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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정원
A Garden Design for Revival 하명종+신상섭+정룡, 중국 국제원림박람회 당선
  • 하명종
  • 환경과조경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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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정부가 주최하고 중국풍경원림학회 등이 주관한 ‘국제원림박람회 설계공모전’에서 하명종(AIN Associates 대표)+신상섭(우석대학교 교수)+정룡(람정제주개발)컨소시엄의 ‘부활의 정원’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30여개 국가에서 900여 작품이 출품된 이번 공모전은 ‘생태 원림, 그린 생활’이라는 주제 아래 쓰레기 매립장에 대한 생태적·경관적·문화적 재생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하명종 컨소시엄의 작품 외에 중국의 ‘The Regrowth Garden(張建林)’, 미국의 ‘Happy Valley Garden(Christopher Counts)’, 독일의 ‘Green Water Vortex (Staffan Robel) 등 9개 당선작은 향후 1년간 실시설계 및 시공 과정을 거쳐 ‘2015 중국 무한 국제정원박람회’에 설치된다. 이 박람회는 2015년 9월말부터 2016년 4월말까지 중국 호북성 무한시武漢市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본지는 당선자인 하명종 대표로부터 작품 소개글을 받아 수록한다. - 편집자 주


궁궐이나 사대부집의 조경을 우리의 조경이라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은 일부분일 뿐 결코 우리를 대표하는 조경이라 할 수 없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은 오히려 소박한 가옥 안에, 투박한 장독대 밑에 내재되어 있다. 앞마당과 뒤뜰, 초정과 연못, 돌탑 등 우리의 정서를 자극하는 장소에는 우리 조상들의 자연을 대하는 지혜가 담겨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 상극하는 행위를 지양했다. 모든 건축과 조경 행위에는 자연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자연 존중 사상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부활의 정원’에 담고자 한 것은 바로 이 자연 존중 사상이다.

우리가 제시하는 정원은 쓰레기 매립장 위에서 자연과 함께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이 정원은 사람을 다시금평화롭고 여유롭게 만드는 공간, 즉 부활의 정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정원에 담긴 겸손, 소박, 해학, 넉넉한 품성 등을 생태 미학과 연계시켰다. 한국적 정원 요소들을 모티브로 하여 인공적인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친환경적으로 제작한 제반 구조물은 그 자체로서 비오톱의 기능을 담당하며 지속가능성을 가진다.


자연 앞에서의 겸손

우리는 자연에 기대고자 하는 요소들을 나열함으로써 자연 앞에서 한없이 낮아지기를 소망했다. 가공하지 않은 돌, 나무, 억새 등 화려하지 않은 식물들로 마당을 꾸몄다. 기초를 엉성하게 한 돌담을 두르고 장작더미를 쌓은 것 같은 목담도 마련했다. 세월이 흐르면 이 목담은 생명들의 귀중한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텃밭도 갖추었다. 텃밭은 인간의 욕심이 개입되지 않은 자연과 인간의 공생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의 초가를 모티브로 한 초당과 초정은 지붕에 빗물저장고를 설치하여 저면관수底面灌水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억새, 금낭화 등 초화류를 심었다. 혹시 한 달 이상의 가뭄이 지속되면 지붕에 물을 뿌려 빗물저장고를 채워주면 그만이다. 작은 생태 연못을 마련하고 그 초입에 옥류천을 설치하였다. 옥류천은 암반을 타고 흐른다. 작은 물줄기가 공명통을 울리며 물소리를 내고, 바람에 사각대는 대나무 잎사귀 소리와 어울린다. 울타리는 나뭇가지로 둘렀다. 돌담도 좋고, 흙담도 좋지만, 가장 소박하고 겸손한 형태를 취했다. 담은 상징적 경계의 의미만으로도 충분하다. 초당에는 연기를 피웠다. 아침저녁으로 오르는 연기는 집안의 평안을 의미한다. 뒤꼍에는 닭장을 만들고 살아 있는 닭 두 마리를 두었다. 평화로 이 모이를 줍는 이들은 작은 마당 생태계의 조절자 역할을 한다.


자연스러운 정원

부활의 정원은 저관리형으로 계획되었다. 연못의 물은 순환되어 증발량 정도의 공급이면 지속가능하다. 식물의 수분 공급은 가급적 빗물을 이용한다. 장독대의 옹기를 활용한 플랜터를 설치하고 저면관수 체계를 만들어 소박하고 지속가능한 체계의 녹색 공간을 창출한다. 조명은 초당 안을 밝히는 작은 등 하나면 족하다. 저녁 무렵 툇마루에 앉아 달과 별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 자연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하는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공간을 만드는 것은 눈에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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