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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서울, 그린 바이브 뚝섬한강공원에서, 5월 16일부터 10월 8일까지
    여름의 싱그러움과 예술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지난 5월 16일 뚝섬한강공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정원박람회는 5월 16일부터 26일까지 학술대회, 산업전, 문화 행사 등이 열리는 본행사와 5월 27일부터 10월 8일까지 상설 전시로 진행된다. 2015년부터 열린 서울정원박람회는 올해 9회를 맞았다. 역대 박람회 중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가장 큰 규모이자 최장 기간의 박람회다. 서울시와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환경과조경이 주관한 올해 정원박람회의 주제는 ‘서울, 그린 바이브Seoul, Green Vibe(서울에서의 정원의 삶)’, 부제는 ‘컬러풀 한강Colorful Hangang(색색가지 한강)’이다. 한강을 배경으로 강과 정원이 어우러진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정원으로 다채로워질 한강 경관을 강조하며, 정원이 가지는 힘과 역할에 주목했다. 뚝섬한강공원을 다채롭게 만든 정원 뚝섬한강공원에 다양한 정원 전시가 펼쳐졌다. 초청정원(1개소), 작가정원(10개소), 학생동행정원(10개소), 시민동행정원(15개소), 기업동행정원(17개소), 기관참여정원(4개소), 글로벌정원과 시민 참여로 조성한 정원(19개소) 등 76개의 정원이 뚝섬한강공원 곳곳에 조성됐다. 초청정원 ‘앉는 정원’은 지난해 서울시 조경대상을 수상한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와 김영찬 소장(바이런)이 조성했다(34쪽). 작가정원 국제공모는 ‘정원이 가진 회복력(resilience with garden)(작가정원 A)’과 ‘정원과의 동행(garden for all)(작가정원 B)’의 두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작가정원 A는 ‘섹션 가든(Section Garden)’이, 작가정원 B는 ‘기억과의 동행’이 금상작으로 선정됐다. ‘회복의 시간’이 작가정원 A은상을, ‘바이오로지컬 셀프 오거나이징 가든(Biological Self-Organizing Garden)’과 ‘겸재선생님 한강공원에서 뵈어요’가 작가정원 B 은상을 수상했다. 작가정원 A 동상에는 ‘더 버터플라이 이펙트(The Butterfly Effect)’가, 작가정원 B 동상에는 ‘호미 정원’, ‘정원의 삶: 토룡은 큰 물에도 스러지지 않는다’, ‘뚝둑, 걸어보길’, ‘심심해지다 I 명상하다 I 고마워하다(Be Bored I Meditate I Appreciate)’가 선정됐다(36~81쪽 참고). 학생동행정원은 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공모에는 국내외 조경, 원예, 정원, 건축, 도시계획, 산업 디자인 등 관련 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42팀 중 1차 심사를 통과한 10팀이 정원을 조성했다. 현장 심사 결과 금상에는 하늘(상명대학교)의 ‘영원한 순간들(Etermal Moments)’이 선정됐다. 노을 지는 한강의 찰나의 순간을 정원에 담은 이 작품은 노을의 색과 부드러운 분위기를 섬백리향, 톱풀, 하설초, 그라스류 등의 식물을 통해 표현했다. 시간에 따라 폴리카보네이트 가벽에 반사되는 노을빛이 달라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린보배의 ‘계절이 꽃피우는 마음’과 네잎클로버의 ‘평화 가든(A Plece Garden)’이 은상을, 시즈닝의 ‘기억의 색이 물들어 철이 들 때’, 연화의 ‘함께, 뚝섬’, 옥윤의 ‘타버린 시간: 변화에도 웃을 수 있길’, 이삭의 ‘스물 네 조각: 불완전한 너’, 조경은의 ‘스타 플러워 인 유(Star Flowers in You)’, 사람과 자연의 ‘언제나 나, 너, 하늘을 봐요’, 그러태의 ‘나의 옛날 나루터 이야기’가 동상을 수상했다. 서울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민동행정원 공모에는 46팀이 참가했다. 1차 심사를 거쳐 15팀이 정원을 선보였다. 어반그림의 ‘감각을 품다, 사계매력정원’이 금상을 수상했다. 금상작은 멸종 위기에 처한 벌의 이야기를 정원으로 표현했다. 벌과 더불어 곤충, 새 등 다양한 생명체가 정원에서 식물과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담았다. 꽃 벼리다의 ‘내 마음속의 매력정원’, 꽃피우는 한강의 ‘도랑이 있는 논시밭 풍경’이 은상을 수상했다. 