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스퀘어 가든
POSCO Square Garden
현재 조경가들은 절호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 지구적 기후 변화 위기 속 만년 유망주 조경은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주역이 될 것 같기도 하다. 19세기 후반 극심한 도시 문제에 대처하며 일어났던 도시미화운동(City Beautiful Movement)은 현대 조경의 양상과 닮았다. 200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현장에서 실천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많아졌다. 조경이 개입하는 모든 유형의 공간에서 이러한 기류가 체감된다. 조경의 가장 큰 무기인 녹색의 자연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이자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 전체의 방향성을 지시해야 하는 공공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민간의 영역에서도 조경의 중요도는 나날이 더해지고 있다. ESG를 필두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은 자연을 향하고 있고, 조경가들은 이를 가장 잘 다루는 전문가다.
포스코는 일을 맡게 된 설계사무소로서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도 여러모로 감사한 기업이다. 그들은 본인들이 소유한 공간을 개방해 가능한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사회적, 환경적 기여를 기업의 의무로 요구하지 않았던 시대 때부터 그랬다. 그들은 공공을 위한 다수의 공간을 만들었지만,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기업이 공공을 위한 기회를 마련한다면 어떠한 가치로든 기업에게도 환원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기업 공간을 계획할 때 공공과 기업 모두에게 이로운 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포스코라는 브랜드
우리는 포스코와 함께 일을 종종 해왔다. 포스코 스퀘어 가든(이하 스퀘어 가든)은 설계 시점 기준으로는 네 번째, 준공 기준으로는 두 번째 맡는 작업이다. 같은 대상을 두고 매번 차별화된 콘셉트와 전략을 계획해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때 고민이 깊어진다. 포스코와 함께 한 첫 프로젝트인 파크1538 포항(『환경과조경』 2022년 9월호)은 코르텐이라는 철강 소재를 사용해 기업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구현했다. 포스코 인재창조원 역시 철이라는 기업의 대표 소재를 앞세워 표현했고, 파크1538 광양은 건축과 함께 굽이치는 땅의 움직임을 통해 그들의 역동성을 전달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지주사 분리 등 기업의 내부 구조가 바뀌었고, 포스코는 더 이상 철강만이 아닌 AI, 이차전지, 수소 등 한층 더 미래를 꿈꾸는 산업으로 변모를 시작했다. 그들에게 여전히 철은 중요했지만, 꼭 철이란 재료를 부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못 상충되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철의 유연함과 안온한 산책로
그래서 시선의 초점을 달리하며 철의 강함보다 유연함 에 초점을 맞췄다. 철은 그 무엇보다 단단한 강성의 소재이지만, 무엇으로도 주조될 수 있는 유연한 재료이기도 하다. 테헤란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곳에 미려한 굴곡을 가진 선형의 덩어리를 흘려보내 용융된 상태를 은유하고 그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담아냈다. 최대한 순백에 가깝게 조색해 청정함을 표방하며 친환경적 신사업들을 추구하는 그들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토심을 확보하는 플랜터인 동시에 걷다가 잠시 앉을 수 있는 벤치이지만 구체성과 지시성 을 덜어냈다. 가능한 추상적인 볼륨으로 이색적인 심상 만을 전달하고자 했고, 독특한 조형물 하나가 도심 사이를 꿰뚫고 나아가길 바랐다. 한국의 상징적 가로 중 하나인 테헤란로에 인상적인 장면을 남기고자 했다. 전체적으로 이용자들이 산책을 즐기며 거니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프로젝트에서 주어진 과제이기도 했지만, 사실 번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분명히 필요한 경험 이기도 하다. 온종일 앉아서 일하는 수많은 직장인,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빈약한 인근 지역 주민을 고려한다면 답은 꽤 쉬웠다. 산책은 걷는 행위 자체가 목적인 발걸음이기에 공간에서 그 걸음과 심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길의 선형을 아주 선명하고 명료하게 구성하고, 산책로 주변에 두터운 식재를 더해 서정적이고 안온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건물의 세 면을 감싸고 도는 산책로는 각 면마다 서로 다르게 연출된 식재 구간을 통과하며 서울 한가운데에서 잠시나마의 여유로운 일상을 선사한다.
스퀘어 가든은 크게 네 개 공간으로 이루어지며 문화 예술 산책로, 버스킹 가든, 갤러리 가든, 선큰 가든이 있다. 선큰 가든은 조경의 작업이 거의 더해지지 않았 다. 서로 동시에 바라보이지 않는 공간들이기에 각 면 마다 다르게 기획하더라도 이질적 산만함보다는 차별적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특 정한 공간에 힘을 주는 대신 공간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산책로를 통해 여러 공간을 엮어 완성도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문화예술 산책로
테헤란로에 인접한 전면부의 문화예술 산책로는 모든 공간과 기업의 인상을 보여주는 정면이기에 단단하고 정연한 모습으로 연출했다. 일부 관목과 초화류를 제외하면 소나무와 줄사철이라는 상록의 교목과 지피류, 단 두 켜의 식재로만 구성해 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분위기를 표현했다. 기존에 조성된 공간의 무게감이 인상적이었기에 본래의 식재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되 계절감만 조금 더하는 약간의 변주만 시도했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는 자연의 본질이지만, 전면부 공간만은 겨울 동안에도 스러짐 없이 오롯할 수 있도록 상록 수종 중심으로 계획했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소나무 위치를 옮기지 않고 그 사이 사이를 돌아나가는 산책로를 새로 구성해 대상지가 품 고 있었던 땅의 시간이 계속 유지되게 했다. 백색의 비정형 구조물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지향점을, 소나무와 짙은 녹색의 식재는 지금까지 쌓여온 역사적 과정을 보여줄 수 있게 함께 배치했다.
버스킹 가든
건물 서측 버스킹 가든은 이름의 의미처럼 연중 야외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 객석이 필요했다. 카페와 인접해 산책로 모든 구간에 앉아 쉬며 식음료를 즐기 기에 좋은 외부 공간이 되도록 조성했다. 전면부 문화 예술 산책로 구조물이 상징적인 조형에 가깝다면 버스킹 가든 구조물은 매우 기능적인 앉음벽이다. 산책로 양측의 식재 설계를 달리해 이용자들의 흥미를 유도하고자 했다. 건물에 인접한 부분의 식재 설계는 천리포 수목원과 협업해 드라이 가든으로 조성했다.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관목 및 초화류에 조형석을 같이 배치 해 이색적인 정원의 장면들이 이어지게 했다. 다른 한 측면은 길을 따라 배롱나무를 열식해 건물 정면의 흐름이 따라 들어오게 했다. 전면부의 소나무를 유지한 것과 같이 그 소나무 뒤에 있던 배롱나무도 그대로 존치했다. 이 배롱나무를 따라 이용자의 시선과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버스킹 가든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하게 했다. 공연 시 관람 시야를 방해하지 않게 하부 식재는 최소화했다.
