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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네마 스케이프] 그린 북
    『그린 북(Green Book)』은 정원 관련 책이 아니다. 1936년부터 1966년까지 미국에서 발간된 연간 여행 안내 책자로, 흑인 여행자들이 차별과 물리적인 폭력을 피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했다. 미국 전 지역을 운전하며 다니는 우편배달원이 었던 빅터 휴고 그린이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재작년 개봉된 천재 흑인 수학자를 다룬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2016)에서 본 대로, 대중교통과 화장실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차별은 가까운 과거에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영화 ‘그린 북’(2018)은 1962년을 배경으로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가 이탈리아계 백인을 운전사로 고용해 연주 투어를 다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여행을 하며 소통하게 된다는 전형적인 로드 무비는 언제나 흥미롭다. 상반된 두 캐릭터가 충돌하며 빚는 에피소드는 예상을 넘어서고, 이동하면서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은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한다. 여기에 매력적인 음악까지 더해진다. 토니(비고 모르텐슨 분)는 뉴욕의 클럽에서 기도(문지기)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내다. 일하던 클럽이 내부 수리로 두 달간 문을 닫자, 토니는 8주간 셜리 박사(마허샬라 알리 분)가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안전하게 마치도록 수행하는 일자리를 얻는다. 셜리는 예술학, 심리학 등의 박사 학위를 가진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로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유명 인사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인종 분리 정책이 유지되던 남부의 여정에서 그들은 폭력과 차별에 빈번하게 노출된다. 백인 부유층은 아티스트로서 셜리 박사를 인정하지만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진 않는다. 숙식도 거부된다. 남부로 내려갈수록 셜리 박사 혼자 돌아다니는 일이 위험해진다....(중략)... *환경과조경370호(2019년2월호)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봄도 아닌데 봄 방학이 있는 2월은 참 어정쩡한 달이다. 아이들은 졸업과 입학 사이, 학년과 학년 사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낸다. 긴 연휴까지 끼어 있으니 제대로 무언가 해보기도 어설픈 달이다. 다가올 3월을 준비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지키지도 못할 결심만 무수히 하느라 머릿속만 바쁜 달이다.
  • 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설계공모 그람디자인, 코어건축사사무소의 ‘버티컬 가드닝’
    지난해12월25일 서울시는‘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그람디자인과 코어건축사사무소의‘버티컬 가드닝(Vertical Gardening)’을 선정했다고 밝혔다.이번 공모는 녹색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하는‘정원도시 서울’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민간 건축물에 수직정원을 확산시키기 위한 시범 사업이다.서울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일부 건물에 수직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자연이 주는 시각적 효과를 꾀하고,시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생태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공모는 제안·지명 방식으로 진행되었다.오피스경(권경은),한양대학교(안기현),아뜰리에리옹 서울(이소진),그람디자인(최윤석),기술사사무소 동인조경마당(황용득)등5개 팀이 초청되었으며,초청팀은 건축 전문가와 조경 전문가를 모두 포함한2인 이상의 팀을 구성해야 했다. 대상지는 돈의문박물관마을D동(서울도시건축센터), H동(서울도시건축센터 별관,공공 전시장)의 외부 벽면과 옥상 및 외부 공간으로, H동 일부 공간의 경우 내부 리모델링 계획뿐만 아니라 수직정원의 취지에 맞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설계 지침은 크게 다섯 가지였다.첫째,서울의 사계절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정원을 제안하고,식물은 도심지 공해에 강하고 월동이 가능해 서울에서 생육할 수 있는 종을 선정한다.둘째,식재 기반 구조물은 식물에게 적정한 생육 환경을 제공하고,유지·관리가 쉬워야 한다.구조물의 재질,디자인,색상은 기존 건축물,주변 가로 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한다.셋째,자동 관수 시설 및 시스템은 유지·관리가 효율적이어야 한다.넷째,관수나 전력 소비를 최소화해 수직정원을 저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또한 식재 하중,풍하중을 고려해야 하며 태풍,집중 폭우 등 재난에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다섯째,수직정원,옥상 녹화,가로 녹지는 서울시 관련 계획 및 지침을 반영해 설계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70호(2019년2월호)수록본 일부
