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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탐방] 어린이대공원 동시대 어린이와 접속을 꿈꾸다
    “박정희 대통령의 어린이대공원과 내가 생각하는 어린이대공원은 다를 것이다. 당시에는 아이들에게 놀이 공간을 주고 싶었겠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돌려주고 싶다. 또한 그것이 우리 시대 어린이대공원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1970년대 조성된 어린이대공원은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변화의 외풍도 컸으리라. 공교롭게 현재 서울에 있는 어린이 및 청소년 인구가 1960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서 160만 명이란다. 하지만 500만 시대의 160만 명과 지금 1000만 시대의 160만 명은 분명 다르다. 이강오 어린이대공원 원장은 공원이 겉으로 보기에는 변하지 않는 것 같아도, 사실 인구나 사회나 경제의 변화만큼이나 공원 밖 세상과 호흡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시대마다 공원의 역할이 달라져 왔고, 그 역할에 대해 사회를 향해 외쳐야 하는 몫이 우리에게 있다고 했다. 어린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세 가지 전략 어린이대공원이 위치한 능동 일대는 기존에 골프장 부지였으며, 박정희 대통령이 처음 어린이대공원을 지으라고 한 것이 1970년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 개장한 것은 1973년 5월 5일 어린이날로, 개장 당시 면적은 71만9400m2였고, 현재는 53만6088m2에 달한다. 이중 시설이 약 39.7%를 차지하고 있다. 2006년에 무료 개방하고 2007년 재조성사업을 시작해 2009년 36년만에 새롭게 조성한 모습으로 재오픈했다. 그리고 최근 어린이대공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소식이라면 지난해 6월 20일 시민단체 출신 이강오 원장이 부임한 것이 아니었을까. 공개채용 방식 자체도 화제였지만, 이강오 원장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관료적 조직에 새롭게 수혈된 이강오 원장의 지난 일년을 들여다봤다. 처음 이강오 원장이 부임해서 만든 것은 공원의 혁신안이었다. 기존 혁신안도 있었지만 시장이 바뀔 때마다 내려오는 형식적인 계획안으로 직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래서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담아 6개월간의 작업으로 ‘어린이대공원 발전방향’을 만들었다. 이 안에는 어린이대공원이 어린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 세 가지 전략이 담겼다. 첫째는 ‘지구를 위한 동물학교’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동물을 왜곡해서 봐 왔다.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동물들은 서울에 있는 아이들이 태어나서 첫 번째로 만나는 야생동물이다. 이 동물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야생동물에 대한 평생의 이미지가 심어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야생동물에 대한 정확한 이미지를 보여주자고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울림이 있고 설렘이 있는 숲과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어린이대공원의 가장 큰 자산은 숲과 나무들인데 지금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이용가능하고,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숲으로 탈바꿈시켜 주자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야외놀이 플랫폼’이다. 어린이대공원은 어린이들이 놀기 위해 만든 공간이므로, 가장 매력적인 놀이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콘텐츠를 결합시키고자 했다. 기존의 행정이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핸드폰이 게임어플의 플랫폼이듯이, 어린이대공원이라는 공간에 누구든지 프로그램을 끼워넣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동물원을 어찌하오리까…해법은 집단지성 세 가지 전략들이 사연 없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특히 ‘지구를 위한 동물학교’를 내세운 동물원과 관련된 줄거리는 길다. 처음 이강오 원장이 부임했을 때 일부 직원들 사이에는 경계하는 분위기가 존재했다. 특히 동물원은 최근 동물복지운동이 커지면서 문을 닫으라는 외부의 공격이 지속적으로 있었던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시민단체에서 원장이 온다고 하니 더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강오 원장은 동물원 스스로 발전계획안을 짜도록 했다. “다만 현 서울시장의 방향이 세계적 흐름과 다르지 않으므로 배척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시장의 결정이라고 해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하진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렇게 토론을 통해 도출한 결론이 ‘교육 동물원’이다. 직원들이 꺼내 놓은 생각을 모아 놓으니 사실 박원순 시장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방향이 다른데, 이것은 충분히 협의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시장은 가축을 적극 활용하여 어린이체험교육을 하자는 건데, 동물원은 기존의 동물을 가지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동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과거에 동물을 전시해서 바라보던 엔터테인먼트적 기능이 아니라, 현대 동물원은 오히려 야생동물의 종다양성을 지키는 근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과연 그런 기능을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가 이슈이고, 많은 한계가 있겠지만 어린이 교육을 전문화해 간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이강오 원장이 시민사회에서 늘 해왔던 집단지성을 끌어내어 합치시키는 프로세스가 힘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동물원에 당장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육사나 수의사들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으면 공간을 바꿔봐야 쓸모가 없다”는 것이 이 원장의 생각이다.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도 처음 단체가 조직되는 과정에서는 6~7명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점점 동지를 끌어 모으면서 공간을 혁신해 갔다. “어린이대공원도 충분히 교육할 수 있는 힘을 가졌을 때, 그 정도의 가치나 스토리가 생기고, 우리 안에 콘텐츠가 쌓이면 기회는 올 것이다.”