갤러리 가든
동측부 갤러리 가든은 곳곳에 산개됐던 조형물을 재배 치한 조각정원으로 계획했다. 개별적으로는 주목할 만 한 조형물들이었지만 체계 없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빛을 발하지 못했다. 한 장소에 모아서 각 조형물뿐 아니라 그것을 담아낸 공간도 함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산책로와 식재, 조형물이 조화를 이루며 연계될 수 있게 고민했고, 한번에 모든 작품이 보이지 않게 했다. 한 가지 요소를 감상한 뒤 언뜻 보이는 다음의 요소가 호기심을 자극하되, 전체가 한꺼번에 노출되 어 걸음의 흥미가 떨어지지는 않도록 시퀀스를 조율했다. 조형물 배면에는 벽을 두어 다른 요소들로 흩어질 수 있는 시선을 붙잡아 작품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분비나무, 귀룽나무, 노각나무 등 한국 자생종 중 심으로 식재를 구성해 또 다른 매력의 장면을 선사하면서 우리 본연의 숲 경관을 보여주는 정원으로 표현 했다. 다간형 교목과 대관목을 활용해 조형물로 시선을 조정하는 동시에 주어진 규모보다 더 깊은 공간감을 부여하고자 했다. 수수하고 청초하다는 누군가의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리듬감을 만드는 콘크리트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의 선정이 중요했다. 현재까지 이어온 가장 굳건한 정체성이 더 소중한가. 새로운 출발을 알리며 생신한 야심이 더 앞서야 하는가. 양단의 가치에 대해 기업 내부의 의견이 분분했고 그 어느 하나 틀린 것은 없었기 때문에 결국 두 가지 모두를 담아야 했다. 틀에 담아 형태를 만드는 제작 방식은 철의 주조와 유사하지만, 질감과 색 상은 전혀 다르기에 철을 연상시키지 않는 콘크리트를 활용했다. 이 재료와 맞붙을 상록수 식재 구간의 짙은 초록색을 고려해 색채적인 대비도 의도했다. 앉음벽 역 할을 해야 했기에 앉는 구간과 기대어 설 수 있는 구간의 단면을 작성한 뒤 평면의 선형과 연동시켜 3차원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단면과 평면, 구간의 관계를 조작해 조형의 움직임과 형상을 조정했다. 시공사와 협의 후 현장에서 타설하며 디자인적 의도뿐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며 기다란 리듬감을 다듬어 나갔다.
브랜딩 스케이프
각 기업은 고유한 유무형의 가치와 자산들을 지니고 있다. 이미 겉으로 드러난 것들도 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듣는 이야기에서 채집하는 것도 있다. 이는 머리와 마음에 담겨있는 추상적 개념일 수도 있고, 시간이 쌓여 축적된 철학적 태도일 수도 있으며, 우리가 다 루는 공간과 무관한 산업적 생산물일 수도 있다. 이를 잘 듣고 읽어내며 해석하여 실재하는 땅에 공간으로 내려놓는 게 조경가의 역할이다. 누군가가 마음에 품고 있는 비전과 내러티브를 공간으로 구현해 인상을 만들 어내고 이용자들이 다가올 수 있게 계획한다. 새로운 장소의 경험은 방문자에게 다시금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직간접적으로 그 너머에 있는 브랜드의 존재를 인식하게 한다. 이처럼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브랜딩 랜드스케이프’를 추구하며, 지금도 현재 진행형에 있다.
글 얼라이브어스
조경 설계 얼라이브어스
건축 설계 포스코A&C
시공 포스코E&C
발주 포스코
위치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40
면적 17,454.80㎡
완공 2023. 8.
사진 김종오
얼라이브어스(ALIVEUS)는 현대 도시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건축, 조경, 도시재생 및 문화 계획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이너 그룹이다. 단단한 기준, 관철하는 감각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풀어나간다. 우리는 서로의 특성을 인식하고 평등한 소통과 유연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융합을 통해 지속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가며 균형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학제간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하이엔드 디자인을 구현한다.
-
퍼블릭 가산
Publik Gasan
대상지는 가산동의 산업 단지로 서울에서 손꼽히게 북적이는 지역 중 하나다. 가산동과 G밸리 사이에 위치한 복잡한 대상지에 자연을 통해 사람들의 숨통을 틔어줄 공간을 제공해주고자 했다. 삶의 터전이자 문화, 예술, 자연이 공존하는 모두의 공원과 나만의 정원을 함께 계획함으로써 퍼블릭 가산이 도심 속 모두를 위한 숲의 섬이 되기를 기대했다.
도심에서 찾기 어려운 대규모 녹지, 높고 자연스러운 수형의 나무들이 형성하는 깊은 숲을 먼저 떠올렸다. 숲은 도심에서도 여유롭고 편안한 휴식을 가능하게 한다. 좁은 숲길을 걸으며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며 안락함을 느끼는 시간, 사색과 치유의 시간 등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조경 공간을 구성했다.
두 개의 공개공지
퍼블릭 가산의 남쪽과 북쪽에 위치한 공개공지는 방문객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공간이다. 일종의 진입 광장의 역할을 하는 두 공개공지를 세 가지 기능에 주목해 설계했다. 첫 번째 기능은 오픈스페이스다. 가로변과 접한 전면 공간을 활용해 도심 내 열린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두 번째는 활기 넘치는 공간이다. 각진 건물 사이를 관통하는 곡선형 산책로를 통해 공간에 활기를 부여하고, 주변으로 계절마다 변화하는 다양한 식생을 배치해 생동감 넘치는 경관을 연출하고자 했다. 세 번째는 숲과 그늘이다.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울창한 숲이 드리우는 넉넉한 그늘을 제공하고자 했다.
*환경과조경445호(2025년 5월호)수록본 일부
글 이승주 팩토리 엘 실장
크리에이티브 디렉팅/브랜딩 제이어드바이저리(JAD)
조경 설계 팩토리 엘(factory L)
건축 설계 제이어드바이저리,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조명 설계 이온SLD
위탁 가산웰스홀딩스
시공 현대건설
위치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60-26
면적
연면적: 258,868.69㎡
대지 면적: 30,180㎡
사진 최용준, JAD, 팩토리 엘
팩토리 엘(factory L)은 2006년 이홍선이 창립한 설계사무소다.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건축과 조경이 결합된 공간 창출을 시도하고, 디자인과 시공을 연계한 조경을 실현해왔다. 대표작으로는 시몬스 팩토리움, 시몬스 테라스, 현대지식산업센터 퍼블릭 가산, 씨엔씨티에너지, 플레이스 캠프 제주, 산운 SK아펠바움, 논현 아펠바움, 유엔빌리지 루시드하우스, 유엔빌리지 빌라드그리움, 루시드에비뉴, 경희대학교 걷고 싶은 거리가 있다.
