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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화론적 도시의 맥락 짓기 저성장시대, 도시재생에서 길을 찾다
    나는 도시재생 일번지라고 할 수 있는 세운상가―정확히 말하면 신성·진양상가―에서 4년째 사무실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북적이며 소란을 피우고, 밤에는 거리에 앉아 먹고마시는 사람들이 골목을 점령하는 정신없는 곳이다. 이미 정신없이 소란스러운 이곳을 활성화하려는 계획들은 실패로 돌아갔고, 최근 재개된 세운상가 도시재생사업은 철거 후 청계천과 같은 공원을 조성하려던 조경중심계획에서 공중데크를 보강하고 상업공간화 하는 상업활성화사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내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데크 공간은 크게 의미가없어 보인다. 진양꽃상가 상인들의 경우만 데크 위로카니발 밴이 올라와야 화환을 실어 나르기 때문에 작년 데크의 구조안전을 이유로 차량을 차단하려고 할때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했었다. 주차장으로서의 의미 외에 큰 의미가 없는 공간이다. 막상 상인들과 주민들은 데크를 없앤 삼풍·풍전호텔블록을 부러워한다. 거리가 환하게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물론 어색하게 수리된 삼풍상가의 외관을 나도 좋아하지않지만 원하는 대로 고치고 쓰는 자유로움이 좋다. 세운상가의 공중데크를 억지로 고쳐서 다시 쓰려는이유는 옛 추억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주변의 도시가 변해서 더 이상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없고,대신 불편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앞 건물의 창속을 들여다보게 되는 공중데크를 보전한다는 것은 계속 변하고 있는 주변 환경과 관계없이 공중데크를 유물화하겠다는 의지 때문인 것 같다. 데크를 없애고 그아래 거리에 좋은 보행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여러가지 상황으로 볼 때 적합할 것 같은데, 반대로 데크의 존재감을 더 강화하고 돋보이게 하려는 생각은 실증적 구조체를 페티시로 만드는 것이다. 지나치게 데크 자체에 집착해 그 주변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도시란 계속 변화하는 도시다. 옛 것은 유물화하고 박제화하는 대신 마음대로 고치고 바꿔서쓰고, 매일 반짝거리게 닦는 대신 더러워져도 크게 티가 안 나는 거리를 따라 오래된 것과 새 것이 나란히있고, 다양한 배경과 상황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공유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곳이 좋은 도시다. 옛 건물들을 의도적으로 철거하지도, 보존하지도 않기 때문에 새 건물과 옛 건물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고서로 새로운 의미를 찾아 새로운 관계를 끊임없이 만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좋은 도시다. 좋은 도시는 억지로 재생사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생명력이 유지되어 끊임없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말도 마지막 말도 없다. 대화의 배경에는 경계가 없다. 가장 깊은 과거와 가장 먼 미래 속으로 연장된다. 아주 먼 과거의 대화 속에서 생성된 의미일지라도 완전하게 이해될 수 없다. 나중의 대화에서 항상다시 재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의 어떤 현재 순간에서도 엄청난 양의 잊혀진 의미들이 있지만 나중에다시 기억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을 것이다. 어느 것도완전히 죽지 않기 때문이다.”_ 미하일 바흐찐Mikhail Bakhtin(1895~1975) 대화론적 도시Dialogic City 좋은 도시의 생명력은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모여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는 다원형 그리고 대화론적dialogic 관계들 속에서 유지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나뿐만이 아닌 다른 이들도 대화의 주체인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주체들 간의 대화를 통해서 세상을 인지할 수 있다는 사고의 틀이 대화론이다. 대화론적 도시는 통합된 미학이 없어도 아름답고, 일관적인 스토리가 없어도 흥미롭다. 대화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만든 도시는 비종결적 대화가 계속 진행되듯이 지속적인 재생의 능력을 갖고 있다. 억지로 재생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 이와 달리 변증법적 사고를바탕으로 만든 도시는 궁극적으로 닫힌 종결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생적이기보다 인위적이고,나눔과 대화보다 대립과 차별을 지향한다. 서울의 많은 부분을 보면 대화적이기보다 대립구조를 갖고 있다. 