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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의 어린이를 위한 매력적인 공원을 만들다 2025 서울어린이정원페스티벌 기획자, 손성일 인터뷰
    어린이들을 위한 정원 축제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어린이날을 맞이해 2025 서울어린이정원페스티벌이 5월 5일부터 5월 18일까지 2주간 서울어린이대공원(이하 어린이대공원)에서 진행됐다. 처음 열린 이번 페스티벌은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연계 행사 중 하나로 어린이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정원 문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정원은 마법사’로 숲과 정원이 얼마나 마법 같은 장소인지 느낄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어린이 특화 정원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유니세프, GS건설 등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만든 26개의 특화 정원은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했다. 이러한 정원은 어린이들이 또래 친구들을 만나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커뮤니티이자 직접 흙을 만지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숲과 정원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생태 감수성, 더불어 상상력을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첫 회를 맞이한 서울어린이정원 페스티벌 정원 조성 과정과 함께 향후 페스티벌의 방향성에 대해 손성일 원장(서울시설공단 서울어린이대공원)을 만나 들어보았다. 서울어린이정원페스티벌은 어떻게 탄생했나.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어린이대공원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고자 했다. 어린이대공원은 대규모 도시공원이자 어뮤즈파크(amuse park)로, 개원 당시 어린이를 위한 도시공원으로 만들어졌다. 공원 내 휘호석에 적힌 “어린이는 내일의 주인공 착하고 씩씩하며 슬기롭게 자라자”가 그 의미를 잘 보여준다. 시대가 변하면서 대규모 도시공원이 많이 생겨나자 도시공원 간 경쟁이 발생했다. 어린이 감소와 노년층 증가로 인해 어린이대공원의 기능과 목적에 대한 다양한 변화의 요구도 있었지만, 어린이대공원은 여전히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중심이라는 정체성을 지켜오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휘발성이 강한 그간의 어린이날 행사와 비교했을 때 차별이 있다. 다양한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과 이벤트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어린이 정원을 통해 앞으로 어린이날 대표 콘텐츠로 기능할 수 있다. 이는 어린이대공원의 브랜드 경쟁력과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어린이 정원의 순기능에 주목했다. 현시대의 아이들은 조기 사교육, 스마트폰 중독, 기후 변화로 인해 야외 놀이 부족과 자연 결핍 등에 시달린다. 이는 결국 비만과 우울감 증가, 사회성 결여 등 다양한 문제를 아이들에게 초래한다. 정원을 통한 자연에 대한 경험은 이미 여러 학술 논문과 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창의력, 생태 감수성, 포용과 사회성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어린이 정원을 통해 미래 시대의 주역인 어린이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어린이대공원은 동물원 등 복합적 놀이 공간을 갖춘 오래된 대형 공원이다. 대규모 공원 계획에 의해서 세운 공원 내 정원을 조성하면서 나름의 기준이 있었을 것 같다. 어린이대공원이 서울숲, 보라매공원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동물원, 식물원, 놀이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설의 다양성과 복합성으로 인해 지역 주민과 방문객, 연령, 시간대별로 이용 행태와 선호 시설이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누군가는 정원을 매우 선호할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의미 없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특정 시설이 가진 기능과 역할이 이용자에게 반드시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시설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을 유지하면서 정원의 조성 효과를 극대화할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다양한 시설을 점이라고 했을 때, 정원을 이를 잇는 선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주동선과 산책로 주변으로 대상지를 선정하고 정원을 만들어 나갔다. 이용자들이 정원을 관람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더라도, 목적지로 이동하거나 단순히 산책하는 동안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즐기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정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환경과조경447호(2025년 7월호)수록본 일부