행복한 가드너의 ‘삼삼한 매력정원’, 행복한 정원사의 ‘바람길로 소요하는 매력정원’, 놀자방의 ‘보물찾기’, 가든 앤 가드너스의 ‘정원의 시간은 섬세하다’, 맘스터치의 ‘아이와, 함께, 바라는 정원’, 오인오색의 ‘잃어버린 감각을 되살리는 매력정원’, 나 그리고 우리의 ‘싱그러운 힐링 정원’, MZ니의 ‘윤스르르 매력정원’이 동상을 수상했다. 자치구 동행가든은 각 자치구의 도시 매력을 부각할 수 있는 장소에 조성되어 일상 가까이에서 정원과 정원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25개소가 조성됐고, 강동구, 광진구, 금천구, 노원구, 도봉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성동구, 성북구, 용산구, 은평구, 종로구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환경과조경434호(2024년 6월호)수록본 일부
  •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 문화의 다리, 잠수교 설계공모 당선작
    잠수교가 서울 최초의 차 없는 보행 전용 다리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잠수교를 차량 중심의 이동 공간에서 보행 중심 시민 여가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왔다. 2023년 3월부터 잠수교 사업을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한강 르네상스 2.0)’ 선도사업으로 지정해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잠수교 전면 보행화를 위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설계안을 모집하고자 2023년 7월 7일 ‘잠수교 전면 보행화 기획 디자인 공모’를 진행해 다섯 개의 당선작을 선정했다. 이때 선정된 다섯 팀을 대상으로 2024년 2월 29일, ‘문화의 다리, 잠수교 (디자인 설계 및 콘텐츠 기획) 설계공모’를 공고했다. 지명초청을 받은 다섯 팀 중 아치 미스트(Arch Mist) 팀―왕 닝주(Wang Ningzhu, 아치 미스트 대표)+박철호(씨피에이구조기술사사무소)+김동욱(마티엠지티종합건축사사무소)―의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The Longest Gallery)’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잠수교를 평소에는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상황에 따라 패션쇼 런웨이, 야간 야외 영화관, 결혼식, 축제 등이 펼쳐질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반포대교 아래와 잠수교 상부에 800m 길이의 핑크색 공중 보행 다리를 제안했는데, 이 위를 거닐며 한강의 풍경과 잠수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화·전시 프로그램을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환경과조경434호(2024년 6월호)수록본 일부
  • 그린 아일랜즈 윤선미·루원쥐안, 말번 봄 페스티벌 동메달 수상작
    5월 9일부터 12일까지 영국 우스터셔 말번의 스리 카운티 쇼 그라운드(Three Counties Showground)에서 영국왕립원예협회의 말번 봄 페스티벌(Malvern Spring Festival)이 열렸다. 1986년에 시작한 말번 봄 페스티벌은 친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회복탄력적 가드닝 정보를 제공하며, 정원 분야 및 커뮤니티의 새로운 시도를 기념해왔다. 올해 37회를 맞은 말번 봄 페스티벌은 ‘변화를 위한 정원 가꾸기(gardening for change)’를 주제로 개최되어, 정원 분야의 발전을 기념하고 정원이 식물, 사람, 행복한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다뤘다. 쇼가든, 정원 식물 및 용품 마켓, 정원 컨설팅, 강좌, 워크숍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관엽식물을 집중 조명하고 주제 구역과 몰입형 특별 정원을 통해 미래 정원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쇼가든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가 창의적 정원을 선보였다. 심사를 통해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실버길트메달, 베스트쇼가든, 베스트시공상, RHS 피플스 초이스를 수여하고 있는데, 윤선미·루원쥐안(Lu Wenjuan, 록디자인 대표 및 직원)의 ‘그린 아일랜즈(Green Islands)’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환경과조경434호(2024년 6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추억 속 올림픽공원