    • 박광윤 / 어린이대공원 / 2016년09월 / 97
  • 세계유산, 그들만의 리그? 아니 되오 이해관계 없는 객관적 시각의 코디네이터 필요
    심준용A&A문화연구소 소장 원주의 폐사지(이하 원주 사지)가 연속유산으로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 과연 어떤 가치가 근거로 제시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올해 연속유산인 ‘한국의 서원’의 세계유산 신청이 철회되고, ‘한국의 전통산사’가 조건부로 등재 신청 대상에 선정됐다. 원주 사지는 흥법사지, 법천사지, 거돈사지 세 곳을 말하는데 남한강을 중심으로 한 고려 초기의 정치 체계 등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고, 사찰과 속세의 관계를 규명하는 흔적이다. 원주 사지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연구용역의 책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심준용 A&A문화연구소 소장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해당 문화재의 가치를 전혀 모르는 사람까지 설득할 수 있는 객관적 시각이 필요하다”며 연구 초기부터 적소에 필요한 전문가가 배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소장은 원주 사지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적확한 연구와 전문가를 연결하는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자국의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선조들의 유산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중요한 이유지만, 세계유산 등재는 자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문화유산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 유산과 연관된 단체 및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은 더욱 크다. 국가별로 신청 가능한 유산의 개수는 연간 2점으로 제한돼 국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만한 보편타당한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 소장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각 유산과 관련된 전문가가 세계유산의 연구 및 등재 전 과정을 추진하고, 신청서를 작성하는 후반에서야 세계유산 전문가와 인접분야 전문가가 접근하다 보니 등재가 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원주 사지의 세계유산과 관련해서는 10년 동안 세계유산위원회 한국 대표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조유진 문화재청 자문위원을 초빙해 함께 연구에 참여하고, 연구 초기부터 사지 주변의 경관적 가치와 입지 분석 등을 위해 조경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인접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에게 바란다 “정원 바람 분다지만 현장 전문가는 없어”
    이정철 푸른수목원 원장 “정원 바람은 불고 있지만 현장에서 식물을 다루는 전문가는 적다. 해외에서 공부한 가든디자이너는 많지만 가드너는 찾기 힘들다. 이런 불균형이 왜 생기는 것일까?” 이정철 푸른수목원 원장은 2016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의 코디네이터다. 지금 그의 역할은 단순히 작가정원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서울시와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를 연결하고, 주최 측과 가든디자이너를 조율하는 역할까지 한다. 그의 존재는 시공현장에서 더욱 돋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작가정원 코디네이터를 서울시로부터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손부터 내저었다. 푸른수목원 원장이라는 본업에 충실하고 싶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처음 개최하는 중요한 정원박람회였고, 개최일은 가까워 왔다. 특히 정원 현장이 급했다. 누군가가 나서야 했던 상황이었다. 책임감이 강한 그로서도 더는 모른척 지나칠 수 없었다. 사실 현장에서 작가정원을 지휘하는 데 그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민간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 공직에 있는 인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정철 원장은 대학에서 관상원예를 공부했다. 학과 내에 조경과 화훼 전공 교수진이 모두 있었다. 친구들은 조경회사, 종묘회사 등 여러 분야로 진출했다. 나무보다는 초본류를 좋아했던 이 원장은 첫 직장으로 ‘한택식물원’을 선택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초본류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그곳에 들어가 바닥부터 시작했다. 매일 현장에서 흙을 만지고 식물을 가까이 두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 덕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원장은 오랫동안 정원을 만들어오면서 지금의 정원 열풍에 낯설다고 했다. 조경과 원예를 전공한 가든디자이너가 새로운 정원문화를 만드는 두 개의 축이라고 했다. 다만 정원 열풍이 너무 설계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어 걱정이다.
