상자) 어떤 이유로 공원을 미래 지구인들로부터 빼앗으려 한 걸까’ 물론 이러한 만화적 상상에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상을 좋아한 건축가 히메네스 라이Jimenez Lai는 “만화는 창작을 토대로 해야 성공적이지만 이야기 순서를 유지해야 하는 갈등, 또는 만화 전체에서 모든 것이 이치에 맞아야만 하는 ―즉 등장인물이 동시에 두 장소에 있을 순없다―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어떤 결말을 맺을지 알 수 없는 이야기에도 복수의 타임라인이 존재할 수 없다.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피해자, 사건 장소, 용의자, 모티브, 살해 도구, 추정 사망 시각 등의 희미한 단서를 단 하나의 연속적인 이야기 속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범죄자의 심리에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라면 어떻게 미래의 지구인들로부터 공원을 빼앗으려 할까’ 이 공원 이야기는 미래 도시와 공원에 대한 복수의 세계관multiverse이 단일 연속선상의 어느 한 순간을 구성하며 하나의 타임라인을 구성하게 될 것universe이라는 “주관적이고 특수한” 만화적 상상을 바탕으로 한다. 즉, ‘공원이 없는 미래’를 그린 공모 작품과 현대 도시를 대체할 새로운 땅에 대한 현재진행형 세계관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상상은 가상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다. 참고를 했든 인용을 했든 아류작이건 반복이든 간에 전에 본 적 있는 것들의 재배치를 이해할 수 있을 까?3 그리고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의 끝에서 ‘당신의 공원’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프롤로그

이름 없는 어느 은하의 언저리에 자리한 한 술집에 손님(구매자)이 들어온다. 우주 쓰레기 더미 속에 감춰진이 술집에서는 우주 문명에 대한 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문명 거래는 대부분 고고학자들이 진행하며, 품목은 대개 소유권이 소멸한 공간이다. 그런데 이 소유권을 소멸시키기까지가 참 고되다. 문명권 모두에게 버림받았다고 판단되어야 소유권이 소멸한다. 고고학자가 술집에 들어선다. 드디어 한 문명이 소유권을 포기한 듯하다. 품목명은 ‘인류의 도시 공원.’


Do-or-Die

“인간의 창의성이나 동기 부여는 그 상황이 ‘죽음과 같은 극한 상황do-or-die’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발휘된다.”


Clip#1

오늘은 또 뭘 들고 왔지(구매자)? 인류의 마지막 도시 공원(고고학자). 도시 공원? 인류의 주거지 속 낙원이랄까. 인류의 기술 개발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도시에 인간이 밀려들면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공간적 처방이었다는군. 아무튼 한동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품이었지. 크기와 형태가 다양했고 보통 녹색 생명이 가득한 공간이었는데, 인류의 시간으로 약 100년 간 아주 잘 팔렸어. 아주 잘 팔렸다면 여기 있을 수 없는 거 아닌가? 소유권이 남아 있는 공간을 거래했다간…. 그건 이야기를 다 듣고 판단하도록 해. 내 얘기가 맘에 들면 사고, 아님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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