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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담쟁이 발자국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요? 호랑이는 동물원에서만 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은 죽어서 확실히 이름을 남기긴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매체가 발달한 세상에서는 죽기 전에도 이미 이름을 알리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지요.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가 문제가 되긴 합니다만. 이름을 남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물리적인 존재는 사라지더라도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것일까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멋진 일이군요. 후세에까지 계속해서 그 사람의 업적을 기억하는 것이라니. 그러나 역시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럼 식물은 죽어서 가죽을 남길까요? 이름을 남길까요? 글쎄요… 이 사진을 보니 식물은 발자국을 남긴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발자국? 네. 맞습니다. 발자국. 우리가 벽면을 녹화할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소재라면 역시 담쟁이를 떠올리시겠지요? 송악이나 인동 같은 덩굴도 있다지만 역시 담쟁이가 가장 친숙한 소재입니다. 한여름 벽면을 풍성하게 채운 모습이나 가을에 담을 온통 붉게 물들인 모습은 정말 운치가 있지요. 특히 벽돌건물에 담쟁이덩굴은 정말 잘 어울립니다. 시각적인 측면과 아울러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건물의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효과도 있다고 하니 여러 가지로 아주 훌륭한 소재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겨울철인데, 잎이 다 떨어지고 난 후에 남은 줄기들이 지저분하게 보이기도 해서 싫어하시는 분들도 꽤 많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겨울철이 되기 전에 소위 ‘관리’를 하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담쟁이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벽에 붙어 있는 덩굴 줄기를 떼어내 없애버리는 것이지요. 깨끗하게 보이라고. 제가 살던 아파트에서도 이렇게 관리를 했던 모양입니다. 하루는 무심코 옹벽 옆을 걸어가고 있는데, 새 발자국처럼 보이는 게 있었습니다. 이게 뭔가 싶어서 길을 멈춰서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더니, 그건 새 발자국이 아니라 덩굴식물의 발흡반이 남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제야 눈치를 챈 거죠. 이곳에 담쟁이가 있었다는 걸 말이죠. 담쟁이 줄기는 제거했는데 벽에 남은 발 부분은 다 없애질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야말로 담쟁이 발자국. 자세히 살펴보니 아주 재미있더군요. 걸어가는(?) 방향도 햇빛을 향해서 가는 것이 나름 이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보폭(?)이 일정한 것도 신기하기도 하고 말이죠. 콘크리트 표면의 기포 같은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기어이 한발 한발 전진하고 걸 상상하고 있자니 마치 살아 움직이는 동물을 추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이 녀석들이 이렇게 해서 담을 타고 올라가는구나.’ 그러면서 철컥! 바로 며칠 전 페이스북을 통해 읽은 글이 생각이 납니다. ‘사진을 취미로 선택하면 좋은 20가지 이유’라는 글이었죠. 20가지가 모두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 꽤 그럴듯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모르고 살았던 존재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저도 그런 편이지만, 참 요즘 사람들 바쁘게 살아갑니다. 작은 것에는 신경 쓸 짬이 없죠.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 때문인지 아니면 현대사회의 속도감 때문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 숨 쉴 틈 없이 일주일,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그래서 가끔은 좀 일부러 천천히 갈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작은 것, 우리가 미처 잘 몰랐던 것에도 관심을 두면서 말이죠. 어떤 시인이 이렇게 노래했다고 하지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봄이 되면 주변에 관심 둘 것들이 많아지지요? 카메라 얼른 찾으십시오. 그리고 주변을 산책이라도 하는 건 어떨까요?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2013년부터(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 [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지붕의 녹색 커튼
    1.초등학교옥상녹화 오키나와현 류큐마을의 녹색 식물 커튼 사진은 오키나와현 온나촌(沖縄県 恩納村)에 있는 류큐 마을(琉球村)의 건물이다. 가장 안쪽에는 가야부키(茅葺) 지붕의 건물이 있고, 절반의 초가와 절반의 기와를 사용한 변칙적인 지붕의 건물도 있다. 사진 오른쪽에는 넝쿨이 올라가고 있다. 이것은 물소를 기르는 커다란 외양간을 가리고 있는 모습의 일부이다. 이 넝쿨에는 연보라색 꽃이 많이 피어 있어서 매우 화려하다. 이 식물은 카이로나팔꽃이라 불리는 고구마속(Ipomoea)의 외래종이다. 원산지는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지역으로 전해지지만, 동남아시아에도 넓게 분포돼 있다. 오키나와의 도로변이나 수림지 등에서도 번성하고 있다. 병해충이 거의 없어서 잎이나 꽃의 상태도 깨끗하다. 류큐마을의 이 건물 넝쿨은 자연발생적으로 올라 간 것이 아니라 지붕을 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식재됐다. 사진의 변칙적인 지붕을 보면 넝쿨을 지지하는 와이어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넝쿨이 무성하게 자라서 건물 안쪽의 기초 구조가 잘 보이진 않지만, 여기에도 와이어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 지붕은 띠풀을 엮어서 만든 것이 아니다. 혹은 카이로나팔꽃의 얇은 가지가 오랜 세월 동안 겹겹이 쌓여서 띠풀을 엮은 형태가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이것을 가야부키 지붕이라고 믿고 있었으므로 가까이에서 확인하지는 않았다. 