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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도 개발, 서울은 토지 가격만 오를 우려… 실효성 의문 30~40년 후엔 재건축·재개발도 못하고 흉물될 가능성 높아
  • 이형주 (jeremy28@naver.com)
  • 입력 2021-02-07 17:20
  • 수정 2021-02-07 17:20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정부의 공공주도 주택 공급 정책이 서울에선 토지 가격만 올리고 실제 주택 공급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정부는 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부·지자체·공기업이 주도해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 전국 83만호 주택 부지를 추가 공급하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이 사업을 주도할 경우 용적률, 층수, 일조, 채광, 조경, 주차장 설치 의무 등 도시·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기부채납도 완화하며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도 받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8.4 대책 발표 때부터 서울 50층 제한을 깨고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린다는 내용에 도시경관·주거환경 쾌적성 저해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다 지난 1월 19일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서울의 307개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반경 500m까지 용적률 700% 상향이 가능해졌다.


역세권 복합용도개발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대상에 일반주거지역을 포함하고, 지구단위계획으로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경우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완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일조권과 채광, 조경 설치, 주차장 의무 확보 기준까지 다 완화하면서 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뤄진다 해도 또 다른 도시 문제가 야기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발표와 관련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정책조정분과위원장을 지낸 윤혁경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주거환경을 제대로 갖춘 아파트, 살고 싶은 아파트에 대한 공급대책이 미흡하다면 이는 온전한 대책이라 할 수 없다”며 “제대로 된 단지형 아파트는 재건축, 재개발만 풀어주면 공급 가능하겠지만, 정부는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만 추진하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공공재건축은 기대만큼 원활하지 않고, 공공재개발로 어느 정도 공급되겠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서울 외곽의 3기 신도시에선 나름 제대로 된 아파트가 공급되겠지만, 서울을 떠나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용적률을 700%까지 올리는 역세권 복합용도개발 사업은 주택 공급 효과는 없는 반면, 부동산 가격만 올려놓는 큰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윤혁경 대표는 정부가 주택공급 촉진을 위해 추진하는 역세권 복합용도개발은 실행가능성이 없는 제도이며, 만약 사업이 추진된다 해도 다섯 가지 측면에서 도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윤 대표는 “주택공급 의지는 좋은데, 현실적으로 소형필지 재건축은 문제가 있다. 용적률을 700%까지 높여줘도 재건축을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기존 공동주택은 단지화 돼 있으니 재건축해도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건 허용이 안 된다. 단독주택지 땅을 사서 재건축한다 하는데, 조합 결정까지도 시간이 걸리고 사업 시행만 5~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2018년 사라진 단독주택 재건축 제도가 부활해야 그나마 실행 가능성이 보인다. 하지만 이것도 주민 동의 받기가 어렵고 사업 추진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다세대, 다가구가 들어선 동네 주민들이 얼마나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동의를 받는 데만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실행가능성이 전혀 없는 무의미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소형필지 재건축이 시행됐을 때는 ▲도로·공원 등 도시기반시설 부족에 따른 문제 ▲유아원, 유치원, 학교 등 교육환경 부족에 따른 문제 ▲나 홀로 아파트로 인한 민원 폭주와 도시경관 훼손 문제 ▲제대로 된 조건을 갖춘 아파트 공급대책에 대한 미흡한 문제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는 토지 가격에 대한 문제 등 5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먼저 도로·공원 등 도시기반시설 부족에 따른 문제다. 늘어난 주차대수와 교통량 증가에 따른 도로 너비는 최소 8m 이상 15m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저층주거지는 대개 4~6m 폭의 도로와 접하고 있어, 용적률 700%를 개발하는 데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개발지 주변으로까지의 도로 확장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소규모 개발은 공원 등 녹지 확보 의무가 없기 때문에 열악한 주거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지적이다.


다음은 교육환경 부족 문제다. 정부는 기존의 기반시설이 대부분 양호한 ‘민간재건축’, 재개발사업을 통해 필요한 기반시설 확보가 가능한 ‘민간재개발’은 억제하면서 단독 필지형 아파트를 공급하려 한다. 이와 같은 나 홀로 아파트가 여기저기 우후죽순 건립되면 유아원, 유치원, 학교용지 확보가 전혀 불가능하단 지적이다.


나 홀로 아파트로 인한 민원 폭주와 도시경관 훼손 문제도 우려된다. 윤 대표는 3~5층인 기존 주거지역에 용적률 500% 이상, 30~50층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준주거지역에서 대폭 완화되는 일조 기준에 따라 발생하는 일조·조망권 침해에 대한 민원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여기저기 들어서는 한두 동짜리 고층 아파트로 인한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도시경관에도 좋지 않은 변화가 찾아올 것을 우려했다.


또한 윤 대표는 “현재 서울시가 허용하는 역세권 350m 반경의 주거지역을 상업지역까지 변경, 600~800%의 1~2인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2030청년주택’만 보더라도 10년간 저렴한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다는 장점 이외에는 제대로 된 주거환경 확보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런 아파트만 공급한다고 해서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다면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윤 대표는 개발은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서 결국 토지 가격만 오르는 일이 발생할 것을 가장 우려했다.


윤 대표는 “토지주가 직접 아파트 사업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 부동산 개발업자가 토지를 매수해서 개발하는데, 매수 시점에 700%까지 개발 가능한 토지가격이 매겨진 상태로 거래되기 때문에 기대하는 것처럼 개발되긴 어려울 수 있다”며 “1~2인 소유는 그나마 토지거래가 쉽겠지만, 1동에 보통 6~10인이 소유한 다세대주택이라면 3~5채를 구입해 아파트를 건립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 민성훈 수원대학교 건축도시부동산학부 교수도 “역세권에 청년들을 위한 고밀도 주거를 제공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토지 가격이 덩달아 오르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수가 있다. 토지 가격만 올려놓고 집은 공급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 교수는 “도심에 주거가 많이 모자란 건 사실이고, 청년주거는 형태나 패턴을 보면 3~4인 가정에 비해 조망, 일조 등에 덜 예민하니 도심에서 주거하면서 생산활동을 열심히 해야 하는 청년들이 대중교통이 좋은 곳에 주거하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토지 가격이 동일할 때 용적률, 층고를 높여서 더 많이 지을 수 있으면 사업성이 나오니 디벨로퍼가 많이 건설하면 주택 공급이 빨리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개발 후보지는 토지 가격이 오를 것이고, 움직이는 토지 가격으로 인해 정부가 목표한 만큼 주택 공급을 많이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사람이 살기 어려운 삭막한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조경을 비롯한 주거를 위한 다양한 기술이 많이 개발됐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높은 고밀도 주거 개발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청년들이 살고 싶어 할 만큼 좋은 환경이 제공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당장에 공급된다 하더라도 30~40년 뒤 건물이 노후화했을 때 재건축을 포함한 도시 정비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분양으로 소유권이 쪼개졌을 때 저층은 비교적 쉽지만 고층은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재건축, 재개발이 어려워져 흉물로 남을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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