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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 유랑 인 호주] 행정수도 캔버라 사람이 모이는 도시
    한국의 세종시처럼 호주에는 국가의 주요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행정도시가 있다. 바로 캔버라다. 이곳의 지명은 원주민어로 ‘사람이 모이는 곳’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세계 최고의 수도 건설’을 목표로 개최된 국제현상공모에서 당선된 월터벌리 그리핀Walter Burley Griffin의 계획안을 바탕으로 계획된 이 도시는 서울과 비슷한 면적에 약 30만 명 남짓한 인구가 상주하는 호주의 행정수도다. 영국의 식민주의에 의해 형성된 공간적 패턴 속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각 주도의 종주성을 강화하며 성장한 타 도시들과는 달리 캔버라는 초기부터 철저한 계획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캔버라와의 인연은 대학시절, 학과 교수님의 권유로 참여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프로젝트의 선례 조사를 수행하며 시작됐다. 당시를 회상하며 간직한 설렘도 잠시, 예정됐던 투어가 갑작스레 취소돼 이른 아침부터 허겁지겁 뛰어다니다 시드니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버스에 몸을 맡긴 지 세 시간쯤 지났을까? 차창으로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 너머로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정교하게 구획된 시가지는 한국의 세종시나 말레이시아의 푸트라자야Putrajaya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방문 당일, 시내버스의 파업으로 난감해하던 나에게 자가용을 이용해 도시 구석구석을 소개해준 방문자센터 안내원 포스터 론Foster Ron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그에 대한 보답으로 생생한 경험담을 시작하고 자 한다. 캔버라 산책 하나, 호주국립박물관 National Museum of Australia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사무소 서재의 책을 뒤적이던 중, 이목을 사로잡았던 사진 한 장을 복사해둔 인연으로 호주국립박물관을 찾게 됐다. 호주국립박물관은 행정수도로서 호주의 문화적 특징을 보여주는 곳으로, 원주민연구소·미술관과 함께 호주연방정부 수립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2001년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시드니와 멜버른 같은 대도시에 건립될 예정이었으나, 국립박물관을 국가의 상징시설로 인식한 연방정부에 의해 기각되며 그리핀 호수의 액턴 반도Acton Peninsula에 자리를 잡게 됐다. 윤호준은 1982년생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서호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경 계획 및 설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북경공업대학교 성시건축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서호엔지니어링 북경지사에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환경과조경』과 『스테이플(STAPLE)』의 해외리포터(중국)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지난 2012년에 출간한 『디자인 유랑 인 유럽』이 있으며, 현재 『디자인 유랑 인 아시아』편을 준비 중이다.
  • [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0 에도 시대 중기의 정원(2)
    센간엔 센간엔仙巖園은 사쓰마薩摩번의 2대 번주 시마즈가島津家 19대 손인 미쓰히사光久가 만지万治 원년(1658)에 조영한 별저이다. 이 별저는 번에 소속된 기봉행磯奉行(이소부교) 같은 관리役職들이 집중적으로 관리를 했으며, 역대 번주들에 의해서 개수와 정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나름대로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마즈가 21대 요시다카吉貴는 겐로쿠元祿 15년(1702)에 다실数寄屋(스키야)을 건립했고 가고시마성鹿兒島城으로부터 연결되는 도로를 정비했다. 겐분元文 원년(1736)에 류큐琉球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죽순대를 들여와 정비를 진행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한편 쇼와昭和 34년(1959)에 정원의 동부에서 발견된 ‘곡수曲水의 정庭’은 요시다카가 열었던 곡수연曲水宴을 위해 조성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도 원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당시에 유행했던 곡수연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유구가 되고 있다. 또한 27대 나리오키斉興는 카에이嘉永 원년(1848)에 부지를 확장해 정원의 범위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어 후인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센간엔은 킨코완錦江灣(금강만)에 면해 있어 기어전磯御殿이라는 별칭을 가진다. 