띠풀로 만들었든, 카이로나팔꽃이 쌓였든, 그대로는 꽤 궁상스럽게 보여야 할 지붕이 이렇게 식물로 가려져 품격 있는 오래된 민가로 보이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오키나와에서는 넝쿨식물로 지붕을 덮는 공법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담쟁이덩굴로 지붕을 모두 가린 민가는 나하(那覇) 시내에서도 볼 수 있고,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평지붕 위에 네트를 깔고, 쥐꼬리망초과 식물로 덮은 건물도 본 적이 있다. 공법적으로는 등나무 퍼걸러를 건물 위로 연결하거나 녹색 식물 커튼을 지붕까지 연장하는 것이 있다. 녹색 식물 커튼은 토양을 지붕 위에 두지 않아서, 적재하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따라서 적재하중의 여유가 없는 오래된 평지붕 구조의 건물이나, 프리패브 건물 등에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장 큰 문제점은 식물의 가는 가지가 겹겹이 지붕에 내려 쌓이는 점일 것 이다. 이러한 급경사 지붕이면 문제는 적지만, 평지붕 형태에서는 배수로의 배수성 확보가 어려워진다. 가는 가지를 없애는 등 배수로 주위의 관리로 장기간 배수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연 2회 청소는 필수적이다. 이 정도의 청소는 빌딩 유지관리 매뉴얼에도 반드시 기재돼 있지만, 실제로 실시하는 건물주는 찾기 힘들다. 이러한 유지관리에 대한 타협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도시녹화의 기법으로 보급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 한규희_ 어번닉스 대표, 일본 도시녹화기구 연구부 연구원
    • 야마다 히로유키 / 오사카부립대학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
  • [디자인 유랑 인 호주] 여행자를 걷게 만드는 다문화도시, 멜버른
    멜버른 풍경읽기 지난 2008년 10월의 한적한 오후, 인천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몸을 싣고 11시간의 여정 끝에 도착한 멜버른은 사실 내가 가장 처음으로 만난 호주였다. 이러한 설렘 덕분일까? 빅토리아풍 건축물 사이로 안개 자욱한 아침 풍경은 화려하기보다는 유럽의 여느 도시처럼 은은했고, 남반구의 초여름 날씨만을 생각하고 공항을 벗어난 나는 하루에도 십 수도가 오르내리는 일교차에 고생했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아련하다. 허겁지겁 옷가지를 추스르고 택시에 올라 도심으로 향하던 당시에는 초당 100원씩 올라가던 미터기가 배낭여행객인 나에게 무척이나 야속했지만, 굽어진 언덕 아래로 펼쳐진 도크랜드(Melbourne Docklands)의 풍광이 언짢은 마음을 어루만질 만큼 환상적이었다. 19세기 후반, 골드러시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며 호주 제2의 도시로 거듭난 멜버른은 채광업자와 노동자의 가혹한 탄압으로 태동한 유레카 혁명의 도시답게 거리를 거닐다 보면 멜버니언(Melbournian)이 사랑하는 광장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또한 중심업무지구인 허들 그리드(Huddle Grid)와 버려진 항만시설을 리노베이션한 도크랜드가 유일한 도심일 만큼, 1000만 명이 북적이는 서울에 비해 매우 소박한 풍경이다. 허들 그리드를 순환하는 35번 트램에 올라 도심 곳곳을 누비다 만나는 고풍스러운 거리나 야라 강(Yarra River)에서 호각에 맞춰 힘차게 노를 젓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멜버른만의 수수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모래알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마저 감미로운 세인트 킬다 해변(St. Kilda Beach)은 그들만의 안식처처럼 평온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석회암 절벽의 아름다운 풍치를 만끽할 수 있는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12사도 바위(The Twelve Apostles)와 원시림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오트웨이 국립공원 내 우듬지(Otway FlyTreetop Walk)도 경험해보길 바란다. 멜버른 산책 하나. 페더레이션 스퀘어 지난 2004년 방영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촬영지로 우리에게 친숙한 플린더스역(Flinders Street Station)을 둘러보다가 기차역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인파에 떠밀려 도착한 곳은 멜버른의 키 낮은 랜드마크인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였다. 3.6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의 이 연방 광장은 호주연방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내가 찾았던 당시의 광장 풍경은 멜버른 최고의 축제인 ‘멜버른 컵(Melbourne Cup)’이 열리던 날이라 그런지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행사와 대형 전광판을 통해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로 활기찼다. 중심업무지구와 야라 강(Yarra River) 사이의 좁은 부지에 위치한 이 시민광장은 인공지반에 조성된 공공 공간으로,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도시의 연료 공급을 담당하던 빅토리아 가스석유공사와 졸리몬트 철도부지, 프린스 브리지역이 자리하던 산업시설단지였다. 하지만 도시 미관을 해치는 낙후시설로 전락하면서 도심에서 야라 강으로의 접근을 단절시켰다. 구도심 내에는 시민을 위한 만남의 장소와 공공문화시설이 부족했다. 그래서 시정부는 멜버른의 관문으로서 시각적 경관을 회복하고 플린더스 스트리트와 야라 강의 연결을 촉진하기 위한 광장 조성 사업을 추진했고, 두 차례의 국제 현상공모를 통해 영국의 기반을 둔 랩건축사무소(Lab Architecture Studio)와 멜버른 지역 건축가인 베이츠 스마트(Bates Smart)의 컨소시엄의 설계안으로 결정됐다. 윤호준은 1982년생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서호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경 계획 및 설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북경공업대학교 성시건축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서호엔지니어링 북경지사에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환경과조경』과 『스테이플(STAPLE)』의 해외리포터(중국)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지난 2012년에 출간한 『디자인 유랑 인 유럽』이 있으며, 현재 『디자인 유랑 인 아시아』편을 준비 중이다.
