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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서울 그린 소울, 5월 22일부터 10월 20일까지
정원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축제인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그간 박람회는 2015년 월드컵공원을 시작으로 여의도공원, 만리동 일대, 북서울의꿈의숲, 하늘공원 그리고 뚝섬한강공원까지 서울 곳곳에 공공 정원을 조성해왔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보라매공원에서 5월 22일부터 10월 20일까지 진행된다. 작년보다 규모를 확대했고, 디지털정원 등 새롭게 선보이는 정원문화프로그램을 비롯해 정원 산업전, 학술행사 등이 진행된다. 푸드트럭과 판매부스 운영, 공원 내 상행위 제한 완화 등을 통해 지역 상권과의 연계성을 강화했다.
이번 박람회는 서울시와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환경과조경과 동아일보가 행사 운영을 맡았다. 올해는 김영민 총감독(서울시립대 교수), 이가영(서울가드닝클럽 대표)과 송민원 부감독(엠디엘 대표)으로 구성된 실무 감독단을 통해 전문성 강화를 꾀했다. 박람회의 주제는 서울, 그린 소울(Seoul, Green Soul)로 40년 의 역사를 자랑하는 보라매공원 12만 평 전역을 111개의 정원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생태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조성하는 작가정원을 비롯해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동행정원(학생·시민·다문화가족), 작품정원(기업·기관·지자체), 매력정원 등 다양한 전시 정원을 선보인다.
*환경과조경446호(2025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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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과 협업자들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이탈리아 베니스 순회전
지난해 여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이하 정영선 전) 전은 조경이 대중에게 문화적 코드로 다가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8만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에 다녀갔고, 2024년 8월에는 국내 박물관·미술관 중 최초로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4’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부문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영선 전의 해외 순회전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정영선과 협업자들’(이하 정영선과 협업자들 전)이 산 마르코아트센터(San Marco Art Centre)(이하 SMAC)에서 5월 9일부터 7월 13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SMAC의 개관을 기념하는 초청 특별전으로,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 해(2024~2025)를 맞아 양국 간 문화 협력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전시가 열리는 SMAC는 16세기 베니스 행정관청으로 사용됐던 프로쿠라티에(Procuratie)를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리노베이션 한 건물이다. 정영선과 협업자들 전은 회복탄력성과 지속가능성을 주목했던 정영선 조경가의 작업세계를 중심으로 한국 고유의 정원과 경관 철학, 한국 근현대사와 맥을 같이 하는 조경의 역사를 이탈리아에 소개한다.
*환경과조경446호(2025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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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풍경의 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집에서 꼭 한 가지 챙겨야 할 물건이 있다면 무엇일까. 당연히 값비싼 물건을 먼저 챙겨야 하겠지만, 값비싼 물건을 대체할 만큼 가치가 있는 물건 한 개를 고르라고 한다면 수집한 시집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집에 애착이 생긴 건 순전히 그 노트 때문이다. 대학 시절 동아리방 책상 위에는 늘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노트의 이름은 열린 마음. 그 이름 그대로 각자 적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적으면 된다는 원칙 아래 동아리 창립 때부터 전통처럼 내려오는 노트였다. 동아리방 한쪽 구석의 캐비닛에는 선배들이 적은 수백 권의 노트가 빼꼭하게 들어있었다. 나를 포함해 또래의 동기나 선배들은 주로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나 시험 정보, 소모임 모집, 사소한 고민과 푸념 등 신변 잡기의 이야기를 적어 놓는 게시판으로 활용했다.
어느 날 캐비닛 속 먼지가 뽀얗게 쌓인 선배들의 노트에 호기심이 생겨 창립 선배들의 노트를 읽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동기들과 함께 노트에 적은 내용들이 부끄러울 정도로 선배들의 치열한 고민과 세상을 향한 관점과 시선이 대단했다. 역사적으로 혼란스럽고 어두운 시기를 관통하는 가운데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선배들이 강의실이 아닌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치열한 현장의 열기를 글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선배들의 여느 산문가 못지않은 글쓰기 솜씨 덕분에 읽는 재미가 나름 쏠쏠했다.