아파트단지들은 주변의 도시와 구분돼 있고, 주택들도 주변과 차단된 옹벽이나 담장으로 분리돼 사적인 마당과 공적인 거리가 구분돼 있다. 옆집과 대립하고, 옆 단지와 분리하고 경쟁한다. 모든 영역과 지역에서 경계선이 가장 중요하고 나와 남의 구분이 철저하다. 남과 다를수록 존재감이 드러나고, 옛 것을 없애야만 새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개발에서 재생으로 변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지금 변증법적 대립을 대화론적 관계성으로 바꾸는 노력이전제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생명력을 가진 도시를 만들 수 없다.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이 바뀌고, 존재의근거를 지속적인 대화 속에서 찾을 때 우리의 도시환경이 근본적으로 거듭날 것이다. 건축가 최춘웅은 최근 범분야적 활동주체로서 건축설계 이외의 영역에 개입하는 건축가들의 단체인 레어콜렉티브(RARE Collective)를 결성했다. 재생(Regeneration), 참여(Activism), 연구(Research), 교육(Education) 분야를 중심으로 서울의 다양한 도시환경적 이슈들을 다루는레어콜렉티브는 현재 최춘웅, 최승호, 표창연, 그리고 이다미 네 명의 멤버로 구성돼 있으며 최근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 국내·외 도시재생사업의 경험과 사례 저성장시대, 도시재생에서 길을 찾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는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도시는 진화한다. 도시의 진화는 인류가 살아온 삶의 흔적들과 궤적을같이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 우리나라의도시는 지난 50년간의 개발성장시대를 거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후유증도 크다. 농촌과 중소도시는 쇠락하고 비수도권과 수도권, 원도심과 신도심은 경제, 사회,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불균형을 이루었다. 특히 원도심은 산업, 업무, 일자리가 공동화되고 슬럼화돼 범죄를 비롯한 각종 도시문제의 온상지가 되고 있다. 이런 도시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 시대적으로 전 세계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 요구된다. 도시재생은 2013년 제정된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 잘 정의돼 있다. 즉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활성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추진되는 사업들을도시재생사업이라 한다. 그간 도시재생사업은 국내외적으로 다양하게 추진돼 왔는데, 그중 특히 조경의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대표적인 사업들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의 경험과 사례를 검토하고자 한다. 국내·외 도시재생사업들 도시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사례가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역사적으로 1950년대 도시 재건축Urban Reconstruction과 1960년대 도시 활성화Urban Revitalization, 그리고1970년대와 1980년대의 재개발Urban Redevelopment을 거처 1990년대 이후에 도시재생Urban Renaissance측면에서 추진돼 왔다. 따라서 그동안 학술적으로도많은 도시재생사업 사례들이 연구돼 왔다. 정리해 보면 대체로 영국과 프랑스의 도시재생사업은 근린지역재생사업과 연계됐고, 독일은 새로운 도시개발보다 기존 도시를 우선하는 사업으로, 미국은커뮤니티 운동과 연계된 중심시가지 활성화 사업으로, 일본은 마을만들기 차원의 도시재생사업과 연계돼 추진돼 왔다. 또한 우리나라는 최근 공공 측면의정책공모사업과 마을만들기와 연계돼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도시재생사업 중에서 필자는 대표적인 국내외 이전적지를 활용한 공원재생사업이나 문화예술재생사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의 이전적지 공원재생사업 1980년대부터 시작된 영국의 재생사업은 대처 정부,메이저 정부, 그리고 블레어 정부를 거치면서 새로운추진기구와 정부 보조금을 활용했다. 처음엔 물리적인 부동산 재생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엔 사회적인 재생으로 발전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부문, 민간부문,지역공동체 등 모든 주체가 협력관계를 형성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협력을 통한 대표적인 영국의 이전적지 공원재생사업으로는 런던의 마일엔드 공원과버밍엄 동부공원을 들 수 있다. 먼저 런던의 마일엔드 공원은 런던 밀레니엄 프로젝트 중 가장 조용하게 추진됐지만 최고의 성과물로 평가받는다. 공공기관, 시민연합, 민간사업체들이 좋은협력관계를 형성해 당시 2차 대전 폭격으로 황폐화된 산업지대를 남북방향의 긴 선형 공원으로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마일엔드 공원의 특징은 혁신적 모양의 녹색브리지, 테라스식 정원, 카트라이더 레이싱 트랙, 익스트림 스포츠 공원, 놀이동산, 개방된 녹지공간 등을 들 수 있다(이수빈, 2015). 