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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혼탑 추모공원 설계 공모] 청주 360
    대상지는 과거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던 신성한 대제 의식의 공간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참전용사를 기리며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장소로 이용됐다. 도시 경관 관점에서 보면 지대가 높아서 도심에서 경관이 가장 먼저 읽히며, 도심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주거 공간, 상업 공간, 도로의 확장 등 도시의 변화로 인해 공간적으로 고립됐다. 대상지를 둘러싼 숲은 경관의 조망을 어렵게 했고, 단차가 높은 지형, 도서관과 충혼탑 사이 도로는 이용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렸다. 더불어 추모와 같은 특정 행사를 할 때만 사용되고, 주차 공간 등 외부 공간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해 도심으로부터 공간적 고립과 단절이 발생했다. 네 개의 아카이브 추모 공간의 오랜 정체성을 보존하고, 도심에 남겨진 오픈스페이스로서 고립과 단절에서 벗어난 일상적이고 친숙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청주 360은 대상지를 추모 공간 중심으로 360도 열린 경관으로 재구성하며, 시민 친화적 일상 공간을 통해 공공성을 회복한다. 남겨진 자연과 추모의 기억을 담으며 일상 속 친숙한 메모리얼 공간을 만드는 것이 설계 목표였다. 공간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했다. 청주시의 과거, 현재, 미래의 기억과 모습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각 구역의 이름에 아카이브를 붙였다. 퍼블릭 아카이브를 통해서 미술관에서부터 문화공원(예정)으로 이어지는 동선에 열린 공공 보행광장을 조성해 대상지 서측의 접근성을 높였다. 그라운드 아카이브는 미술관, 충혼탑, 도서관을 긴 축으로 연결하는 오픈스페이스로 추모공원의 다양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메모리얼 아카이브는 충혼탑 부지에 건축물과 연계한 360도 열린 경관을 제공하는 메모리얼 공간이다. 내추럴 아카이브는 기존의 보존 숲을 활용해 자연을 감상하며 대상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든 동선이다. 열린 경관과 열린 공간 공원 접근 레벨을 낮추고 미술관과 공원을 잇는 동선을 확충해 누구나 쉽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용자들은 미술관의 입구에서부터 낮아진 추모 공간을 인지하며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충혼탑 주변에 조성한 열린 스탠드 공간은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며, 추모 행사 시 엄숙한 제의 공간으로 진입하는 구조적 프레임과 더불어 공간의 정면성을 드러낸다. 대상지 밖에서도 보일 수 있게 충혼탑의 위치를 재배치해 일종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했으며, 주변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데크를 설치했다. 시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공공성 회복 단차로 접근이 어려운 공원의 접근성을 높이고 입체적 연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선형의 공공 보행광장을 조성했다. 광장은 대상지의 중심 보행축으로 사직대로와 접한 미술관, 흥덕문화의 집에서부터 공원 진입 편의성을 높인 커뮤니티 스탠드, 도서관 문화정원으로 이어지며 청주 360을 거점으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어디서나 공원으로 접근이 가능해 다양한 여가 및 커뮤니티 활동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통합된 프로그램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공간과 무장애 보행로 등 동선을 조성해 도서관과 미술관의 이용 편의성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공공 오픈스페이스의 메모리얼 충혼탑을 중심으로 한 초록의 공공 오픈스페이스는 한국전쟁 참전 호국영령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일뿐 아니라, 미술관과 도서관을 연결하는 큰 축으로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일상적 공간이다. 입구에서 충혼탑에 이르기까지 단차를 두어 일상의 공간에서 추모 공간으로의 전환을 입체적으로 느끼게 했다. 입구에서 인지가 가능하도록 충혼탑의 위치를 이전했고,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데크 유리 난간 상부에 호국영령의 이름을 타공한 위패를 설치해 새로운방식의 추모를 유도했다. 옛 사직단의 대제 공간을 모티브로 한 360도 구조적 프레임 계획은 과거 사직단이었던 대상지의 장소성을 기억하고 제단 공간이 가지는 경관적 이미지를 부여해 청주 360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명확한 구조적 프레임의 공간은 추모 행사 시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숲 보존과 저밀도 식재 대상지를 둘러싼 기존의 숲을 최대한 보존하고자 했다. 숲속 산책로에는 양호한 기존 수림을 바탕으로 하부 식생을 보완해 건강한 숲으로의 성장을 도모했다. 또한 공간별, 계절별 다채로운 경관 연출을 위한 다양한 수종을 도입했다. 충혼탑 주변의 기존 수림을 적절히 솎아내고 지하고가 높은 소나무를 식재해 조망 경관을 확보했다. 공공 보행광장은 저밀도 가로 녹음 식재로 미술관, 충혼탑, 도서관을 연결성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 인지되도록 했다. 수평적인 공원 시설물과 대비되는 원추형 수종을 활용했으며, 공원의 입구부와 시선이 모이는 주요 결절점의 초점 식재로 입구성과 상징성을 제고했다.