탁월한 문장을 구사하는 선배들이 노트에서 인용했거나 추천했던 시집들은 모두 읽어보려고 노력했다. 그중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던 시집에는 이런 메모가 첫 장에 적혀 있었다.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새운 자에게만 온다. 꼬박 밤을 지새운 자만이 새벽을 볼 수 있다.” 그 시집을 추천했던 선배가 적은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시적인 문장 한 줄이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쩌면 별것 아닌 문장일 수도 있지만 새벽과 같은 어둠을 숱하게 통과한 사람만이 말하고 쓸 수 있는 문장인 것 같아서 오랫동안 떠올랐다. 그때부터 시집을 모으기 시작했다. 언젠가 이해하기 어려운 시집을 내 것으로 완전히 소화하며 저런 비옥한 문장을 쓰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시집을 수집하면서 나름의 취향과 요령이 생겼다. 선호하는 시인선 중 하나는 바로 문학과지성 시인선이다. 이 시인선은 시인들 라인업도 좋지만, 표지 속 시인들의 자화상 캐리커처가 귀여워서 괜히 더 눈길이 갔다. 특히 맨 뒷표지 네모 박스에 실리는 글이 맘에 들면 종종 시집을 샀다. 시도, 산문도 아닌 형태의 글을 통해 시와 시인을 나도 모르게 상상하며 그려보기도 한다. 가령 “쌓이지 않을 만큼 내리는 눈을 쓸고 있다”(각주 1)와 같은 문장을 읽으며 ‘시’라는 싸리눈을 정성스럽게 쓸고 있을 시인의 마음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600호 기념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가 출간됐을 때 참 반가웠다. 이 책은 뒷표지 글을 시 자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의 말’로 정의하며 501호부터 599호에 실린 시의 말을 정리했다. 지루한 스펙의 나열이 전부인 쇼핑용 카탈로그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감각적인 문장들 덕분에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시집을 사고 싶은 맘이 들게 하는 쪽을 연신 접다가, “숲이 흔들리면 바람이 된다”와 같이 감각적인 문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잠시 감탄했다.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바람에 흔들리는 어느 먼 숲의 풍경을 본 날을 떠올리며.
시의 말이 나를 시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처럼 잡지의 맨 첫 꼭지로서 독자들을 잡지의 세계로 데려 왔던 연재 ‘풍경 감각’이 이번 호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환경과조경』 에디터로서 처음 편집했던 원고였고, 매월 담당 편집자이자 원고를 맞이하는 가장 첫 번째 손님으로서 늘 기쁘게 읽었다. 한 독자는 이 연재를 잡지의 시작을 알리며 여는 창문 같다고 했는데, 내게는 ‘풍경의 말’과 같았다. 시가 가진 고유한 목소리를 담아 시와 시인의 세계를 그리게 하는 시의 말처럼 이 원고를 읽으며 편집하는 시간은 각 풍경이 가진 고유한 목소리를 감각적으로 그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월 다가오는 마감이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단 한번의 지각없이 매번 정성스러운 글과 그림을 보내준 조현진 작가에게 담당 편집자로서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각주 정리
1. 최정진,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문학과지성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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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정원은 자연의 풍경들을 특별하게 꿰어 맞추어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일의 산물이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은 두부과자를 즐겨 먹고 있다. 얼마 전 부여를 다녀오며 얻어온 것인데, 씹을 때마다 부여 알밤의 단맛이 옅게 풍긴다. 맛이 좀 심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끊임없이 주워 먹다 보면 금세 동이 난다. 은은한 분위기의 부여와 제법 닮은 맛이다. 돌연 부여로 떠나 잘 알지도 못하는 도시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된 건 그륀바우의 김인수 소장 덕분이다. 처음에는 좀 심드렁했던 것도 사실이다. 너도나도 정원을 외치는 시대에 숨겨져 있지만 꼭 주목해야만 하는 부여의 동네 정원들을 보여주겠다는 제안은 예쁜 수사를 붙여 볼만하게 꾸민 초대장 같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하는 마음도 컸던 건, 귀한 것을 발견해내는 김인수의 눈썰미와 정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어떤 지역의 맛집 가이드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상상해보자. 그것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맛집 가이드북. 막막하기 그지없다. 지도를 펼쳐야 하나, 우선 인터넷에 접속해 유명한 맛집 목록을 만들어야 하나,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힌다. 김인수의 숨은 정원 찾기 전략은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쉽지 않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선 그 지역과 친해진다. 낯설지 않게 느껴질 때까지 곳곳을 누빈다. 그러다 담 너머의 풍경이 궁금해지면 문부터 두드린다. 한번의 방문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뷰도 불사한다. 보고, 듣고, 쓴다. 오늘은 정원을 찾아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나서는 게 아니다. 그의 기록 생활은 일상에 아예 녹아들어 있다. 그렇게 김인수는 『정원도시 부여의 마을 동산바치 이야기』(목수책방, 2022)와 『서울 골목길 비밀정원』(목수책방, 2023)을 펴냈다.