  • 바람의 정원 말번 스프링 페스티벌 금메달
    지난 5월 영국왕립원예협회(RHS)가 주관하는 말번 스프링 페스티벌(Malvern Spring Festival) 쇼가든 부문에서 윤선미·루 웬쥬안(Lu Wenjuan)의 ‘바람의 정원(Garden of the Wind)’이 금메달을 수상했다. 윤선미와 루 웬쥬안은 지난해 RHS 말번 스프링 페스티벌에서 ‘그린 아일랜즈(Green Islands)’로 동메달을 수상한 팀으로 2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 ‘바람의 정원’은 전통적인 동양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는 동양 철학을 반영했다. 희망이라는 뜻의 동음이의어 ‘바람’에서 영감을 얻어 정원에 바람이 불면 방문객이 희망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게 연출했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움직임의 모습, 공간 곳곳의 예술 작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바람을 경험할 수 있다. *환경과조경447호(2025년 7월호)수록본 일부
  • 정원이 속삭이다 웬트워스 우드하우스 진출
    지난 5월 현대건설은 영국왕립원예협회(RHS) 플라워쇼 웬트워스 우드하우스(Wentworth Woodhouse) 쇼가든 부문에 성균관대학교와 공동 작업한 ‘정원이 속삭이다(Garden Whispers)’가 진출했다고 밝혔다. 영국 RHS 플라워쇼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정원 박람회로 첼시, 멜버른 등 영국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최초로 영국 사우스요크셔(South Yorkshire)의 웬트워스 우드하우스에서 개최된다. ‘정원이 속삭이다’는 최혜영 교수(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와 최연길 책임(현대건설)이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다양한 높이로 배치된 하얀색 기둥을 통해 자연의 시적인 풍경으로 초대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또 바람 결을 따라 리듬감 있게 물결치는 입체적인 실루엣 안쪽에 고요한 휴게 공간과 생동감 넘치는 초화류가 조화를 이룬다. *환경과조경447호(2025년 7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상상 속 풍경이 현실이 된다면
    이 페이지에서 한 페이지만 앞으로 넘기면 새책 지면이 나온다. 이 지면을 편집하다 장기 기억소에 저장된 추억의 장소를 발견했다. 거제도에 위치한 외도 보타니아다. 환경과조경 입사를 도와준 곳이기도 하다. 당시 채용 공고에 적힌 제출 서류 중 ‘필력을 볼 수 있는 A4 3매 이내의 원고’가 있었다. 기명 기사, 에세이, 독후감 혹은 가상의 작품 취재기나 인터뷰를 적으라는 미션이었다. 어떤 걸 쓸지 소재 선정에 고민이 깊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는 얼추 완성했는데 원고 미션은 한 글자도 작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 속 장면이 원고 작성의 실마리가 되었다. 외도 보타니아를 소개하는 장면을 보고 프로젝트 지면처럼 장소에 대한 설명에 나의 감상을 곁들인 원고를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커서만 깜빡이던 한글 파일에 글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외도 보타니아를 소재로 선정할 수 있었던 건 사실 그 즘에 다녀온 여름휴가 덕분이다. 거제도와 부산광역시로 휴가를 떠났는데, 외도 보타니아도 함께 들렸다. 직접 다녀왔으니 생생하게 글을 쓸 수 있었다. 거제도에서 1박을 하고 부산시로 넘어갔는데, 가덕 해저 터널을 이용했다. 가덕 해저 터널은 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에서 부산시 강서구를 잇는 터널로, 세계 최초로 파도와 바람, 조류가 심한 외해에 건설됐으며 48m 해저에 위치해 있다.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내비게이션 속 자동차는 바다 위를 달리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고속도로에 있는 터널과 다를 것 없었지만 해저 터널 중간에 있는 현 위치의 수심을 알려주는 표지판은 내가 지금 바닷속에 있구나를 깨닫게 해주었다. 바닷속을 아무렇지 않게 다닐 수 있는 모습은 초등학생 때 매년 개최되던 과학 상상화 그리기 대회 단골 주제였다. 해조류가 해류에 일렁이고 물고기가 돌아다니는 풍경을 배경으로, 네모난 건물들과 그 안에서 밥을 먹는 가족들,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거품들. 한 반에 서너 명은 이 풍경을 그렸다. 또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우주 도시와 날아다니는 대중교통이었다. 