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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퀸즐랜드 공과대학 교육원 QUT Education Precinct and Pedestrian Spine
    퀸즐랜드 공과대학 교육원(QUT Education Precinct)은 호주 브리즈번(Brisbane)의 도시 켈빈그로브(Kelvin Grove)에 자리한다. 교육원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걸맞은 교육 인재 육성을 목표로 캠퍼스 내 중추적인 위치에 마련됐다.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경관 설계를 통해 친환경적이고 쾌적한 학습 공간을 만들고, 교육원을 기존의 도서관, 버스전용차로, 캠퍼스 중심부를 관통하는 주 보행로와 자연스럽게 연결하고자 했다. 교육원 주변 차로를 보행로로 개선하기 위해 주차 공간, 연석 등 보행 편의를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바닥은 석재로 포장했다. 지상에 있던 번잡한 기반 시설은 조명, CCTV, 급수, 전력, 와이파이 기능을 통합한 스마트폴이 대신한다. 건물 저층부에는 학생들을 위한 휴게 시설과 그늘을 더해 건물로의 접근성을 향상했다. 아트리움은 교육원과 도서관을 연결하는 공간이다. 이곳에 교직원, 학생, 방문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녹지를 마련하고자 넉넉한 규모의 식재 공간을 조성했다. 1, 2층에 걸친 계단식 화단은 토착 식물과 외래종을 모두 아우른다. 이와 더불어 덩굴 식물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기둥을 세웠다. 덩굴에 무성하게 덮인 기둥 하부는 깊은 숲의 나무 둥치를 연상시키며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TCL Collaboration Wilson Architects, Henning Larson Architects Client 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Location Brisbane, Queensland, Australia Area 1.26ha Completion 2019 Photographs CFJ Photography TCL(Taylor Cullity Lethlean)은 조경과 도시설계를 넘나드는 호주의 설계사무소다. 30여 년간 도시의 워터프런트부터 사막의 산책로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공공 공간과 작은 정원을 넘나들며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경관과 현대 문화의 시적 표현에 중점을 두고 맥락, 장소 및 커뮤니티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대표작으로는 오스트레일리아 가든, 오클랜드 워터프런트, 엘리자베스 키 등이 있다.
    • TCL / 2021년09월 / 401
  •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물빛광장 Hanbit Waterfront in Expo Science Park
    ‘대전 엑스포기념구역 개발사업’은 도시 마케팅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대전의 대표 관광 명소를 마련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빛탑 일원이 엑스포기념구역으로 지정됐으며, 2016년 2월 진행된 ‘엑스포기념구역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에서 엑스포기념구역을 일곱 구역으로 구분해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이어 자문회의를 통해 한빛정원, 한빛광장, 한빛가든을 광장과 분수가 어우러진 형태로 만드는 1단계 사업 추진이 결정됐다. 민자유치사업(사이언스 콤플렉스)과 관련된 공공기여금 100억 원 내에서 한빛정원, 한빛광장, 한빛가든을 한데 어우르는 통합적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한빛광장과 한빛가든 실시계획을 세워 공사를 추진했다. 엑스포공원의 한빛광장은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 이후, 2000년대에 한 차례 리뉴얼을 통해 음악분수가 설치되어 시민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어 왔다. 음악분수는 6월부터 8월 말까지 야간에 운영되며 국내에서 보기 드문 화염 쇼를 보여주었다. 이 이벤트는 대전의 대표 여름행사인 ‘달밤소풍’의 볼거리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원 시설의 노후화가 심각했고, 축제가 열리지 않는 시기에는 한빛광장을 찾는 이가 없어 휑하기 그지없었다. 