    가정의 달, 5월이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라서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할 수 있는 어린이날,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를 보답하는 어버이날,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각주 1) 스승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스승의 날, 부처의 탄생을 기념하는 부처님 오신 날. 각종 기념의 날이 주마다 있다. 어렸을 땐 공휴일이 많고 수업 말고 야외 활동을 많이 해서 좋은 달이었다. 하지만 이젠 챙겨할 날이 많아졌다(통장이 텅 비는 텅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념일들이 왜 5월에 이렇게 몰려 있는 걸까. 다양한 가설을 세우며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날씨에서 찾았다. 봄에서 여름으로 향하는 5월, 옷차림도 가벼워지니 야외 활동하기 좋은 날씨의 연속이다. 가족, 친구, 지인들과 밖에서 재미난 추억을 많이 쌓으라고 조상들이 이맘때로 날짜를 잡아보자고 한 것 같다(필자의 뇌피셜(?)이니 믿거나 말거나). 날씨가 좋은 탓에 이번 달은 밖에서 보낸 날이 많았다.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진행을 위해 뚝섬한강공원에 자주 갔다. 한강공원에 있으면서 사람들을 유심히 보게 됐다. 한강공원하면 떠올리는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은 물론 보드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아이와 함께 배드민턴, 캐치볼 등 운동을 즐기는 사람, 런닝 크루 등. 이곳에서의 행위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이 지면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람들을 보니 나는 공원에 가면 무얼 하지, 첫 공원은 어디였지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번호 ‘밀레니얼의 도시공원 이야기’를 편집하며 이 꼬리의 끝에 도달했다. 보조 바퀴를 떼어낸 두발자전거를 연습하기 위해 신명진 박사가 향했던 올림픽공원. 올림픽공원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올림픽공원 곳곳에 많은 추억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공원은 서울에 온 뒤 처음 방문한 공원이다. 어린이날이면 올림픽공원 88마당과 평화의 광장을 매년 찾았다. 넓은 잔디광장의 88마당은 당시 어린이날이 아니면 개장하지 않았다(현재는 6월부터 10월까지 개방한다). 주차를 위해 아빠는 차에 남고 엄마, 언니와 함께 잔디광장의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88마당으로 달려갔다. 그늘 밑은 빠르게 솔드 아웃이었지만, 그날은 어딜 앉든 좋았다. 88마당에 가면 꼭 배드민턴을 쳤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배드민턴 채를 잡고 둘씩 짝을 지어 승부욕을 불태웠다. 열심히 움직이고 난 뒤 향하는 곳은 평화의 광장. 당시 유행이었던 롤러스케이트를 타기 위해서였다. 평화의 광장은 대리석으로 포장되어 있고 평지 광장이라 롤러스케이트를 타기엔 안성맞춤이다. 평화의 문에서 시작해 올림픽 운동 조형물인 ‘서울의 만남’을 반환점 삼아 돌고 다시 평화의 문으로 향하면 10~15분가량의 코스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몇 바퀴 돌다 보면 경쟁자를 발견한다. (상대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저 친구만 앞질러 보자며 혼자 고군분투하며 롤러스케이트 실력을 쌓아갔다. 신 박사는 올림픽 프라자를 어린이 체육공원으로 꼽았는데, 나에겐 88마당과 평화의 광장이 어린이 체육공원이었 다. 추억을 뒤적거리다 깊숙이 박혀 있던 기억 하나를 발견했다. 녹음이 짙은 나무를 배경 삼아 졸업 사진을 찍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졸업식 이후로 절대 꺼내 보지 않은 사진이라 더더욱 잊고 있어서 그런지 어디서 찍었는지 모르겠다. 어딘지 알고 싶어 종합안내도를 보는데도 찍은 장소의 형상만 생각나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어떤 구조물에 일렬로 앉아 조별 사진을 찍었던 장면이다. 아마도 문화올림픽을 위해 올림픽공원을 조각공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세운 조각(각주 2) 앞에서 찍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한강공원에서 떠올린 질문에 답을 찾는 여정이 추억 여행으로 변질됐지만, 돌이켜보니 올림픽공원을 참 알차게 이용했다. 