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jeremy28@naver.com)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잔] 조선의 실학자 청담 이중환은 『택리지』(1751)에서 살만한 땅 낙토의 조건으로 지리, 생리, 인심, 산수 등 네 가지 필요충분조건을 제시했다. 특히 ‘산수’ 편에서는 “기름진 땅과 넓은 들, 지세가 좋은 안온한 땅에 집을 짓고, 십리 밖 반나절 거리에 아름다운 승경처를 정하여 때때로 묵으며 정신을 화창케 한ㄴ다면 대대로 이어갈 만하다”고 했다.
『선조들이 향유한 한국의 아름다운 옛 정원 10선』의 저자에 따르면 우리 땅에 펼쳐진 낙토의 조건은 아름다운 산수형국에 정신세계의 지평을 넓혀 주는 상징적 의미를 대입하고 사계절 풍광미를 즐기기 위한 차경 정원의 속성이 강하게 표출된다.
저자는 한국의 정원은 어떻게 꾸미느냐 하는 작위적 관점 보다 어떻게 자리 잡기 하느냐가 환경미학의 본질이라 말한다. 여기에 뜰을 가꾸어 수심양성을 위한 상징성 짙은 정심수의 도입, 음양사상이 반영된 토지이용과 수경, 점경물 등 절제된 설계논리를 통한 경관 향유 방식임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 명원 사례에서 창덕궁 궁궐정원을 별도의 장으로 엮어 ‘한국의 10대 명원’으로 주제를 정하고, 선조들이 우리 땅에 일군 정원문화와 향유 양상을 추적해 보고한다. 저자는 오랜 기간의 답사와 연구, 기고와 평론 등의 글을 종합해 이 책을 엮었다.
자연 풍토조건에 기대어 아름답게 펼쳐진 한국적 정원문화의 탐색을 통해 선조들의 자연관과 생활철학 등 가치관을 성찰하고, 생태적 가치와 문화적 역량을 건전하게 자리매김한 환경설계 논리와 정원미학을 음미한다.
저자는 책에서 “한국정원의 정체성을 공유하며 문화와 경관, 그리고 조경과 정원 관련 전문가들을 포함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흥미 있는 읽을거리가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저자 신상섭은 고려대학교에서 전통조경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9년부터 우석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Colorado 주립대학교 조경학과 연구교수,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전북 문화재기술심의위원장, 국방부와 산자부, 농촌진흥청 등의 자문 및 심의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문화재청 전문위원, 조달청 기술심의위원, 전라북도 문화재위원, 전주시 경관심의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자랑스러운 조경인상을 수상(2013)했고, 전통마을 문화경관 찾기, 동양조경문화사, 한국의 조경(영문판) 등 20여 권의 저술서, 100여 편의 논문, 그리고 국제정원박람회(중국 우한, 2016) 당선작 등 국내외 30여 편의 조경설계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