-
유원재
Youonejae
유원재는 잊힌 한국식 온천 문화 부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사명을 안고 태어났다. 유원재 조경은 전통과 지역에 기반을 둔 경관이 어떻게 21세기 한국식 온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은유적 대답이다. 유원재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의 핵심은 온천에서 어떻게 전통과 지역 감각을 녹여내고 우리 삶의 일부가 될 수 있게 하는지다. 의미를 넓히면, 근대가 순수를 찾기 위해 삭제한 시공간을 되찾는 방법에 대한 실체적 연구이기도 하다. 너무나도 인간적인 접근이 좋겠다. 그런데 왜 은유인가.
인간은 전체 감각 세포의 60%가 시각에 할애된 시각화에 특유된 포유류다. 이미지를 기반으로 사고한다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들은 뇌에 이미지로 저장되는데, 인간의 사고력은 유사성을 가진 몇 이미지들을 중첩시켜 떠올릴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그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행을 동물에서 식물로의 변신이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이 능력을 은유라 부른다. 은유는 문자를 만나면 시가 되고, 선율이 더해지면 노래가 된다. 그리고 땅을 만나면 조경가 정영선이 말하는 땅에 쓰는 시, 조경이 될 것이다.
온천이라는 무대 위에 은유라는 장르로 전통과 현대,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한 음악을 합주할 기회를 얻었다. 공연의 악기는 변치 않았고 변치 않을 것들인 이 땅의 물, 돌, 풀이다. 고리타분한가. 음악은 피타고라스 음률 12개로 무한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지 않나. 물, 돌, 풀이 만들어낼 은유의 경관은 끝이 없다.
*환경과조경445호(2025년 5월호)수록본 일부
글 장혁준 비오이엔씨 실장
조경 설계·시공 비오이엔씨(BEOH)
건축 설계 와이그룹(Y GROUP)
인테리어 C.C.P, 와이그룹
조명 설계 비츠로앤파트너스(Bitzro&Partners)
위치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주정산로 6
면적 12,000㎡
완공 2023. 9.
사진 장혁준, 박영채
비오이엔씨(BEOH)는 감각의 명료한 구축을 추구하는 조경설계사무소다. 작은 정원에서부터 도시 규모에 이르는 다양한 공간을 다루고 있다. 설계는 물론이고 그것의 구현을 가치 있게 생각해 시공, 감리, 관리까지 공간 만들기의 모든 업역을 가로지르며 이상을 실천하고 있다.
-
데이라이팅 외스테로
Daylighting Østerå
데이라이팅 외스테로(Daylighting Østerå)는 올보르(Aalborg)시와 자연의 재연결을 목표로 하는 경관 개선 및 기후 적응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올보르시가 추진하는 더 푸르고 기후 적응성을 높이며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도시를 만드는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산업화 이후 남부 강 계곡에서 림피오르드(Limfjord)로 흐르는 물은 지하 배수로에 의해 막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수 시스템이 현대화됐고 하천은 깨끗해졌다. 올보르시는 외스테로 지역을 새로운 자연 특성과 생물 다양성을 강화시키고,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할 수 있으며, 새로운 사회적 만남이 일어나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SLA는 2㎞에 이르는 새로운 하천 시스템과 이에 맞는 생물 서식지를 강변에 조성하고, 도시의 사회 기반 시설을 개선하고자 했다. 세 곳의 새로운 공공 공원과 다양한 연결 통로를 통해 도시 구조와 자연의 유기적 연결을 꾀했다.
하천 복원 프로젝트
하천 복원을 통해 극심한 강우와 집중 호우로부터 올보르 지역을 보호하게 됐다. 하천 복원 프로젝트는 빗물이 바로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 기존 하수 시스템의 부담을 덜어주고 강우와 집중 호우에 대한 도시 탄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육지, 수중, 그사이 경계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 생물 다양성이 확대되어 외스테로강에 더 나은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캐롤라인룬드 공원에서 개장한 지 1년 만에 야생에서만 관찰되던 희귀 박쥐인 물윗수염박쥐(Daubenton’s bat)가 발견되기도 했다.
세 곳의 강변 공원
캐롤라인룬드(Karolinelund), 오파켄(Åparken), 가브리엘(Gabriel), 세 강변 공원에서 개방적인 강의 흐름을 따라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진 도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보행로와 자전거 전용 도로를 강을 따라 조성했으며 조경 설계를 통해 도시 외곽의 자연과 올보르 도심을 하나로 연결했다. 세 공원은 지역 고유의 식생을 반영 해 지속가능한 경관을 형성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경관을 경험할 수 있다.
캐롤라인룬드: 군 부대의 정원과 운하였다가 놀이공원 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오래된 나무와 역사를 지닌 도심 근린공원으로 변모했다. 하루 종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외스테로 프로젝트의 1단계로서 2023년 에 개장했다.
오파켄: 철도 부지였던 이곳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철도 선로와 대형 가로등 사이에 루데(Ruderal)이라는 독 특한 자생 식생 군락이 생겨났다.
가브리엘: 강과 도시가 만나는 지점으로, 외스테로 강 의 수력을 활용한 제분소와 산업 시설이 발달한 곳이 다. 현재는 울창한 녹지가 조성되어 있어 흐르는 강을 따라 어류가 서식하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다.
글 SLA
Landscape Architect and Nature Designer SLA
Partners & Collaborators Rambøll
Engineer Rambøll
Client The Municipality of Aalborg
Location Aalborg, Denmark
Area 7ha
Design 2018~2023
Completion 2023
Photograph SLA, Mikkel Eye
-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동부산점
LOTTE Premium Outlets Dongbusan Store
흥미로운 대화
“쇼핑몰은 공원의 새로운 경쟁자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두 공간의 성격은 분명 다르지만, 현대 도시민의 다양한 욕망을 충족시키려 한다는 데에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부산역으로 향하는 택시 안,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동부산점 외부 공간 리노베이션을 위한 현장 점검을 마친 뒤 프로젝트 담당자인 권정삼 책임과 나눈 대화다. 우리는 설계부터 현장 감리까지 10개월이란 긴 시간을 함께했다. 공식적인 회의를 넘어 때로는 현장에서, 때로는 이동 중에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었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논의가 끝나도 대화는 멈추지 않았다. 조경을 둘러싼 고민과 아이디어는 끝없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이 조금씩 확장되기도 했다.