그땐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상상 속 풍경이었는데, 해저 터널을 지나고 보니 곧 그때의 상상이 실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상상화 그리기 대회에 참여할 필요가 없어진 직장인이 된 내가 최근 다시 상상의 나래에 불을 지폈다. 넷플릭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한국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2025)을 본 것이다.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과 뮤지션의 꿈을 접어둔 제이가 만나 꿈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영화다. 한 줄의 영화 소개 글만 보고도 어떤 내용일지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전개된 점이 애니메이션을 보게 했다. 세운상가, 을지로와 근방이 주요 무대인데, 홀로그램, 네온 같은 그래픽 디자인과 사이버펑크(각주 1) 스타일에 레트로가 더해진 서울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특히 공중에 매달려 다니는 지하철은 몇 십 년 전에 그린 상상화의 모습을 구현해주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난영의 화성 탐사를 응원했지만 난영이 꿈을 이루게 되면 강제 이별하게 될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 것 같아 안쓰러웠다. 하지만 이 안타까움은 난영과 제이보다 과거에 사는 내가 멋모르고 한 동정이었다. 30년 뒤 기술은 두 사람을 헤어질 수 없게 했다. 우주 정거장에는 와이파이가 터져서 (시차가 있지만) 실시간으로 연락이 가능하고, 증강 현실이 도입된 영상 통화 기술 덕분에 제이와 난영은 우주 정거장에서 데이트를 한다. 무사히 지구에 돌아온 난영은 제이와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재회하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 속 가깝지만 먼 미래의 모습은 잊고 지냈던 상상 속 풍경의 실현성에 대한 기대감을 되살렸다. 기웃거리는 편집자(2023년 6월호)에서 메타버스로 만나는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 있다. 정원박람회를 가지 않아도 PC와 모바일로 박람회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AI의 발달로 사진을 지브리,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바꿔주기도 하고, 적절하게 명령을 던지면 자료 조사부터 기획서 작성까지 도와준다. 곧 메타버스를 넘어, 가보고 싶었던 나라를 버튼 하나로 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 버튼으로 이탈리아 돌로미티의 알페 디 시우시로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푸른 초원 위에 누워있고 싶다. **각주 정리 1.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과 펑크(punk)의 합성어로, 컴퓨터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과 반체제적인 대중문화의 결합, 나아가 기계와 인간의 대등한 융합을 시도하는 데서 비롯된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흐름을 의미한다.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학교의 외부 공간은 운동을 잘하는 학생뿐 아니라 다양한 성향의 학생을 포용하는 다양성 높은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를 엮는 일. 잡지 에디터가 응당 해야 할 일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정원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읽히는 이번 호 지면을 편집하고 교열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 그중 정원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사실 본질이 다른 공간이 있다. 사가람 열린 정원이 바로 그것. 개선 사업을 통해 새로 탈바꿈한 사천여자고등학교는 다양한 성향의 학생을 포용할 뿐 아니라 산책하거나 쉴 곳이 없는 지역 주민들까지 끌어안는 교정을 갖게 됐다. 이때 정원이라는 단어는 그 독특한 성격을 은유한 표현이다. 학교 공간을 소개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가장 최근에 다룬 게 서울문교초등학교 언덕 놀이터, 서울영도초등학교 트리하우스, 서울배봉초등학교 놀이키움, 서울원효초등학교 놀이지붕(모두 2021년 3월호)이다. 어린이 놀이터를 한데 모아 실었던 호였다. 대학 캠퍼스면 모를까 해외와 국내를 막론하고 학교의 교정을 다룬 작품은 찾기 힘들었다. 아마 새 학교를 짓는 경우가 드물며, 학교를 새로 만든다 하더라도 공간 구성 요소와 이를 배치하는 방식이 이미 굳어져 있고, 리모델링할 경우 부분적인 보수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럴 것이다. 