  • 전남대학교 민주길 조성사업 설계공모 동인조경마당의 ‘행복한 동행’
    지난해 12월 25일 서울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그람디자인과 코어건축사사무소의 ‘버티컬 가드닝(Vertical Gardening)’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는 녹색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하는 ‘정원도시 서울’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 민간 건축물에 수직정원을 확산시키기 위한 시범 사업이다. 서울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일부 건물에 수직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자연이 주는 시각적 효과를 꾀하고, 시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생태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공모는 제안·지명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오피스경(권경은), 한양대학교(안기현), 아뜰리에리옹 서울(이소진), 그람디자인(최윤석), 기술사사무소 동인조경마당(황용득)등 5개 팀이 초청되었으며, 초청팀은 건축 전문가와 조경 전문가를 모두 포함한 2인 이상의 팀을 구성해야 했다. 대상지는 돈의문박물관마을 D동(서울도시건축센터), H동(서울도시건축센터 별관, 공공 전시장)의 외부 벽면과 옥상 및 외부 공간으로, H동 일부 공간의 경우 내부 리모델링 계획뿐만 아니라 수직정원의 취지에 맞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 설계 지침은 크게 다섯 가지였다. 첫째, 서울의 사계절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정원을 제안하고, 식물은 도심지 공해에 강하고 월동이 가능해 서울에서 생육할 수 있는 종을 선정한다. 둘째, 식재 기반 구조물은 식물에게 적정한 생육 환경을 제공하고, 유지·관리가 쉬워야 한다. 구조물의 재질, 디자인, 색상은 기존 건축물, 주변 가로 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한다. 셋째, 자동 관수 시설 및 시스템은 유지·관리가 효율적이어야 한다. 넷째, 관수나 전력 소비를 최소화해 수직정원을 저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식재 하중, 풍하중을 고려해야 하며 태풍, 집중 폭우 등 재난에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 다섯째, 수직정원, 옥상 녹화, 가로 녹지는 서울시 관련 계획 및 지침을 반영해 설계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0호(2019년 2월호) 수록본 일부
  • [이달의 질문] 나만 알고 싶은 핫 플레이스가 있다면?
    나만 알고 싶은 핫 플레이스는 없다. 대신 가보고 싶은 곳의 리스트는 차고 넘친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제주도의 아직 가보지 못한 오름들과 눈 쌓인 한라산, 일본 삿포로에 있는 맥주박물관,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대는 날의 갈대숲, 언제 완공될지 기약 없는 용산공원, 미세 먼지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 맑디맑은 어느 봄날의 서울식물원, 평양시 중구역 서문동에 있다는 만수대분수공원…. 아, 무릎 튀어 나온 추리닝을 입고 가도 반갑게 맞아주는 이가 있는 동네 술집도 가고 싶다. 격하게! 남기준환경과조경 편집장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고 싶을 때 이곳을 추천한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 드라이브해 도착할 수 있는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다. 임진강을 향해 탁 트인 언덕에 자리 잡은 1만평 규모의 정원으로, 언덕에 앉아 강가를 바라볼 때면 일상의 상념을 자연스레 잊게 된다. 특히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해마다 넓은 언덕을 안젤로니아 꽃이 가득 채우는데,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라벤더 밭에 온 듯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개화 기간이 길고 우리나라 기후에 비교적 잘 맞는 안젤로니아를 선택한 정원 디자이너의 안목이 돋보이는 곳이다. 정원 한편에는 화이트가든이라고 이름 붙여진 수 공간이 있는데, 임진강을 향해 무한히 이어진 인피니티 수반에 하늘의 풍경이 그림처럼 담긴다. 