하지만 요즘 공원을 일 외로는 잘 안 간다. 목적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 공원이라지만, 이유 없이 어딘가를 가기 어려워해 발걸음을 옮기기 쉽지 않다. 동네 공원이 리모델링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본다는 핑계 삼아 퇴근길에 들려보면서, 공원 한구석을 아지트로 활용해봐야겠다. 그럼 다시 공원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각주 정리 1.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노래 가사를 인용했다. 2. 신명진 박사의 자전거 연습기와 올림픽공원을 조각공원으로 활용한 이야기는 110~117쪽에서 읽을 수 있다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앉아 있는 것은 우리가 공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필요한 행위다
    공원의 크기를 실감하고 싶다면 걷기를 추천한다.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 뚝섬한강공원은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한강공원이다. 출근 지하철이 한강 위를 가로지를 때마다 내려다보이던 곳이라 그리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이 공원이 이렇게나 넓은 줄 몰랐다. 박람회를 운영하다 보면 공원 곳곳을 오가야 하는데, 저 끝으로 와달라는 무전이 오면 등줄기를 따라 땀이 흘렀다. 그러다 보니 하루 걸음 수가 3만 보를 넘기 일쑤. 직원 모두 앉을 곳만 보이면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옮기게 됐다. 그래서인지 이번 박람회 현장에서 제일 탐났던 건 정원도, 식물도, 정원 작업 용품도 아닌 의자였다. 말랑말랑해서 손에 감기는 느낌이 좋고, 몸을 아무렇게나 늘어뜨려도 푹신하고, 가벼워 이리저리 움직이기 쉬우며, 눈이 시리게 쨍한 핑크빛 의자 말이다. 박람회장 메인 무대를 비롯해, 잔디밭, 산책로 주변 곳곳에 놓여 있던 의자의 정체는 서울시 ‘펀 디자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든 ‘폼앤폼(Form&Form)’이었다.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BKID가 만든 이 의자는 100% 재활용할 수 있는 발포폴리프로필렌(EPP)으로 만들어졌다. 의자의 본질적인 역할인 ‘앉는다’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자세를 하나의 형태(form)로서 그 자체를 제품 형태에 반영하고 했습니다. 특히 야외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자들에 앉아 있는 모습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중요한 레퍼런스가 되었습니다. 한편 ‘앉다’라는 단어는 그 행동 자체를 정의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휴식’이라는 개념도 지니고 있는데요. 따라서 휴식을 취하는 다양한 자세들을 관찰하고, 이를 하나의 제품 형태로 나타내고자 한 부분도 있습니다. 의자는 싯(Sit), 린 하이(lean High), 린 로우(Lean Low) 세 가지 높이로 구성했습니다.”(각주 1) 박람회장에 놓였던 의자는 린 하이였는데, 제품을 다 보고 나니 계단 형태의 공간에 놓고 쓰기 좋은 린 로우가 탐났다. 우연처럼 비슷한 글을 이번호 잡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우선 김영민과 김영찬의 ‘앉는 정원’. 설계설명서에서 만난 문장이 머릿속을 빙빙 돌았다. “우리가 제시하고자 하는 정원은 쉼의 정원, 즉 앉는 정원이다. 뚝섬한강공원 잔디밭에서 본래 이루어지던 쉼의 행태와 동행하며, 그중 ‘앉기’에 집중해 쉼 속에서 다양한 앉음이 펼쳐지는 정원이다.” “공원의 쉼 중, 앉는 행위는 쉼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눕기, 앉기, 서기) 중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된다. 눕기와 서기 사이에는 다양한 종류의 앉기 방식이 나타난다. 이는 눕기와 서기의 행위가 한정적이기도 하나, 외부 공간에서 앉아 있기에 할 수 있는 행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36쪽) 쉼의 본질은 무엇일까. 박승진은 쉬는 공간을 설계하기 위해, 공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고심하고 그것은 바로 앉는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걷는 것은 속도와 방향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목적이나 목표가 분명하다. 