  • [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4 에도 시대 말기의 정원(2)
    다이쓰지 정원 다이쓰지大通寺는 텐표天平 15년(743) 도다이지東大寺의 삼강三綱으로 있던 쇼텐(承天, 승천) 화상和尙이 고호잔(高峰山, 고봉산) 산꼭대기에 관세음보살을 봉안하고 개창開創한 절이다. 이때 쇼텐화상은 고호잔 산기슭에 흑송을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흑송을 심은 연유가 무엇이었는지 알려진 것이 없다. 이 절은 가마쿠라鎌倉 시대 초기에 고토바인後鳥羽院의 칙원사(치쿠간지, 勅願寺)가 되면서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으며, 에이쿄永享 원년(1429)에 월 계량국月溪良掬 선사에 의해 조동종 소속의 절로 종파를 바꾸었다. 현재의 가람은 호레키宝曆9년(1759)부터 칸세이寬政 말년(1800)까지 정비공사로 완성한 것이다. 가람의 정비와 더불어 정원의 조성도 이루어졌는데, 정원은 여러 건물이 정비되는 칸세이 5년 (1793)부터 분카文化 10년(1813)까지 21년간 지속해서 만들어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정원을 만든 이는 야카케矢掛에 거주하던 중서원병위中西源兵衛로, 다옥원병위茶屋源兵衛라는 별칭을 가졌는데, 이것을 보면 이 사람은 다정일미茶庭一味의 경지에 도달한 모양이다. 작정자인 중서원병위는 정원을 매우 좋아해 그가 살아있던 90세까지 관아락정거사觀阿楽庭居士라는 법명法名으로 불렸다고 한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p.192). 정원은 본당本堂인 방장方丈 건물에서 북쪽으로 돌출돼 건축한 개산당開山堂을 사이로 동쪽과 서쪽에 만들어진 까닭에 동쪽의 정원을 동정東庭, 서쪽의 정원을 서정西庭이라고 부른다. 정원 후면부는 본래의 지형을 이용해 1산, 2산, 3산이라고 부르는 3개의 산을 축산해 에도 말기의 축산 취향을 볼 수 있다. 개산당의 남북 축선을 연결하는 1산의 정상에는 삼존석조三尊石組를 배치했다. 이 삼존석조는 동서 양쪽 정원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어 어느 쪽 정원에서 보더라도 정원의 수직적 중심으로서의 상징성을 가진다. 동정은 방장 건물과 서원書院 건물의 후면부에 조성된 후정後庭에 해당한다. 툇마루에서 보면 좌측 축산 위에 삼존석조가 정상에 우뚝 솟아있고, 정면으로는 축산 상부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와 못 그리고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폭포는 축산의 상부로부터 흘러내려 온 물이 작은 못에 고였다가 다시 계류로 흐른 뒤 적당한 지점에 이르러 높지 않은 곳에서 떨어지도록 조성한 직폭 형태를 보인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다시 좁은 계류를 흘러 서정 쪽으로 흘러가서 작은 못에 입수된다. 축산의 중간 지점, 삼존석조 하부에는 양쪽 날갯돌을 가진 학석조鶴石組를 설치했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흐르는 계류 우측에는 학석조와 짝을 이뤄 구석조龜石組를 설치했다. 구석조는 못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출도 형식을 갖추고 있다. 서정은 동정으로부터 흘러넘친 물이 좁은 수로를 흐르다가 개산당 후면부를 지나면서 폭이 넓은 계류로 바뀌고, 이 물이 토교土橋 밑으로 조성한 수로를 통해서 못에 고이도록 만들어진 수체계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수로의 후면부에는 삼존석조와 연결되는 연산석조連山石組를 설치했는데, 이것은 오백나한에 해당하는 상징적의미가 있다. 요사채 바로 앞에 조성한 작은 못 위에는 얇은 판석으로 석교를 만들어 정원을 둘러보도록 동선을 연결하고 있다. 단순한 관상식이 아니라 회유식의 기능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이쓰지의 동정은 삼존석조, 폭포, 북(太鼓, 다이코)처럼 위로 휜 석교, 그리고 폭포를 반영하는 산등롱山燈籠이 작정을 위한 주요 요소가 된다. 이것을 보면 다이쓰지의 동정은 세이간지靑岸寺 정원의 구원실성(久遠実成, 온지쓰죠)을 연상시킨다. 전체적인 구성을 볼 때 이 정원은 단순히 산수화적인 풍경만이 아니라 선적禪的인 요소들이 잘표현된 선정禪庭으로서의 격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다이쓰지 정원의 전체 면적은 1150m2 정도로 넓지 않은 편인데, 정원의 후면부로 고호잔의 봉우리가 보여 정원의 범위를 먼 곳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 정원도 에도시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차경 기법을 적용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다이쓰지를 그린 옛 그림을 보면, 동정과 서정의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게 그려져 있어 이 정원의 원형이 잘 유지·보존돼 지금까지 이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에도 정원의 후면부에 고호잔의 봉우리를 강조해 그린 것을 보면, 정원의 조성에 있어서 차경 기법이 매우 중요하게 적용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 [식물 디자인의 발견] Case Study: 피에트 우돌프 자생력 강한 초원 식물 디자인
    19세기, 20세기의 식물 디자인의 전개 피에트 우돌프(1944~, 네덜란드, 원예가, 식물 디자이너)의 식물 디자인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가장 최근 식물 디자인 중의 하나다. 그의 식물 디자인이 태어나기까지는 앞선 19세기, 20세기에 활동했던 가든 디자이너들의 경향과 움직임이 큰 밑바탕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이 시기 영국에서는 거트루드 지킬Gertrude Jekyll(1843~1932, 영국, 가든 디자이너)에 의한 색으로 연출되는 식물 디자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이어 마저리 피시 Margery Fish(1892~1969, 영국, 정원사)가 큰 나무에서 발밑에 이르는 식물까지 수직(층)의 개념이 강조된 식물 디자인을 선보인다. 이때 영국의 식물 디자인은 인간에 의해 개발된 재배종과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외래식물 등의 구별 없이 관상용 식물에 집중됐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는 영국과는 다른 차원의 식물 디자인이 싹튼다. 빌리 랑에 Willy Lange(1864~1941, 독일, 가든 디자이너)는 “자생종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식물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런 자생종을 이용한 식물 디자인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칼 푀르스터 Karl Foerster(1874~1970, 독일, 식물 재배가) 의 공이 컸다. 그는 베를린에서 태어나 원예를 전공한 후 식물 재배 농장을 만들어 그동안 잡초로만 여겨졌던 갈대Grass sp.를 정원용 식물로 개발했다. 한편 네덜란드의 민 루이스 Mien Ruys(1904~1999, 네덜란드, 가든 디자이너)는 영국과 독일 그리고 모국인 네덜란드의 특징을 결합시킨 독창적인 가든 디자인의 세계를 선보였다. 그녀의 디자인은 간결, 단순하고 여백의 미를 잘 살리는 특징이 있다. 다년생 초본식물과 꽃을 피워내는 관목을 이용한 내추럴한 식물 디자인을 결합시킨 것으로 ‘모던 식물 디자인’의 세계를 열었다고 평가된다. 그녀로부터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이가 바로 피에트 우돌프다. 하지만 그는 루이스의 디자인에서 정형성을 벗어내고 자생종을 이용한 내추럴 식물 디자인을 극대화시킨 또 다른 차원을 만들어 내게 된다. 