연천 허브빌리지는 핫 플레이스이기도 하지만 뜨거워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쿨 플레이스이기도 하다. 최재혁스튜디오 오픈니스 대표 KTX로 2시간여를 달려 호남선의 끝자락에 내렸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자마자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이 마구 떠오른다. 게살비빔밥과 게찌개, 한우 갈빗대가 올라간 냉면, 제철 방어, 콩국수…. 뭘 먹든 맛있겠지만 겨울엔 냉면이다. 한우 냉면으로 배를 채우고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자마자 산책을 나선다. 근대 유산과 박물관, 적산가옥, 이야기가 있는 골목길을 걷는다. 걷다가 눈에 띄는 아무 카페나 들어가도 이곳 목포 원도심의 분위기가 담겨 있다. 조금은 한적하고 은근히 활기찬 동네. 저녁으로 신선한 회 한상, 아침으로 아메리카노 대신 고소한 콩물 한 컵, 점심으로 게살비빔밥과 게찌개를 먹고, 돌아오는 기차에 오르기 전 이곳에서만 파는 쑥굴레와 콩국을 포장한다. 기차 여행을 마칠 때쯤, 달콤한 조청에 찍은 쑥굴레를 우물거리며 나의 핫 플레이스 목포 원도심을 음미해본다. 근래 목포 원도심 관련 뉴스가 뜨겁다. 진짜 핫 플레이스가 되었나보다. 이태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연구원 인천에는 ‘개항누리길’이라는 근대화 거리가 있다. 인천 여행지로 유명한 차이나타운과 닭강정이 맛있는 신포시장 사이에 있어 한번쯤 들러도 좋은 곳이다. 개항누리길에 위치한 ‘관동오리진’은 1940년 이전에 지어진 일본식 연립 주택을 개조한 카페다. 1, 2층으로 나눠져 있는데 2층 다다미방은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옛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팥물, 수제차도 유명하지만 뒤뜰에 있는 작은 정원이 인상적이다. 건물 앞에서 인증샷만 찍고 가는 이들도 많다. 흑백 사진관 ‘우리’는 관동오리진 건너편에 있는데, 사진 한 장 찍는 데 오천 원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감성적인 사진을 건질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 정작 갈 때마다 웨이팅이 길어 한 번도 못 찍어 봤다는 게 함정이다. 박민지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경의선숲길과 연남동을 지나 30분가량 걸어가면 연희동이 나온다. 교통이 조금 불편한 탓인지, 연희동은 연남동이나 익선동 같은 진짜 핫 플레이스들처럼 붐비는 곳은 아니다. 연희동은 큰길에서 보면 평범한 주택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쪽으로 두 골목만 더 들어가면 주택가 사이사이 카페와 음식점, 서점, 디자인숍 등이 숨어 있다. 나만의 연희동 코스가 있다. 먼저 ‘유어마인드’라는 독립 서점을 둘러보고, 바로 아래층의 카페에서 키오스크 샌드위치를 먹는다. 배가 조금 차면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넓고 깨끗한 골목 또한 연희동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저녁은 항상 ‘월순할매동태찜’이다. 매콤한 동태찜과 볶음밥은 요즘 같은 겨울에 안성맞춤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마음 가는 새로운 곳에 도전한다. 최근에 간 ‘예끼’라는 오뎅 바는 무지개색 니트를 입은 사장님과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는 따뜻한 곳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사러가마트’도 한 번씩 들러본다. 동네 마트지만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식재료들을 찾을 수 있다. 연남동의 꽉 찬 거리와 끝없는 웨이팅이 질렸다면, 조금 더 걸어 연희동은 어떨까. 홍하영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작은 북 카페 ‘카푸치노’는 이천 원이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병원 의사분이 모아 놓은 문학 기행 비평집이 있다. 나만 아는 것은 재미없어 알린다. 이은심 나의 핫 플레이스는 서로 극과 극인 두 곳이다. 한 곳은 현대적이고, 다른 한 곳은 전통적이다. 첫 번째 핫 플레이스는 H 카드사의 옥상 키친, ‘쿠킹 라이브러리’다. 4층에 있는 그린 하우스는 한 팀만을 위한 공간으로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고, 정원에서 자유롭게 야채를 수확해 요리할 수 있다. 공간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미식에 대한 열정이 있는 조경인이라면 누구나 이 매혹적인 공간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째 핫 플레이스는 장흥의 ‘열화정’이다. 느티나무가 노랗게 단풍 들 무렵, 나무 그늘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면 내가 자연인지 자연이 나인지 심히 헷갈린다. 죽기 전에 꼭 느티나무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10월 넷째 주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혼자 가도 좋고, 같이 가도 너무 좋은데 혼자만 보기에는 아까운 풍경이다. 