또한 버밍엄 도시의 동부공원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13년에 완성한 동부공원은 버밍엄시에 130년 만에 처음으로 조성한 가장 큰 공원으로 단절됐던 도심지를 이어주면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동부공원 역시 버밍엄시와 WasteConstruction 회사, 그리고 설계가 파텔 타일러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은 물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성공할 수 있었다. 동부공원 재생사업의 성공은 이후 런던의 다른 유사한 재생사업들이 추진되는 과정에 좋은 선례가 되어 투자와협력관계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서울연구원, 2015). 독일의 이전적지 공원 및 문화예술 재생사업 1970년대 이후 구도심의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코자정책적으로 도입한 독일의 재생사업은, 경제적 이익과 공공성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전통과 역사보전, 환경적인 측면에서 추진돼 왔다. 최근에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시민참여와 민주적 절차와 방법이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이전적지를 활용한 독일의 대표적인 공원과 문화예술 재생사업은 란트샤프트 공원과 우파파브릭을 들 수 있다. 란트샤프트 공원Landschaft Park은 독일 뒤스부르크도시의 ‘IBA Emscher Park Project’의 일환으로 티센 제철소 건물을 재활용한 독일 최대 규모의 환경공원이자 생태교육의 장이다. 원래 이 부지는 유럽 최대의 공업단지로 명성을 떨쳤던 루르 지역으로, 1970년대의 탈공업화의 영향으로 주요 산업인 석탄광업과제철공업이 몰락하는 바람에 공장과 석탄채굴장이폐쇄된 채 방치됐었다. 독일 정부와 뒤스부르크 시는이곳에 방치된 공장들을 철거하려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철거보다 환경공원으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조경가 피터 라츠를 주축으로도시계획가, 건축가, 환경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옛 제철소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채 공원화를 진행했다. 부지 내 기존 자재를 나르던철로는 산책공원으로, 용광로 안은 물을 채워 스킨스쿠버장으로, 광석저장고 외벽은 암벽등반 공간으로활용하는 등 기존의 산업시설을 잘 활용해 란트샤프트 공원을 세계적인 친환경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약 25억 유로가 투자된 란트샤프트 공원은 10년간의재생사업 기간을 거쳐 1997년 개장한 이래 연간 5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베를린의 우파파브릭 역시 주민들의 적극적 재생의지와 협력으로 성공한 사례다. 이 부지는 원래 폐허로 방지된 옛 필름공장을 예술인들이 점령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다가 공장주들의 제안으로 1979년에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당시에 모인 예술인들이주로 재생이라는 테마로 실험적 예술에 몰두했기 때문에 우파파브릭은 버려진 재료들로 창작활동을 하는6주간의 공장 문화페스티벌을 자연스럽게 시작하여성공시켰다. 페스티벌이 성공한 이후 우파파브릭은 음악, 카페, 레스토랑, 제과점 등의 길드를 형성해 재정적으로 자립하면서 오늘날의 우파파브릭으로 자리잡게 됐다. 베를린 중심부의 우파파브릭은 현재도 도시형 생태마을이자 문화공간, 교육공간의 복합적인 문화생태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이덕진, 2014). 이재준은 2015년 말까지 5년 동안 수원시 제2부시장으로 재임하며 민간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행정을 시 행정에 도입하고, 침체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는 마을만들기와 도시재생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등 한국형 마을르네상스의 선도적 모델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기여했다. 협성대학교도시공학과 교수, 국토해양부 토지규제심의위원회 위원, 환경부 중앙환경우원회 위원, 행정자치부 녹색환경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 이재준 [email protected] /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수원시 전 부시장) / 2016년09월 / 97
  • 저성장시대, 특집 도시재생에서 길을 찾다