앉는다는 것은 걸음을 멈춰야만 할 수 있는 원초적 행동이다.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앉아 있는 것은 우리가 공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필요한 행위다.”(18쪽) 박람회를 찾아온 사람 대부분은 어깨에 큰 가방을 메거나 인근 피크닉 용품 대여점에서 빌린 카트에 짐을 가득히 싣고 나타났다. 돗자리파, 텐트파, 테이블 세트파 등 유형이 다양했지만, 그중 가장 자유로워 보인 건 폼앤폼을 들고 원하는 곳에 옮겨 앉은 사람들이었다. 해가 위치를 바꿔 그늘이 사라지거나 버스킹 공연이 시작되어도 살짝 이동하면 그만. 박승진이 선유도공원과 오목공원에서 목격했다는 장면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당시 선유도공원이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자가 고정되어 있지 않았는데, 시민들이 의자를 원하는 곳으로 이리저리 옮기며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다. 이후 벤치가 모두 고정되었지만 잠시나마 시민들이 벤치를 자유롭게 활용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부터 공원에 의자를 왜 붙박이로 해놔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다.”(28쪽) 나도 이제 붙박이 벤치가 없는 공원을 상상한다. “공원은 극장이 아니므로 한쪽만 바라봐야 할 이유가 없다. 혼자도 오고 여럿이 함께 오기도 하기에, 따로 또 같이 앉을 수 있으면 좋다. 무리를 등지고 앉을 수도, 서로를 바라보고 앉을 수도 있어야 한다.”(18쪽) **각주 정리 1.이정훈,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가 만든 친환경 공공의자, 폼&폼”, 「디자인+」 2024년 5월 6일.
  • [PRODUCT] 똑똑하게 만드는 휴게 공간, ‘소프트 스마트 퍼걸러’ 현대인의 트렌드에 맞춘 시스템과 공간의 결합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현대인의 일상은 더욱 바삐 흘러간다. 잠깐 틈이 나면 피로를 풀고자 나들이라도 나서고 싶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기후 변화로 인해 날씨를 좀처럼 예측할 수 없고, 날이 맑더라도 미세 먼지가 극성을 부리기 일쑤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와 요구에 맞춘 새로운 휴게 공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인환경디자인이 출시한 ‘스마트 퍼걸러’는 스마트폰처럼 여러 시설을 탑재한 하나의 퍼걸러를 통해 똑똑한 방식으로 현대인들이 원하는 휴게 공간을 구현해낸다. 퍼걸러가 갖춘 공기 정화 시스템과 미세 먼지 측정기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쾌적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용자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작동하게 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전방 3m 내에 사람이 들어오면 외부인 감지 센서가 작동해 양흡입기, LED 살균기, 에어 커튼을 작동시킨다. 사람이 내부에 진입하면 또 다른 센서에 의해 에어컨, 모니터, 무선 충전기, 온열 벤치가 작동된다. 냉난방기는 설정 희망 온도를 기준으로 자동 조절된다. 공기질 측정기를 통해 내부 온도, 습도, 미세 먼지 정보가 입력되고, 디스플레이로 해당 데이터를 송출해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쉼터 이용을 마친 후 이용자가 밖으로 나가면 센서가 내부에 사람이 없는 것을 감지해 자동으로 기기 작동을 종료시킨다. 크고 작은 시스템과 휴게 공간의 결합이 우리의 삶을 한층 더 깨끗하고 편안하게 만들고, 안전을 보정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TEL. 02-877-8811 WEB. www.seindesign.co.kr
  • 40주년 맞이한 조경 네트워크 학생통신원 교류의 장, 간담회와 커리어데이