쇼핑몰과 공공 조경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두고 각기 다른 시각을 공유하며 그 차이를 음미했다. 쇼핑몰은 소비와 유희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간이고 공원과 광장은 휴식과 공존을 위한 장소지만, 두 공간 모두 현대인의 욕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프로젝트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맞춰가며 조율했지만 이외 논의에서는 차이 속에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과정이 더욱 흥미로웠다.
몰링(mailling)의 흐름이 만드는 동선
북측 광장은 중앙의 비상 차로로 인해 녹지대가 네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이로 인해 방문객들은 매장 앞길 대신 중앙 길을 따라 이동하게 됐고 매장 입구와의 연결성이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에 녹지대를 만들어 동선을 조정했다. 방문객들을 자연스럽게 매장 입구 방향으로 유도했고, 시선 역시 자연스럽게 매장을 향하도록 했다.
아울렛 내 모든 동선은 쇼핑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특히 550m 길이의 타원형 입체 동선은 두 개 층의 상업 공간을 순환하며 주요 광장과 내부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구조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진입 동선과 만나는 지점에는 세 개의 라운지형 휴식 공간과 엘리베이터 중심을 둘러싼 여섯 개의 플랜터형 정원을 배치해 쇼핑 동선 속에서도 휴식을 고려한 공간을 조성했다.
아홉 개 주요 공간의 전체적 톤은 일관성을 유지했다. 화강석 플랜터, 목재 벤치, 다층 구조 식재를 기본 요소로 삼아 쇼핑 공간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구성만으로 정제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공간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쇼핑객들이 둘러본 제품 중 어떤 걸 선택할지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는 장소로 기능한다.
VMD을 위한 적절한 비움
아울렛은 1년 내내 계절과 이벤트에 맞춘 테마형 공간을 제공한다. 비주얼 머천다이징VMD은 단순히 매장 내 전시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을 활용한 이벤트를 통해 고객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브랜드와 매장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남측 광장, 북측 광장, 이를 잇는 중앙 보행몰은 아울렛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세련된 분위기와 함께 이벤트, 전시, 마켓 등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양측 광장은 중앙 보행몰에서 초점 경관을 연출하는데, 북측에는 명품 매장이, 남측에는 실내형 쇼핑몰 입구가 자리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축선상에 빈 포장 공간과 눈높이보다 낮은 녹지와 시설물을 배치해 개방감을 확보했다.
남측 광장 중앙에 휴식과 팝업,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복합 활용 공간을 마련했다. 공간 중심에는 450㎜ 높이의 팔각형 플랫폼(스테이지)을 조성했다. 이는 에비뉴엘 잠실점의 팝업 공간 ‘더크라운The Crown’을 변용한 디자인이다. 특히 해안가에 입지한 대상지의 특수성을 고려해 스테이지 둘레에 3cm 높이의 미러폰드를 적용했고, 공간을 활용할 때 전기선이 노출되지 않도록 페데스탈 포장 하부에 전기 인입을 가능하게 했다. 중앙 보행몰에 다섯 개의 녹지대를 설치했는데, 사이 공간에 시즌형 마켓 가판대와 키오스크, 전시물을 설치할수 있도록 녹지대를 적절한 간격으로 배치했다.
북측 광장은 두 개의 2단 플랜터가 중앙의 빈 공간을 감싸는 형태로 구성했다. 이 세 공간은 고흥석 잔다듬 마감의 포장재로 연결되어 단일 톤의 정제된 분위기를 띤다. 특별한 VMD 시설이 없을 때는 매장의 정체성이 강조되며 이벤트와 전시가 들어서면 풍성하고 활기찬 쇼핑몰 풍경이 완성된다.
특별함을 위한 도어매트 포장
도어매트 포장은 쇼핑몰의 매장 입구를 따라 배치되는 특별한 포장 방식으로, 공간의 전이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치 문 앞에 놓는 러그처럼 실내와 실외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폭 1.6m, 길이 0.8m인 쇼핑몰 내부 보행 공간보다 더 넓은 영역에는 포천석 계열의 밝은 화강석을 사용해 입구 주변을 시각적으로 강조했다. 쇼핑몰이 두 개 층이라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오지 못하고, 중앙 명품 스트리트가 상대적으로 어두운 점을 고려한 디자인적 접근이다. 밝은 석재가 매장 내부 조명을 반사하면서 공간 전체를 더 환하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조성한다.
보행로에는 회색 계열의 고흥석을 사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매장 입구를 따라 이어지는 두꺼우면서 밝은 회색 선과 보행 공간을 구성하는 넓고 좀 더 어두운 회색 면이 대비를 이루며 쇼핑몰의 공간 구조를 정돈한다. 이런 디자인 요소들은 단순한 포장 디테일을 넘어 쇼핑몰 내부의 빛과 동선, 분위기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운의 가시나무
식재 설계 과정에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몰링하는 방문객들에게 풍부한 녹음을 제공하기 위해 서로 다른 높이의 지엽이 풍성한 수목들을 다층 구조로 식재하고, 하부에는 1~3㎡ 규모의 패턴 식재를 적용했다. 최근 트렌드인 자연형 식재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식재가 브랜드 간판을 가리고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설계사에게 유지·관리가 당연히 필요하고 쇼핑객이 이동하면서 시점이 바뀌면 간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설득했지만, 돌이켜보면 이는 설계자의 논리일 뿐이었다. 클라이언트 요구를 다시금 고려해 식재 설계를 보완했다. 적절한 밀도의 잎을 가진 수목을 선정하고 중층의 아교목과 대관목을 최소화했다. 하부 식재는 플랜터 크기에 맞춰 매스 식재와 패턴 식재를 혼용했다.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상록활엽수의 비율과 수종 선택이었다. 당시 남부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록 활엽수는 녹나무, 후박나무, 감탕나무, 참식나무, 동백나무 정도였다. 대부분 잎이 두껍고 짙은 녹색이며 지엽이 촘촘했다. 보다 밝고 가벼운 느낌의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옅은 녹색의 하늘하늘한 수목이 필요했지만, 겨울철을 고려해 70% 이상을 상록교목으로 구성해야 했다. 이에 녹나무와 후박나무를 전정해 유사한 분위기를 내기로 하고 적합한 수목을 찾아 나섰다. 운 좋게도 후박나무를 보러 간 현장에서 가시나무를 발견했다. 농장에서 발주처를 설득한 끝에 마음에 드는 나무들을 붉은 노끈으로 표시했고, 끈을 묶는 순간 마치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다시 조정해야 했던 식재 설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끝나지 않은 대화
대형 쇼핑몰은 공간 구조와 동선이 도시공원과 유사하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성격을 지닌다. 다양한 활동과 공동의 감각을 형성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최근 어느 비평문(『환경과조경』 2025년 2월호)의 주장처럼 ‘유사공원(類似共園)’, 즉 공공성과 사적 소유 경계를 넘어선 공동 경험의 공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말해 온 “쇼핑은 인류 공공 활동의 마지막 남은 형식일 것”이라는 주장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오늘날 도시 환경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몇 개월 후, 사무실 근처 중국집에서 고량주 한 잔을 기울이며 우리는 다시금 쇼핑공간과 공공 공간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치 쇼핑몰을 거닐 듯,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또 다른 주제로 이어졌다.