게다가 학교라는 공간은 특수하게도 교육청의 관할 아래에 있다. 2021년 3월, 많은 학교 놀이터를 소개할 수 있던 이유는 교육청이 놀이 중심의 학습 공간 조성의 일환으로 ‘꿈을 담은 놀이터’ 사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놀이터에만 변화가 있던 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학교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기억에 남는 사업 중 하나가 경기도교육청이 진행한 ‘생태 숲 미래학교’다. 학교 내 숲을 조성해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 해결 역량을 길러주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이야기했지만, 교내에 관상을 넘어 교감과 경험이 가능하고 미기후를 조성할 수 있을 만한 규모의 녹지를 만드는 일로 보였다. 수목과 식물이 자라는 작은 공간이 뭐 그렇게 큰 변화를 가져 오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로 느껴졌다. 부천 송내고등학교의 생태 숲(조경하다열음 설계)은 비가 오면 연못이 되는 빗물정원이 아주 인상적이다. 시험을 망쳤건 친구와 싸웠건 울적해진 당신이 교정을 거닐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빗물에 젖을 뿐인 콘크리트 벽보다는 빗방울을 맞으면 그 무게에 고개를 꺾었다 드는 식물이 더 위로가 되지 않을까. 원래 나와 전혀 다른 존재보다는 조금이라도 닮은 대상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애정을 품게 되기 마련이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식물에 별 감흥을 보이지 않았던 동기들이 점차 수목을 배워가다 담배꽁초를 회양목에 버리는 아저씨를 목격한 날 함께 분개했던 것처럼. 인터뷰를 마치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밀주초등학교(스튜디오일공일 설계, 30쪽 참고)에 대해 검색했다. 색다른 운동장의 사진이 늘어져 열심히 마우스 휠을 굴렸다. ‘생태환경 미래학교 운동장’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었다. 운동장의 반절은 놀이터였다. 조합 놀이대도 있지만 독보적인 주인공은 리듬감 있게 흐르는 잔디언덕과 모래사장이다. 언덕을 만든 김에 비탈을 따라 미끄럼틀도 놓았고, 언덕 아래에는 동굴을 연상시키는 터널도 만들었다. 그네를 매단 아름드리나무 아래에는 평상이 있다. 운동장의 남은 반절은 개울이 차지한다. 디딤돌을 밟고 건너다 심심해지면 슬쩍 발을 담글 수도 있다. 벤치를 비롯해 목재 평상까지 앉을 곳이 넘쳐 난다. 축구와 농구 같은 운동은 따로 마련된 풋살장과 실내 체육관에서 할 수 있다. 이곳저곳에 삼삼오오, 하나의 원을 이룰 만큼 큰 무리, 또는 단둘이 모여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생과 교직원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학교의 외부 공간은 운동을 잘하는 학생뿐 아니라 다양한 성향의 학생을 포용하는 다양성 높은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연혜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인간이 아닌 비인간 생명체도 포용하는 공간이라면 더욱 좋을 테다. 그런데 이 공간을 유지‧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겠다 걱정하는 순간 이번엔 문정석의 말이 나를 나무랐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학생이 아닌 일반 사람들이 학교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되면, 학교 공간의 사회적 담론화로 이어진다. …… 그런 이유로 학교가 더욱 공공 공간화되어야 학교 공간을 바꿀 수 있는 예산을 끌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 [PRODUCT] 지속가능한 도시 정원을 만드는 엠가든 플랜터 모듈 효율적인 정원 조성과 유연한 공간 변화
    최근 정원이 다양한 외부 공간 연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벤트형 팝업 공간을 비롯해 카페 등 상업 공간에서 정원 연출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높은 정원 조성 비용과 긴 공기, 유지·관리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소플랜의 ‘엠가든(M_GARDEN)’은 이동식 모듈러 시스템 정원 브랜드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듈화(modular), 이동성(mobile), 관리성(manageable)을 기반으로 간편하게 조성할 수 있는 플랜터 모듈을 만들고 있다. 엠가든 플랜터 모듈이 가진 장점 중 하나는 이동과 설치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레고 블록처럼 원하는 공간의 형태에 맞춰 쉽게 조합 및 확장, 재배치가 가능하다. 사전 조성 작업 후에도 모듈을 옮길 수 있어 시공과 철거가 편리하다. 조성 이후에도 부분 혹은 전면적인 모듈 교체로 정원의 지속적인 변화를 연출할 수 있다. 조성 이후 유지·관리를 위한 옵션도 제공한다. 정원 조성과 함께 정기적인 유지·관리를 제공하는 정기구독형 서비스인 ‘가드닝 케어 패키지’를 선택하면 초기 비용과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관공서, 예식장, 요양원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공간에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가드너와 협업을 통한 플랫폼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드너가 정원 조성 작업 시 엠가든 솔루션을 제공해주거나 의뢰받은 작업을 가드너에게 시공 및 관리를 맡기는 방식으로 B2B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엠가든은 검증된 시장 수요와 차별화된 솔루션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조경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TEL. 010-4096-6553E-MAIL. [email protected]