  • 조경가, 융합에서 길을 찾다 환경시스템 관심, 융합적 프로젝트로 전문성 강화
    정미란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 교수 “건축가들이 벽돌을 쌓아서 건물을 짓죠. 하지만 토목하는 사람이 벽돌을 잘 쌓는다고 해서 건축이 토목과 라이센스를 공유하지는 않잖아요.”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정미란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는 산림기술자들의 조경 진출이나, 조경과 산림의 학문 통합 논란을 보며, 전문분야로서 조경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진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나무를 잘 심는다고 같이 조경을 하자는 것은 맞지 않다는 뜻이다. 그가 보기에 미국은 조경이 라이센스license(면허)지만 한국은 자격증certificate이어서, 한국 조경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을 인정을 받지 못하는 느낌이다. 물론 미국 조경가들에게는 그만큼 큰 책임이 수반된다. 그래서 “이게 좋겠다, 저게 좋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코멘트는 들어본 적이 없단다. 조경은 전문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조경의 질은 떨어질 거예요. 조경전문가로서 훈련되지 못한 사람들이 조경을 담당했을 때 받게 될 폐해가 크다는 걸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조경은 전문분야고 명백하게 조경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해야 합니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 조경설계사무소를 다니다가 2000년에 훌쩍 미국으로 건너갔다. ‘기회가 왔을 때 준비돼 있는 조경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는데, 주변의 권유로 일리노이대학교 어버너-섐페인에서 조경을 더 공부하게 됐다. 현재는 좋은 기회로 지금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연환경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 “가든디자이너, 큰물에서 놀자” 한국정원의 세계화, 서울정원박람회의 세계화
    야노 티 가든디자이너 “톱디자이너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은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일본의 가든디자이너 야노 티 작가는 세계적인 가든디자이너가 되려면 ‘한국인으로서의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은 디자이너의 내면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노 티 작가는 “나를 있게 한 국가, 사회, 문화, 역사 등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형성된 정체성이 세계의 가든디자이너와 경쟁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정원의 세계화를 위해 가든디자이너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야노 티 작가는 오랜 고민 끝에 “이질적인 것과 만나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정원을 만드는 사람끼리 머리를 맞댈 것이 아니라 정원을 모르는 일반인과 학생을 작업에 참여시키라고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풍토라는 고유색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바람과 흙이 만나서 풍토가 된다. 여기서 흙은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고 바람은 지나가는 외부인이다. 이 두 개를 더해야 풍토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야노 티가 만드는 정원의 지향점은 ‘이용’이다. 그는 가든디자이너도 보여지는 정원을 만드는 사람과 이용하는 정원을 만드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뉜다며 본인은 후자에 속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환경과 교육 영역에서 정원과 가든디자이너의 역할을 강조했다. “내가 만든 정원은 ‘파란하늘 교실’이라고 부르고 있다.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가든디자이너는 마을만들기같은 넓은 차원의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그는 정원을 통해서 가든디자이너가 진출할 수 있는 영역, 환경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