개연성 없이 늘어놓은 시설물은 광장을 분절하고, 엑스포라는 정체성 또한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1993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빛탑의 외관은 그대로이나, 그 내부 또한 변함이 없어 낡은 모습으로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첨단 과학과 기술력으로 눈을 현혹했던 1993년의 공상 과학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한빛탑과 마스코트 ‘꿈돌이’를 보며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탑은 총명함을 잃었고 어린이의 우상이었던 꿈돌이 역시 전망대의 뿌연 유리창처럼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고 있다. 오늘날 엑스포공원의 광장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 기념 대상을 기억하도록 강요하는 공간이 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지금의 엑스포공원 광장이 보여주고 있었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사업 주체 대전마케팅공사, 신세계 조경 설계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서미경, 이상국, 김은지, 송승원) 디자인 감리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이상국) 수경 시설 태양환경개발 토목 새길이엔시 경관 조명 영공조명 전기 통신 설계 삼우티이씨 시공 신세계건설 음악분수 레인보우스케이프 위치 대전시 유성구 대덕대로 480 엑스포기념구역 일대 면적 25,759m2 기간 2018. 3. ~ 2020. 8. 준공 2020. 9. 사진 이남선, 대전마케팅공사,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은 자연환경과 인간의 건강한 유기적 관계성의 회복을 목표로 도시 및 단지 계획에서부터 복합 환경 시설, 대형 공원, 수목원, 주거, 특수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 김은지, 이상국 / 2021년09월 / 401
  • 이노시티애시앙 Inno City Aesiang
    이노시티애시앙은23동1,478세대,용적률155퍼센트의 저밀도 주거 단지다.나주 혁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도록 상징적 외부 공간을 연출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쾌적한 자연환경과 입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사람과 자연이 동화될 수 있는 푸른 단지를 만들고자 했다.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탐닉하고 계절의 변화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경관을 마련했다.인접한 자연 녹지와 근린공원을 연결하는 소통의 길(공공보행통로)을 단지 한가운데 내고,이를 기준으로 풍성한 숲과 다채로운 친수 공간을 조성했다. 일곱 개의 정원 ‘자연으로 완성되는 정원의 이야기’를 주제로 크고 작은 일곱 개의 정원을 조성해 외부 공간에 특색을 더하고,주민들에게 쉼과 여유가 있는 일상을 선사했다.세 개의 큰 정원과 네 개의 작은 정원은 공간별 특성에 맞는 시설 및 수종으로 이루어져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정원마다 테마와 기능,규모와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시설 마감과 식재 패턴을 통일시켜 공간에 연속성과 질서를 부여했다. 공공보행통로와 커뮤니티가든 단지 중심부의 공공보행통로는 본래 대규모 포장 공간으로 계획되어 있었다.주요 휴게 공간과 녹지가 단절되지 않도록 계획된 포장 면적을 줄이고 잔디 광장을 마련했다.이 오픈스페이스 주변으로 석가산이나 바닥 분수 같은 흡인력 있는 수경 시설을 배치해 단지 중심부가 주민 커뮤니티 허브로 기능하게 했다. 탁 트인 전망으로 개방감을 선사하는 잔디 광장은 단지 주 출입구와 인접해 많은 주민의 시선과 발길이 닿는 곳이다.광장 가장자리를 따라 배롱나무,반송,은목서 등을 식재해 공간에 특색을 더하고 중심 오픈스페이스로서의 상징성을 강화했다.공공보행통로를 따라 놓은 예술 작품,벤치,티하우스 등의 다양한 휴게 시설은 주민들의 추억을 담는 요소가 된다. 잔디광장에 사용한 스텔라stellar잔디는 일반 잔디보다 엽폭이 좁고11월 늦가을까지 녹색을 유지한다.생육력 또한 뛰어나 유지·관리가 용이하다.일반적으로 공동 주택 현장에서 잘 사용하지 않았던 품종이지만 최소한으로 도입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후략) *환경과조경 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기술사사무소 아텍플러스, 정한조경 시공부영주택 조경 시공정한조경(정영한, 김태우, 최강욱, 김응조, 최윤재) 위치전라남도 나주시 빛가람동 1 규모1,478세대 면적 대지 면적: 106,626m2 조경 면적: 45,000m2 완공2020. 8. 2002년에 설립된정한조경은 신용과 품질을 추구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민간 및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쾌적한 주거 환경과 여가 활동을지원해 차별화된 공간을 연출한다. 참여한 주요 프로젝트로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나인원한남, 디에이치라클라스, 롯데백화점 동탄점 등이 있다.