    • 조경설계호원, 민앤동 건축사사무소
  • [충혼탑 추모공원 설계 공모] 기억의 터, 환유 언덕
    대상지의 언덕은 다층의 기억이 중첩된 역사의 터이자 기억이 단절된 공간이다. 원래는 사직단 터였는데, 일제 식민지기에 일본군 위령 시설로 쓰이면서 훼손됐다. 한국전쟁 이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추모 공간으로 활용됐지만, 시간이 흐르며 전통적 추모의 상징이었던 충혼탑은 위압적 구조물이 됐다. 도시의 확장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과 토목 공사로 인근 숲은 훼손되고 접근이 어려운 서로 다른 높이의 공간과 유기적 프로그램의 부족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따라서 잊혀 가는 역사와 추모의 기억을 일상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접근법이 요구됐다. 참전 용사를 애도하며 아픔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터의 기억을 환유(換喩)하며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환유(歡遊)의 언덕을 만들고자 했다. 터의 온전한 기억 다층의 기억을 가진 터의 이야기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잊힌 기억을 되살려 공간에 담고자 했다. 사직단의 공간적 형태를 차용해 땅을 상징하는 사각 형태의 프레임을 구현했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사직단의 기억을 하늘이 비치는 수공간으로 담아냈다. 충혼탑이 가진 장소의 기억을 추모 공간의 상징성으로 보존하고자 했다. 기존 충혼탑 터의 지하 공간에는 성소 공간을 조성해 일상 속에서도 추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안온한 분위기가 감도는 지하의 성소 공간에서 위패를 걸어둔 벽을 둘러보며 차분한 애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도시의 역사를 기억의 파빌리온 기둥에 새겨 시민과 함께 장소와 도시의 기억을 나누고자 했다. 전망대에 조성한 희망의 벽은 매년 청주 시민들이 선정한 지역의 사건을 기록하고 공원 방문자들의 소망을 모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망대를 통해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시선축을 보존해 도시의 기억을 미래까지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환경과조경420호(2023년 4월호)수록본 일부
    • 스튜디오이공일, 건축사사무소 소솔, 이진욱(한경대학교)
  • [충혼탑 추모공원 설계 공모] 더블메모리얼
    충혼탑 일대는 청주 도심 생활권을 관통하는 문화벨트의 주요 지점에 있으며, 명심산과 운천공원을 연결하는 남서 녹지축과 무심천의 접점에 위치한다. 청주는 산과 강, 청남대 등 오픈스페이스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보이지만 공원 등 녹지 비율은 낮다. 도심 외곽은 산업화와 환경오염의 여파로 숲이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민의 여가를 위한 공간뿐 아니라 생태적으로 건강한 녹지가 필요하다. 설계 방향 충혼탑 일대는 도심 속에 숨어 있는 추모 공간으로만 존재하기보다는 도시민과 더불어 호흡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공원 기능을 함께 해야 한다. 추모 공간과 공원이 서로 분리된 형태는 일상의 공원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넓은 추모 공간 한편에 공원을 마련하거나 공원 한쪽에 추모 공간을 만드는 방식은 추모와 일상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발상이다. 하나의 공간이 추모의 장소인 동시에 일상적 공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더블메모리얼’을 제안한다. 콘셉트 이 공간에서 추모 대상과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대상은 위패로 모신 희생자 개개인과 한국 전쟁 등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이다. 방식은 특정한 날에 진행되는 공식적 추모와 시민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상적 추모다. 공식적 추모는 충혼탑과 파크 센터를 중심으로 추진되도록, 일상적 추모는 공원 전반에서 물, 벽, 수로, 길 등을 통해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충혼탑이 일상 공원의 기능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모든 순간을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공원 경계부에 열린 공간을 배치했다. 풍치가 단정하고 울창한 숲 속에 자리한 열린 공간은 가족들이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잔디밭,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얕은 물, 홀로 앉아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잔디 언덕, 천천히 산책하며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산책로로 구성했다. *환경과조경420호(2023년 4월호)수록본 일부
    • HLD, 제이에이치피 건축사사무소, 건화
  • [충혼탑 추모공원 설계 공모] 가림단원
    청주 우암산과 부모산 사이 남북 방향으로 무심천이 흐른다. 부모산의 얕은 자락은 대부분 도시화되었고 무심천과 몇몇 녹지만 남아있다. 청주시청사 건립 국제 설계공모 등을 통해 원도심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충혼탑~종합운동장~청주 예술의전당을 연결하는 문화·여가활동거점 권역, 사직대로 보행 중심화 도로사업 등 도심의 흩어진 자원을 연결하는 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부모산 자락 끝에 위치한 대상지에서는 우암산을 배경으로 청주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충혼탑 추모공원은 다양한 역사 자원을 잇는 중심 오픈스페이스로 도시민을 위한 녹지와 도시의 역사를 함께한 대상지가 가진 상징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숲과 단이 있는 공원 곡식과 토지의 신을 모시는 두 개의 단, 사직단 터로 추정되는 대상지는 생명의 존엄과 일상의 풍요로움을 기리는 소망과 염원이 충만한 곳이다. 과거 땅과 하늘을 매개하던 두 개의 단(altar)은 추모와 일상을 담은 두 겹의 단(square)으로 거듭나고, 아름다운 구릉 경관 속에서 펼쳐지는 숲과 길은 도시와 자연을 이어준다. 아랫광장은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문턱과 레벨을 낮추고, 윗광장은 시원한 나무 그늘이 되어주고 경건하되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린 카펫을 깔았다. 나무가 호위하는 듯한 두 개의 단은 푸른 담으로 아늑하게 둘러싸여 있고, 끊겨 있던 도시의 장소들을 숲 길로 연결한다. 숲과 두 겹의 단으로 만든 공원, 가림단원(佳林壇園)은 과거와 미래, 하늘과 땅, 도시와 자연 그리고 추모와 일상을 이어준다. 단, 담, 숲 기존 대상지는 미술관, 충혼탑, 도서관 세 개 단으로 나뉜다. 각각의 단은 소통하지 못한 채 개별 공간으로 작동되고 있다. 세 공간을 연결하기 위해 담을 만들고 본래의 지형으로 회복한다. 담은 앉음벽, 공간을 구분하는 담장, 토사를 막는 구조물로서 활용된다. 숲과 정원은 개별적 공간을 하나로 묶어준다. *환경과조경420호(2023년 4월호)수록본 일부