정원의 중심이 되는 못은 이 킨코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축산은 킨코완 건너 멀리 바라다 보이는 사쿠라지마桜島의 활화산을 묘사한 것으로, 이러한 구상은 다른 정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웅장한 작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배후의 산에는 세로로 길게 자리 잡고 있는 암벽에 ‘천심암千尋巌(센진간)이라는 대문자大文字를 각자했는데, 이것은 나리오키가 분카文化 11년(1814)에 만든 것으로, 3문자의 전장은 무려 11m에 이른다. 이러한 규모의 각자는 일본 정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하나의 이색적인 경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미쓰히사 시대에 류큐국왕으로부터 봉납받은 중국풍의 정자 망악루望岳樓(보가쿠로)는 번주가 류큐국의 사자를 응접하는 장소로 사용했는데, 이것은 다이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흔적의 일단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여러 가지 경관을 보면 센간엔은 다분히 중국과 류큐국의 영향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이한 것으로 남쪽 가에 자리를 잡고 있는 학등롱鶴燈籠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안세이安政 4년(1857), 28대 나리아키라斉彬가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가스를 사용해 불을 켠 등롱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의 본저本邸는 메이지明治 시대에 개수된 것이고, 센간엔의 동방 약 500m에는 텐포天保 연간(1830~1844) 초두에 시마즈가의 이관으로 조영됐으나, 얼마 사용되지 않았던 작은 집 ‘화창어가옥花倉御仮屋’이라는 작은 집이 있는데, 이 건물까지 포함해 일곽을 국가지정명승으로 지정하고 있다(小野健吉, 2004).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 [식물 디자인의 발견] 디자인 개념으로 식물 이해하기(5) 식물로 공간 디자인하기
    공간으로서의 정원 이해하기 정원을 디자인하는 일은 건물을 짓는 건축과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건축이 나누고 틔움으로써 내부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특별한 역할을 부여하듯이 정원 역시도 정해진 대지의 공간을 나누고, 틔우고, 가리고, 여는 과정을 통해 디자인을 하고 그 공간에대한 주제를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의 연출을 건축은 건축적 재료인 콘크리트, 벽돌, 돌을 통해 이뤄내지만 정원에서는 식물을 통해 이 모든 것이 창조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면 건축에서의 담 혹은 벽은 정원이라면 촘촘하게 키를 높여 키우는 산울타리라는 식물로 대신할 수 있다. 또 바닥은 건축 재료를 대신해 잔디나 혹은 표면을 덮어주는 식물 등으로 처리가 가능하고, 천장은 키가 큰 식물을 심어 우거진 형태를 이용하거나혹은 하늘 자체가 천장이 될 수도 있다. 창문의 경우도 정원에서라면 촘촘하게 심은 식물의 빈 공간을 통해 연출이 가능하다. 더불어 집안에 놓이는 가구, 액자, 장식물 등은 정원에서는 화려한 잎과 꽃을 자랑하는 식물로 대신하거나 특정 조각물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결론적으로 정원을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건물 내부에 거실, 부엌, 방 등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원이라는 외부 공간에 다양한 공간과 복도 등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재료를 건축 재료가 아니라 식물이라는 살아있는 재료를 쓴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공간과 인간의 감수성의 연관 관계 이해하기 정원에 공간을 만드는 것은 그 목적이 사람이 쉴 수있는 쉼터와 정원 자체를 즐기고자 하는 관상에 있다. 그렇다면 이런 공간을 만들 때 우리는 어떤 디자인적 원리에 따라 구성을 하게 될까? 예를 들면 우리는 어떤 건물에 들어섰을 때 과도함에 위압감을 느끼기도 하고, 지나친 폐쇄성으로 인해 답답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어떤 건물은 시원함과 혹은 반대로 아늑하고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이 근본적인 공간에 대한 감수성은 어디에서 발생할까? 혹시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특별한 공간 구성의 원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지속돼 왔고 다양한 이론이 존재한다. 이른바 공간의 구성과 인간이 느끼는 감수성에 대한 연관성의 연구라고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잘 알려진 것으로는 특별한 공간의 형태가 우리를 시각적으로 빠르게 움직이게 하고 이것이 안정감과 역동성을 만들어낸다는 이론이다(Maurice de Sausmarex, Basic Design: The Dynamics of visual form, 1964). 이 이론을 따르자면 직사각형보다는 원형이, 원형보다는 대각선이 많이 사용되는 별모양 혹은 깔때기 등의 형태가 사람의 시선을 좀 더 빠르게 흐르도록 만든다. 