온통 노란 느티나무 잎사귀로 가득 찬 연못은 가을이 통째로 들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20년 전 제목도 없는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알게 된 열화정은 몇 년간의 전통 공간 답사에도 풀지 못한 숙제 같다. 배선영 한국수자원공사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융건릉’. 정조와 영조의 능이 있는 곳으로 몇백 년 된 수목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다. 방문객이 굉장히 많지만 워낙 넓은 곳이라 한적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수목만 가득할 뿐인데 능 바깥과는 공기부터 다른 것이 느껴진다. 쭉쭉 뻗은 산책길, 넓은 잔디밭과 휴게 공간에서 여유롭게 산책하고 쉬고 데이트하기도 좋다. 어느 계절에 가도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다. 백규리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 한참을 생각한 끝에 두 곳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네스트호텔’이다. 호텔 근처 용유역에서 무료로 운행하는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역까지 갈 수 있다. 서해 바다를 보며 탁 트인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이곳에는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설렘이 있다. 두 번째는 광화문 ‘씨네큐브’다. 해머링 맨이 있는 흥국생명 건물 지하 2층에 있다. 영화 티켓을 보여주면 지하 1, 2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값을 할인받을 수 있다. 3층 ‘세화미술관’ 관람도 무료, 창밖 도심 전망은 덤이다. 매번 인생 영화를 만나는 곳, 직원이 “상영 시작 1분 전입니다” 외치는 정감 있는 곳이 궁금하다면, 북적이고 팝콘 냄새 나는 영화관이 싫다면, 따스한 찻물이 마음에 스며들 듯 완벽한 힐링이 필요하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시길. 이주연한국조경협회 사무국장 내게 핫 플레이스를 찾아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틈틈이 인터넷이며 TV며 여러 매체를 통해 가고 싶은 곳들을 체크해 둔다. 원하는 조건을 갖춘 핫 플레이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접근하기 쉽고, 볼거리가 많고, 적당히 오랜 시간을 보내기 좋아야 한다. 분위기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핫 플레이스들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가족, 친구, 애인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다. 하지만 힘들게 찾아간 곳에는 대게 그렇듯 많은 인파가 몰린다. 사람들 속에서 한참 치이다 보면 진이 쏙 빠진다. 함께 온 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계획이 실패한 것만 같다. 이럴 때면 정말이지, 세상의 모든 핫 플레이스를 나만 알고 싶어진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꽁꽁 숨긴 채 답변을 내놓고 말았다. 박대웅화담숲 바리원 *‘이달의 질문’은 매달 하나의 질문에 대한 독자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이를 공유하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시시콜콜한 조경 동네의 일상부터 조경을 둘러싼 법제도, 조경의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질문을 통해 조경 공론의 마당을 조금씩 넓혀가겠습니다.
    • / 2019년02월 / 370
  • [편집자의 서재]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조금 망설이게 된다. ‘독서’인데, 선뜻 말하기가 어렵다. 첫째, 책에 대한 나의 애정은 어딘가 어설프고 애매하다. 흥미로운 이야기, 맛깔 나는 문장, 똑똑해지는 것 같은 기분 때문에 책을 읽기도 하지만, 나와 책의 관계는 물질적인 면에 좀 더 치우쳐 있다. 반듯한 사각형, 종이의 냄새와 질감, 정갈한 글자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쉽게 들뜬다.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 뿌듯하고,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달라진 것 같다는 예감(착각)에 사로잡혀 정작 책 읽기는 뒷전이다. 둘째, 소심한 성격도 한몫한다. ‘취미는 독서’라고 했을 때 돌아올 반응이 신경쓰인다. 집에 틀어박혀 책만 읽는 따분한 애로 보거나, 잘난 척하는 인간으로 보거나, 그냥 폼 잡으려고 아무 말이나 하는 허언증 환자로 볼 게 뻔하다. 셋째, 요즘 같은 시대에 독서는 매력적인 취미가 아니다. 이력서 속 빈칸에 대한 답일 때는 더욱 신중해진다. 독서라고 썼다가는 제대로 된 취미 하나 못 찾은, 도전 정신이나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지원자로 보이기 십상이다. “책 좋아하세요?” “좋아하긴 하는데... 