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조경설계 총괄 CA조경기술사사무소(조용준)
조경설계 CA조경기술사사무소(조용준, 서유진, 신원재, 허지선)
조경 디자인 감리 CA조경기술사사무소(조용준, 서유진, 신원재, 허지선)
조경 시공 공간시공 에이원
발주 롯데백화점
위치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147
면적 4,600㎡
완공 2024. 8.
사진 안상순
2004년 설립된 CA조경기술사사무소는 작은 공간의 설계부터 도시 스케일의 계획에 이르는 국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한다. www.cadesign.co.kr
-
양주옥정 파티오포레
YangJu Okjeong Patioforet
힐스테이트 양주옥정 파티오포레(이하 파티오포레)는 양주 옥정 신도시에 위치한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에 조성된 타운하우스로, 독립된 주거 공간과 공동 이용 시설을 결합한 새로운 주거 형태를 제시한다. 건물 대부분이 세 개 층과 다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세대에서 정원과 테라스를 즐길 수 있다.
파티오포레의 조경에 서울 외곽 저층 주거를 선호하는 수요층이 자연과 조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점을 반영하고자 했다. 따라서 고층 아파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자연과의 밀접한 연결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고, 이를 위해 SWA는 자연 속 예술로의 초대(Invitation to the Arts in Nature)라는 콘셉트를 설정했다.
외부 공간은 여섯 개 블록으로 구성되며, 각 블록의 경계는 근린공원이나 녹지와 연결되어 자연과 어우러진 단지를 만든다. 주변의 자연경관에서 돌, 숲, 산, 공원이라는 디자인 콘셉트를 도출해 차별화된 경관을 조성했다. 이러한 조경 요소를 통해 입주민들은 자연을 가까이 느끼고 정원의 예술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마운틴 빌리지, 산의 조형이 정원이 되다
단지에서 길을 따라 걸으면 대상지를 두른 산의 능선이 보인다. 이 풍경을 재해석해 산의 능선이 중첩된 형상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연출했다. 산이라는 규모가 큰 공간을 끌어옴으로써 정원의 깊이감과 신비로움을 더했다.
어린이 놀이터와 놀이 정원: 8블록의 어린이 정원에는 마운틴 빌리지의 이미지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선을 활용한 디자인을 시도했다. 공간을 사선으로 분리해 삼각형의 놀이 공간과 휴게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했으며, 고보 조명을 활용해 역동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데크 라운지: 주민 공동 시설 앞에 마련한 데크 라운지는 목재 데크를 활용한 자연 친화적 커뮤니티 쉼터다. 느티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수목을 식재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풍부한 녹음을 제공한다. 녹음을 즐기며 주민들이 자유롭게 앉거나 누워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환경과조경443호(2025년 3월호)수록본 일부
글·사진 엘피스케이프
조경 계획 SWA(San Francisco)
조경 설계 엘피스케이프, 라모디자인그룹
건축 설계 디에이그룹 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시공 현대건설
조경 식재 정한조경
조경 시설 동영조경
놀이 시설 플레이잼
시행 미래개발2, 무궁화신탁, 미래인
위치 경기도 양주시 월정로 57 일대
규모 809세대
대지 면적 165,117.60㎡
완공 2024. 6.
엘피스케이프(LPSCAPE)는 부지의 고유성을 맥락 분석과 깊이 있는 해석을 통해 발굴하고, 이를 재구성하여 그 장소만의 상징적 가치와 특별함을 창출한다. 독창성을 갖추되 주변 환경과의 균형을 고려하여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다양한 국가에서 수행한 프로젝트 경험을 토대로 분야의 경계를 넘어서는 확장된 조경설계를 통해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한다.
SWA 그룹은 조경, 기획, 도시설계 등 전문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인간과 경관이 서로 교류하는 방식을 정의하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장소와 지역적 맥락의 힘을 믿으며 대상지의 본질과 문화를 디자인에 담는다. 인간과 자연, 예술과 생태 사이에서 교집합을 만들고,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건축과 자연이 결합해온 방식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라모디자인그룹의 ‘라모’는 랜드스케이프와 모자이크의 합성어(landscape+mosaics)로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는 많은 경관과 조각의 조합을 뜻한다. 2003년에 설립되어 마스터플랜부터 조경 및 도시계획, 주거 등 다양한 규모와 유형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대지가 들려주는 소소한 속삭임, 사회적 요구, 변화하는 삶을 담아낼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설계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
올림픽파크 포레온
Olympic Park Foreon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
재개발 추진부터 준공까지, 부동산 뉴스에 등장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이슈가 가득하고 관심을 많이 받은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둔촌주공아파트 143개동 5,930세대를 85개동 12,032세대로 재건축한 단지다. 약 17만㎡녹지에 교목 1만 6천 주, 관목 15만 5천 주, 초화 100만 본이 식재됐다. 티하우스와 퍼걸러 60여 개, 수경 시설 16개, 어린이 놀이터 18개(물놀이터 6개), 주민 운동 시설 12개소, 휴게 정원 30여 개소가 설치됐고, 옥상 녹화 면적은약 2만2천5백㎡에 달한다. 4개 시공사와 4개 설계 본부가 1년에 걸쳐 조경 특화설계를 진행하고, 시공을 하면서 현장 상황과 요청에 맞추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의 결과를 위해 함께 설계를 조율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단일 공동 주택 단지로는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조경 공사비는 물론 역대 최대의 설계·시공 전문가를 투입해 완성한 단지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올림픽공원은 서울에서 손꼽히는 대형 공원이며 강동구 주민의 생활권 공원이다. 단지명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올림픽공원과 푸른 자연 위에 자리한 따뜻하고 평온한 곳”이라는 의미로, 올림픽공원을 향한 둔촌주공아파트 주민의 각별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에 주목해 올림픽공원의 랜드마크를 단지의 조경 공간에 옮겨 담아 단지와 공원의 관계성을 높이고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을 설계 목표로 삼았다. 넓은 단지의 장점을 활용해 다양한 자연의 경관을 담는 ‘메가 네이처 파크(Mega Nature Park)’라는 콘셉트로 조경 계획을 진행했다.