이것은 직선보다는 대각선의 사용이 우리의 정서를 자극하고 일깨우는 효과를 낸다는 것과도 일치하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좀 더 근본적으로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장소의 형태, 위치, 배열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도 있다(Jay Appleton, The Experience of landscape, 1975). 원시 시대를 살았던 우리의 조상은 원래 모두가 사냥꾼이었다. 이들은 여러 곳을 떠돌며사냥을 했고, 먹을거리가 확보되면 다른 야생동물로부터 이것을 지키기 위해 은둔지를 지었다. 이때 은둔지는 단순히 막힌 공간이 아니라 먼 거리를 관망할 수 있는, 이른바 전망이 되는 지점이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방어가 유리하면서도 전망이 확보돼 있는 공간을 찾거나 만들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공간의 크기는 너무 작아서도, 너무 커서도 안 되는 일정한 비율이 존재한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그린인프라·저영향개발] 침투형 빗물받이의 구조와 기능 대상지 여건과 목적에 최적화가 필요한 빗물관리 시설 사례
    서울 세종로 일대에 가면 기존 빗물받이 옆에 빗물침투시설(그림1)을 설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서울시 전역에는 이러한 시설이 약 1000여 개소에 이른다. 이 지역은 과거 광화문 홍수가 발생했던 곳이다. 이에 일정 강우강도 이상일 경우 첨두유출량의 일부를 침투시켜서 하수도의 부하량도 줄이고 물순환도 개선하기 위해 빗물침투시설을 설치했다. 이 침투시설은 일정 강우강도 이하에서는 기존 빗물받이로 배출되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빗물이 빗물받이 옆에 설치된 침투받이로 유도돼 지하로 스며들 수 있도록 고안된 오프라인 방식이다. 이러한 강우-유출 특성을 갖는 시설의 장점은 오염 물질이 많은 초기 우수는 기존 합류관거로 배제시키고, 일정시간이 경과한 후에 발생한 빗물은 지하로 침투시킨다. 이로 인해서 시설의 막힘 현상을 줄이고 유지관리를 용이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 물순환 시설 효과 분석 모니터링 학술 용역의 틀 속에서 여러 모니터링 시설 중 하나로 이 시설의 효과분석이 진행됐다. 강우시 나타나는 수문현상을 알아보고자 시설 내부에 유량계와 수위계를 설치했다(그림5). 권경호는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배우고,독일 베를린 공과대학교에서 응용수문학·도시물관리 분야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주요관심 분야는 저영향개발(LID)과 그린인프라(GI),저개발국 기초식수공급,독일 통일 전·후의 도시 인프라 계획 등이다. (재)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내의 도시물순환연구센터에서 분산형 빗물관리의 도시홍수 방재,물순환,비점오염 저감 효과 측정 및 수문모델링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 권경호[email protected] / (재)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도시물순환연구센터 센터장
  • [생태문화·생태복원] 도시재생과 생태복원(2) 프롬나드 플랑테와 라 빌레트 공원
    프롬나드 플랑테 프롬나드 플랑테Promnade Plantee는 폐선 철도를 재활용해 공원과 상가로 사용하는 사례로서 쿨리 베르테Coulee Verte(녹색 오솔길)로 명명하고 있다. 파리 12구역에 위치한 버려진 고가철도 위에 지어진 길이 4.7km(2.9 마일)에 이르는 선형 공원으로서 1993년 완공됐다. 미국 뉴욕 맨하튼 지역의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 등 유사한 폐선 복원 사업의 모델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1859년부터 운행을 시작해 파리 동부 12구역을 관통하면서 바스티유 역에서 뱅센을 거쳐 베르뇌유레탕을 연결하던 옛 뱅센 철도는 1969년 12월 14일 RERReseau Express Regional(지역고속전철망)에 통합됐으며 파리와 뱅센 사이의 구간은 완전히 폐선됐다가 1980년대 재생사업을 시작했다. 영화 ‘Before Sunrise’의 10년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Before Sunset(2004)’에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10년 만에 해후를 하고 서로의 기억을 더듬어 사랑을 재확인하며 걸었던, 영화 속 배경이 된 이 곳은 조경가 자크 베르젤리Jacques Vergely, 건축가 필립 마티유Philippe Mathieux 등이 참여했다. 벽돌 구조와 철골 등 기존의 철도 구조물은 최대한 보존하고 녹지를 조성해 지역 주민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했다. 길이 4.5km에 높이 10m에 이르는 공중 정원이 조성되고 구조물 아래에는 예술고가도로Viaduct Des Arts라고 불리는 수공예 공작소와 상가들이 자리잡았다. 