    • 경남종합조경, 스튜디오테라, 건축사사무소 신
  • [충혼탑 추모공원 설계 공모] 당신의 동네에도 충혼탑이 있습니다
    충혼탑. 다소 딱딱하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일견 성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 같지만 나와 크게 상관없는 시설이 아닐까 싶은 이 탑은, 사실 당신의 동네에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보훈처가 제공하는 ‘현충시설정보서비스’에서 현재 검색되는 현충시설 2,260건 중 ‘충혼탑’은 186건, 유사한 명칭인 ‘충혼비’는 90건으로 총 276건에 달한다. 전국 기초지자체 수가 229개인 것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기초지자체마다 하나 이상의 충혼탑 또는 충혼비가 있는 셈이다. 비슷한 느낌의 이름을 가진 현충탑(63건), 현충비(8건), 위령탑(30건), 위령비(35건)를 포함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충혼탑은 대체 무엇이기에 동네마다 있는 걸까. 충혼탑은 법적으로 ‘현충시설’에 속하며, ‘현충시설의 지정·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가보훈처가 지정해 관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현충시설은 국가유공자의 공훈을 기리는 시설인 경우 법적 지정 요건을 갖추며, 이 ‘공훈’에는 일제 식민지기의 독립운동, 6.25 전쟁(한국전쟁) 참전용사 및 군인·경찰·소방 공무원 등의 국가 수호 활동이 들어간다. 특히 충혼탑의 경우 6.25 전쟁 당시 각 지역에서 일어난 전투에서 산화한 참전용사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한민국 어느 지역이든 6.25 전쟁의 참화가 휩쓸지 않은 곳이 없으니, 어찌 보면 어느 지역이든 충혼탑이 있는 게 당연한 것이다. ‘충혼탑 추모공원 조성사업 마스터플랜 설계공모’(이하 충혼탑 추모공원 설계공모)의 충혼탑도 마찬가지다. “6.25 전쟁에서 산화한 청주, 청원 출신 등 3,203위의 호국전몰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1955년 건립됐다.1 문제는 충혼탑이 의미 있고 중요한 시설임은 분명한데 우리 일상에서 전혀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우리 동네의 충혼탑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게다가 보통 공원 내에 위치하기 때문에 산책길에 지나가다가 본 적이 있어 모양이 다소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져도, 그게 무엇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시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모습이기 때문에 우리 지역의 충혼탑은 이런 점이 특별하다고 내세울 만한 경우도 드물다. 심지어 공원 안에 각종 조형물도 많다 보니, 이 조형물이 국가에서 지정·관리하는 현충시설인지 일반 조형물 인지 구분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일차적인 답은 충혼탑 추모공원 설계공모 지침서와 수상작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몇몇 표현을 발췌해 본다. 익숙하지 않고 무겁게 느껴지는 ‘충혼탑’이라는 명칭에서부터, 낮은 접근성 및 편의 시설 부족과 노후화, 산책과 휴식을 위한 그늘 및 공간의 부재, 일방적으로 현충의 정신과 공동체 의식을 전달하는 위압적인 구조물, 정해진 날에만 관련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제한적인 추모 행사, 엄숙하고 신성한 공간으로만 제한된 기능, 젊은 세대에게 거리감을 주는 수직으로 높이 솟은 탑의 모습. 설계공모의 방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혼탑이 중심이 되는 기억의 공간을 친숙하고 일상적인 공원의 공간 안에 함께 녹여내고, 추모의 공간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체험의 영역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한편 역사적 맥락에서 좀 더 복잡하게 들여다보면, 이 문제는 시대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충혼탑과 같은 현충시설은 상징물, 곧 기념비(모뉴먼트)로 분류할 수 있는데,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체제와 권력, 사상을 표현하는 거대한 상징물인 기념비는 점차 그 성격을 잃어갔고 기능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와 맞닥 뜨리게 되었다. 전통적인 기념비는 국가 또는 권력 집단이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세워졌기에, 기념비의 존재는 곧 이를 통해 집단의 정체성과 과거의 역사적 의미를 동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통합된 의식과 문화가 존재하는 시대에서만 가능”2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이러한 기념비와 상징물의 성격을 얼마나 잘 이용했는지 보면, 기념비가 통합된 정신과 시대의 부산물이라는 점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단일화되지 않는 현대에는, 단일한 의미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수직으로 높은 조형물을 올리고 광장 중앙에 대칭 구조로 배치해 어디서나 잘 보일 수 있게 만든 전통적인 기념비의 형식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워졌다.3 이런 점에서, 설계공모 지침서에 충혼탑의 위치를 옮겨도 무방하며 기존 충혼탑을 대체하는 새로운 추모 조형물을 제안하거나 잠긴 봉안실 안에 안치된 국가유공자 위패도 개방해 활용할 수 있도록 창의적 제안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아닐까 한다. 한국의 현충시설에서 특히 충혼탑처럼 어느 지역에나 있는, 대체로 2000년대 이전에 조성된 오래된 기념물은 위압적이고 일방적인 구조물의 형태라는 문제뿐 아니라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먼저 우리 지역에도 현충의 정신을 보여준 국민이 있었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각 지역마다 비슷한 형태의 충혼탑이 세워졌는데, 결과적으로 충혼탑처럼 어느 지역에나 있는 시설이 우리 지역만의 특별한 기념물 혹은 랜드마크가 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거의 사건이 현 세대와 점점 시간적으로 멀어지는 현 시점에서, 기존의 추모 행위에 새롭게 참여할 이들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예컨대 충혼탑의 경우 6.25 참전용사와 유족, 정치인 등 일부 관계자만 제한적으로 추모 행사에 참여하는 방식이 굳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세대가 기존의 방식을 이어받는 추모의 주체로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러한 배경과 상황을 고려하면서 다시 설계공모를 살펴보자. 