    • 정광조 / 2021년09월 / 401
  •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돌보는 조경
    연재를 진행하며 정작 조경가를 인터뷰하지 않은 게 아쉬웠다. 이번에는 오랫동안 조경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한 조경가를 만났다. 다니엘 윈터바텀(Daniel Winterbottom)은 30년 가까이 워싱턴 대학교에서 조경을 가르치며 도외시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간을 디자인해왔다. 평면이나 완공된 공간의 사진만으로는 그의 프로젝트를 설명할 수 없다.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켜켜이 쌓인 많은 대화와 관계를 들여다보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연구와 실무를 오랫동안 병행하면서 누적된 경험의 폭과 깊이를 짧은 인터뷰에 다 담기에 역부족이었지만, 몇 가지 대표 프로젝트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며 그의 디자인 철학과 치유 도구로 조경이 갖는 강력한 힘을 알 수 있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27년째 재직 중이다. 1995년에 학부생 대상 디자인/빌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다. 지금은 필수과목으로 채택되어 학부 졸업 전에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캡스톤(capstone)스튜디오로 자리 잡았다. ‘윈터바텀 디자인(Winterbottom Design)’이라는 개인 설계사무소를 열어 다양한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있다. 1995년에 만든 디자인/빌드 프로그램이니 오랜 시간 동안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쌓였을 것 같다. 프로그램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디자인/빌드 프로그램은 설계와 시공을 융합하는 스튜디오 과목이다. 요즘의 설계 과목은 대체로 이론 쪽에 치우쳐져 실무에 관한 내용을 다루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조경 윤리의 적용과 이론만큼 경험을 통한 배움도 중요하다. 구조물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모른다면 시공이 가능한 설계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디자인/빌드에 관심을 두게 된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학부에서 조소와 회화를 전공했는데, 16살 때부터 시공 현장에서 일하며 작품 활동에 필요한 돈을 벌었었다. 시공 기술을 접목한 미술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1970년대 ‘환경 미술’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조경과의 인연이 그때 시작되었다. 공예적 관점에서 조경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재료를 다루는 일의 장점을 알고 있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여성이 설계 분야에서 존중받기 어려웠지만,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고 현장에 나가면 큰 강점이 되었다. 또 디자인/빌드는 지역 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197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으로서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를 특권으로 느꼈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과 함께 캠퍼스 조경이나 빗물 정원을 디자인하기도 하지만 정신병원, 참전 용사 주거 공간, 피난민 커뮤니티 등 취약 계층을 위한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한다. 이런 작업에서 다양한 참여 방식과 대화를 시도하며 사람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참여 디자인 기법을 선호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트라우마가 있는 이들을 위한 설계를 시작했을 때 내가 가진 전문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석사 논문 몇 편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이들, 학대 피해자, 피난민 공간을 다룬 연구의 전부인 상황이었다. 당사자와 대화를 나누지 않고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참여 디자인의 또 다른 장점은 사용자가 공간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그곳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태도를 갖게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지역 사회에서 주인 의식에 관심이 없다면, 나 역시 굳이 설계안을 그리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은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프로젝트는 주로 누가 주도하고 어떻게 발주되는가. 프로젝트마다 다른데, 대부분 필요한 공간이 있는 NGO나 시민 단체의 의뢰로 시작된다. 