벽돌로 대표되는 19세기 양식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상가를 조성할 때는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고가철도 형태를 있는 그대로 나타내기 위해 출입문과 창문을 파사드 안쪽으로 배치하는 등 전체적으로 과거 산업철도의 기억을 재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 이러한 유형의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는 것은 단지 과거 유산의 이용이 아닌 과거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현대의 첨단기술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생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풍부해지도록 하는 것이며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작품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라 빌레트 공원 라 빌레트 공원Parc de la villette은 파리 북동쪽 19구에 위치하며, 소시장 겸 도살장 지역을 공원을 포함한 첨단과학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사례다. 그랑프로제Grand Project 프로젝트의 하나로서 휴식과 여가 등 공원의 전통적인 기능에 음악, 과학 등 체험교육 기능을 아우르는 21세기형 공원 개념으로 확대됐다. 라 빌레트 계획은 우리에게는 소위 해체주의 양식으로 자주 소개되고 있는데, 낙후된 파리의 외곽 지역을 과학, 음악, 체육, 문화, 생태 등이 어우러진 21세기 현대식 도시공원을 아우르는 ‘도시 속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역은 1858년 나폴레옹 3세 시기 오스만에 의해 조성되기 시작한 소시장이 있던 지역으로서 운하를 운송수단으로 하고 있다. 1974년 소시장이 해체되고 1982년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 국제 공모전이 개최됐다. 41개국805개 그룹이 참여한 가운데 퐁피두센터 설계로 유명한 리처드 로저스 등이 심사한 결과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의 작품이 당선됐다. 구본학은1959년 대전 생으로,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한국수자원공사에서 계획,설계,시공,관리,기술 개발 등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였고,혜천대학을 거쳐 현재는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환경생태,생태복원 분야에서 설계·시공과 관련된 공학적 이론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국제 규모의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는‘생태문화포럼’을 주관하고 있다.습지와 생태 문화를 사랑하는 동료들과 함께 해외 중요 생태 문화 자원을 다수 탐방하였으며,『습지생태학』등의 저서가 있다.
  • [도시생태복원] 도시생태축 복원(3) 도시생태축 복원 활성화 과제
    도시 지역의 생태축 복원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도시생태축에 대한 개관과 간략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도시생태축 조성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글에서는 도시생태축의 복원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과제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지난 글들에서도 언급했지만, 기성화된 도시에서의 생태네트워크는 물리적 연결성보다는 기능적 연결성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래서 징검다리형 코리더를 갖추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도시 및 지역 차원에서 생태축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고 난 후에 도심의 자투리땅이나 훼손 지역들을 복원하면서 징검다리를 하나씩 만들어 가면 좋을 것이다. 좀 더 체계적으로 살펴보면, 도시의 생태축을 구축하기 위한 큰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 물론 녹지나 하천, 습지 등의 연결성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그림, 즉 실현성이 높은 생태축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실현시키는 방법은 <표1>에서 종합해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도시 환경 전반에 대한 생태환경, 경제·사회적인 측면에서 가치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①가치가 있는 서식처는 보전의 접근 방법을 쓰고 ②훼손된 서식처는 생태적 기능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복원해야 한다. ③또한 기능이 저하된 서식처는 향상 기법을 적용하고 ④필요한 적지적소에 새로운 서식처를 만들어 가면 좋을 것이다. ⑤물론 도로 등으로 단절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동통로를 조성하는 것도 의미 있는 것이다. 조동길은 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하였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양대학교와 한경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 『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 있다.