변화한 시대에 적합한 충혼탑 추모공원의 방향이란, 추모와 일상을 결합하고 한데 녹여 사람들이 공원에서 휴식과 일상 활동을 하면서도 추모를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상징’과 ‘일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한국에 이러한 선례가 많지 않고, 우리는 추모 공간은 물론 추모 문화에도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혼탑과 추모공원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설계공모의 수상작을 살펴보며 조경과 건축이 함께 어떤 고민을 했고 주어진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지 살펴보는 일은 꽤 유의미한 일이다. 추모와 일상의 접속 전략 당선작 ‘청주 360’은 지형과 경관에 주목했고, 역설적으로 충혼탑 자체에는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대상지는 임금이 제사를 지내던 사직단 터이기도 했는데, ‘청주 360’은 흥미롭게도 사직단의 역사적 의미가 아니라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위치한 제단의 입지에 주목했다(71쪽 상단 이미지). 기존의 높은 지대가 도시화로 인해 경사면과 옹벽으로 단절됐고 식물이 자라 숲을 이루면서 높은 지대가 가진 경관 조망의 장점도 사라져 공간의 이용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청주 360’이라는 이름은 추모 공간에서 바라보는 청주 시가지의 경관을 360도로 열린 경관으로 재구성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열린 공간, 열린 경관이라는 키워드는 고립된 추모 공간에 일상성을, 즉 시민들을 유입시키는 방향으로도 연결된다. 공간의 성격을 열린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방문할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기억의 주체가 충혼탑과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접근법이다. 반대로 2등작 ‘기억의 터, 환유 언덕’은 충혼탑이라는 오래된 상징물을 바꾸는 작업에서 출발한다. 충혼탑이라는 같은 대상을 향한 두 팀의 접근법이 반대된다는 점이 상당히 눈여겨볼 만하다. 이들은 충혼탑의 기억을 시민들이 체험하는 방식으로 보전해 나갈 수 있도록 수직적이고 위압적인 오브제 상징물을 땅 아래로 끌어내리고 형태를 바꾸었다(76쪽 상단 이미지). 봉안실 안에 있던 위패를 꺼내 희생자를 드러내고 시민들이 헌화할 수 있도록 했고, 참배 공간에 부족한 그늘을 만들기 위해 설치한 파빌리온을 기억의 공간으로 활용했으며, 시민들이 참여해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체험 방식도 구상했다. 이 추모 공간을 일상적 공원과 섞는 전략으로 레벨 차이를 통해 공간을 구분하고 조정하는 수평적 공간 사용을 제안했다. 3등작에 선정된 두 작업은 각각 ‘두 개의 메모리얼’, ‘두 개의 단’이라는 설계 개념을 사용했다. ‘상징’과 ‘일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각각 다른 공간 또는 요소에 놓은 뒤, 이를 조화롭게 섞는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블메모리얼’의 경우, 기본 개념을 ‘추모’에 놓고 이를 공식적이고 연례적으로 행해지는 ‘공식적 추모’와 일상생활에서 매일 시민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상적 추모’로 구분했다. 건축물과 탑이 공식적 추모의 공간이라면 공원과 물은 일상적 추모의 공간이며, 이 네 개 요소를 전체 대상지 안에 공간적으로 중첩하고 연결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특히 기존 메모리얼에서 많이 쓰는 추모 매개체인 물을 사용했다. 메모리얼에서 보통 기념물의 형태가 비치는 거울연못(reflecting pool)이라는 기념물을 많이 사용하는데, ‘더블메모리얼’의 물은 잔잔한 파동이 일고 공원을 가로질러 흐르며 겨울철에는 스케이트를 타는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일상적 공간을 만든다(83, 84쪽 이미지). 한편 새롭게 제시한 충혼탑은 더 거대한 수직 구조물이 되었는데, 충혼탑을 외부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오브제가 아니라 내부로 들어가 체험할 수 있는 건축물로 바꾸어 제시했다. ‘가림단원’은 충혼탑, 미술관, 도서관 부지가 서로 단절된 판이자 단壇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지형과 단차를 조정해 끊어져 있던 부지를 연결하고, 장기적으로 숲의 형성을 통해 공간의 통합을 꾀했다(88쪽 하단 이미지). 우선 동일한 공원 부지에 묶인 공간들이 경사면과 옹벽 등 지형과 단차에 의해 분리된 문제부터 해결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대상지의 역사적 배경인 사직단에서 착안한 단의 개념을 분리된 공간을 지칭하는 용어이자 충혼탑을 중심으로 한 추모 공간을 재구성하는 판의 개념으로 사용했다. 충혼탑은 형태를 바꾸지 않고 이설했는데, 수직적이고 위압적인 구조물 자체를 땅 아래로 일부 숨겨 높이를 낮추는 전략을 취했다. 충혼탑 앞쪽의 레벨이 높은 윗광장은 참배 공간으로 기능하는 잔디밭으로, 충혼탑 뒤편의 침잠된 아랫광장은 일상 공간으로 구분해 구성했다(89쪽 마스터플랜). 하지만 아랫광장을 통해 접근하는 충혼탑 하부에 공간을 ㄷ자로 둘러싸는 추모 전시관이 위치하고 추모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울연못 조성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아랫광장 또한 추모와 일상이 혼합되어 일상적으로 추모를 체험하는 공간임을 읽을 수 있다. 충혼탑 추모공원 설계공모의 의의 사실 설계안의 아이디어만큼 중요한 것이 공모 운영팀이 제시하는 공모 지침이다.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조경과 건축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을 비롯해 여러 점에서 의미 있는 공모라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현충시설 측면에서 보아도 공간 전문가인 조경과 건축 전문가가 함께 추모 공간을 일상적 체험 공간으로 구성하고자 했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현충시설이란 문화재와 달리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시설이 아니다. 문화재와 구별되는 현충시설의 특수성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공헌 또는 희생의 행위, 즉 공훈을 기념/추모하고,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이러한 공훈을 널리 알리는 데 있다. 이러한 행위를 다소 어려운 표현으로 선양이라 부르는데, 결과적으로 국가의 보훈 정책에서 현충시설이 지니는 궁극적인 목적은 공훈 선양과 보훈 문화의 확산이라 할 수 있다. 