이러한 중간 조직들은 이미 수년 동안 커뮤니티와 소통하며 그들의 요구를 파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훌륭한 연결 창구가 되어준다. 또한 프로젝트 기금을 마련하고 협력할 이들을 모으는 데도 힘써준다. 단체와 연결되었다고 해서 설계와 시공에 바로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 첫해에는 주로 신뢰 관계를 쌓는 데 집중한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형성되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데,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중간 단체에 의지해서 소통을 이어나가는 편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4년 전에 크로아티아 로비니(Rovinj)의 공립 정신병원과 치유정원을 설계했는데 여전히 실현하지는 못한 상태다. 하지만 소통을 워낙 자주하다 보니 병원장과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 2010년에 완성된 ‘시애틀 어린이 놀이정원(Seattle Children’s Play Garden)’을 인상 깊게 보았다. 커뮤니티가 원동력이 되어 조성된 공간의 아주 좋은 사례인데, 구체적인 과정과 역할을 이야기해달라. 이 프로젝트를 위해 4년이나 무료 봉사를 했다. 비영리단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 단체에게는 처음으로 공립 공원과 연계해 공간을 만드는 시도이기도 했다. 지역의 언어 치료사들이 자폐나 발달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바깥 공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고, 공간 확보를 위해 시애틀 공원녹지과와 20년 기한 임대 계약을 맺었다. 시 입장에서도 공원을 무료로 개선해준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시애틀 시가 내어 준 공간은 공놀이 공간이 있는 어린이 놀이터였는데, 주민들은 운동 공간이 사라지는 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공원을 디자인하다 보면 여러 이해 관계자가 생각하는 공원의 모습이 각기 달라서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운동 공간을 우선해야 할지 치료 공간을 우선해야 할지 갈등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두 의견을 모두 충족하는 안을 만들게 됐다. 다섯 단계로 나뉘어 시공이 진행됐는데, 원안대로 조성된 부분도 있지만 다른 단체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바뀐 부분도 많다. (후략) *환경과조경 401호(2021년 8월호)수록본 일부 다니엘 윈터바텀(Daniel Winterbottom)은 워싱턴 대학교의 조경학과 교수이자 윈터바텀 디자인(Winterbottom Design)의 대표다.장소 만들기,치유 정원,커뮤니티 참여 디자인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연구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1995년에 개설한 조경학과의 디자인/빌드 스튜디오를 통해 학생들과 미국을 비롯해 해외의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조경 설계를 하고 있다. 조성빈은 유년 시절을 미국과 한국의 다양한 도시에서 보냈고,공간과 도시에 매료되어 한국과 노르웨이에서 건축과 조경을 공부했다.늘 경계에 있는 사람으로 살아와 깊이는 부족해도 본질에 관심이 많고,관계에서든 공간에서든 진정성을 추구한다.조경설계 서안을 거쳐 조경작업소 울에서 놀이터와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고 있다. 김연금은 서울 옥수동에서 태어나 살고 있고, 2009년부터 옥수동 옆 약수동에서 조경작업소 울을 운영하고 있다.『텍스트로 만나는 조경』,『커뮤니티디자인을 하다』,『소통으로 장소만들기』,『우연한 풍경은 없다』등 다양한 집필 작업을 해왔다. 2020년에는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인 이규목 교수를 비롯해 여덟 명의 조경가의 글을 엮어『이어 쓰는 조경학개론』을 펴냈다.
  • [북 스케이프] 옴스테드의 첫 영국 여행
    여행은커녕 외출도 삼가는 기간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다. 정리 핑계로 여행 사진을 꺼내 살피기도 하고 남의 여행기를 찾아 읽으며 마음을 달래보기도 한다. 조경의 역사와 관련된 여행기 중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 1822~1903)의 첫 영국 여행을 살펴본다. 마침 내년 IFLA 한국총회에서 옴스테드 탄생 200주년 행사도 있을 예정이니 겸사겸사 한 번쯤 정리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옴스테드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자연을 벗 삼아 자랐고, 18세기 영국의 픽처레스크 미학 작가들의 책을 섭렵했다. 20대 후반까지 그의 생애를 보면 가족들의 걱정이 많았을 것 같다. 옴스테드는 건강 문제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고 일관성 없이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선원이 되어 중국에 다녀온 뒤 과학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아버지가 사준 농장을 경영한다. 좀 진득하게 하면 좋으련만, 공부하다 건강을 해친 동생이 정양하러 영국에 간다고 하니 아버지를 졸라 따라나선다. 