결론적으로 피에트 우돌프의 식물 디자인의 세계는 ‘초본식물을 이용한 색의 정원’을 연출했던 거트루드 지킬, ‘자생종을 활용한 식물 디자인’의 빌리 랑에와 칼 푀르스터, ‘미니멀리즘의 모던 식물 디자인 세계’를 연 민 루이스 등의 선배 디자이너의 축적된 디자인 노하우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개념을 이끌어 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초원으로부터의 배움 피에트 우돌프의 스승은 자연이었다. 그의 식물 디자인은 자연이 연출하고 있는 식물 디자인을 연구하는 것으로부터 식물 디자인 노하우를 만들어 나갔다. 그는 자연은 어떻게 식물을 분포시키는지, 어떻게 스스로 지속가능하게 생존이 가능한지, 그것을 우리 정원에서 연출할 방법은 없을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특히 그는 키 낮은 초본식물들이 무리를 지어 피어있는 초원(prairie)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어느 날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게 된 창밖의 초원에서 큰 영감을 얻게 된다. 초원엔 맨땅이 없을 정도로 풀이 가득했는데 그 풀들이 피워내는 꽃으로 사계절 그 색감이 달라지고 있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겨울이 되면 모든 것이 사라진 듯 황폐해지지만 다시 봄이 오면 초원의 모습을 되찾는 힘이었다. “어떻게 이런 지속성이 생기는 것일까?”, “어떻게 계절에 따라마치 누군가 일부러 연출한 것처럼 하나의 식물 무리가 꽃을 피우고 나면 다음 풀의 꽃이 올라오고 이런 시간의 디자인이 가능한 것일까?” 이런 의문의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그는 그간 전통적으로 만들어 왔던 인간의 정원과 초원에 많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피에트 우돌프는 이런 초원과 정원의 비교를 통해 정원의 화단을 초원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의 피에트 우돌프식 식물 디자인의 기초가 됐다. 지금은 피에트 우돌프 외에도 많은 가든 디자이너들이 이른바 ‘초원식물 디자인(Prairie Planting Design)’이라는 방식의 식물 디자인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피에트 우돌프식 식물 구성의 특성 피에트 우돌프의 식물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화단 전체가 어떤 모습을 갖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식물을 고른다. 그의 식물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다음 네 가지 원칙이다. 1) 자생가능한(spontaneity): 피에트 우돌프는 대부분 자생종 식물만을 사용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직접 씨를 뿌려 땅에서 발아를 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단 발아가 되면 이후는 인간의 특별한 물주기, 영양 공급하기 등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 진다. 2) 자유분방함(randomness): 특별한 형태와 구성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게 식물 심기를 연출한다. 이런 자유분방함은 키우고자 하는 식물의 씨앗을 엄선한 뒤 혼합시켜 뿌려주는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3) 고밀집(high density): 식물의 양을 많이 쓰기 때문에 식물들 스스로 경쟁을 하고, 그 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식물 스스로의 ‘질서’가 생긴다. 그리고 이런 치열한 자연 경쟁이 다른 잡초가 들어설 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게 한다. 4) 군락으로 심기(community planting): 개별적 식물 심기가 아니라 여러 종의 식물을 혼합시켜 하나의 군락을 만들고 이 군락을 반복해 준다. 이렇게 군락이 형성되면 이 안에서 작은 또 하나의 ‘생태 시스템’이 생겨난다. 피에트 우돌프의 식물 구성법 그렇다면 이렇게 식물 스스로 자생 가능한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식물을 심어야 하는 것일까? 피에트 우돌프는 식물을 크게 3가지의 그룹으로 나눴다. 1) 중점 식물(primary plants) 화단 속에서 가장 뚜렷한 특징을 잡아주는 식물로 이식물군을 반복시켜 화단의 특징을 선명하게 해 준다. ① 네덜란드의 반 베겔 가든(van Veggel garden)에 쓰인 중점식물군은 Hosta ‘Halcyon’(청록색의 잎), Aster oblongifolius (보라색 들국화), Polystichum set iferum (연초록의 고사리 잎), Polygoantum × hybridum (진초록의 잎과 흰방울 꽃), Tr icyr t i s formosana(연분홍의 난꽃), Salvia pratensis (보라색의 꼬리 형태의 꽃), Thalictrum delavayi (보라색 안개꽃 형태)의 혼합 심기였다. ② 위의 중점 식물들의 특징을 종합해 보면 보라, 분홍의 꽃과 다양한 톤의 초록 색상이 혼합돼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③ 더불어 이 중점 식물은 초여름, 여름, 늦여름, 초가을, 늦가을 등의 다섯 시기로 세분화돼 한꺼번에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피어날 수 있게 조율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④ 피에트 우돌프는 이런 식물을 도표화시켜 사계절 화단의 색상을 정확하게 예측한 뒤 디자인에 활용했다. 2) 바탕 식물(Matrix Planting) 좋은 바탕 식물은 조용하고, 부드럽고, 튀지 않는 형태를 지닌 식물군이 좋다. 피에트 우돌프는 이 바탕 식물로 ‘관상용 갈대종의 식물’을 선호했다. ① 피에트 우돌프가 선호한 식물종은 Miscanthus , Calamagrostis ‘Karl Foerster’, Deschampsia cespitosa, Molinia caerulea, Calamintha, Sporobolus heterolepis , Carex , Liriope, Luzula, Ophiopogon, Heuchera, Tellima, Epimedium, Saxifraga 등이다. ② 위의 바탕 식물군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이 갈대종의 식물이지만 그렇지 않은 Liriope, Ophiopogon, Heuchera , Tellima, Epimedium, Saxifraga, Calamintha 등도 보인다. 그러나 갈대종은 아니지만 ‘갈대와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③ 바탕 식물은 선명한 색상의 꽃보다는 풍성한 잎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식물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④ 피에트 우돌프는 갈대종 외에도 특별한 그룹의 바탕 식물군의 모델을 만들어 냈다. 그중에는 갈대종 보다는 촘촘한 잎을 지니고 있는 초본식물로 구성된 Geranium, Anemone, Amsonia, Eupatorium, Darmera peltata, Deschampsia ‘Goldtau’(솜털 모양의 갈대종), Aster tataricus , Briza media 등의 혼합식물군도 있다. ⑤ 중요한 점은 피에트 우돌프의 식물군 조합은 정원의 위치, 기후, 그곳에 어떤 식물이 자라고 있는지에 대한 자생종 조사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디자인 하는 정원마다 그 구성이 매우 달라진다는 점이다. 3) 흩뿌리는 식물군(Scatter Plants) 불규칙적으로 흩뿌리듯 연출하는 식물군을 말한다. ① 보통은 군으로 묶기보다는 개별 식물로 흩뿌려 주듯 심는 것이 특징이다. ② 흩뿌리는 식물은 꽃, 잎, 잎이 지고 난 후의 씨앗의 맺혀진 형태까지 다른 어떤 식물보다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고, 지속성이 가능한 식물로 선택된다. ③ Baptisia alba(연보라의 종꽃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형태), Macrophylla (프렌치 수국) 등이 있고, 작은 규모일 경우에는 Dianthus carthusianorum(키가 크게 올라오는 패랭이꽃)도 적합한 식물로 추천된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오경아, 사진 임종기[email protected] / 오경아가든디자인연구소 대표