익숙하지 않고 거리감이 느껴지던 기념과 추모 행위를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국가유공자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반 국민들도 자주 현충시설과 접촉하면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려면, 결국 일상의 공간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공원은 이런 해법을 펼칠 수 있는 좋은 도시 공간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특히 추모 공간의 예술적 가치와 질적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공모 지침과 설계안에도 여러 번 언급되었듯, 오늘날의 추모 행위는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압적 방식으로는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최근 물리적·내용적으로 추모 문화를 바꾸기 위한 여러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조경·건축·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참여를 통해 공간의 질적 가치 향상을 꾀하고 있으며, 일반 국민의 인식과 활용성 증진을 위해 조성 및 이용 과정에서 시민 참여 방식을 함께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4 특히 한국의 현충시설에서 충혼탑 추모공원 설계공모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글을 시작하며, 당신의 동네에도 충혼탑이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이는 다른 지자체 또한 청주시와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거나 하게 될 수 있으며, 이번 공모와 유사한 설계공모나 프로젝트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충혼탑 또는 충혼비가 전국에 276개소나 있으니, 앞으로도 이번 공모처럼 오래된 현충시설에 새로운 일상적 해법을 요구하는 일이 적어도 200번 이상은 생기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번 충혼탑 추모공원 설계공모는 국내 충혼탑 공원 사례의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선례란 완벽한 정답의 사례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사례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공모의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시대의 변화 뒤편에 남겨진 오래된 현충시설, 충혼탑처럼 형식은 다소 구시대적이지만 그 의미는 여전히 중요한 시설들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설계는 물론 조성 과정, 조성 이후의 관리와 운영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당신의 동네에는 여전히 어딘가 공원 한편에 우두커니 놓인 충혼탑 같은 오래된 현충시설이 있다. 퇴근길에 또는 공원을 산책하는 중에 이런 현충시설을 만난다면, 공간 전문가로서 고민을 해 보아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각주 정리 1. 현충시설정보서비스, ‘충혼탑(흥덕구)’, mfis.mpva.go.kr 2. Josep L. Sert, Fernand Léger and Sigfried Giedion, “Nine Points on Monumentality”, Architecture Culture , 1968(originally published in 1943), p.29. 3. 이러한 변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타났으며, 1980년대 경부터는 이러한 사고의 변화가 반영된현대적 메모리얼의 사례들이 나타난다. James E. Young, The Stages of Memory: Reflectionson Memorial Art, Loss, and the Spaces Between , Amherst: University of MassachusettsPress, 2016. 4. 공간적 측면에서 본 현충시설의 가치 향상 및 개선 방향과 관련하여 관심이 있다면 다음 보고서와글을 더 살펴볼 수 있다. 이상민·손은신·송윤정, 『현충시설의 가치향상을 위한 정책 및 제도 개선방향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2022; 손은신, “국내외 사례를 통해 본 현충시설의 가치 향상 전략과 시사점”, 「아우리 브리프」 253호, 2022년 8월 22일. 손은신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고, ‘기억 경관’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축공간연구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조경과 건축, 도시의 경계에서 새로운 연구자들을 만나고 외연을 넓히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조경 설계공모
    3기 신도시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는 주변에 굴포천 등 하천이 흐르고, 서울과 인천을 잇는 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앞으로 이 지역은 새로운 생활 환경, 다양한 세대를 포용할 수 있도록 주거와 배움, 일과 놀이가 융합된 스마트 도시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주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자연 친화적 경관과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창출하는 대표 경관, 사람 중심의 활력적인 경관을 만들어내는 공원 녹지 계획이 필요했다. 지난 7월 LH는 3기 신도시 조경 설계공모의 첫 주자로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조경 설계공모’를 공고했다. 설계의 기본 방향은 5개의 공원형 생활가로 계양벼리와 워터프런트 등을 통해서 대표 도시 경관을 구현하며, 녹지에 대한 입주민의 체감도와 접근성을 높이는 이동 체계를 형성하고, 계양지구가 가진 지형적 맥락을 고려한 특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대상지는 계양벼리, 근린공원, 연결녹지로 구성됐다. 계양지구를 가로지르는 계양벼리는 지구의 대표 공원 녹지 공간으로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장소다. 1인 가구, 반려동물 양육 가구 등 다양한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프로그램이 요구됐다. 아울러 서부간선수로와 굴포천 등에 조성될 워터프런트와 보행 연결성을 갖춰야 했다. 지구 안팎의 공원 녹지를 연결하는 중요한 거점에 위치한 근린공원은 물리적 및 프로그램적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했다. 