여기까지는 어느 집안에나 한 명쯤 있을 법한, 혼자만 느긋한 이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여행이 그의 인생, 미국 도시의 모습, 나아가 전 세계 도시와 공원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면 과장일까. 1850년 4월, 27세의 옴스테드와 일행이 영국에 도착했다. 아픈 동생과 철없는 동생 친구를 돌보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옴스테드의 진짜 목적은 영국의 선진 영농 기술을 시찰하고 습득하여 자신의 농장을 개선하고 나아가 자기 같은 미국의 소위 젠틀맨 농부들(gentleman farmers)을 계몽하려는 것이었다. 귀국 후 여행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해 『Walks and Talks of an American Farmer in England(미국 농부의 영국 도보 여행기)』(1852)를 썼다.1 여정은 배를 타고 도착한 리버풀에서 시작한다. 시내를 관광하고, 리버풀 교외의 막 성장하기 시작한 도시 버큰헤드(Birkenhead)를 방문한다. 배에서 만난 현지인의 조언에 따라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요기를 하러 들른 빵집의 주인은 버큰헤드를 떠나기 전에 꼭 “우리의 ‘새’ 공원”을 보라고 추천했다. 이때까지도 공원은 옴스테드에게 신도시 버큰헤드의 구경거리 중 하나에 불과했다. 공원 초입의 정원에서 그는 5분간 감탄한 뒤 자연과 예술의 관계를 숙고한다.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도 이 ‘민중의 정원(People’s Garden)’과 비교할 만한 곳이 없음을 인정한다. 소낙비를 피하러 간 탑 아래에서는 온갖 계층의 사람이 모여 있는 장면을 보고 무척 기뻐한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1851년 『Horticulturalist』에 게재한 “The People’s Park at Birkenhead, Near Liverpool(리버풀 인근 버큰헤드의 민중 공원)”을 수정 및 보완해 엮은 책이다. 필자는 2002년 개정판을 참조했다(Frederick Law Olmsted, Introduction by Charles McLaughlin, Library of AmericanLandscape History). 국내에는 『후레드릭·로·옴스테드 전기』(도서출판 조경, 2003)에 일부 소개된 것 외에는 아직 본격적인 옴스테드 연구서나 번역서가 없다.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 우리를 벗어나 우리가 되는 법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 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11월 21일까지
    자연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마련됐다.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는 동식물을 대하는 인간의 상반된 태도에 질문을 던지고 진정한 공존을 모색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전시 제목의 ‘미술원’은 미술관과 동물원, 식물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대상을 수집하고 보호와 보존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갖는 데서 착안한 말이다. 미술원의 ‘원’은 둥근 형태를 뜻하며 지구와 자연, 동식물과 인간이 공존의 관계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전시는 87점의 작품을 ‘우리와 우리 사이’, ‘어색한 공존’, ‘도시와 자연, 그 경계에서’, ‘함께 살기 위해’라는 네 개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전시 공간은 경계와 배타성을 의미하는 벽을 최소화해 구성했다. 여러 공간으로 구획되지 않은 전시장에 다양한 작품을 배치해 각 작품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을, 나아가 관계와 경계의 의미를 공간을 통해 보여주려는 의도다. 우리와 우리 사이 첫 번째 섹션 ‘우리와 우리 사이’는 우리라는 단어에 담긴 상반된 의미에 주목한다. ‘우리(we)’는 나를 포함한 타인 혹은 집단을 친근하게 이를 때 사용한다. 한편 동음이의어인 또 다른 ‘우리(cage’)는 동물, 가축을 가두어 키우는 곳을 가리킨다. 이처럼 ‘우리’라는 단어에는 정서적 동질감과 물리적 테두리로서의 경계, 집단과 집단 사이의 배타성이 동시에 담겨 있다. 전시는 ‘우리’라는 틀 안에 갇히는 대신 동물과 식물의 입장에서 ‘우리’의 의미와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공존을 위한 시작이라고 말한다. 박지혜는 전시장 기둥에 비둘기 모형을 설치하고, 그 아래 작품의 제목인 ‘As You Know(아시다시피)’라는 문구를 새의 배설물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한때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이제 기피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인식의 변화를 비둘기의 입장에서 자조적으로 표현했다. 이창진이 제작한 대형 철조망은 그 자체로 전시 공간을 구획하는 울타리이자 경계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관람객은 푸른빛의 철조망에 뚫린 구멍을 통해 전시실 깊숙한 곳까지 드나드는데, 이는 경계를 넘나드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 삼산이수 순천, 순천을 담다 순천만국가정원 식물원 건립 공모’ 당선작