  •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서울 그린 소울, 5월 22일부터 10월 20일까지
    정원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축제인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그간 박람회는 2015년 월드컵공원을 시작으로 여의도공원, 만리동 일대, 북서울의꿈의숲, 하늘공원 그리고 뚝섬한강공원까지 서울 곳곳에 공공 정원을 조성해왔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보라매공원에서 5월 22일부터 10월 20일까지 진행된다. 작년보다 규모를 확대했고, 디지털정원 등 새롭게 선보이는 정원문화프로그램을 비롯해 정원 산업전, 학술행사 등이 진행된다. 푸드트럭과 판매부스 운영, 공원 내 상행위 제한 완화 등을 통해 지역 상권과의 연계성을 강화했다. 이번 박람회는 서울시와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환경과조경과 동아일보가 행사 운영을 맡았다. 올해는 김영민 총감독(서울시립대 교수), 이가영(서울가드닝클럽 대표)과 송민원 부감독(엠디엘 대표)으로 구성된 실무 감독단을 통해 전문성 강화를 꾀했다. 박람회의 주제는 서울, 그린 소울(Seoul, Green Soul)로 40년 의 역사를 자랑하는 보라매공원 12만 평 전역을 111개의 정원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생태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조성하는 작가정원을 비롯해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동행정원(학생·시민·다문화가족), 작품정원(기업·기관·지자체), 매력정원 등 다양한 전시 정원을 선보인다. *환경과조경446호(2025년 6월호)수록본 일부
  • 정영선과 협업자들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이탈리아 베니스 순회전
    지난해 여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이하 정영선 전) 전은 조경이 대중에게 문화적 코드로 다가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8만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에 다녀갔고, 2024년 8월에는 국내 박물관·미술관 중 최초로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4’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부문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영선 전의 해외 순회전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정영선과 협업자들’(이하 정영선과 협업자들 전)이 산 마르코아트센터(San Marco Art Centre)(이하 SMAC)에서 5월 9일부터 7월 13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SMAC의 개관을 기념하는 초청 특별전으로,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 해(2024~2025)를 맞아 양국 간 문화 협력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전시가 열리는 SMAC는 16세기 베니스 행정관청으로 사용됐던 프로쿠라티에(Procuratie)를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리노베이션 한 건물이다. 정영선과 협업자들 전은 회복탄력성과 지속가능성을 주목했던 정영선 조경가의 작업세계를 중심으로 한국 고유의 정원과 경관 철학, 한국 근현대사와 맥을 같이 하는 조경의 역사를 이탈리아에 소개한다. *환경과조경446호(2025년 6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풍경의 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집에서 꼭 한 가지 챙겨야 할 물건이 있다면 무엇일까. 당연히 값비싼 물건을 먼저 챙겨야 하겠지만, 값비싼 물건을 대체할 만큼 가치가 있는 물건 한 개를 고르라고 한다면 수집한 시집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집에 애착이 생긴 건 순전히 그 노트 때문이다. 대학 시절 동아리방 책상 위에는 늘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노트의 이름은 열린 마음. 그 이름 그대로 각자 적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적으면 된다는 원칙 아래 동아리 창립 때부터 전통처럼 내려오는 노트였다. 동아리방 한쪽 구석의 캐비닛에는 선배들이 적은 수백 권의 노트가 빼꼭하게 들어있었다. 