    4월 6일 그룹한빌딩 6층 그룹한 갤러리에서 제40기 환경과조경 통신원 간담회가 개최됐다. 간담회는 1부 공식 행사와 2부 선배와 함께하는 커리어데이로 진행됐다. 올해는 1985년부터 시작한 환경과조경 통신원이 40년을 맞이한 해라 더욱 뜻깊다. 환경과조경 통신원은 전국 최대 규모의 조경 관련 대학생 네트워크로, 각 대학 소식과 지역 정보를 전달함은 물론 박람회 등 조경 관련 행사에서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환경과조경은 매년 통신원 임기를 시작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통신원 간 만남을 주선하는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40기는 28개 학교에서 총 42명을 선발했다. 행사 1부에서는 39기 우수통신원상 시상식과 40기 전국 및 지역 기장 선출이 이뤄졌다. 39기 우수통신원상은 서유석(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과 윤민영(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이 수상했다. 40기 전국 기장은 김경미(공주대학교 조경학과)와 장세희(순천대학교 조경학과)가 선출됐다. 지역 기장에는 서울·경기·강원 지역에 심규연(건국대학교 산림조경학과)과 김솔(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경기·충청에 조휘리(공주대학교 조경학과)와 양경미(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 영남에 백진규(경북대학교 조경학과)와 임시은(경북대학교 조경학과), 호남에 박지혜(순천대학교 조경학과)와 이지현(전북대학교 조경학과)이 선출됐다. 2부에서는 이형주(23기 통신원, 조경하다 열음)가 사회를 맡아 학생통신원 모임 ‘아라리’ 소개 및 활동 내용을 공유했다. 이어서 이성민(21기 통신원, 텍사스 A&M 대학교)의 영상 축사, 30기 선배 통신원 경험 공유 및 멘토링 등 선배 통신원과 함께하는 커리어데이를 통해 학생들이 진로, 직업 고민을 나누었다. 멘토링 시간에는 서락원(30기 통신원, 어반플레이), 이향지(30기 통신원, 얼라이브어스), 한지연(30기 통신원,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이 계획, 설계, 행정 등 다양한 분야의 진로 상담 멘토로 참여했다. *환경과조경433호(2024년 5월호)수록본 일부
  • 푸름한울마을 LH 아이돌봄 시설 클러스터 설계공모 당선작 디자인랩스튜디오+조경설계 호원
    3월 2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관한 의정부 고산 ‘아이돌봄 시설 클러스터 설계공모’의 시상식이 개최됐다. 당선작은 디자인랩스튜디오(건축)+조경설계 호원(조경)의 ‘푸름한울마을’이 차지했다. LH는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고자 의정부 고산 지구에 아이돌봄 시설, 어린이 전용 문화 시설, 의료 시설 등 부모와 아이가 필요로 하는 시설을 한 곳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클러스터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공모는 창의적인 아이돌봄 시설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는 도시·건축·조경 통합설계 모델 마련을 목표로 한다. 2023년 12월에 개최된 공모에 총 10개 작품이 제출됐고, 2024년 3월 23일에 건축, 조경, 도시, 아동 전문가 14인이 심사를 진행했다. 아이돌봄 시설 간 자연스러운 연계, 창의적이고 상징적인 랜드마크 등의 요소를 평가한 결과 당선작을 비롯해 우수상 1점, 장려상 3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환경과조경433호(2024년 5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낭만
    나의 고향은 은모래의 도시였다. 물론 일간지 자동차 지면 광고에 등장할 법한 사막 한가운데에 놓인 도시는 아니다. 다만 은은한 은빛이 감도는 모래사장과 저절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빛이 나는 윤슬이 매력적인 강변이 있던 곳이었다. 동네 친구들과 수풀이 우거진 계곡 바위에 올라 다이빙하고, 잡으면 놓기 싫은 아기의 손바닥과 같이 부드러운 감촉의 모래사장을 누볐다. 특히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서 푹신한 은모래사장에 앉아 비 온 후 맑아진 강물과 저물어 가는 해가 만들어 내는 윤슬을 오랫동안 바라본 기억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생생한 여름의 낭만으로 남아있다. 불야성의 도시 서울로 오며 그런 낭만을 잠시 잊고 살았다. 여유를 느낄 새도 없이 또 다른 도시의 삶에 적응하느라 하루가 바쁘게 흘러갔다. 다만 운이 좋게도 서울에서 자리 잡은 터전이 한강과 그리 멀지 않아 한강을 자주 지나다녔다. 한강을 자주 지나다니며 수묵화처럼 아무도 밟지 않은 채로 고스란히 쌓여 있는 눈, 산속 깊은 고요한 암자를 둘러싼 대나무 숲처럼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안개 등 날씨가 만들어내는 한강의 다양한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낯선 도시의 새로운 낭만을 찾았다는 기쁨과 함께. 