    • 조동길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 [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
    벌써 입동이 지났습니다. 올해에는 지난 11월 8일이 입동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11월 9일에 있습니다.) 2015년이 시작되었다고 호들갑을 떨던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벌써 12월이군요.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으실 때 쯤되면 어쩌면 몇 차례의 송년회로 피곤하신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군요. 정말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시간 참 빠릅니다.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 언제부터 겨울일까요? 별 게 다 궁금합니다. 그래도 요즘엔 이런 궁금증을 간단한 키보드 입력으로 해결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네이버에게 물어봤습니다.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이 언제냐고. 그랬더니 간단한 답만 나오고 자세한 건 위키백과한테 물어보라는군요. 요즘엔 네이버보다 위키백과가 더 똑똑한가봅니다. 그래서 또 가 봤습니다. 위키백과로. 역시 위키백과는 모르는 게 없습니다. 일반적인 구분으로는 북반구에서는 12월, 1월, 2월이고, 천문학에 따른 구분으로는 동지(약 12월 21일 경)에서 춘분(약 3월 21일 경)까지를 말한다. 절기로는 입동(11월 7일 경)에서 입춘(2월 4일 경)까지이다. 기상학에서는 일 평균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가 9일간 유지될 때, 그 첫 번째 날을 겨울의 시작일로 정의한다.- 위키백과 ‘겨울’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2013년부터(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 [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더블 웨이브의 집 세 개 지붕을 가진 녹화지붕 주택 지난 2015년 10월호(통권 86호)에 소개한 지붕녹화 주택이 완성돼 준공견학회가 개최됐다. 학부생 졸업논문 발표회, 대학원생 석사논문 발표회가 모두 끝난 좋은 시기여서, 학생들도 몇 명 참가하게 됐다. 구직활동 중인 3학년생들도 참가를 희망했지만, 그중 한명은 입사 설명회와 일정이 겹쳐 우리와는 별도로 오전에 먼저 방문하게 됐다. 오후 3시경 현지에 도착하니 건축가 마에다 씨가 “오전 중에, 여성 한 분이 면접 복장(정장)으로 오셨었어요”라고 알려 주셨다. 그 후에 이 학생이 새까만 정장 차림으로 연구실에 나타났길래, 그 차림으로 견학회에 갔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이 패션이 견학현장에서 어떻게 비춰졌을까. 견학회는 오후에도 견학자들이 몰려들며 성황을 이뤘다. 폭이 좁고 길이가 긴 토지에 우뚝 솟은 엷은 적갈색 목조 3층 건물은 박력 있는 모습이었다. 주변에 3층 건물이 많이 있지만 단연 존재감이 빼어났다. 현관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면 1층, 2층, 3층, 옥상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태양광이 급증하면서, 마치기후대가 전혀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견학회 당일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날이었고, 지붕으로 오르는 계단 위는 눈부신 태양 빛에 오후 3시경 현지에 도착하니 건축가 마에다 씨가 “오전 중에, 여성 한 분이 면접 복장(정장)으로 오셨었어요”라고 알려 주셨다. 그 후에 이 학생이 새까만 정장차림으로 연구실에 나타났길래, 그 차림으로 견학회에 갔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이 패션이 견학현장에서 어떻게 비춰졌을까. 견학회는 오후에도 견학자들이 몰려들며 성황을 이뤘다. 폭이 좁고 길이가 긴 토지에 우뚝 솟은 엷은 적갈색 목조 3층 건물은 박력 있는 모습이었다. 주변에 3층 건물이 많이 있지만 단연 존재감이 빼어났다. 