    순천만국가정원에 순천의 자연을 담은 식물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순천만국가정원의 실내정원은 2013년 가설 건축물로 조성되었다. 철골 구조와 외피가 낡아 위험할 뿐 아니라 2023년에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다양한 콘텐츠를 담기에 협소하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온실 형태의 새로운 식물원을 건립함으로써, 박람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국가정원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순천만국가정원 식물원 건립 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전라남도 순천시 풍덕동 70번지 일대로 연면적은 4,900m2, 건축 면적은 4,300m2다. 식물원은 화훼, 조경, 농업 플랫폼으로서 국가정원의 비전을 제시하고, 전체적인 형태는 순천의 상징물을 형상화해야 한다. 구성 요소는 주제전시정원과 복합문화공간이다. 주제전시정원은 제1전시정원(원시정원)과 제2전시정원(열대정원, 로컬푸르츠정원)으로 나뉘는데, 다양한 식물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색적인 전망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두 개 층으로 이루어진 복합문화공간에는 특별 전시실, 플라워쇼 공간, 카페테리아, 씨앗도서관 등 체험 및 휴게 시설이 마련된다. 2층의 경우 국가정원과 호수정원, 실내 온실로의 조망을 고려해야 한다. 세 개 팀이 공모에 참여했고, 지난 7월 13일 종합건축사사무소 창, 고려적산건축사사무소, 본시구도 컨소시엄의 ‘삼산이수(三山二水)순천, 순천을 담다’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우수작은 마인엔지니어링건축사 컨소시엄이, 가작은 건축사사무소 청음 컨소시엄이 차지했다. 당선팀은 기본 및 실시설계를 올해 11월까지 마무리한후 12월에 착공해,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전까지 식물원을 준공할 계획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될 식물원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도록 당선작의 설계안을 소개한다. 삼산이수 순천, 순천을 담다 순천에는 수호신과 같은 세 개의 산이 우뚝 서 있고, 그 가운데 오목한 그릇을 닮은 분지에 물이 흐른다. 굽이굽이 물길이 감도는 길목마다 싹이 움트고 식물이 자란다. 세 개의 산과 두 개의 물길이 펼쳐진 대지 위에 태초의 식물로부터 비롯된 원시 경관이 시작된다. 이를 거대하고 울창한 산림으로 자라나게 해 순천 땅 위에 녹색을 덧입히고자 한다. 전략: 첫째, 대상지 환경에 부합하는 온실 기후 환경을 구성한다. 식물 생육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 서향 빛을 차단하기 위해 서측을 진입 연계 시설로 둘러싼다. 온실에 아열대 식물이 자라는 점을 고려해 겨울철 난방 부하가 가장 심한 북측의 열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남동향으로 열린 원형의 온실을 설계했다. 둘째, 채광과 환기가 최적화된 온실을 만든다. 표면적을 최소화하는 돔 구조를 적용하고, 태양의 입사각과 지붕이 직각을 이뤄 채광이 극대화되도록 남측으로 기울어진 지붕을 설치한다. 이는 모든 온실의 채광 환경을 균등하게 하고, 자연 대류를 유도해 설비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환기가 이루어지게 한다. 셋째, 모든 시설에서 관람이 가능하도록 온실 중심의 구조를 만든다. 복합문화공간을 온실을 감싸 안는 호 형태로 조성해 모든 시설이 온실을 바라보게 한다. 이를 통해 모든 프로그램이 온실의 경관을 배경으로 두게 되며, 온실의 영역이 확장된 듯한 효과도 꾀할 수 있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산책은 하찮지만 도움이 된다
    엄마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이유로 산책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지난번 검사 받았을 땐 초록색이었는데, 이번엔 노란색이래.” 골밀도 검사 결과를 말하는 엄마의 표정은 약간 의기소침했다. 그래프에서 초록색 등급에 해당되면 정상인데, 수치가 떨어져 노란색 등급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때마침 여름도 다가오고 있었다. 옷차림이 가벼워져 더는 지난 계절에 얻은 군살을 가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엄마는 부지런히 아침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다.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 아침이라기보다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짧으면 한 시간, 길면 두 시간을 걷다 들어왔다. 조금 일찍 일어나는 날은 산책 준비를 하는 엄마를 볼 수 있었다. 빨래하기 귀찮으니 어제 신던 양말을 ‘줍줍’해 신는 모습은 퍽 귀여웠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의 발간 광대와 거기에 묻어난 뿌듯함을 보는 것도 좋았다. 비슷한 시점에 나 또한 바깥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하루 대부분을 안에서 보내는 실내 인간에겐 바깥 공기가 필요했다. 출퇴근길 도합 두 시간을 꼬박 지하철에서 보내는데, 서 있으면 서 있는 대로 사람들 틈에서 답답하고 앉으면 앉는 대로 좀이 쑤셨다. 스마트폰 보는 것도 지겨워질 때면 쓸데없이 슬픈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갑자기 서울에 대형 지진이라도 일어나면 나는 꼼짝 없이 여기 갇히겠구나, 죽어서까지 지하철에 있는 건 정말 싫다…….’ 