다섯 계양벼리와 근린공원 등 계양지구의 거점을 연결하는 연결녹지는 이동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쾌적한 보행을 경험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심사의 주안점은 도시 전역의 보행 체계, 접근성 강화 방안, 단위 공원 녹지 계획과 특화 방안 등이었다. 심사 결과 그룹한 어소시에이트와 건화의 ‘계양벼리 24h’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2등작은 CA조경기술사사무소와 동일기술공사의 ‘계양벼리; 다공의 땅’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다양한 이동 수단과 보행 주체의 특성을 고려한 이동 체계와 더불어 배움과 일 그리고 놀이가 융합된 자족 기능을 강조함으로써 MZ세대 등 다양한 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계획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공간의 유지 및 관리, 스마트 기술의 관리 및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2등작은 오픈스페이스형 자족권 접근 체계, 다양한 식재가 돋보이는 도시숲을 중심으로 한 동선 체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형태의 녹지 체계는 우수하나, 공원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한 공간 구성이 다소 미흡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당선팀에게는 설계권이 주어지며, LH는 선정된 작품을 바탕으로 마스터플랜을 마무리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계양벼리 24h에서 제시한 설계 이미지는 상위계획 변경 및 설계 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다 최우수작 계양벼리 24h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 건화 2등작 계양벼리; 다공의 땅Porous City CA조경기술사사무소 + 동일기술공사 주최 LH 위치 인천광역시 계양구 귤현동, 동양동, 박촌동, 병방동, 상야동 일원 면적 사업 면적: 3,331,714m2 조경 면적: 821,033m2 방식 일반 설계공모 대상 근린공원 5개소(270,228m2), 어린이공원 3개소(9,111m2), 소공원 3개소(4,373m2), 문화공원 5개소(237,341m2), 도시농업공원 1개소(11,713m2), 수변공원 1개소(90,746m2), 반려동물공원 1개소(5,000m2), 완충녹지 2개소(30,299m2), 연결녹지 4개소(97,971m2), 경관녹지 5개소(22,515m2), 광장 2개소(2,832m2),공공공지 6개소(12,156m2), 보행자전용도로 28개소(26,748m2),가로수 1식, 관리사무소 10개소(1,300m2), 화장실 6개소(480m2) 공모 금액 23억3천1백만원(조경설계비 20억9천3백만원, 관리용역2억3천8백만원) 설계 기간 설계용역 착수일로부터 36개월(본 용역기준) 시상 최우수작(1점): 설계권 부여 2등작(1점): 3천3백만원 심사위원 윤영조(강원대학교 생태조경디자인학과 교수) 이성행(부산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권오만(경동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류재석(한양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이정(순천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김성일(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구조연구실장) 안수갑(부산광역시 산림녹지과 산림행정팀장) 홍석우(동의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조상권(서울주택도시공사 조경사업부 부장) 김항집(광주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박상욱(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윤중만(신안산대학교 스마트토목디자인과 교수) 염성진(한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과 교수) 임윤택(한밭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임의제(경상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진행 금민수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LH 도시경관단, 수상팀
    • 편집부
  • [인천 계양 테크노벨리 공공주택지구 조경 설계공모] 계양벼리 24h
    3기 신도시의 공원은 1, 2기 신도시의 대형 중앙 공원에서 탈피하여 휴먼 스케일의 선형 공원을 도입해 입주민의 일상 깊숙한 곳까지 자리 잡는 것을 지향한다.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는 3기 신도시의 첫 주자로서 공원 내부 공간의 변화를 꾀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생활환경과 세대, 신기술의 등장 등 수많은 변화의 중심에 있다. 우리는 설계 전략을 통해 입주민의 24시간을 공유하는 일상적인 공원, ‘계양벼리 24h’를 조성하고자 한다. 지역 경관을 담은 디자인 모티프, 도시와 상호 작용하는 일상의 공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공유 스마트 큐브의 운영, 지속가능한 생태 기반 조성 등을 통해 계양벼리 24h는 3기 신도시의 능동적 라이프스타일과 다양한 세대의 요구에 발맞춰 가는 공원으로 성장할 것이다. 설계 전략 원경관으로서 넓게 펼쳐진 계양들녘이 가진 특유의 선이 만들어내는 그리드 패턴은 새로운 공원 내 녹지와 물길, 동선 골격의 디자인 모티프가 됐다. 이로써 본래 땅의 기억 위에 신도시의 새로운 문화를 생산해 나갈 것이다. 계양벼리 24h는 입주민의 24시간을 공유하는 전체 녹지 체계의 브랜드로서 일상의 공원을 의미한다. 창작소, 놀이터, 아지트 등 일상과 가까운 대상지의 정체성을 투영한 5개의 계양벼리는 도시적 맥락과 입주민 요구를 반영한 개별적 정체성을 통해 주변의 토지 이용과 상호 작용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공유 스마트 큐브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통합 솔루션을 접목해 도시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을 탄력적으로 지원하는 스마트 공유 시설이다. 입주민들이 능동적으로 공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카페, 회의, 놀이 등의 기능을 갖춘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계양산, 굴포천 등 풍부한 산지와 수환경을 갖춘 계양지구의 특성을 반영해 지속가능한 생태 기반도 마련했다.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건강한 생태 기반 확보를 위한 숲, 물길, 대체 서식지를 조성해 계양산과 굴포천을 연결하는 생태 코리더를 만들고자 한다. 나래벼리공원과 늘솜벼리공원 나래벼리공원은 배움, 일, 놀이가 융합된 자족 기능 활성화의 축으로 MZ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자족 시설 근로자들의 지속가능한 워라밸을 추구하는 ‘모두의 스튜디오’다. 공원의 중앙에 위치한 나래문화마당은 카페, 화장실 등의 생활 편의 시설과 문화 공간들을 계획하여 공동화를 방지하는 주민 체감형 광장이다. 