현관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면 1층, 2층, 3층, 옥상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태양광이 급증하면서, 마치기후대가 전혀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것 같은 착각에빠진다. 견학회 당일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날이었고, 지붕으로 오르는 계단 위는 눈부신 태양 빛에 싸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좁은 토지 위에 지은 주택에서의 수직 방향의 빛의 변화가 이렇게 극적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제목에 붙였듯 이 집에는 지붕이 3개가 있다. 3층 방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평지붕이 중앙에 있고, 여기에서 부지 안쪽으로 낮은 녹화지붕, 그리고 사진에 있는 부지 앞쪽의 높은 녹화지붕 이렇게 3개가 있다. 2층의 생활 공간을 넓고 높게 하기 위해서, 이러한 복잡한 구조로 돼 있는 것이다. 마에다 씨의 설명에 의하면, 건축주는 좋은 건축 마니아로서 연구를 다양하게 하여 꽤 어려운 주문들을 했다고 한다. 물론 거기에 잘 응하는 것이 우수한 건축가의 자세일 것이고, 그 결과 이러한 지붕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RC구조(철근콘크리트 구조)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목조로 녹화지붕을 만드는 일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은 건축의 아마추어인 필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중앙이 울퉁불퉁한 공간은 3층 지붕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의 안정감과 평안함을 주어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만들 가치가 있어 보인다. 낮은 녹화지붕 쪽은 철재로 세공한 소쇄인 난간이 설치돼 있다. 이것은 고소공포증을 가진 건축주 사모님의 강한 요청으로 만든 것이지만, 지붕녹화가 가지는 경쾌감을 해치지 않게 교묘하게 설계돼 있다. 높은 녹화지붕은 평지붕의 높이가 낮기 때문에 오를 때는 매우 평안하다. 그러나 주위를 내려다보면 3층 지붕 위이기 때문에 평소 2층 집과는 확실히 다른 고도감이 느껴져 고소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조금 무서울 수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녹화지붕을 보았다는 학생들이 3명 있었는데, 그들의 공통적인 느낌은 ‘그 위에 드러눕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마 이 주택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게 될 녹화지붕 활용법일 것이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있으며,『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연구 노트2012』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1967년생으로,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그락크(CLAC)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특히 도시의 공원녹지5개년 계획의3차, 4차를 담당했다.일본 도쿄도 코토구‘장기계획 책정회’위원,서울시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 야마다 히로유키[email protected] / 오사카부립대학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
  • [디자인 유랑 인 호주] 리버시티 브리즈번(1) 도심 속의 휴식처, 그리고 일상의 쉼표