한강의 낭만적 풍경을 채집한 수집가로서 한강의 낭만을 조용히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추천한다면 광진교 8번가를 말하고 싶다. 이곳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의 사이에 놓인 광진교의 8번째 기둥에 위치해 8번가라 불리는 교각 하부 전망대다. 광진교 중앙쯤에 위치한 나선형 계단을 따라 다리 아래로 내려가면 호그와트로 이어주는 킹스크로스 역 9와 4분의 3 승강장처럼 한강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전면이 유리 통창으로 된 둥근 형태의 전망대인데 빈백에 누워 전면의 통창을 통해 한강의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발아래 유리창을 통해 한강의 일렁이는 물결을 보며 물멍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교각 하부라는 색다른 공간 안에서 조금 더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윤슬은 유년 시절의 은모래가 생각날 만큼 곱고 아름다웠다. 만약 이러한 낭만적 풍경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영화 ‘수라’는 사라진풍경 앞에 놓인 사람들을 주목하며 삶의 터전이자, 비단에 놓인 수라는 뜻을 가진 아름다웠던 수라 갯벌을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잃어버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는 갯벌의 조개를 캐던 손으로 매립지의 잡초를 뽑는 어민, 공사를 조금이라도 늦추거나 막기 위해서 밤낮 가리지 않고 여전히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을 찾아다니며 갯벌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하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등 사라진 갯벌이 새롭게 만들어 낸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20년 동안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새만금에서 잊지 못할 풍경으로 수만 마리의 도요새 군무를 설명하며 “너무나도 아름다운 걸 봤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아름다운 걸 본죄”라고 말했다. 사실 그들이 수라 갯벌을 잃어버린 것처럼 나도 은모래를 잃어버렸다. 내 고향에서는 더 이상 은모래를 찾아볼 수 없다. 은모래는 이제 나의 기억에만 존재할 뿐. 사라진 은모래의 빈자리를 백년 주기로 찾아온다는 홍수를 막기 위해서 설치된 차가운 콘크리트 제방이 채웠다. 새로운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시킨다고 했나.(각주 1) 삶이 탄생과 죽음 사이에 놓인 것처럼 풍경 역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호시절의 추억과 장면을 균열 내는 풍경은 아리기만 하다. 어느 노랫말처럼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옛사랑을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만나는 것만큼 씁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돌이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불가항력이 만드는 상처 앞에서 무력할 뿐이다. 그래서 내게 마지막으로 남은 낭만적 풍경인 한강만은 지금의 모습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름다움을 본 죄인보다는 한강의 낭만을 사수한 명예 보안관(?)으로 남고 싶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처럼,(각주 2) 저 한강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 상처를 가열시키는 풍경보다 아름다움을 가열시키는 풍경 속에서 낭만을 품고 싶다. *각주 정리 1. 김훈, 『풍경과 상처』, 문학동네, 2009. 2. 황인찬, “무화과 숲”, 『구관조 씻기기』, 민음사, 2012.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아요