안내를 따라 둘러본 부여는 참 신기한 곳이었다. 고요하고 모든 것이 낮고 부드럽게 흘렀다. 궁남지는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산등성이는 없었다. 고운 천을 구겨 만든 곡선이 사비성을 감싼 듯했다. 질주하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보기 힘들었고, 모든 길은 보행자와 자전거에게 다정했다. 그 때문에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 군데군데 고여 있는 곳처럼 느껴졌다. 김인수가 부여를 새 삶의 터전으로 잡은 것은 4년 전이지만, 만나는 사람들 모두 그를 부여 토박이보다 부여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라 말했다. 숨은 정원을 찾아 느릿한 풍경 사이를 종종걸음으로 걸어 다니는 그의 모습을 상상했다.
함께 탐방한 정원 대부분은 전문가의 손길보다는 정원의 가꾼 이의 취향과 생활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곳들이었다. 대중없이 늘어진 화분들이나 작물이 거칠게 자라고 있는 텃밭, 빨래 건 조대와 갖은 폐목들이 군데군데 놓인 정원은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떤 정원들보다 생활감이 느껴졌고 그래서 가꾼 이들의 진심이 와 닿았다. 가장 가까이에 둔 초록의 땅을 더 편리하고 아름답게 꾸리려는 작은 지혜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평범한 단어들이 연결되어 아름다운 시가 만들어지듯이 정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자연의 풍경들을 아주 특별하게 꿰어 맞추어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일의 산물”(『서울 골목길 비밀정원』 중)이라는 설명이 딱 어울렸다. 가장 재미있던 건 정원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김인수는 식물 가꾸기는 한 개인의 삶을 넘어 마을 공동체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마을 동산바치의 집 주변으로 빈 땅을 정원으로 가꾸려는 시도를 한 가구가 여럿 보였다.
자연스럽게 따라한 경우도 있었고, 정원을 만들며 불어난 꽃과 식물, 씨앗을 주변에 나눠준 동산바치도 있었다. 길가나 집 밖 공터에 꽃창포가 자라고 있는 게 신기해 김인수에게 물었더니, 그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해마다 유행처럼 번지는 식물이 있다고 답했다. 지역의 원예 상가가 중점적으로 파는 식물이 마을 경관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르겠다는 추측도 흥미로웠다.
개인이 꾸리는 정원이 정원도시의 기반이 될 수 있을지, 아름다운 백마강을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국가정원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인수의 기록들이 정원의 가치를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정원을 만들며 몸과 마음을 치유 받고 행복해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두 권의 책에 빼곡하다. 그들은 한결같이 정원 가꾸기가 노동과 동의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행복하기에 계속 정원을 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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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도시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브리가
쾌적한 도시 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 셸터
도시의 삶은 전보다 윤택해졌지만,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미세먼지 등 다양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현대의 쉼터는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공간 개념에 머물지 않고,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서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세인환경디자인의 스마트 셸터 ‘브리가(BRIGA)’는 스마트 기술이 결합된 공기 정화 시스템을 통해 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스마트 셸터는 공기 정화 시스템, 시스템 루버 등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적용해 최적의 환경 속 청정한 휴식을 제공한다. 셸터 내부의 미세먼지 농도가 외부에 비해 최대 70%까지 감소하는 등 효과적인 공기 정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공기, 날씨 등 환경 변화에 따라 개폐가 되는 시스템 루버를 통해 최적의 내부 환경을 유지한다. 통합 컨트롤러는 내부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사용자의 입실, 퇴실을 감지해 공간의 에너지를 조절하며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돕는다. 내부 디스플레이는 날씨, 온도, 내외부의 미세먼지 수준 등 다양한 기후 정보를 시민들에게 편리하게 제공한다.
브리가는 자연과 시민을 연결하며 자연 친화적인 휴게 환경을 구축한다. 내부의 깨끗한 공기와 루버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 그리고 스마트 기술이 어우러진 스마트 셸터는 도시 속에서 자연의 숨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공간은 라이프스타일과 스마트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인프라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TEL. 02-877-8811 WEB. www.seinde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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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낮과 밤
만들어진 풍경과 재생되는 자연, 소마미술관
도심 속 공원은 콘크리트 숲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자연으로 대표되지만, 사실 도시처럼 인간이 설계하고 만들어낸 창조물이다. 곳곳의 벤치나 시설은 물론 이곳에서 자라난 것처럼 보이는 나무도, 적당한 곳에 놓여 일광욕하기 좋은 잔디광장과 숲 사이를 가로지르는 산책로도 모두 인간에 의해 계획되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자연 스스로가 인간이 이용하기 편한 형태로 다듬어질 리 없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이상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자연을 통제하고 소유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 산물인 공원은 우리의 일상에서 사회적, 문화적, 생태적으로 다양한 역할과 복합적 기능을 해내고 있다. 도시공원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의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센트럴파크 규모의 정신 병원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몸소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공원은 진짜 자연과는 어떻게 다르며 현재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해답의 실마리를 던져줄 전시가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4월 11일 개최된 ‘공원의 낮과 밤-만들어진 풍경, 재생되는 자연’ 전시는 공원의 역할과 의미를 짚어보고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한다.