늘솜벼리공원은 동양근린공원과 굴포천의 열린 경관을 연결하는 수변 문화축으로서 특별계획구역3(창의혁신지구)과 연계해 새로운 세대의 창작 기능을 지원하는 ‘모두의 창작소’다. 가온벼리공원 계양산과 굴포천을 연결하면서 도시 중심을 관통하는 근린주구 활성화 축으로 주변의 다양한 토지 이용과 상호작용을 통해 도시민이 각자의 방식으로 공원을 즐기는 ‘모두의 아지트’다. 특히 계양의 풍부한 수환경을 반영한 다양한 수공간들은 공원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도담벼리공원 상업, 공동주택, 학교 등 다양한 도시 기능이 혼재하는 중심기능 활성화 축이자 선형 놀이공원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입주민으로 구성된 지역 커뮤니티 및 학교와 공유하는 ‘모두의 놀이터’다. 특히 400m 길이의 스마트 놀이길은 놀이 공간들을 연결하여 공원 전체를 하나의 놀이터로 통합한다. 가온누리공원 계양벼리의 녹지축과 굴포천의 수변 축이 만나는 결절부로서 입주민의 여가 활동부터 대규모 이벤트까지 수용하며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점 공원이다. 계양산을 모티프로 한 ‘벼리의 창’은 계양산과 굴포천의 경관축을 연결하는 랜드마크 조형물이다. 벼리의 창이 드러내는 유연한 곡선의 디자인은 주변 경관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동시에 공원으로 이용자들의 발걸음을 유도한다. 새늘벼리공원 일터와 삶터가 신기술을 통해 만나는 상생 융합 축으로서 실증 단지로 계획된 인접 자족 용지와 연계해 스마트 기술 요소 및 프로그램을 도입한 ‘모두의 쇼룸’이다. 입주민들은 일상 속 휴식과 함께 선진 기술을 앞서 체험하는 기회를 얻는다. 들찬누리공원 공원 내 서식하는 법정 보호종인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서식하는 기존 논 습지 구조를 유지한 대체 서식지로 기후변화 시대의 비전을 담아 낸 환경 대응형 공원이다. 개체의 생활사를 고려한 서식처 조성, 안정적인 수원 및 수질 확보를 통해 기존 생태계와 안정적인 균형을 도모한다.
    •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 건화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작은 자연의 세계를 인지하게 만들다
    어느 동네마다 있을 법한 작은 근린공원 뒤편에 라이브스케이프가 있다. 입구의 작은 앞마당, 소품인지 실제로 사용하는지 알 수 없는 벽에 기대놓은 커다란 갈퀴를 눈으로 훑으며 안으로 들어서자 카페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벽면을 두른 짙은 고동색 책장과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테이블. 한구석에 이번 공모전 당선작 모형이 놓여 있었는데, 자연의 정원의 복잡한 지형을 몇 번이고 다듬었는지 울타리 안에 채워진 찰흙에 손자국이 가득했다. 설계안을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곳에서 유승종 소장을 만나 당선작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공모 주제가 정원 유산이다. 한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에 따라 IFLA의 정신을 기리고, 동시대 한국 조경의 가치와 의미를 담는 정원이 요구되었다.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에는 어떤 한국성이 담겼나. 설계는 수학 문제를 풀 듯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 길로 들어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는 식의 선형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작업이다. 그런 상황을 전제로 두고서라도 더욱 솔직히 말하면, 한국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은 아니다. 내가 한국인이니 설계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부분이 드러날 것이라 여겨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설계는 논리의 세계라기보다 직관의 영역에서 많은 수의 통찰력이 결합되는,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의 실을 잇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따금 설계안의 완성과 설계 논리가 동시에 만들어지거나 동시에 바뀌기도 한다. 한국성을 염두에 둔 설계가 아니었다면, 핵심 전략은 무엇이었나. 평소 전략을 만들기 위해 애쓰기보다 직관이 이끄는 대로 가는 편이다. 이번 공모도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경쾌하게 풀어나갔다. 평소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구분을 떠나 자연을 일상과 다른 특별한 경험 속에서 인지하게 하는 데 관심이 많다. 다양한 나무와 초화를 어우러지게 배치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드는 것도 자연을 인식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자연 경관을 모사하는 일반적인 정원 조성 방식과 달리,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꽃이나 이슬처럼 작은 것이라도 새로운 감각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이 이번 공모 대상지의 상황과 만나게 됐고, 나는 거기에 반응한 것일 테다. 상상하기 편하도록 설명하자면, 대상지 안에 두 개의 정원을 만든다. 하나는 자연의 정원, 또 다른 하나는 사람의 정원이다. 사람의 정원 한가운데 울타리를 두르고 자연의 정원을 만든다. 통상적 정원이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특별한 사람을 위해 조성된 모사된 자연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동그랗게 두른 울타리는 그 안팎의 관계를 역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물론, 이 역시 설계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떠오른 생각임을 고백한다). 달리 말하면, 사람의 정원 한가운데 아주 깊은 자연의 생태계를 만들고, 그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차이가 의미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속세가 있어야 성역이 있고,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고, 시끄러움이 있어야 고요함이 그 의미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의 세계에서 자연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힘들게 등산할 필요 없이 그저 내 앞에 충격적인 대비로 자연이 그 성격을 드러낸다면 어떨까.