그런 날은 집에 도착해 낡고 편한 운동화를 찾았다. 퇴근해 생산적으로 시간을 쓰기는커녕 곧장 인스타그램이나 넷플릭스행이었으니 뭐라도 집에 있는 것보단 낫겠지 싶었다. 낮엔 폭염이다 뭐다 난리였지만 열기가 팍 식은 저녁은 걷기 딱 좋았다. 모녀가 사이좋게 같이 산책을 나가는 일은 없었지만(활동 시간대가 다를뿐더러 그렇게 붙어 다니는 사이가 아니다), 공통의 관심사가 생겼다. 우리를 들뜨게 한 이슈는 동네 산책 명소였다. 집 주변에 그치던 각자의 산책 코스는 점차 그 반경을 넓혀갔다. 우람한 나무들이 있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로, 얼마 전 하천 정비 공사를 마쳐 멀끔해진 옆 동네 ‘신상’ 산책로로. 발품 팔아 발견한 저만의 산책 스팟spot을 서로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소는 영축산 순환산책로. 옆 동네 뒤켠 야트막한 산에 생긴 데크 길로, 뒷짐 지고 천천히 걸으면 금세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어쩜 나무도 거의 안 베고 땅도 많이 안 파헤치면서 그런 길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동네가 참 살기 좋아졌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내가 자주 찾는 곳은 공릉동의 경춘선 숲길이었다. 한적한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선형 공원을 따라 이따금씩 카페가 나타나 눈요기는 물론 가볍게 목을 축이기 좋았다.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만큼 ‘힙’하진 않지만 관광객보다 동네 사람들이 많아 편했다. 산책 나온 귀여운 강아지들과 길 따라 심긴 풀꽃을 곁눈질하다 보면 금방 공원 끝에 닿아 있었다. 며칠 못 갈 거라고 예상했던 우리의 산책은 생각보다 꾸준히 이어졌고, 산책 중 각자 보고 들은 것들을 시시콜콜한 이야깃거리로 삼았다. 이 더운 날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많더라, 너무 멀리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리가 빠지는 줄 알았다, 길 위의 지렁이가 사람들한테 밟힐 것 같아서 나뭇가지로 구해줬는데 징그러워서 혼났다……. 소소하다 못해 하찮았지만 그런 걸 나누는 순간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고도 생각되었다. “고양이들이 밤에 몸을 누이는 장소, 열매를 기대해볼 수 있는 나무, 울다가 잠든 사람들의 집…… 산책할 때 내가 기웃거리고 궁금해하는 것들도 모두 그렇게 하찮다. 그러나 내 마음에 거대한 것과 함께 그토록 소소한 것이 있어, 나는 덜 다치고 오래 아프지 않을 수 있다. 일상의 폭력과 구태의연에 함부로 물들지 않을 수 있다.”1 옷장에서 두터운 옷을 다시 꺼내기까지 산책을 이어가볼 생각이다. 몸을 지탱하는 두 다리만큼 일상을 받치는 별 볼 일 없는 순간들도 필요하니까. 바란다면 동네에 더 많은 산책 명소가 생기기를. 덧붙여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엄마처럼만, 즐겁고 바지런하게 동네를 누비는 산책인으로 자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각주 1. 한정원, 『시와 산책』, 시간의흐름, 2020, p.25.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우리의 취미는 기대하는 것
    방에는 자주 쓰지는 않지만 버릴 수는 없는 애물 단지들이 가득하다. 방문 뒤 통기타, 책꽂이 위 디지털 건반, 서랍 속 잉크와 딥펜 등등. 얼마 전 동생이 선물해준 오일 파스텔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넷에 사용법을 검색했다가 그 결과에 놀랐다. 가이드북부터 그리는 과정을 담은 영상, 서툴지만 처음 완성한 그림을 자랑하는 게시물이 가득했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취미의 대상이 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감탄하며 한참이나 여러 웹페이지를 들락날락했다. 내가 조경 잡지의 에디터라는 말에 반가워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은 건축을 좋아한다면서 언젠간 유럽을 여행하며 사진으로만 봤던 건물들을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독특한 건물이 인스타그램의 피드에 등장하면 그곳을 찾아가 커피라도 한 잔 사서 머물며 사진을 찍는 게 취미라고 덧붙였다. 그런 일도 취미로 삼을 수 있구나 깨달았고, 조경도 취미의 영역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화분에 물을 주고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하는 사이 대화의 주제가 바뀌었고, 머릿속을 잠깐 채웠던 질문은 금세 휘발됐다. 조경과 취미라는 말에 떠올린 장면이 저게 전부라니. 아직도 시야가 좁디좁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도 누가 조경과 관련된 취미 활동이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저 정도밖에 답하지 못할 것 같다. 조경 역시 어떤 공간 또 공간을 이루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인데, 쉽사리 그 공간을 즐기는 일을 취미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경이 잘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경하면 흔히 풍성한 나무와 그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 바람에 살랑거리는 초화 등을 연상한다. 