많이 읽고 그러지는 않아요.” 생각해보면 언제나 우물쭈물,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던 적이 많지 않다. 책 좋아하는 인간으로 알려지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생일 선물은 항상 책이었고, 내가 똑똑하고 올곧은 애인 줄로 아는 엄마 친구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으며, 아는 게 많고 글을 잘 쓸 거라는 기대는 정말 별로였다. 이런 소심한 책쟁이에게 한 줌의 해방감을 준 책이 있었으니,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이다. 책을 사게 된 건 순전히 제목 탓이었다. 폐활량이 부족한 사람은 한 번에 다 말하기도 힘들 것 같은 저 긴 제목에는 뭔가 씌여 있는 게 분명했다. ‘멸종 직전’이라는 절박한 표현을 거부할 수 없었다. 동료가 내미는 손 같았고, 종이책이 보내는 일종의 구조 신호 같기도 했다. 이 책은 미국 칼럼니스트 조 퀴넌의 삐딱한 시선으로 쓰인 지극히 주관적인 독서 예찬론이다. 곧 일흔을 바라보는 그가 평생 읽은 책은(그의 추산에 따르면)7천 권 남짓이다. 태생이 까칠한 탓인지 엄청난 독서량에서 비롯된 자신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책과 독서 생활에 관해 말할 때만큼은 그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거침없다. 세상에는 위대한 책도 많지만 펴 볼 가치도 없는 허섭스레기 같은 책도 많으며, 그중 기업가나 정치가가 쓰거나 그들을 다루는 책은 끔찍하기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그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군림하는 책을 그해에 읽고 넘어가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마뜩치 않고, 14살 때부터 경멸해 온 책을 자기 인생 책이라며 반짝거리는 눈으로 건네는 친구를 무서워한다. 보통 독서법에 관한 책이라면 독서 행위를 고상하고 감상적인 일로 미화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러한 점에서 여타 책과는 결을 달리 한다. 그에게 책 읽기는 지루한 인간들 틈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자, 지긋지긋한 현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도피처이며,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만드는 좋은 핑곗거리다. 생각해보면 내가 책을 붙들고 있는 이유도 대단한 데 있지 않다. 아무리 책이 정서를 고양하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해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이라는 물체에 대한 일종의 페티시가 있기 때문이고, 책이 허접한 예능보다 재밌고, 많이 움직이지 않고 빈둥대는 일이 태생적으로 잘 맞아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저 종이 뭉텅이에 집착하거나, 현실 부적응자거나, 숨쉬기 운동 밖에 할 줄 모르거나, 속에 화가 많은 것뿐인지도 모른다. 책 읽는 걸 대단하게 혹은 괜히 아니꼽게 여기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좀 알아야 한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뭔가 대단한 사람처럼 굴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눌려 있는 이도 마찬가지다. 머쓱한 표정이 아닌 심드렁한 얼굴로, “취미는 독서에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 할 수 있는 권리를 허하라. 각주 1.조 퀴넌, 이세진 역,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위즈덤하우스, 2018.
  • [CODA] 애매한 관찰자 시점
    학교나 직장은 집에서 먼 곳으로 다닐 것. 넘쳐나는 시간을 대학교 주변 카페를 탐방하며 까먹던 새내기 시절, 재미 삼아 들린 사주 카페에서 뜻밖의 조언을 들었다. 모든 세상사에 달관한 듯한 눈빛의 역학자는 내 사주에 역마살이 끼어 있다며 집에서 먼 곳으로 나다닐수록 일이 잘 풀릴 거라 이야기했다.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길 수 있는 충고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30여 년을 한 동네 주변을 맴돌며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를 몇 번 했지만,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통학 시간이 걸어서 30분을 넘겨본 적이 없다. 한때 인턴으로 오갔던 평촌의 연구소가 집에서 가장 먼 일상 공간이었다. 덕분에 동네의 변화를 낱낱이 목격하며 자랐는데, 모교가 될 줄 몰랐던 동네의 대학교도 관찰 대상 중 하나였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주말이면 캠퍼스 뒤편의 산에 올라 배드민턴을 치거나 중앙로에서 롤러블레이드를 탔고, 여름방학에는 학생회관 앞 잔디밭에서 대학 풍물 동아리가 진행하는 장구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캠퍼스를 동네 공원처럼 누비고 다닌 탓에, 신입생 주제에 얼마 전 학교로 돌아온 복학생이라도 되는 양 변해버린 학교를 아쉬워하곤 했다. 