나를 포함해 또래의 동기나 선배들은 주로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나 시험 정보, 소모임 모집, 사소한 고민과 푸념 등 신변 잡기의 이야기를 적어 놓는 게시판으로 활용했다. 어느 날 캐비닛 속 먼지가 뽀얗게 쌓인 선배들의 노트에 호기심이 생겨 창립 선배들의 노트를 읽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동기들과 함께 노트에 적은 내용들이 부끄러울 정도로 선배들의 치열한 고민과 세상을 향한 관점과 시선이 대단했다. 역사적으로 혼란스럽고 어두운 시기를 관통하는 가운데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선배들이 강의실이 아닌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치열한 현장의 열기를 글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선배들의 여느 산문가 못지않은 글쓰기 솜씨 덕분에 읽는 재미가 나름 쏠쏠했다. 탁월한 문장을 구사하는 선배들이 노트에서 인용했거나 추천했던 시집들은 모두 읽어보려고 노력했다. 그중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던 시집에는 이런 메모가 첫 장에 적혀 있었다.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새운 자에게만 온다. 꼬박 밤을 지새운 자만이 새벽을 볼 수 있다.” 그 시집을 추천했던 선배가 적은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시적인 문장 한 줄이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쩌면 별것 아닌 문장일 수도 있지만 새벽과 같은 어둠을 숱하게 통과한 사람만이 말하고 쓸 수 있는 문장인 것 같아서 오랫동안 떠올랐다. 그때부터 시집을 모으기 시작했다. 언젠가 이해하기 어려운 시집을 내 것으로 완전히 소화하며 저런 비옥한 문장을 쓰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시집을 수집하면서 나름의 취향과 요령이 생겼다. 선호하는 시인선 중 하나는 바로 문학과지성 시인선이다. 이 시인선은 시인들 라인업도 좋지만, 표지 속 시인들의 자화상 캐리커처가 귀여워서 괜히 더 눈길이 갔다. 특히 맨 뒷표지 네모 박스에 실리는 글이 맘에 들면 종종 시집을 샀다. 시도, 산문도 아닌 형태의 글을 통해 시와 시인을 나도 모르게 상상하며 그려보기도 한다. 가령 “쌓이지 않을 만큼 내리는 눈을 쓸고 있다”(각주 1)와 같은 문장을 읽으며 ‘시’라는 싸리눈을 정성스럽게 쓸고 있을 시인의 마음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600호 기념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가 출간됐을 때 참 반가웠다. 이 책은 뒷표지 글을 시 자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의 말’로 정의하며 501호부터 599호에 실린 시의 말을 정리했다. 지루한 스펙의 나열이 전부인 쇼핑용 카탈로그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감각적인 문장들 덕분에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시집을 사고 싶은 맘이 들게 하는 쪽을 연신 접다가, “숲이 흔들리면 바람이 된다”와 같이 감각적인 문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잠시 감탄했다.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바람에 흔들리는 어느 먼 숲의 풍경을 본 날을 떠올리며. 시의 말이 나를 시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처럼 잡지의 맨 첫 꼭지로서 독자들을 잡지의 세계로 데려 왔던 연재 ‘풍경 감각’이 이번 호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환경과조경』 에디터로서 처음 편집했던 원고였고, 매월 담당 편집자이자 원고를 맞이하는 가장 첫 번째 손님으로서 늘 기쁘게 읽었다. 한 독자는 이 연재를 잡지의 시작을 알리며 여는 창문 같다고 했는데, 내게는 ‘풍경의 말’과 같았다. 시가 가진 고유한 목소리를 담아 시와 시인의 세계를 그리게 하는 시의 말처럼 이 원고를 읽으며 편집하는 시간은 각 풍경이 가진 고유한 목소리를 감각적으로 그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월 다가오는 마감이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단 한번의 지각없이 매번 정성스러운 글과 그림을 보내준 조현진 작가에게 담당 편집자로서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각주 정리 1. 최정진,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문학과지성사, 2020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정원은 자연의 풍경들을 특별하게 꿰어 맞추어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일의 산물이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은 두부과자를 즐겨 먹고 있다. 얼마 전 부여를 다녀오며 얻어온 것인데, 씹을 때마다 부여 알밤의 단맛이 옅게 풍긴다. 맛이 좀 심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끊임없이 주워 먹다 보면 금세 동이 난다. 은은한 분위기의 부여와 제법 닮은 맛이다. 