단지를 일곱 개 선형 공간으로 나눈 뒤 세부 공간을 계획했다. 단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중심 클러스터는 메가 포레스트와 메가 그린필드로 구성된다. 단지를 동서 방향으로 관통하는 축인 포레스트웨이와 스트림웨이는 자연 그대로의 녹음을 단지 내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레벨 차가 있는 곳에는 선형 마당인 스케이프라인과 비스타라인을, 올림픽공원과 단지를 연결하는 대형 보행로에는 아티스틱 애비뉴를 조성했다.
메가 포레스트
둔촌동 습지를 포함해 생태경관 보전지역과 경계가 맞닿아 있는 단지 동측은 주동의 층수가 낮고 인동간격이 충분하다. 이를 활용해 녹음이 단지로 흘러들어와 자연 그대로의 숲과 정원이 된 듯한 공간을 계획했다.
에버그린가든: 메가 포레스트의 핵심 공간인 에버그린가든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숲을 콘셉트로 한 공간으로 대형 팽나무 숲, 넓은 잔디밭 등으로 구성된다. 배롱나무 대형목과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주는 소나무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포시즌가든: 팽나무 대형목을 중심으로 넓은 잔디밭과 티하우스, 데크가 조화를 이루는 안락한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함께 바뀌는 자연의 색채를 담아내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고요하고 평온한 휴식처로 조성했다.
메가 그린필드
단지를 가로지르는 녹지를 수목으로만 가득 채우는 것을 경계했다. 비움과 채움 공간을 구분해 리드미컬한 오픈스페이스 공간을 만듦으로써 주동과 주동 사이의 조경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거석원(巨石園): 돌 사이에서 자란 소나무가 있는 바위산을 등산하다 보면 험한 환경을 이겨내는 식물의 생명력, 소나무가 바위산을 짊어진 듯한 강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돌과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단지 내에 표현하고자 했다. 울주, 횡성 일대에서 모양이 자연스럽고 야생 들풀이 피어난 거석을 수집해 레벨차가 생기는 단지 외곽 경사면에 배치하고 조형 소나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메가 그린필드: 단지 중앙의 메인 외부 공간인 메가 그린필드는 넓게 펼쳐진 잔디광장이다. 독특한 형태의 수경 시설인 아이파크 워터 오브제, 조형적 티하우스, 특색 있는 형태로 시선을 끄는 대형목이 너른 잔디밭과 어우러져 있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조명을 통해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계획했다.
예원(藝園, Artistic Bosque): 공간 강조와 배경의 구분을 위해 주동 사이에 위치한 사각형의 공간을 몬드리안 방식으로 분할했다. 레이아웃의 특징이 두드러지도록 조형 퍼걸러, 잔디마당, 산책로, 수목 식재 패턴을 평면 속 직선과 맞추어 배치했다. 이로써 평면을 구성하는도시적 선형이 3차원 공간을 경험하는 이용자에게도 전달된다. 정형적으로 식재된 수목 사이의 좁은 산책로를 따라 진입하면 넓게 열린 잔디광장을 만나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 오픈스페이스 사방을 야생적인 분위기의 신단풍 숲이 감싸고 있어 이용자는 열려 있지만 동시에 위요감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신단풍 숲 하부에는 골재 크기가 작은 쇄석을 포설하고 작은 초화류를 심었다. 더불어 정원형 의자를 배치해 이용자가 자유롭게 접근해 원하는 방식으로 휴식하도록 유도했다. 총림을 배경으로 놓인 비정형의 3D 프린팅 벤치, 이끼를 품은 자연의 돌, 저녁을 밝히는 갈대등, 공간 확장 효과를 내는 스테인리스 미러월이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일상 속 예술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다양한 상(2024 K-디자인 어워드 위너 및 2024 우수디자인상품 선정 및 동상 수상)을 수상했다.
둔촌진경원(遁村眞景園): 9호선 둔촌오륜역에서 단지로 들어서 제주 팽나무길을 지나면 둔촌진경원이 펼쳐진다. 산을 표현한 가벽을 배경으로 식재된 왕벚나무 대형목과 주변을 둘러싼 석가산이 어느 깊은 계곡 주변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국영상대학교 교수진과 협업을 통해 계획한 프로젝션 맵핑 미디어 아트를 석가산에 맵핑해 야간에는 색다른 경관이 연출된다.
비스타라인
비스타라인은 강동대로에서 단지 출입구를 지나 풍성로에 이르는 남북 통경축이다. 이 통경축의 시작점인 북쪽과 남쪽에 장방형의 오픈스페이스를 조성했다.
송류원(松流園): 비스타라인 북측에 위치한 송류원은 약 200m 길이의 잔디마당이다. 잔디마당의 녹지와 포장의 경계를 허물고 아름드리 소나무를 심었다. 소나무라는 수종의 조형미와 한국의 미가 공간에 잘 드러나도록 식재 위치를 선정하고 사계절 푸르른 경관을 느끼게 했다.
북측 진입부에는 1.5m 단차를 활용한 캐스케이드를 조성했다. 단지로 들어설 때 들리는 청량한 물소리는 앞으로 펼쳐질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높이는 효과를 낸다. 캐스케이드와 소나무에 둘러싸인 2층 티하우스에서는 다채로운 경관을 다양한 방향에서 관망하고 휴식할 수 있다.
남측 입구에는 둔촌주공아파트의 흔적인 ‘둔촌축제 기념비’를 설치했다. 기념비 주변에 대형 배롱나무를 식재하고 바 테이블, 통석 벤치 등 휴게 시설을 배치했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백일 동안 화려하게 피어 있는 배롱나무 꽃을 감상하며 서로 소통하고 추억을 나누게 될 것이다.
