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jeremy28@naver.com)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사하라사막 1번지에 사는 도마뱀이 집을 만드는 데 정원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가 와서 작업을 시작했다. 남극에 있는 황제펭귄이 이 소문을 듣고 자기도 정원을 갖고 싶다고 의뢰가 들어온다.”
조경을 화두로 고민하는 청년 조경가 김지환 조경작업소 라디오 소장은 그가 꿈꾸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조경모색-경청시간’ 첫 번째 강연을 시작했다.
‘조경모색’은 20일 을지로에 위치한 ‘작은물’에서 ‘조경’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강연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첫 강연자로 나선 김지환 소장은 ‘100가지 줄넘기 아이디어’를 주제로 열띤 강연을 펼쳤다. 그는 조경을 사랑하고 있는 본인이 ‘조경’이란 화두로 하고 싶은 다양한 일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한 덕후”라며, 자신이 틈틈이 적어놓은 생각과 향후 새롭게 시도하고자 하는 본인만의 아이디어를 다른 청년 조경가들과 함께 공유했다.
‘라디오’는 외부공간을 기획, 설계, 조성하는 평범 소시민 창작집단을 표방하는 조경기반 미디어플랫폼으로 지난해 설립된 회사다. 조경을 단순 설계·시공 등의 구분이 아닌 개방적이고 열린 업역 사이의 활동을 통해 지난 40~50년 동안의 조경을 알리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새로운 조경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김 소장은 정원박람회 참여 작품부터 완충녹지, 리조트, 마을만들기까지 그동안의 작업들을 소개하고, 잘 알려진 공공 프로젝트를 뒤집어 본 가상의 아이디어 작업까지 모아서 보여주며 본인이 갖고 있는 조경에 대한 생각과 고민들을 풀어냈다.
김 소장은 “지금을 위기와 기회로 구분하는 시선이 안타깝다”며 “조경학·업은 위태로움을 안고 태어났다. 특히 우리나라 조경은 갓 태어나 바로 입양된 아이와 같다. 조경이 뭔지 모르는 선생, 발주처, 직장인, 일반인 사이에서 어떻게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겠는가?”란 물음을 던졌다.
위기는 태어나서 얼마 안 된 시기에 있었던 것이고 지금은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을 뿐이란 것이 김 소장의 생각이다.
아울러 김 소장은 “결과를 해석하고 다른 가치를 담는 조경이 있기에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기회다”며 “무언가를 위해 의미 부여를 하고 정의를 하다보면 단정 짓게 되고 나누게 되고 구속받게 된다. 있었던 것을 인정하고 다시 한 발 내딛으면 된다. 지금의 한 발은 앞의 한 발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라디오가 모색하는 방향에는 ‘조경작업자 반출방지계획’도 포함돼 있다.
김 소장은 “조경 분야에 들어왔다 나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인력난도 심각하다. 조경을 전공한 사람들이 다른 일을 모색하더라도 조경이란 테두리 안에서 작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자유롭게 서로가 서로를 넘나들면서 경험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지면 조경계가 하나의 큰 기업처럼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라디오의 방향이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기존의 생각을 뒤집어 다르게 보고, 스스로 질문하며 실험·연구를 통해 길을 찾는 중이라는 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경은 눈에 보이는 것의 거의 모든 것의 가치 판단이다. 이러한 기조로 세계적인 활동을 꿈꾼다. 스스로의 정의도 내릴 수 있고 잣대도 있기 때문에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