  • [식재기법] 그늘정원 조성 기법(3) 이끼정원의 조성 원리
    지금까지 우리에게 그늘은 그저 식재 조건이 열악한 공간 정도로 인식됐다. 그늘정원이라는 개념이 일부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소재가 빈약하고, 많은 경우 그늘에 적응력이 뛰어난 맥문동, 비비추 등의 일부 음지성 초본류들을 군식하는 정도에서 끝이 나고는 한다. 그러나 자연 숲의 생태가 기후대와 천이 과정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듯 그늘정원도 그 소재와 주제가 무궁무진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여러 가지 주제의 그늘정원을 계획하고 조성해 왔으며 현재도 새로운 그늘정원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그늘정원의 주제를 살펴보면 고요하고 깊은 사색을 주는 이끼정원(Moss Garden), 원시적 형태미와 풍성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양치식물원(Fern Garden), 화려한 색감의 만병초원(Rhododendron Garden), 여름의 꽃밭 수국원(Hydrangea Garden) 등을 들 수 있다. 모두 다른 계절, 다른 느낌의 그늘정원으로 각각 독립된 주제정원으로서의 역할과 가치가 확고하다. 특정 식물을 주제로 하는 경우 외에도 식물을 어떻게 조합하고 배식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분위기의 그늘 정원을 계획할 수 있다. 숲을 기반으로 하되 그 형태와 디자인은 결국 정원을 계획하고 만드는 사람의 몫 이다. 여기서는 몇 가지 대표적인 그늘정원의 사례를 통해 그늘정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생태적 접근 방법과 기본적인 조성 원리, 배식 방법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끼정원 숲에는 늘 이끼가 있다. 오래된 나무기둥에도 거친 바위 위에도 이끼들은 자란다. 공중습도가 높은 숲 속은 이끼가 살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아주 오래전 꽃 피는 식물이 세상에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이끼는 그 빛깔과 형태로 지구 위에 있었다. 사람들은 이끼를 통해 그 영속적인 시간의 깊이를 느끼며 감탄하고 이끼가 서식하는 숲의 고즈넉함과 깊은 자연성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조용한 사색과 자기 성찰이 필요한 옛 사찰과 전통정원에는 늘 이끼정원이 함께했다. 이끼의 가장 큰 매력은 카펫처럼 낮게 깔려 군집을 이루는 형태적 단순성이다. 이러한 특징은 다른 어떤 시설물이나 식물과도 쉽게 융화하게 만든다. 전통적인 양식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디자인의 주택에서도 이끼는 빛을 발한다. 그러면서도 잔디와는 달리 매우 치밀하고 촘촘하여 더없이 부드럽고 그 빛깔이 짙고 윤이 나며 촉촉하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도 다양하게 연출이 가능하여 공간의 제약이 적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이끼정원은 어렵고 까다로운 정원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이끼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고 재배법이나 조성 방법에 대한 자료도 흔치 않다. 필자도 처음엔 막연히 어렵게 생각했으나 일본정원이나 중정 등을 조성하면서 경험을 쌓은 결과 생각보다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정원임을 알게 됐다. 기본적인 생육 조건만 맞춰주면 충분히 이끼정원을 도입할 수 있고 오히려 이끼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식물인 것도 알게 됐다. 식물은 재배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단지 재배 방법에 무지했던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이끼의 생활상 이끼는 꽃과 열매를 맺지 않고 포자로 번식하는 원시 식물이다. 선태식물(蘚苔植物, Bryophyte)이라고 부르는 식물군으로 분류학적으로 양치식물과 가깝지만 통도 조직이 발달해 있지 않아 물과 영양분을 온몸으로 흡수해야 한다. 엽록체가 있어 광합성을 할 수 있으며 대부분 1~10cm 정도로 키가 작다. 이끼는 일반적인 식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번식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이끼의 형태는 배우체라고 하는 것인데, 배우체는 염색체가 반수(n) 상태인 것으로 양치식물에서 포자가 발아해 생기는 전엽체와 유사하다. 이 배우체의 줄기 끝에서 장란기와 장정기가 나와 각각 난자와 정자를 만들고 이것이 수정되면 포자체(2n)가 된다. 포자체는 작은 주머니 모양의 포자낭을 만들고 포자낭에서는 감수분열이 이뤄져 포자(n)가 만들어진다. 포자는 바람에 날려 이동하며 적당한 환경을 만나면 발아해 다시 배우체, 즉 이끼가 된다. 이끼는 유성생식과 더불어 무성생식도 하는데 줄기 조각이 지면에 떨어졌을 때 생육 조건이 맞으면 가근과 새로운 줄기가 나와 다른 개체로 성장한다. 일반적으로 정원에서는 영양번식을 통해 이끼를 증식하는데, 잔디 뗏장처럼 지면 위에 일정 간격으로 이끼를 붙이거나 이끼를 분쇄해 토양 위에 뿌린 후 모래로 가볍게 묻어주는 방식을 이용한다. 이끼는 건조한 환경에서는 모든 대사를 멈추고 휴면에 들어가는 특징이 있다. 보통 이끼는 공중습도가 높은 곳에 서식하는데, 기상의 변화로 비가 오지 않거나 건조한 조건이 되면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휴면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다시 비가 와서 적절한 생육 조건이 갖춰지면 곧바로 물을 흡수해 생육을 시작한다. 이끼의 종류 지구상에는 약 2만3000여 종의 이끼가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500여 종의 이끼가 자생하는 것으로알려져 있지만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못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종이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끼는 크기가 매우 작고 변이가 심해 분류하는 일이 어렵다. 식물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이끼정원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이끼에 대한 공부를 포기하거나 손 놓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 또한 이끼의 종류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이끼를 모두 구분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이끼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구분법이 있다. 이끼는 크게 직립형 이끼와 포복형 이끼로 나뉘는데, 이 단순한 분류 방법이 정원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의외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1) 직립형 이끼(Acrocarpous mosses): 솔이끼 등 줄기는 직립하고 옆으로 뻗는 측지를 만들지 않는다. 줄기 끝에 포자낭이 달리며 사진에서 보듯이 둥근 모양으로 모여 난다. 