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머나먼 정글에서 자연의 자연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세계 한복판에 생명의 복잡성이 증대되고 깊은 자연의 세계가 들어와 있다면, 그 자체로 미추의 경관을 떠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유승종은 경계를 아우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라이브스케이프의 소장으로서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김모아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2022년 8월 31일, 광주에서 제58차 세계조경가협회IFLA 총회가 개최된다. 1998년 서울, 경주, 무주에서 IFLA 총회를 개최한 지 30년 만의 일이다. 1948년 영국에서 설립된 IFLA는 77개국, 2만5천여 명의 조경가가 참여하는 세계적 조직이다. 인류 번영을 위해 지속가능하고 균형 있는 생명 환경을 창조하고자 힘쓰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전 세계를 순회하며 IFLA 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IFLA 한국총회 조직위원회는 성공적인 총회 개최를 위해 업무 협약을 맺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1년 8월 30일, 산림청은 ‘IFLA 기념정원 조성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 온실 앞 전시원 일대다. 수목원 입구에서 사계절 온실로 가는 주요 동선에 위치하고 있으며, 건너편으로는 방문자센터와 축제마당이 있다. 공모에 초청된 고정희(에지고크리거 대표)·송민원(엠더블유디랩 소장), 김봉찬(더가든 대표),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대표), 유승종(라이프스케이프 대표), 송지은·로리 듀수아르(케네디 송 듀수아르)는 약 2,900m2의 부지를 ‘정원 유산’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IFLA의 정신을 반영하고 동시대 한국 조경의 가치를 담은 계획안을 제출해야 했다. 세종수목원 내 존치 정원으로서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것도 주요 과제였다. 11월 5일 화상 발표 심사를 진행했으며, 유승종 팀의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은 대상지 안에 자연과 인간이 관계를 맺고 어우러질 수 있는 원형 울타리를 제안했다. ‘자연의 정원’으로 명명된 울타리 속에는 무분별한 침범으로 작은 생물의 세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지형과 시설이 자리한다. 울타리 바깥의 ‘사람의 정원’에는 ‘자연의 정원’에 설치된 관수 설비를 작동시키는 동작 감지 센서가 있어 ‘자연의 정원’의 변화에 간접적으로 사람들을 개입시킨다. 낮은 높이의 CCTV를 설치해 정원의 모습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했다. 심사위원회는 당선작은 ‘조경과 조경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만드는 것과 지키는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답한다고 총평했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IFLA의 지향점과 미래성에 부합하고자 한 노력이 돋보이며, 만드는 것과 지키는 것에 대한 균형을 표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2022년 6월 말 정원 완공 시점에 맞춰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진행된다. 더불어 당선작과 초청작, 초청 조경가 인터뷰집을 IFLA 총회 행사장에 전시할 예정이다. 당선작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 유승종 초청작 21×129×298 박승진 초청작 IFLA 사바나 고정희+송민원 초청작 겹겹의 의도 김봉찬 초청작 추억 여행 송지은+로리 듀수아르 주최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위치 세종시 연기면 수목원로 136 일대(국립세종수목원 내) 면적 2,900m2 공모 방식 지명공모 예정 공사비 4억6천5백만원(제경비 및 부가세 포함) 설계 및 감리비 3천5백만원(제경비 및 부가세 포함) 설계 기간 착수일로부터 3개월 공사 기간 2022. 3. ~ 2022. 6. 예정 준공일 2022. 7. 시상 내역 당선작(1점): 설계권 계약 체결 우선협상권 초청작(4점): 지명 보상비 3백만원 운영위원 박은영(중부대학교 교수, 운영위원장) 박영석(플레이스온 대표) 최윤석(그람디자인 대표) 최재혁(오픈니스 스튜디오 대표) 최혜영(성균관대학교 교수) 심사위원 박은영(중부대학교 교수, 심사위원장) 정욱주(서울대학교 교수)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주열(산림청 도시숲경관과 과장) 이유미(국립세종수목원 원장) 이진욱(한경대학교 교수, 예비 심사위원)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산림청, 참가팀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
    유승종 livescape(유승종, 윤상원, 안성민, 최지은, 안준석, 김유빈) 정원가의 일은 살아 있는 것들의 세계를 펼치는 일이다. 울타리 안에 관조적 공간을 조성하는 일이 아니라 울타리 너머 생명 창조의 가능성을 넓히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세계의 일원으로서 지금 우리 시대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가능성을 확장하는 일이다. 전략 인간의 활동이 주춤하며 멈출 때 자연은 놀라울 정도로 스스로 작동하며 성장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버려진 통나무 틈새에서 자라난 균들이 버섯이 되고, 버섯이 또 다른 작은 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이 그 예다. 이런 생명들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개입하며 관찰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한다. 공간과 동선 계획 작은 울타리를 만든다. 이곳에 울타리 너머의 무한한 이야기를 담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사람의 정원과 자연의 정원은 울타리로 분리되어 있지만 함께 어우러진다. 사람의 정원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자연의 정원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데 개입한다. 단, 이때의 개입은 작은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며, 두 정원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식물의 흐름만으로 위요된 공간을 만든다. 기존 시설의 동선과 포켓쉼터, 어린나무의 정원, 흔들리는 바람의 정원이 한데 어우러져 위요된 포켓형 휴게 공간이 형성된다. 동선은 정원과 면한 세종수목원 전시 관람 도로와 보조 동선에서 출발한다. 내부에는 산책로와 휴게 공간을 건너다닐 수 있는 브리지를 둔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유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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