수많은 공원 중 올림픽공원의 생태적 환경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강현아, 권다예, 나점수, 박문희, 소수빈, 송미리내, 정재희, 홍이카 등 여덟 명의 아티스트는 회화, 입체, 영상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대상화된 자연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했다.
*환경과조경445호(2025년 5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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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과거와 미래 잇는 담론의 장을 열다
2025 한국조경학회 정기총회 및 춘계학술대회
한국 조경 50년의 발자취를 되짚고, 다가올 50년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조경학회는 지난 4월 18일 서울시립대학교 100주년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2025 한국조경학회 정기총회 및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학회의 이사회 및 정기총회와 더불어 특별 강연 세션과 학술 발표를 통해 한국 조경의 역사와 비전을 공유하고,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의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됐다.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제27대 한국조경학회 회장)는 개회사로 행사 시작을 알렸다. 그는 “‘조경학과 조경 교육의 다음 50년을 설계한다’는 비전 아래, 조경 교육의 목표·체계·내용을 재정립해 교육 인증제 추진의 기반을 만들고, 조경 지식과 이론을 생산하고 소통하는 데 힘쓰겠다”며 “이번 행사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다양한 학술 행사에서 풍성한 토론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원용걸 총장(서울시립대학교), 박동주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 학장), 박명권 대표(그룹한, 한국조경가협회 회장), 이호영 소장(HLD, 한국조경협회 수석부회장), 이수연 학생 대표(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가 축사를 진행했다.
*환경과조경445호(2025년 5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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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서포터 7
2025 화성시 공공디자인 공모전
지난 4월 8일 화성시는 ‘2025 화성시 공공디자인 공모전’ 대상작을 발표했다. 이 공모전은 ‘스트리트 화이트(Street-White) 화성 만들기’를 주제로 공공디자인의 국민 참여를 도모하고, 깨끗하고 특색 있는 화성시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진행됐다.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28일까지 총 115개 작품이 접수됐다.
화성시 공공디자인 진흥위원회는 창의성, 활용성, 공공성, 예술성 등의 기준으로 검증 절차를 거쳐 대상작등 수상작을 최종 선정했다. 대상작은 홍욱의 ‘유니버설 서포터(Universal Supporter) 7’이 선정됐다. 유니버설 서포터 7은 내구성이 우수한 엔지니어 스톤으로 제작하는 모듈러 유닛을 기본 구조로 하는 공공 시설이다. 하나의 모듈로 조명, 안내 표시, 화분, 스툴 등 7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모듈러 유닛을 기본 구조로 다목적 활용이 가능한 디자인이 심사위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환경과조경445호(2025년 5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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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계를 잇는 네트워크, 41기의 첫걸음
제41기 환경과조경 통신원 간담회
제41기 환경과조경 통신원 간담회가 4월 5일 그룹한빌딩에서 개최됐다. 환경과조경 통신원은 지난 1985년부터 41년간 이어져 온 전국 최대 규모의 조경 관련 대학생 네트워크로, 각 대학 소식과 지역 정보를 월간 『환경과조경』, e-환경과조경을 통해 전달해 왔다. 학생 기자 활동은 물론 박람회 등 조경 관련 행사에서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환경과조경은 매년 통신원 임기를 시작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통신원들 간 만남을 주선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겸하는 자리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기자 교육과 함께 향후 활동을 안내하는 오리엔테이션, 기장 선발 등을 진행했다.
박명권 발행인(환경과조경)은 축사를 통해 “환경과조경 통신원은 조경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한국 조경의 성장을 기록하고 그 경계를 확장하는 데 여러분의 참여가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라는 격려와 함께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환경과조경445호(2025년 5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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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서랍에 꿈을 넣어 두었다(각주 1)
독일의 아우토반을 거침없이 달리는 스포츠카처럼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을 누비는 들소 무리. 보기만 해도 아찔해 보이는 절벽 사이에서 비단의 실 가닥을 길게 뽑듯이 떨어지는 폭포. 사뿐사뿐 산책하듯이 지나가는 구름 그림자가 드리운 드넓은 칼데라. 봄의 마지막을 알리며 흩날리는 벚꽃처럼 고운 연분홍 자태를 뽐내며 흩어지는 호수 위 홍학 무리. ‘아름답다’는 말을 참을 수 없는 기침처럼 기어코 입 밖으로 발음하고 싶어지는 이 모든 광경을 경비행기 안에서 지켜보는 한 쌍의 커플.