여러 개체가 군집해 하나의 생물체처럼 모여 나는 것을 콜로니(Colony)라고 하는데 직립형 이끼는 둥근 형태의 콜로니를 형성하며 자란다. 포복형 이끼에 비해 다소 천천히 자라지만 단단하게 밀착해 콜로니를 형성하는 특징 때문에 잡초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직립형 이끼는 포복형 이끼보다 훨씬 건조에 강한 이끼다.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해 지면 휴면에 들어가 생육을 멈추고 있다가 비가 내릴 때 다시 생육한다. 건조에 강한 특성으로 인해 시설물과 인접한 그늘정원에 도입이 용이하다. 돌담, 건물의 북면에 놓인 화단, 중정 등에 사용하기 좋다. 같은 공간 내에서도 수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면의 상부 쪽으로 번성한다. 2) 포복형 이끼(Pleurocapous mosses): 털깃털이끼 등 줄기가 포복형으로 자라고 포자낭은 가지 끝이 아닌 측지에 달린다. 카펫처럼 펼쳐 자라는 경향이 있다. 가지는 자유롭게 분지한다. 포자낭은 배우체 줄기의 가지 사이에서 나온다. 직립형 이끼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부서진 줄기 조각의 재생 역시 빠르다. 고목이나 돌 등에도 쉽게 번성할 수 있다. 직립형 이끼에 비해 더 습하고 공중습도가 높은 곳에 서식한다. 연중 비가 내리거나 깊은 숲 속의 계곡 근처, 습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성장과 재생이 빠른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포복형 이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정원 식물의 생육 조건보다 더욱 물기가 많은 습한 조건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들과 함께 쓰기가 어려울 수 있다. 단 빨리 생육하는 특징을 활용해 초기에 포복형 이끼를 피복하고 물을 조절해 중장기적으로 직립형 이끼를 유도하는 방법도 사용해 볼 수 있다. 김봉찬은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 [옥상녹화 A to Z] 정원이와 알아보는 옥상녹화의 모든 것(4) 옥상녹화설계를 위한 지식들
    팀장 정원 양, 춘곤증이 오나 보군요. 나른한 봄이 오니 교육받는 것이 지루할 겁니다. 잠시 춘곤증을 쫓기 위해 질문 하나 할게요. 요즘 개나리와 목련이 한창 인데 대표적인 봄꽃들의 개화 순서를 외우고 있나요? 정원 그럼요. 그 정도는 기본입니다. 산수유-매화나무-목련-개나리-진달래-왕벚나무 이런 순서로 꽃을 피운다고 배웠습니다. 팀장 맞아요. 봄꽃은 남쪽으로부터 올라오고 같은 지역이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개화시기가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자동차도로 주변의 식물들은 일조량도 좋아 빨리 싹을 틔우고 꽃도 조금 일찍 피기도 한답니다. 식물들은 미기후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요. 화무십일홍이라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해도 열흘 이상 아름다운 꽃은 없다는 말이니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겁니다. 정원 양도 때를 놓치지 않는 현명한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자, 지난 시간에는 조경설계를 위한 기본 법규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을 텐데요? 정원 물론입니다. 배울 때는 생각나지 않다 나중에 복습하다 보면 궁금한 점들이 생기더라고요. 지난번 법규 중에서 ‘조경기준’에 있던 ‘식재토심’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정말 그 정도의 토심에서도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팀장 역시 전공을 이수한 정원 양이 적절한 질문을 하는군요. 사실 식재토심이라 함은 ‘생육최소토심’을 의미한다고 보면 됩니다. 토심이 더 깊으면 식물이 생존하는 데 훨씬 좋겠지만 옥상조경에서는 원하는 만큼의 토심을 확보하기가 어려우니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한 것입니다. 최소토심만을 사용하고도 식물이 잘 생존한다면 좋겠죠. 대신 토심이 낮아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수분 부족 현상인데 이것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정원 제일 좋은 것은 관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겠지요. 팀장 물론 그렇지만 그 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답니다.크게 보면 세 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관리자가 수시로 관찰을 하며 직접 관수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대규모의 정원이나 별도로 정원 관리자가 있는 경우에만 해당이 됩니다만, 대부분의 작은 옥상조경에는 별도의 관리자가 없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 다음은 정원 양의 말대로 관수시설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수돗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옥상의 수분 부족 현상을 수시로 관찰해 물을 주어야만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가장 적은 비용이 소요되고 친환경적인 방법은 빗물을 저장해 사용하는 시스템배수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약간의 비용이 추가되겠지만 인건비를 줄이고 수도세를 줄일 수가 있습니다. 다음 도면을 보세요. 빗물을 저장했다가 이것을 사용하는 시스템에 대한 도면이고 비가 올 때 약 15리터 이상의 빗물을 저장하고 이 빗물이 토양의 수분을 항상 적절하게 유지시켜 준답니다. 정원 점점 물이 부족한 세상이 되는데 빗물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환경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되겠네요. 그리고 정원 관리자를 별도로 필요로 한다는 것도 인건비가 만만치 않겠어요. 팀장 물론 옥상의 빗물을 지상에 저장장치를 만들어 저장했다가 모터를 이용해 재급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물저장 공간이 필요하고 재급수를 위한 설비가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들겠죠. 옥상조경을 한 이후에 유지관리를 생각하면 제일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결국 인건비입니다. 앞서 설명한 빗물저장시스템을 사용하고 유지관리가 쉬운 식물들을 사용해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정원 알겠습니다. 또 하나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지난번에 인공토의 하중과 토심에 대해 별도로 말씀해 주신다고 했는데 이것도 조금 전에 질문한 토심과 유지 관리와 연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팀장 질문이 나온 김에 확실하게 알고 넘어가도록 하죠. 우선 지난 시간에 배운 재료의 비중에 대해 기억하고 있나요? 정원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중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셔서 별도로 메모해 놓았습니다. 팀장 우선 비중을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펄라이트의 물질 특성이 공극이 많기 때문에 재료를 포설하면 부피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펄라이트를 마른 상태로 가져다가 물을 주어 다짐을 하면 약 30% 이상의 부피가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토심에 문제가 발생하겠죠. 