뒷산 앞 잔디 언덕을 덮은 캐스케이드와 스탠드, 장구를 배웠던 잔디밭을 밀어내고 들어선 농구 코트가 그랬다. 특히 자그마한 잔디 언덕과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캐스케이드는 왕릉 같은 역사 유적지를 연상시켜 매우 기이했다. 그 후에도 작은 변화들이 캠퍼스를 야금야금 바꾸어 나갔다. 밀려드는 과제만으로도 벅찬 학기를 보내던 나는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알지 못한 채 달라지는 캠퍼스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의문을 품게 된 건 어느 여름, 입구 리노베이션 공사를 목전에 둔 때였다. 우리 학교 정문은 좁고 볼품없기로 유명했는데, 정문 가까이 대학 본관으로 쓰였던 오래된 건물이 있고 그 건물만큼 나이를 먹은 큰 나무들이 모여 자라고 있었다. 작지만 알찬 숲은 정수리로 내리꽂히는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등굣길이었는데, 학교는 정문다운 정문을 위해 그 숲을 매끈한 광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자세한 속사정을 알 수 있었던 건 이를 막기 위해 벌어진 서명 운동 때문이었다. 나무를 베지 않고도 정문 환경을 개선할 수 있고, 조감도에 그려진 작은 녹지에서는 존치될 예정인 큰 나무가 살 수 없다는 점이 주요 골자였다. 전공 교수님도 그 나무들의 가치를 강조하며 서명을 독려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서명에 참여했는지 알 수 없지만,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몇 개월 뒤 여느 학교에 있을 법한 회백색 판석으로 마감된 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의 완만한 경사가 보드를 타기에 적당하다는 말이 돌며 보더들이 모여들자 독특한 풍경이 연출됐다. 햇볕이 따가운 날이면 광장은 허옇게 빛나며 열기를 반사했고, 커다란 독일가문비는 수액 링거를 맞으면서도 시들시들 마르다가 어느 날 아침 사라졌다. 그 광장을 지날 때면 가끔 묘한 감정이 피어났다. 학교의 주인이지만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이 없고, 그래서 참여할 자격을 갖지 못한 관찰자가 된 기분. 그렇다고 무언가를 실천하기엔 겁도 많고 행동력도 없는 내가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재개발을 앞둔 을지로를 생각하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 겨울 방문한 세운상가에서 내려다본 을지로에는 근대에 지어진 적벽돌 건물, 그에 덧댄 슬레이트 지붕과 외부 계단이 형성한 독특한 풍경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처절하지 않게 만든 건 개미굴처럼 꼬불꼬불하게 얽힌 골목길에서 바쁘게 짐을 나르며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고쳐 쓰기보다 새로 짓기를 좋아하는 도시재생 정책에 밀려난 사람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오랜 시간 촘촘하게 짜인 산업 생태계에 기대어 일해 온 관련 업종 종사자나 예술가는 어디로 가야 할까. 재개발 반대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공론화 과정’에 참여해 관찰자가 아닌 을지로의 주인으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번에도 애매한 관찰자 자리에 선 나는 아쉬움을 담은 짧은 글으로 그들에게 보내는 응원을 대신한다.
  • [PRODUCT] ICT 스마트 벤치와 테이블 핸드폰 급속 충전 기능, ICT 관제 서비스, 경관 조명 겸비
    엔쓰컴퍼니Nth company는 사물인터넷IoT과 정보 통신 기술ICT을 기반으로 일상의 다양한 문제와 요구를 생활 밀착형 제품과 서비스로 풀어내는 기업이다. 전통적 조경 공간이 갖는 한계를 새로운 기술의 융합으로 넘어서고자 노력하고 있다. 엔쓰컴퍼니의 ICT 스마트 벤치와 테이블은 에너지 자립 기술(태양광)이 적용된 휴게 시설이다. 태양광 기술로 생산한 에너지로 스마트폰을 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야간에는 경관 조명을 밝힐 수 있다. 또한 배터리 전압 표시계가 설치되어 있어 에너지 축적 상태 파악이 가능하며, 각 시설에 부착된 로라 모듈LoRa module(저전력 장거리 통신 기술의 일종)과 센서로 제품의 이용 현황과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2018년에는 LH가 주최한 ‘행복도시 시민체감형 스마트서비스 공모’에 당선되어 ICT 스마트 벤치와 테이블이 세종 호수공원에 설치되기도 했다. ICT 스마트 벤치와 테이블은 시민들에게는 신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관리자에게는 시설 관리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앞으로 엔쓰컴퍼니는 기존 시설에 발열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TEL. 02-583-1713 WEB.www.nthcompan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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