돌연 부여로 떠나 잘 알지도 못하는 도시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된 건 그륀바우의 김인수 소장 덕분이다. 처음에는 좀 심드렁했던 것도 사실이다. 너도나도 정원을 외치는 시대에 숨겨져 있지만 꼭 주목해야만 하는 부여의 동네 정원들을 보여주겠다는 제안은 예쁜 수사를 붙여 볼만하게 꾸민 초대장 같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하는 마음도 컸던 건, 귀한 것을 발견해내는 김인수의 눈썰미와 정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어떤 지역의 맛집 가이드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상상해보자. 그것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맛집 가이드북. 막막하기 그지없다. 지도를 펼쳐야 하나, 우선 인터넷에 접속해 유명한 맛집 목록을 만들어야 하나,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힌다. 김인수의 숨은 정원 찾기 전략은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쉽지 않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선 그 지역과 친해진다. 낯설지 않게 느껴질 때까지 곳곳을 누빈다. 그러다 담 너머의 풍경이 궁금해지면 문부터 두드린다. 한번의 방문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뷰도 불사한다. 보고, 듣고, 쓴다. 오늘은 정원을 찾아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나서는 게 아니다. 그의 기록 생활은 일상에 아예 녹아들어 있다. 그렇게 김인수는 『정원도시 부여의 마을 동산바치 이야기』(목수책방, 2022)와 『서울 골목길 비밀정원』(목수책방, 2023)을 펴냈다. 안내를 따라 둘러본 부여는 참 신기한 곳이었다. 고요하고 모든 것이 낮고 부드럽게 흘렀다. 궁남지는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산등성이는 없었다. 고운 천을 구겨 만든 곡선이 사비성을 감싼 듯했다. 질주하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보기 힘들었고, 모든 길은 보행자와 자전거에게 다정했다. 그 때문에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 군데군데 고여 있는 곳처럼 느껴졌다. 김인수가 부여를 새 삶의 터전으로 잡은 것은 4년 전이지만, 만나는 사람들 모두 그를 부여 토박이보다 부여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라 말했다. 숨은 정원을 찾아 느릿한 풍경 사이를 종종걸음으로 걸어 다니는 그의 모습을 상상했다. 함께 탐방한 정원 대부분은 전문가의 손길보다는 정원의 가꾼 이의 취향과 생활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곳들이었다. 대중없이 늘어진 화분들이나 작물이 거칠게 자라고 있는 텃밭, 빨래 건 조대와 갖은 폐목들이 군데군데 놓인 정원은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떤 정원들보다 생활감이 느껴졌고 그래서 가꾼 이들의 진심이 와 닿았다. 가장 가까이에 둔 초록의 땅을 더 편리하고 아름답게 꾸리려는 작은 지혜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평범한 단어들이 연결되어 아름다운 시가 만들어지듯이 정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자연의 풍경들을 아주 특별하게 꿰어 맞추어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일의 산물”(『서울 골목길 비밀정원』 중)이라는 설명이 딱 어울렸다. 가장 재미있던 건 정원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김인수는 식물 가꾸기는 한 개인의 삶을 넘어 마을 공동체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마을 동산바치의 집 주변으로 빈 땅을 정원으로 가꾸려는 시도를 한 가구가 여럿 보였다. 자연스럽게 따라한 경우도 있었고, 정원을 만들며 불어난 꽃과 식물, 씨앗을 주변에 나눠준 동산바치도 있었다. 길가나 집 밖 공터에 꽃창포가 자라고 있는 게 신기해 김인수에게 물었더니, 그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해마다 유행처럼 번지는 식물이 있다고 답했다. 지역의 원예 상가가 중점적으로 파는 식물이 마을 경관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르겠다는 추측도 흥미로웠다. 개인이 꾸리는 정원이 정원도시의 기반이 될 수 있을지, 아름다운 백마강을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국가정원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인수의 기록들이 정원의 가치를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정원을 만들며 몸과 마음을 치유 받고 행복해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두 권의 책에 빼곡하다. 그들은 한결같이 정원 가꾸기가 노동과 동의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행복하기에 계속 정원을 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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