    전국적으로 도시 쇠퇴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를 3470개 읍·면·동으로 구분했을 때, 이 가운데65%인 2239개가 인구감소와 경제성장률 저하, 노후건축물의 비율이 증가하는 등 쇠퇴 과정을 겪고 있다. 저성장이 이어지고 장기불황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도시 쇠퇴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과거의 물리적인 개발을 벗어나 저성장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도시재생이 각광받고 있다. 도시재생은 지역주민과 함께 지역의 물리적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회복, 거주환경 개선, 사회적 경제조직의 창출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사업은 급격한 상황변화에 맞춰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그 과정에서 한계와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어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함께 떠오르는 상황이다. 이번 호 특집에서는 국내에서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현황과 과제를 진단하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개발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점에 조경이 도시재생 과정에서 어떻게 역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도시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인문학적 시각에서바라본 도시재생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봤다. — 도시재생사업의 현황과 과제 _ 구자훈 — 국내·외 도시재생사업의 경험과 사례 _ 이재준 — 도시재생에 있어서 조경가의 역할 _ 김연금 — 대화론적 도시의 맥락 짓기 _ 최춘웅
    • 편집부 / 2016년09월 / 97
  • 도시재생사업의 현황과 과제 저성장시대, 도시재생에서 길을 찾다
    도시재생 정책의 과정 및 사업추진 현황우리나라의 도시재생 정책의 추진 과정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도시재생법)’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다. 도시재생법 제정 이전에도 도시활력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돼 오던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소도읍 육성사업, 농촌마을 종합개발 사업 등 다양한 소규모 지원사업이 있었다.한편 2007년부터 추진되어 오던 ‘건설교통 R&D 혁신로드맵’에 의한 10대 중점 전략 프로젝트 중 도시재생사업단 연구의 결과물로서 본격적인 도시재생정책의 필요성 제기와 창원, 전주 테스트베드 사업을 통한 시범적 모델의 운영 등을 통해서 도시재생법이 제정됐다. 이 특별법의 특징은 사업법이 아닌 지원법적 성격을 띠며, 현장 중심의 협력적 운영체제를 통해서 재생정책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이 지원법적성격을 갖고 있다는 의미는 도시재생활성화지역 내 각종 사업은 기존 사업법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이 법에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국가적 공모사업과 협업적 지원체계를 명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법을 근거로 2014년 선도사업 지역으로 도시경제 기반형 2개소(부산 동구, 충북 청주시), 근린재생형 11개소(일반규모: 서울 종로구, 광주 동구, 전북 군산시 등 6개소, 소규모: 대구 남구, 강원 태백시, 충남 천안시 등 5개소) 등 총 13개소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은 4년 간 국고지원 250억 원,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은 재생사업의 규모에 따라서 4년간 60~100억 원의 국고를 지원하고, 지자체 재원으로 같은 비율의 금액을 마련하여 해당 지역의 재생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마중물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2015년에는 일반지역이라는 이름으로 도시경제기반형 5개소, 근린재생형(중심시가지형 9개소, 일반형 19개소) 등 총 33개 사업지를 선정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새뜰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국고지원 50억 이내(국고지원 비율 70%)로 2015년 85개소, 2016년 66개소를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 정책의 단계별 추진 전략국토부가 작성한 ‘도시재생 기본방침’에 의하면, 우리나라 도시재생 정책은 3단계로 나누어 도입기(2014~2017년), 성장기(2018~2021년), 성숙기(2022년 이후)로 구분하고 있다. 도입기에는 선도사업을 대상으로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해 성공모델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향후 성장기, 성숙기에 지자체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도록 계획하고 있다. 이것은 도입기인 초기 단계에는 아직 지자체의 도시재생 인식과 경험이 부족하므로 국가가 중심이 되어 도시 재생사업 지원을 위한 재원을 확충하고, 부처별 협업사업의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또 도시재생지원기구 및 R&D 연구단의 적극적인 실증연구를 통해서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 도시재생에 있어서 조경가의 역할 저성장시대, 도시재생에서 길을 찾다