    나들이하기에 딱 적절한 온도인데 “날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 미세 먼지 때문이다. 하늘이 묘하게 부옇다. 얄궂게도 날이 좋으면 미세 먼지 수치가 극에 달했다. 봄날 휴일에 할 수 있는 게 카페를 찾거나 실내 활동을 하는 것뿐이라니. 결국 책장을 뒤적거렸고, 기후위기니 하는 현실을 잊고 싶어서 골라든 게 SF 단편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허블, 2017)이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한 독서니 우주를 종횡무진하거나 상식 밖 디스토피아를 그린 이야기에 파고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현실성 높은 이야기에 마음을 뺐긴 건 참 이상한 일이었다. 소설 제목이기도 한 ‘감정의 물성’은 이모셔널 솔리드라는 회사가 내놓은 제품이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대상에 물성이라는 단어를 붙인 작명에서부터 잘 팔리겠다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 특성마저 힙하다.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제품.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공포체’, ‘우울체’ 하 는 식으로 이름이 붙고, 파생되는 제품으로 비누나 향초, 손목에 붙이는 패치도 있고요. 지금 유진 씨가 구해온 건 침착의 비누라는 건데, 진짜 비누처럼 써도 되지만 그냥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나 봐요. 10분 정도 사용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감정의물성 #우울체 해시태그와 감성 사진이 인스타그램 피드에 주르륵 뜨는 모습이 연상됐다. 하지만 주인공 정하는 감정의 물성을 플라시보 효과를 이용한 상술로 치부한다. 줄거리보다 사람들이 감성의 물성을 구매하는 이유를 추적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정하는 특히 우울함이나 증오 같은 감정을 사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을 주던가요?”(이모셔널 솔리드 대표)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연인 보현) 김초엽이 (아마) 가장 방점을 둔 답은 보현의 것이었겠지만, 나는 다른 문장을 더 깊게 마음에 새겼다. “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 잡아요. 왜, 보면 콘서트에 다녀온 티켓을 오랫동안 보관해두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 그냥 실재하는 물건 자체가 중요한 거죠. 시선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거잖아요. 물성을 감각할 수 있다는 게 의외로 매력적인 셀링 포인트거든요.”(동료 유진) 글을 읽는 내 앞에 뜬금없게도 국립현대미술관의 모습이 펼쳐졌다. 정영선의 전시(88쪽)를 보러 온 사람들이 개막 행사를 빼곡하게 채운 그 광경. 유명한 공원 개장식에서보다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모습이 이런 이벤트가 열리기를 바랐던 긴 기다림으로 읽혀 씁쓸하기도 했다. 조경이라는 건 어떤 장소를 만들어내는 논리이자 시스템인데, 모든 공간을 증강 현실로 재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된다 하더라도 지극히 평면적인 전시가 될 테다) 이를 도면이나 사진, 영상, 음악으로 전할 수 있나? 의구심이 녹아내렸다. 2021년 4월, 성수역과 뚝섬역 사이에 ‘숲, 가게’가 열렸었다. 그곳에서는 떨어진 신당풍나무잎 200그램에 3천 6백만 원이라는 값을 매겼다. 무슨 셈법인가 싶을 텐데, 숲을 이루는 부산물이 만들어지기까지 시간, 생태계에서의 역할, 사람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감성을 전달하는 점까지 부가 가치로 매겨 가격으로 산정한 것이다. 작은 잎에 담긴 가치가 ‘가격’이라는 숫자를 통해 좀 더 유쾌하면서도 명확하게 다가온다. 조경에 물성이 없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 가치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물성이 필요하다. 항우울제만으로는 자신의 우울을 조절할 수 없어 우울체를 사 모으는 아이러니에 뛰어든 보현처럼 말이다. 가시화하기 모호한 조경의 쓸모와 무게를 뒤적이며 이를 드러내기 위한 학예연구사의 노력은 분명 조경의 또 다른 면모를 발굴해낼 것이다. 이 재미있는 시도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물성이 사람들을 쉽게 사로잡았으면 좋겠다. 한 가지 더 바라는 건, 작은 굿즈가 만들어지길. 손에 쥐면 기대감에 찬 사람들이 저마다 모여 떠들며 웅성거리던 그 순간을 쉽게 기억해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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