라이브러리 앤드 가든(Library & Garden): 비스타라인 남측 잔디마당에는 성균관대학교 최혜영 교수가 디자인한 정원을 조성했다. 주민 편의 시설 인근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원으로 이루어진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로 설계됐다. 이 커뮤니티 정원에서 주민들은 사색하며 일상의 지친 심신을 달래고 서로 교류하며 생각과 지혜를 나누게 된다. 정원 맞은편에는 연못에 담긴 듯한 2층의 티하우스를 설치했다. 이곳에 올라 넓은 잔디마당을 배경 삼아 정원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포레스트웨이
포레스트웨이는 강동구 생태 자연의 중요 요소인 일자산의 숲 경관을 단지 내로 잇는 녹지축이다. 일자산~올림픽파크 포레온~올림픽공원~성내천~한강으로 연결되는 녹지 흐름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공공보행통로가 될 것이다.
녹음이 흘러들어오는 단지 동측에서 연결된 소나무 숲길에 한 폭의 진경산수화 같은 자연을 생생하게 구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석가산과 세 개의 폭포가 흐르는 연못, 그 규모에 어울리는 2층의 티하우스를 조성해 웅장한 분위기의 쾌적한 공간을 만들었다.
지형으로 인해 공공보행통로 내 데크 층에 단차가 발생하는데, 이를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도록 곡선형 보행로 주변으로 자연을 닮은 휴게 정원인 슬로프 가든을 조성했다. 물, 돌, 곡선 등 자연의 요소를 단순화해 다양하게 조합한 미술품 ‘바람의 탑’을 중심으로 바람에 흩날리는 초화류를 심고 화산석을 배치해 거친 야생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공보행통로를 따라 단지 서측으로 이동할수록 짙은 소나무 향을 느낄 수 있다. 소나무로 가득 찬 숲 사이를 굽이굽이 흐르는 유려한 곡선의 산책로를 조성했다. 산책로를 느리게 걸으며 오감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산책로 곳곳에 목재 데크와 곡선형 앉음벽 등을 설치했다.
스트림웨이
스트림웨이는 단지 외곽의 둔촌동 습지를 포함한 생태 경관 보전지역의 우수한 자연 요소를 테마로 한 공공보행통로다. 공공보행통로를 따라 다양한 수공간을 배치해 단지의 동서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습지를 마주하고 있는 단지 경계에서 시작된 정형적 형태의 폰드 세 곳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폰드와 다양한 수목들 사이에서 풍부한 삶의 감성을 느끼기를 바랐다. 폰드 중심에 위치한 티하우스에서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다.
공공보행통로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면 풍성한 단풍나무 숲길을 만날 수 있다. 이 숲길을 따라 배치한 자연형 계류 종점에 2층의 티하우스를 배치했다. 티하우스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의 모습이 이곳을 단지 내 핫스폿으로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스트림웨이의 서쪽 끝에는 유려한 곡선의 중첩이 돋보이는 조형 폰드와 공중에 떠 있는 돌(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워터 라운지인 투영의 정원을 조성했다. 해가 뜰 무렵에는 떠오르는 햇살이 돌 뒤에서 흩뿌려지는 풍경이 만들어지고, 저녁에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조명이 독특한 경관을 연출해 물의 정원이자 빛의 정원으로 기능하게 된다.
아티스틱 애비뉴
아티스틱 애비뉴는 강동대로와 양재대로가 만나는 사거리에서 단지로 진입하는 입구에서 출발하는 보행로다. 롯데월드타워와 올림픽공원을 잇는 경관축을 단지로 끌어들이는 중심보행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두 그루의 큰 나무를 형상화한 높이 12m의 미술 작품을 설치해 단지의 시작을 알리는 랜드마크로 삼았다.
송경원(松徑園): 아티스틱 애비뉴가 단지에서 레벨이 가장 낮은 공간이라는 점을 활용해 중후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이를 위해 채도가 낮은 마감재를 사용하고, 웅장한 분위기의 소나무를 심고 하부에 야성적이고 거칠게 다듬은 바위를 배치했다. 탁 트인 잔디마당에는 폭포형 수경 시설과 오픈형 티하우스를 설치하고, 고풍스러운 소나무가 식재된 길을 조성했다. 티하우스에는 공동 주택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한 공간별 실시간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기술을 적용했다.
보타닉 가든-30여 개의 휴게 정원
레스팅가든: 칠엽수를 단일 수종으로 군식해 집중력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반면 하부에는 다양한 초화류를 식재해 다채로운 경관의 변화를 느끼게 했다.
미스틱가든: 과거 둔촌주공아파트 4단지에 있던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재현했다. 더불어 아름다운 암석을 배치하고 미스트 분수를 곳곳에 설치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휴게 정원을 조성했다.
힐링웨이가든: 외곽 산책로의 시작점에 있는 힐링웨이가든을 둔촌습지와 연계해 약 100m 길이의 자연형 생태연못으로 조성했다. 단풍나무 가로수길, 야생 초화가 거칠게 자란 암석원을 따라 산책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외곽 경계의 단차를 활용해 단지 외부의 자연을 시각적으로 끌어들여 숲속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성읍원(城邑園): 팽나무 숲 사이로 데크 길을 의도적으로 구불구불하게 놓아 바쁜 일상 속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공간을 조성했다. 무심히 놓은 이끼석과 현무암 괴석이 곳곳에 핀 야생화, 팽나무와 어우러져 제주의 작은 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을 자아낸다. 돌 틈 사이에 설치한 미스트는 숲속의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하는데, 동틀 녘 나지막한 현무암 돌담에 앉아 있으면 안개 낀 제주의 고즈넉한 아침 분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휴휴원(休休園): 휴휴원에는 색조Hue(휴)와 쉼休(쉴휴)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이곳에서 청량한 물소리,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채로운 색감을 보여주는 식재, 그 중심을 지키는 바위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물위에 떠 있는 바위산을 뜻하는 부소담악(浮沼潭岳)에서 착안해 70m의 계류와 연못, 그 위에 네 개의 석가산이 떠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1m 정도의 레벨차를 활용해 계류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었다. 계류의 시작, 중간, 끝부분에 연못과 함께 조성한 휴게 공간에서 한국의 돌과 물이 만든 풍경 속에서 쉬고 또 쉬어갈 수 있다.
아뜰리에 가든: 몬드리안의 격자 추상 작품을 모티브로 설계했다. 산책길에 높낮이를 만들어 공간에 깊이감을 더하고 고풍스러운 고벽돌 플랜터로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키 큰 소나무 숲을 조성해 숲속에 조성된 정원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정원을 방문할 때뿐 아니라 주동에서 내려다볼 때도 격자 추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정원을 완성했다.