먼훗날 기술의 발달로 풍경 속 오감과 분위기, 온도와 습도, 감정을 저장할 수 있는 서랍이 발명된다면 저 풍경의 모든 걸 서랍에 가장 먼저 넣고 싶다. 실제 나의 경험담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경비행기로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누비는 풍경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6)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약 160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에 담긴 커플의 극적인 서사보다 짧게 스쳐지나가는 저 풍경에 마음이 괜히 동했다. 수렵을 취미로 하며 어딘가에 얽매이는 걸 거부한 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남자 주인공 ‘데니스’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주인공 ‘카렌’과 함께 경비행기 데이트를 하는 사소한 장면에 불과했는데, 광활한 아프리카 풍경이 너무 좋아서 같은 장면을 몇 번이나 돌려보곤 했다. 그래서 언젠가 자동차 면허를 못 따더라도 경비행기 면허는 꼭 따고 싶다. 경비행기 면허를 진짜로 따는 날이 온다면, 욕심을 조금만 더 보태서 경비행기로 세계 일주를 하며 세계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아 두고 싶다.
내가 다소 허무맹랑하고 무모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동안 실제로 무모한 계획을 실행한 이가 존재했다. 경비행기를 세계 일주를 위한 교통수단으로 택한 나와 달리 『노플라잇 세계여행』의 저자 조진서는 비행기를 타지 않은 채 오직 육로와 해로를 통해서 세계를 누비며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그의 동기는 단순했다. 심신을 지치게 했던 15년간의 직장인 생활을 정리한 뒤 지구의 크기가 얼마나 큰 지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세계 일주를 시작했다. 서울에서 출발해 시애틀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기간은 111일. 비행기로는 가면 하루도 채 안 걸리는 거리를 기차와 배로 건너고 세계 각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횡단한다.
꽤나 낭만적인 여행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낭만은커녕 불운의 아이콘이 겪은 고난과 수난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는 산전수전을 겪었다. 지갑을 잃어버리는 건 기본이고, 남들은 모두 따뜻하게 기차 여행할 때 난방 장치가 고장 난 객실에서 추위 때문에 홀로 바들바들 떨고, 난동에 가까운 호객 행위를 벌이는 택시 기사 무리를 퇴치하고, 때론 난민 무리에 휩쓸려 배를 타지 못할 뻔했다. 우여곡절을 겪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안타깝기도 하면서도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부모의 도움 없이 유치원에 홀로 씩씩하게 등원하는 자식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비의 심정으로 대견한 마음과 동시에 괜히 응원하고 싶더라.
물론 조금 궁금하거나 부러운 것도 있었다. 꼬맹이 현지인이 여느 베테랑 못지않게 능숙하게 모는 말의 안장에 앉아서 멋진 협곡을 구경한다거나 스페이스X의 우주 로켓 발사를 유튜브 생중계가 아닌 실제 현장에서 직접 감상하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했다. 렌탈 스포츠카를 타고 포레스트 검프가 영화 속에서 달렸을 것 같은 탁 트인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경험은 가장 부러웠다. 무면허라서 그 경험을 정확히 이해하는 건 어렵지만 아마도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는 카레이서만큼 짜릿하지 않았을까.
나의 추구미는 데니스와 조진서 작가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삶에 가깝지만, 실행력이 다소 부족한 몽상가라서 경비행기 세계 일주 계획을 그들처럼 실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삶의 기억을 서랍 속에 고이 넣어 보관하듯 시를 썼던 한강 작가처럼 가장 소중한 것을 첫 번째 서랍에 고이 넣는 마음으로 나의 계획을 계속 써내려가고 싶다. 일본의 한 광고 카피(각주 2)와 같이 말만 하면 계획이지만 이렇게 쓰면 이룰 수 있는 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젠가 나의 서랍에 꿈을 살포시 넣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각주 정리
1.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의 제목을 오마주했다.
2.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해서 개최되는 일본의 ‘도련님 문학상’ 포스터 광고에는 다음과 같은 카피가 활용됐다. 그 청춘, 떠들면 건방짐, 쓰면 문학. 그러한 매일, 생각하면 평범, 쓰면 문학. 그 불만, 말하면 푸념, 쓰면 문학. 그 인생, 말하면 설교, 쓰면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