    브리즈번 풍경읽기 화사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도시 전체를 감싸는 브리즈번은 호주의 대표적인 국제도시이자 ‘여왕의 땅’퀸즐랜드Queensland의 주도이다. 1821년부터 1825년까지 뉴사우스웨일스 주지사였던 토마스 브리즈번경의 이름에서 명명된 이 도시는 범죄자 식민지 지정으로 정착민이 증가하면서 태동된 역사를 품고 있다. 도시는 크게 중심업무지구와 포티튜드 밸리Fortitude Valley, 페트리 테라스Petrie Terrace, 밀턴Milton, 사우스 브리즈번South Brisbane으로 구분된다. 시의 중심지로 들어서면 고층 건물의 스카이라인과 함께 강물이 그려내는 시원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대다수의 도시 성장 과정이 그래왔듯, 도시를 굽어 흐르는 브리즈번 강Brisbane River 역시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처럼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했으며 지금도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도시 면적은 서울의 10배(5904.8km2)에 달하나 인구는 약 1/5 정도로 정주하기에 쾌적한 환경을 지녔다. 브리즈번은 호주 내에서도 생태적으로 우수한 환경을 갖춰 언제나 살기 좋은 도시에 우선순위로 등장한다. 또한 한겨울에도 태닝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연중 온화한 기후 덕분에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언제나 활기 넘치고 도시를 거니는 내내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브리즈번 산책 하나.사우스 뱅크 파크랜드South Bank Parkland 호주의 다른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넓은 면적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의 공원과 노천카페가 브리즈번 도시곳곳에 위치하고 있다.그리고 이 공원들을 거닐다보면 너른 잔디에 누워 독서하는 사람부터 삼삼오오 무리지어 공놀이하는 사람과 가족 단위로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이처럼 브리즈번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고 즐겨 찾는 곳이 바로 사우스 뱅크 파크랜드다. 유려한 선각이 일품인 빅토리아 교Victoria Bridge를 지나 런던아이를 연상시키는 대관람차와 울울창창한 녹음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은 과거 터벌Turrbal과 유게라Yuggera민족의 터전에 유럽인들이 정착하면서 주거 지역이 형성됐다.그리고1842년 시가 자유 정착지로 개방되면서 브리즈번 강 남쪽 기슭 일대는 수상교통의 중심지로서 상업지역을 형성했으며,브리즈번의 문화와 교역 활동의 중심지로 성장했다.하지만1893년에 발생한 대홍수로 인해 상업시설이 지금의 중심업무지구로 이동함에 따라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졌다. 낙후된 사우스 뱅크를 재생시키기 위해 주 정부는 시드니,멜버른과 함께 호주 균형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리버사이드 엑스포88Riverside Expo 88을 개최했다. 6개월간의 국제박람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이를 기념하기 위해 옛 종합레저시설지에‘비 수익형 공원’으로 조성해 존치했다. 지난1992년에 개장된 사우스 뱅크 파크랜드는 일반적인 공원보다 넓고 복합적인 의미의 공원 형태를 띠고 있다.인공 해수욕장을 비롯해 열대우림 보호구역,야생보호구역,나비 서식지,어린이 놀이시설,피크닉 지역 등 다양한 시설뿐만 아니라 해마다 수백 여 개의 공연이 펼쳐지는 선코프 피아자Suncorp Piazza와 다목적마당이 배치돼 있다.또한 파크랜드 주변으로 퀸즐랜드 문화센터Queensland Art Gallery와 공연예술센터The Queensland Performing Arts Centre,현대미술관The Queensland Gallery of Modern Art등 다양한 복합문화시설과 긴밀하게 연계돼 브리즈번의 문화와 예술 중심지 역할을 수행한다. 윤호준은1982년생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서호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경 계획 및 설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현재 북경공업대학교 성시건축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서호엔지니어링 북경지사에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환경과조경』과『스테이플(STAPLE)』의 해외리포터(중국)로도 활동하고 있다.저서로 지난2012년에 출간한『디자인 유랑 인 유럽』이 있으며,현재『디자인 유랑 인 아시아』편을 준비 중이다.