사유원: 차분한 색상과 통일된 설계 언어를 통해 충분한 사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고, 마운딩과 수목을 더해 경관의 입체적 변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진회색 길 주변으로 짙은 녹색의 초화류와 관목을 밀식해 자연스러운 시선의 이동을 유도하고, 다간형의 배롱나무를 흩뿌리는 방식으로 식재해 자연스럽게 입체감을 형성했다. 이용자의 시선은 중첩되는 마운드의 선형을 따라가게 되는데, 특히 높은 마운드
로 둘러싸인 공간에 테이블 의자를 배치해 온전히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밝은 색의 휴게 시설과 갈대 조명, 가을이면 붉게 물드는 초화류의 모습은 조화로우면서도 아름다운 색채의 대비를 만들어낼 것이다. 예원과 더불어 2024 K-디자인 어워드에서 위너로 선정됐다.
안녕? 올림픽파크 포레온!
사라진 둔촌주공아파트를 기억하고 기록하고자 시작된 ‘안녕, 둔촌주공아파트’(2013~) 프로젝트를 이끈 주역은 이곳을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이었다. 도시에서 ‘고향’이라는 단어가 아파트를 지칭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평생을 보낸 원주민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단지 내 기록관을 세워 40여 년간 쌓은 기억을 전시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장소에 대한 주민들의 애착을 읽을 수 있다. 조경설계도 이에 발맞춰 기존 단지 외부 공간에 있던 의미 있는 시설을 보존해 다시 설치하거나 재해석해 새로 조성하는 노력을 더했다. 새롭게 변신한 공동주택 단지에서 살아가며 장소 애착을 갖게 될 또 다른 아파트 키드가 이 지면에 소개하지 못한 다른 조경 공간에서도 추억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글 그룹한어소시에이트, 시공사 컨소시엄
사진 유청오
기본설계 서인조경
조경 특화설계 그룹한어소시에이트
시공 현대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조경 시공 유일종합조경, 다원, 미담, HDC랩스, 동영조경, 아세아종합건설
휴게 시설 아르디온, 원앤티에스, 드림월드, 플레이잼
놀이 시설 스페이스톡, 아르디온, 플레이잼, 원앤티에스, 드림월드
석가산 미담, 수림원, 아세아종합건설
위치 서울시 강동구 둔촌1동 170-1 일대
규모 12,032세대
대지 면적 462,793.3m2
조경 면적 170,691.72m2
준공 2024. 11.
-
LH 파주가든
지난 9월 26일, 파주 운정중앙공원에서 LH 파주가든(이하 파주가든)이 공개됐다. 파주가든은 세종과 평택, 인천에서 열렸던 기존 LH가든쇼의 명맥을 잇는 공공 정원 프로젝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부터 일상과 정원이 함께하는 공원 조성을 위해 추진 중인 ‘LH 도시정원프로젝트’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이번 파주가든에서는 초청정원, 작가정원, 학생 및 주민참여정원 등 총 21개 정원이 조성됐다.
초청작가로는 김단비(숲을위한주식회사), 박종완(플레이스랩기술사사무소), 유충헌(스케이프360), 이상수(스튜디오이공일 조경기술사사무소)가 초대됐다. 작가정원에는 김초롱(세종정원연구소), 박성준(엠엠엠 디자인 스튜디오), 윤채영(숲을위한주식회사), 이정연(서브디비전), 이현승(사이트닷), 이호우(담), 박희수(디엘피 조경기술사사무소)의 작품이 선정됐다. 작가정원 공모는 올해 1월 23일부터 2월 23일까지 진행됐으며, 주제는 ‘도시의 색, 숨, 삶’이었다. 공공 정원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정원을 통해 도시에 ‘색’을 입히고, ‘숨’을 불어넣어, 주민들의 ‘삶’의 일부로 지속가능한 공공 정원 디자인을 제출했다. 아울러 인접한 정원을 고려한 내부 동선 계획, 구조적 안정성, 유지·관리를 위한 작업로와 관람객 동선 디자인 등이 요구됐다. 현장 심사와 품질 유지·관리 심사를 통해 추후 수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박동선 LH 국토도시본부장은 “파주가든의 대상지가 교하지구와 운정지구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입지인 만큼 심혈을 기울여 조성했다”라며 “앞으로도 도시가 곧 정원이 되고 정원을 통해 도시의 브랜드가 구현되는 다채로운 도시 정원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
주 최 LH
위 치 경기도 파주시 파주운정3지구 수변공원1호(운정중앙공원)
주 제 도시의 색, 숨, 삶
규 모 초청작가정원 4개소(200m2/개소당)
작가정원 7개소(150m2/개소당)
주민참여정원 5개소(10m2/개소당)
학생참여정원 5개소(10m2/개소당)
------------
초청정원
부서진 시간, 피어난 용치_김단비
운중산책@운정_박종완
어반 네이처(urba_N_ature)_유충헌
망중유한(忙中有閑), 삶의 여백 그리고 한가로움_이상수
------------
작가정원
푸른 빛으로 함께 흘러가는 것_김초롱
네이처 시네마(Nature Cinema)_이현승
도간루: 닿은 순간_윤채영
일월운정(⽇⽉雲庭), 해와 달, 구름이 쉬어가는 정원_박성준
클라우드_이정연
끌림: 더 컬러 오브 파주(The Color of Paju)_박희수
빅(Big) 282_이호우
-
[LH 파주가든] 부서진 시간, 피어난 용치
초청정원
파주는 세계 유일 분단국의 접경 도시다. 이곳에 들어서는 공공 정원은 파주의 역동성과 평화로움을 상징하는 실증이다. 파주 곳곳에 남은 분단국의 잔해를 재해석해 보여줌으로써 불안정속의 안정, 아픔과 애환 속 희망을 전달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파주의 유일함에 대한 소회, 개활지에 촘촘히 설치된 전쟁의 상흔을 정원에 담았다. 파주시의 도시 화석으로 자리 잡은 ‘용치’는 땅을 뚫고 자라난 생명력을 느끼게 하며, 부서진 시간을 보상하듯 새살을 피어 댄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
[LH 파주가든] 운중산책@운정
초청정원
구름 운(雲), 우물 정(井). 구름 우물을 뜻하는 파주 운정의 지명에서 모티브를 얻어 구름 속을 걷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정원을 계획했다. 정원 속 다채로운 식물과 구름 패턴의 시설물은 주제를 강조한다.
흰색 철재 구조물의 정원 셸터로 구름을 형상화했다. 천장에 매단 아크릴 코팅 한지는 바람의 영향을 받는 구름의 특성을 재현할 뿐 아니라 내리쬐는 햇빛을 적당히 투과해 독특한 효과를 낸다. 중앙의 운중화단에는 계절의 변화를 고려해 다채로운 색과 높낮이를 가진 식물을 심었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