    역할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도시재생에 있어서 조경가의 역할’은 어느 차원에서의 도시재생을 말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도시 관리 패러다임 변화로서의 도시재생인지,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 관리 정책과 사업으로서의 도시재생인지에 따라 논의의 초점은 다르다. 전자는 다소 추상적으로 논해져야 할 것이다. 반면 후자에 대한 논의는 한국 사회에서 도시재생사업이 갖는 사회·경제적 의미와 함께 조경가의 사회적 위상, 분야 간의 힘겨루기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먼저 후자의 경우, 쉽지 않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저성장 기조라는 경기 흐름 속에서 건설시장은 작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분야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많은 다른 분야에서 조경가가 다루는 외부공간과 경관을 넘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조경가가 아니면 안 된다고 내밀 수 있는 카드도 강력하지 않다. 도시재생사업이라고 다를 바 없다. 2013년 12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각 지자체는 새로운 지역개발모델로서 도시재생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게 됐고, 비전과 전략 수립, 실행사업 수립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런데 계획 수립을 진행할 업체 선정의 입찰기준이 대형 엔지니어링 업체에 맞춰져 있다.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는 도시계획과 건축설계다. 사업을 총괄하는 MP들도 주로 도시계획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모델 사업에서 광역 차원일 경우 MP와는 별도로 도시재생지원센터에 센터장을 두는데, 몇 곳에서는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이 센터장을 맡고 있다. 도시적 차원의 사업이다 보니 도시계획분야의 전문가는 당연히 필요하고 도시를 이루는 주요 구성요소인 건축물에 대한 전문가도 필요하다. 그리고 재생사업에서는 다양한 주체들이 교류하는 공론장의 활성화, 시민참여가 중요하므로 현장에서 주민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근력을 키워 온 이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조경가는? 경관을 다룬다고 하지만 경관을 관리하는 제도적 수단을 명확하게 갖고 있지 않다보니, 큰 그림을 짜는 단계에서 조경가의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다. 한국사회에서 조경분야가 일궈 낸 시선과 언어, 사람은 가치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경가가 발 디디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계획 수립 이후 실행사업에서는 조경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모델 사업의 하나인 ‘동작구 상도4동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안)’을 보더라도‘어린이집 중심 골목공원 조성’, ‘역사테마 둘레길 조성’, ‘양녕대군 묘역개방 및 주민 이용 지원’, ‘옥상텃밭, 한평상자텃밭 등 도시텃밭 조성’같은 사업은 조경가의 손길을 요구한다. 그러나 공사의 내용이 정비 수준이라 공사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설계비도 현재 제도에 따라 공사비에 근거해 산출하다 보니 작다. 시공하는 이들에게나 설계하는 이들에게나 그리 실리적 이지 않은 셈이다. 그러니까 도시재생사업의 큰 흐름을 잡는 데 있어서나, 실행에 있어서나 조경가는 살짝 비켜 서 있다. 그렇다면 전자의 경우는 어떠한가? 당연히 조경가의 역할은 중요하다. 어렵게 말하면 개념적 차원이고, 편하게 말하면 말하는 건데 무슨 말을 못하겠는가. 문밖의 보이는 것 모두가 조경의 대상이 아니던가. 조경학개론에 나열돼 있는 조경가의 특성에 따르면 조경가는 재생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적임자다. 그런데 말은 말로 끝나기 쉽다. 이렇게 전자건, 후자건 조경가의 역할에 있어서 낙관적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리 낙담하지는 말자.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 아직 가야할 좌표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가능성은 있고 답이 흐릿하다면 문제를 바꾸면 된다. ‘조경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조경이 어떻게 역할을 만들어낼 수 있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