  • [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1 에도 시대 중기의 정원(3)
    고카와데라의 정원 고카와데라粉河寺의 창건연기를 담고 있는 『분하사연기회권粉河寺緣起繪卷』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고카와데라는) 호키宝龜 원년(770) 이곳의 엽사猟師 오토모노구지코大伴孔子古가 산중에서 상서로운 빛이 발해 그곳에 가보니 천수관음이 출현한지라, 그 자리에 결계結界를 하고 초암草庵을 지어 천수관세음보살을 봉안했다.” 이절은 창건시에 시음사施音寺라고 했는데, 시음사는 사세가 발전해 승방이 550개가 될 정도로 번영했다고 한다.1 그러나 덴쇼天正 13년(1585) 도요토미 히데요시豊神秀吉의 와고로공격根來攻으로 시음 사는 당탑가람堂塔伽藍이 전소되는 병화를 입었고, 급기야 법등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 후 도도 다카토라藤堂高虎에 의해서 판본당板本堂과 배전拜殿이 건립되면서 법등을 다시 잇게 됐으나, 겐나元和 2년(1616)에 다시 소실됐고, 소실된 당우를 칸에이寛永 2년(1625)에 재복원했다. 이 절의 본격적인 부흥은 기슈紀州에 입봉入封한 아사노浅野가의 후원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소실과 복원이 반복되는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데, 그러던 중 쿄호亨保 5년(1720)에 법당을 재건하고, 지속적으로 소소한 정비 사업에 착수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고카와데라의 정원은 산문과 본당 사이의 넓은 마당과 본당 앞마당 사이의 단차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즉 본당의 전면 공간을 마당으로 만들면서 경사 지형을 처리하기 위해 정원을 조성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 고카와데라의 정원은 지형의 안정성과 시각적 경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수단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원은 다양한 석조石組가 중심이 되는 호방한 작풍을 보이는데,2 석조는 학구봉래鶴亀蓬萊가 주제가 된다. 정원을 만든 이는 교토의 정사庭師였던 것으로 전해진다.3 이 정사는 처음에 석단의 우측을 만들고, 그 다음 해에 제자에게 좌측의 정원을 만들도록 시킨다. 교토의 정사가 만든 우측의 정원은 석조를 직벽에 가깝게 수직적으로 조성했고, 그의 제자가 만든 좌측의 정원은 경사를 잘 활용해 약동감이 넘치도록 만들어 서로 비교된다. 석단에는 안에이安永 2년(1773)이라는 명문名文이 새겨져 있어 본당을 완성한 후 53년이 지난 시점에 이 정원이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근년에 이루어진 발굴 조사에서도 정원이 본당 재건 후에 작정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정원은 경사면을 정리한 벽체에 석조를 해 마치 전체가 돌로 조성한 수미산과 같다. 이곳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거북석조인데, 마른 폭포 좌우에 암수 한 쌍의 거북이를 상징하는 구갑석龜甲石과 구두석龜頭石을 서로 마주보도록 배치했고, 축벽 하부 평지 공간에도 또 다른 거북이의 커다란 구두석이 벽체 하부에서 불쑥 머리를 내민 것 같은 느낌이 나도록 배치했다. 또 다른 볼거리는 석단 좌측의 정원에 조성한 마른 폭포인데, 이것은 정원 상단과 하단의 고저차를 이용해 깊이가 충분히 느껴지도록 만들었으며, 마른 폭포에는 깊은 계곡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서 석교를 높이 설치했다. 이와 같이 깊은 계곡에 석교를 높이 설치한 양식을 특히 옥간식玉澗式이라고 한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4 한편 석교인 옥간교玉澗橋 옆에는 학의 날개돌羽石을 세워 마치 학이 공중을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고, 계곡 상부에는 가늘고 긴 돌을 높이 세워 봉래석으로 삼았으니 이것으로 인해서 고카와데라의 정원은 학구봉래정원으로서의 면모를 완성하게 된다. 고카와데라의 정원이 화려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 지방에서 나는 기주청석紀州靑石을 대량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기주청석은 매우 귀해서 교토의 정사들이 이 돌을 얻기 위해 서로 다툴 정도였다고 한다. 교토의 명원에 숨어있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고카와데라의 정원에서 기주청석을 마음껏 사용했다는 것은 교토의 명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원에서 특히 눈에 띄는 기석奇石은 좌측 정원의 단상壇上에 세운 기둥 모양의 수미산 석주石柱로, 이 석주는 양석陽石에 해당되는 봉래석이다. 이 석주의 북측에는 남측으로 구멍이 뚫린 ‘U’자형돌이 놓여 있어 입석인 양석과 대응하고 있는데, 이 돌은 음석陰石으로, 하루에 한번 양석의 그림자가 음석에 와 닿도록 자리를 잡고 있다. 대단한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음양석은 다이묘 정원에서 자손의 번영을 발원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인데, 밀교계 사원의 정원에 이러한 음양석을 도입한 것은 드문 현상이다(野村勘 治, 2015).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