이 낭만적인 풍경은 18세기 영국 풍경화식 정원과 픽처레스크 미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액자 속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드는 이 조경 원리는 현대 조경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피터 워커는 이로 인해 조경이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조경’을 양산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보이지 않는 정원들(Invisible Gardens)』, 1996). 보이지 않는 조경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 공원이 있다. 보통 공간이 커지면 그 존재감도 커지기 마련인데, 자연과 똑 닮게 만들어진 공원은 예외다. 정확히 말하면 규모가 커질수록 조경가의 손길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넉넉한 숲을 이룬 나무들은 본래 그 자리에서 자라던 것 같고, 나뭇가지 위를 오가는 동물들은 자연의 보살핌으로 태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풍경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사람들은 그 ‘자연’에 감탄한다. 적절한 자리에 주변과 어우러지도록 난 보행로나 벤치 정도를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인식한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대지가 어떻게 조작되었는지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서운하다고 토로할 수 없다. 공간에 녹아 있는 설계 의도를 읽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 묻지 않아도 나서서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공원에 홀로 외로이 서서 떠들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인플루언서 같은 단어는 조경과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요새는 SNS 게시물의 하단을 채운 해시태그들을 들여다보곤 한다. 구구절절하다고 생각했던 단어의 나열에서 조경을 발견할 때면 웃음이 샌다. 공원을, 정원을, 보이지 않는 생태적 시스템이 구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 모든 사진의 태그에 조경이 등장하고, 취미는 조경이라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꾸 그려본다. 덧없는 상상이라고 잠깐 멈칫했을 때, 언젠가 나를 위로했던 글 한 편이 기억났다. “기대하세요. 내일의 날씨, 이따가의 점심 메뉴, 오랜만의 시내 외출, 개봉할 영화와 새로운 드라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실패에도 다시 일어나는 힘은, 지치지 않는 기대에서 나옵니다. 오늘 점심으로 먹은 달걀 샌드위치가 형편없었대도, 저녁으로 먹을 소고기 덮밥은 괜찮을 수 있습니다. …… 우리의 취미는 ‘기대하는 것’. 백번을 실망한대도.”1 어느덧 여름이 저물고 세 번째 계절이 다가온다. 코로나19는 사그라질 기미가 없고, 어쩐지 올해도 세워 놓은 목표를 다 이루지 못할 것만 같다. 그래도 또 기대하고 싶다. “기대는 한 번도 죄였던 적이 없”으니까.2 준비물 없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이 취미 생활을 추천한다. 새로운 취미가 앞으로 당신이 겪을 실패와 실망들을 사소하게 느끼게 해주기를. *각주 정리 1. 허지원, “실패에 우아할 것”, 「정신의학신문」 2018년 8월 25일. 2. 같은 글
  • [PRODUCT] 데크 경사로로 놀이 경험을 극대화한 ‘원형놀이터’ 목재 데크에 다양한 놀이 시설을 접목한 조합 놀이대
    기브앤(Giveand)은 외부 환경과 삶의 변화에 대응하며 모든 세대가 쉼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조경 시설물 사무소다. 외부 여가 활동을 지원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다채로운 운동 시설물과 휴게 시설물,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합 놀이대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다. 새로 출시한 ‘원형놀이터’는 아이들이 장애물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놀이 경험을 할 수 있는 순환형 놀이 시설이다. 계단을 이용해야만 하는 일반적인 조합 놀이대와 달리 경사로가 있어 영유아와 장애 어린이도 즐겁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길게 뻗은 데크 경사로를 신나게 내달리기도 하고, 데크 측면에 연결된 로프, 암벽, 미끄럼틀 등을 통해 마음껏 오르내리는 활동을 즐긴다.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공간을 감싸는 구조와 따뜻한 색감의 목재가 안락함을 선사하며, 커다란 나무 위에서 노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드우드와 철재로 곡선 형태를 살린 오두막 원형놀이터, 로비니아 목재를 사용한 숲속 원형놀이터 등 공간에 적합한 디자인으로 설계 변경이 가능하다. TEL. 031-879-9964 WEB. www.givea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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