여기 펄라이트를 좀 보세요.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정원 꼭 스티로폼 부스러기 같네요. 아주 가볍기도 하고요. 팀장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극 사이에 물 저장이쉽고, 식물의 뿌리가 잘 내리게 되고, 가볍다는 장점이 생기는 반면 부피가 줄어드는 단점도 생기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정원 줄어드는 만큼의 재료가 더 필요하겠네요. 재료의 수량을 늘리면 됩니다. 팀장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설계에서 이 부분을 놓치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어서랍니다. 어느 곳에서도 명확하게 설명을 해 놓거나 표준화 시켜 놓은 것이 없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도면에 표기된 수량만큼만 인공토를 가져다 사용해 의도했던 토심에 모자라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당연히 토심이 부족하면 식물의 생장에 큰 문제가 발생하겠죠. 그것도 생육최저토심인데 그마저도 부족하니까요. 또 하나는 물저장배수판을 사용하는 경우도 흔치 않고 대부분 일반 배수판을 사용하다보니 물부족 현상으로 식물이 고사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정원 그렇군요. 애써 심은 식물이 고사하면 다시 식재하는데 처음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잖아요? 고사한 식물들을 제거하고 다시 자재를 옥상까지 올려서 심어야 하니까요. 팀장 맞습니다. 그러니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거죠. 펄라이트의 경우 정확한 부피 계산을 하고 여기에 30% 정도의 할증을 주어야 합니다. 펄라이트를 예로 드는 것은 대부분의 설계와 시공에 이것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펄라이트의 경우 할증과 다짐 상태에서의 하중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다른 인공토가 있다면 정확하게 물성을 파악해 이에 알맞게 설계를 하면 됩니다. 김진수는 다양한 경험을 거쳐 12년 전부터 옥상정원 분야에 전념해오고 있다. 현재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독일 ZinCo GmbH사와 기술협약을 맺어 옥상녹화 시스템을 국내에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은 도시 집중화로인해 지나치게 상승한 땅값으로 새로운 녹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옥상 공간을 가치 있게 재탄생시킴으로써 생태조경의 새로운 전형을제시하고자 한다.
  • [도시생태복원] 도시 유휴 공간의 복원(1) 폐도로·폐철도의 개념과 유형
    폐도로 및 폐선로의 개념과 발생 원인 폐도로와 폐철도는 축약해 폐도와 폐선으로 부른다. 이들은 일정한 노선을 가진 공공교통 수단이 더는 운영을 할 수 없어 그 노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지 않게 된 곳을 의미한다(환경부, 2010). 폐도와 폐선이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하는데 ①영업성 감소에 의한 폐도·폐선 ②정책 변경에 따른 폐도·폐선, ③신설 및 대체, 확장 등에 의한 폐도·폐선④사고 발생이 많은 구간의 폐지에 따른 폐도·폐선⑤댐과 같은 다른 건설 사업에 의한 폐도·폐선 등이다. 이러한 이유로 폐도·폐선의 대부분은 자연 및 농촌 지역 등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도심지에서도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폐고속국도의 경우 그 발생량을 보면 2009년 기준으로 연장은 약 270km에 달하고 그 면적은 약 975ha에 이른다. 이 중 한국도로공사 등에 의해서 관리 이관 및 매각되거나 유지관리 공간 등으로 활용되는 구간은 131개소였으며, 미활용 중인 구간은 64개소로40km, 157ha에 달했다(조동길 등, 2010). 폐고속국도의경우 적절한 이용 없이 방치되는 면적이 상당하다고볼 수 있으며,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는 국도, 지방도, 폐선로 등을 모두 계상하면 더 많은 공간이 방치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값은 우리나라 전 국토를대상으로 하지만,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양만 따로 모아서 제시하고 있는 정확한 통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어쨌거나 폐도·폐선이 발생한 이후에 적정한 관리가되지 않는다면, 주변 하천의 수질 오염과 환경 훼손문제, 우범지역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유발할 수있다. 도시지역과 같은 곳에서는 여러 가지 용도로활용할 수 있겠지만, 자연지역은 딱히 활용할 방법이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 지역에 대한 복원이나다른 방식의 활용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높다. 도시지역 대부분은 공원화 사업으로 추진해 일반인에게되돌려 주는 경우가 많다. 폐도·폐선의 의미 도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폐도·폐선이 갖는 중요한 가치는 생태축의 연결 수단에 있다. 우리가 아는 생태 통로는 기껏해야 폭이 30~50m이다. 하지만 도로 개발로 훼손·단절된 서식처는 폐도 복원을 통해 온전하게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훼손의 근본원인이 제거되기 때문에 생태통로에 의한 생태축 연결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 도시지역에서 폐도·폐선은 선형의 서식처로서 기능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생태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본다면 폐도·폐선의 복원은 온전한 코리더(corridor)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생태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공원 및 녹지의 확보 측면에서도 이들 공간은 선형의 공원·녹지로서 의미를 갖는다. 다양한 곳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지금까지 조성된 일반적인 공원·녹지는 면적 혹은 점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에 공원 이용자의 수용 반경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선형으로 발생하는 폐도·폐선이 공원화·녹지화가 되면 하천이나 강변의 공원·녹지처럼 선형의 공공 공간이 발생하고, 이곳은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기회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도·폐선을 서식처의 개념을 갖고 접근한다면 어떨까? 앞서 말한 대로 생태축의 코리더 역할을 하는 것과 동시에 생물종의 공급원과 수용처 역할 등 매우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원고에서는 폐도·폐선을 복원한 사례와 공원형·녹지형으로 조성한 사례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조동길은 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 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 『자연환경 생태복원학원론』(2004) 등이 있다.
  • [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in & out
    in & out?(햄버거 얘기는 아닙니다) 사진을 찍을 때 역광은 안 된다는 상식이 있지요? 해 를 마주 보고 찍으면 피사체가 어둡게 나오기 때문에 역광은 피하는 게 보통입니다. 특히나 역광으로 인물 사진을 찍게 되면 얼굴이 잘 나오지 않아서, 얼굴이 잘 나오게 하려면 해를 등지고 찍는 게 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역광이라고 사진을 못 찍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역광으로 재미있는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역광 조건에서는 피사체보다 주변이 밝게 나오기 때문에 아주 뚜렷한 실루엣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번 달 사진은 창호지를 붙인 꽃살문입니다. 강원도 양양에 있는 낙산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한옥의 아름다움을 하나만 꼽자면 역시 우아하면서도 날렵한 느낌의 지붕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의 지붕선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또 다른 멋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한옥에는 자세히 살펴보면 지붕선 만큼 아름다운 구석이 참 많이 있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도 문을 장식하고 있는 문양이 참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낙산사에서 만난 이 문의 모습도 아기자기하면서도 꽉 짜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구성된 육각형 패턴이 꼭 꽃 모양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눈雪의 결정 모습 같기도 했습니다. 작은 디테일을 보니 ‘언제 이걸 하나하나 다 만들어 붙여 넣었을까?’ 하는 직업병(?)적인 생각도 하게 되고 말이죠. 그런데 사찰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다시 보니 밖에서 봤을 때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디테일이 없어지고 어두운 면과 밝은 면으로 구분되는 단순한 패턴으로 변해 있더군요. 색은 다 사라져 버리고 군더더기 없는 형태만 남은 셈이 되었습니다. 빛과 그림자로 만들어진 추상화라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서로 다른 느낌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두 사진을 붙여 보았죠. 사실 두 사진의 크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뽀샵질을 좀 해야 했습니다만. 붙여 놓고 보니 추상화와 구상화를 붙여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어떤 화가가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역시 비교하기엔 좀 무리긴 하네요. 하여간… . 촬영 조건으로 보자면 두 사진은 정반대의 조건입니다. 바깥쪽에서 본 사진은 순광, 안쪽에서 찍은 사진은 역광 조건에서 찍은 셈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찍은 결과는 빛을 받는 쪽이냐, 어두운 쪽이냐에 따라서 이렇게 다르게 나타난 것입니다. 똑같은 대상인데 보는 방향에 따라서, 빛의 위치에 따라서 이렇게 다르게 보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같은 사건을 놓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조금 닮아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같은 사물, 다른 표현. 그래서 in & out!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1920년대학병원 옥상정원 케이오 기주쿠 대학병원의 옥상정원 사진은 옛 케이오 기주쿠慶応義塾 대학병원의 옥상정원이다. 옛 그림엽서지만 수신자 면의 양식을 통해 그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문서면의 범위, 기술 방식, 한자체 등을 종합하면 이 엽서는 1918년 3월 1일부터 1933년 2월 14일 사이에 발행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케이오 기주쿠 대학병원 홈페이지에는 병원의 연혁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옛날 같으면 케이오대학까지 직접 가서 오래된 자료를 찾아야 알 수 있던 것이 IT기술 덕분에 전 세계에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게 됐다. IT와 담을 쌓고 지내던 고물 마니아에게도 고마운 일이다. 자료에 따르면 대학병원은 1920년에 개원했다. 전쟁중에 공습으로 불타고 1948년 새롭게 본관을 준공했지만, 이 그림엽서의 연대와 맞지 않기 때문에 제외했다.그동안 그림엽서는 어떤 중대한 행사와 맞물려 제작돼 왔다. 따라서 이 그림엽서가 제작된 것은 1920년 대학병원이 문을 열었을 때이며, 아마도 개원 기념 엽서로 관계자들에게 배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지 2015년 9월호에 오카야마 의과대학(현 오카야마대학 의학부)의 옥상정원을 소개했지만, 그곳은 1930년대에 시공됐다. 이번 것이 더 오래된 시공 사례이다. 하지만 사실 녹화 내용은 거의 볼 것이 없다. 콘크리트 제품처럼 보이는 대형 플랜트 박스에 나무를 식재해 여기저기에 놓았을 뿐이다. 사진 중앙 안쪽에는 퍼걸러 같은 시설물 설치 공간이 보이지만 식물로 덮여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준공 기념으로 제작한 그림엽서라면 식재직후에 바로 찍었을 확률이 높고, 그래서 식물이 충분히 생육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식물로 덮여 있더라도 ‘옥상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부족한 공간이다.오카야마岡山 의과대학의 옥 상정원은 재활훈련이나 원예요법 용도로 이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시설이었다. 그러나 케이오 기주쿠 대학병원은 옥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사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시대는 미쓰코시 포목전三越呉服店을 필두로 다양한 백화점들이 경쟁하듯 옥상정원을 만들어 주목을 받고자 했던 시기였다. ‘모처럼 유행하는 옥상정원이라도 만들까’ 정도의 가벼운 동기였을지 모른다. 이 사진은 엽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같은 면에 또 하나의 사진이 있다. 환자 대기실 사진으로 중후한 가죽을 씌운 소파가 있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대합실이다. 돈을 지출하는 비중도 병원에서의 옥상정원의가치를 추측할 수 있는 요소이다. 그렇지만 1910년대 이미 병원에서 옥상녹화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꽤 놀랄 만한 현상으로 당시 옥상녹화의 보급 정도를 가늠하는 귀중한 자료로 볼 수 있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 한규희 _ 어번닉스 대표, 일본 도시녹화기구 연구부 연구원
    • 야마다 히로유키 [email protected] / 오사카부립대학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