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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말 안양천공원에 스무개 정도의 의자를 설치했다. 작년 환경부가 양평교 주변 1만5000㎡ 둔치에 초화원을 조성하면서 수변 산책로와 포켓쉼터를 설치했는데, 쉼터에는 정작 의자없이 포장만 해놓았기 때문이었다. 물멍하기 맞춤한 장소라 오래 앉을 수 있는 등의자를 골라야 했는데 간혹 침수가 되는 곳이라 한참을 망설였다. 홍수가 무서운 것이 물만 덮치는 게 아니라 토사는 물론 각종 나뭇가지와 풀, 쓰레기 등이 뒤엉켜 내려오는데, 의자와 같은 시설에 달라붙으면 수압을 받는 면적이 커지며 뿌리째 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장고 끝에 외발로 선 단순한 등의자를 골라 설치했고, 지나는 분들이 간간이 물멍하며 다리쉼을 하신다. 끝났나 싶었지만 곧 햇볕이 따가워지는 철이라 다시 고민에 들었다. 결국 쉼터마다 그늘목을 심기로 하고 강가에서 잘 버티면서도 겨울 철새들 먹이로 유익한 참느릅나무를 수배했다. 동네 자그마한 어린이공원에 그늘막 주변으로 각양각색 1인용 의자들이 모인 걸 볼 수 있다. 모든 공원은 아니고 주변에 어르신이 많이 사셔서 서로 어울리는 분들이 많고 그늘이 깊은 공원일 경우다. 동네 어르신들이 개별적으로 가져다 놓으신 일명 ‘움직이는 의자’인데, 추울 때는 햇볕으로 더울 때는 그늘로 비올 때는 비가림 아래로 이동한다. 등받이가 있고 푹신한 재질이 많으며 간혹 바퀴가 달린 경우도 있다. 작은 공원엔 의자가 제한적이라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니 서비스를 자급하는 방식인데, 어르신 특성상 오래 머무르셔야 하니 등받이가 없으면 지속성이 떨어지고, 딱딱한 재질도 부담이고, 무엇보다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다. 문제는 불법이라는 이유로 철거를 요구하는 반대 민원인데, 내키지는 않지만 적절한 위치와 방향으로 의자를 추가하면서 조금씩 양보하는 차선책으로 수렴되기도 한다. 움직이는 의자는 햇볕과 그늘을 찾거나 고독과 대화를 위해 의지대로 이동시킬 수 있어 이용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순기능이 크나, 훼손과 분실에 대한 관리 우려 또한 상존해 공원의 오랜 쟁점이었다. 이제는 고객을 환대하는 상징으로써 공원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때다. 양천구는 2022년 파리공원에 시범적으로 도입했고, 지난 말 리노베이션한 오목공원에선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전면 시행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오목공원 회랑 아래론 부드러운 라탄의자와 테이블이, 그늘 깊은 숲라운지에는 철재 가든벤치와 테이블이 설치되어 인기를 독차지한다. 아직 단 1개만 분실되었을 정도로 잘 지켜지고 있어 큰 걱정은 덜었으나, 외려 입소문이 나면서 이용객이 늘어 지속적으로 추가해야 하는 행복한 상황이다. 의자와 관련된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팔걸이를 빙자한 노숙인 배척장치다. 많은 짐을 동반하며 심각한 냄새를 풍기고 (술에 취해) 의자에 누운 노숙인을 좋아하기는 누구도 어렵다. 하나 분명한 것은 특별한 사회적 계기가 없는 한 노숙인은 크게 늘어나지 않으며, 더더군다나 의자 때문에 노숙인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군가를 배제하려는 건 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우리도 혹여 응급상황 등으로 공원에서 잠시 누워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정 어렵다면 1인용 의자를 놓는 한이 있더라도, 도시의 품위를 내려놓지는 말자. 차별은 인권의 문제이며 공공공간의 태생적 취지와도 걸맞지 않는다. 이렇듯 공원을 관리하는 일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사람뿐 아닌 방문하는 뭇 생명에게도 환대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쁜 도시인들이 잠시나마 그곳에 머물길 바란다면 의자는 필수다. 공원은 도시의 쉼표고 의자는 공원의 쉼표다. 삭막한 도시라는 표현도 한편으론 몸 누일 공간(집)도 몸 쉴 공간(의자)도 부족한 탓일테니, 우리가 유독 카페에 집착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점심때마다 직원들과 카페를 찾는데, 커피맛이 우선이지만 멋진 경관과 쾌적한 공간과 편안한 의자도 중요한 기준이다. 언제나 우리를, 아니 우리의 카드를 환대하는 공간이지만, 아뿔싸, 자리가 없는 경우도 다반사고, 원하는 자리는 늘 귀하고, 아니, 원하는 숫자만큼의 자리마저도 쉽지 않다. 어쩌면 이리도 도시의 공간들과 빼닮았는지. 이런 빈틈을 메우는 완충공간이 공원과 같은 공공공간이라 무척 소중하다. 특히, 의자는 공공공간이 제공하는 환대의 수준과 정비례하는데, 도시에서 늘 공원이 부족한 것처럼 공원에서도 늘 의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늘 깊은 숲, 멋진 전망, 시원하고 맑은 물, 사랑스러운 아이를 바라보는 자리에 의자는 더 놓여져야 한다. 그래야 더 머무른다. 상업 서비스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게 체류시간인데, 공원도 마찬가지다. 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기꺼이 오랜 시간을 내어 줄 만큼 감동받는 것이고, 의자는 그 핵심이다. 누구나 소중한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려는 욕망을 충분히 받아 안는 공원을 꿈꾼다. 도시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공공공간의 환대가 온갖 위기 속에서도 결국 도시를 구할 것이다.
  •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조경공사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 생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조경수의 역할을 설명한 책이 발간됐다. 신간 ‘도시나무 오디세이’는 저자가 2023년 3월부터 환경과조경에‘도시 나무오디세이아’로 연재하던 글을 묶어 출간한 책이다. 오랜 시간 조경 현장에 근무한 저자는 아름다운 경관을 만드는 데에서 나아가 생태계 복원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나무에 대한 시각이 다양해졌다. 이 책은 48종의 도시 나무에 대한 에피소드를 스토리텔링 한 책이다. 나무 지식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나무를 심는 과정에 대해 일반인은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무를 심는 장소, 시기, 공사비, 유행 등을 설명한다. 또한 도시에서 볼 수 있는 키가 큰 나무 48종을 4계절로 나눠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나무의 특징과 정보를 제공한다. 꽃이 주는 화려함뿐만 아니라 신록이나 단풍색과 가지 발달까지 이야기 하며, 단순히 나무 이름만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생태나 인문학적 가치까지 설명한다. 아울러 나무별 생산 및 식재 방법과 키울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조경수의 지식을 제공한다. 저자 홍태식은 강원도 동해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단국대에서 농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건설에서 조경업무를 시작해 청산조경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성균관대·삼육대·청주대·연암대 등에서 조경시공과 생태복원을 강의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시설물공사업 회장, 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정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참여 공사로는 청와대 관저, 제일은행본점, 평화의 공원, 서울숲 등이 있다.
  • 벚꽃의 짧은 계절이 지고 봄꽃들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미풍의 계절이다. 이 계절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정영선 선생님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극장에는 정영선 선생님의 영화가 상영 중이다. 지난주에는 전시를 보았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전시실에 한국 조경의 거의 모든 것이 압축적으로 담겨있어 정영선이라는 거인에 압도되었다가,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은 검박한 정원에서는 정영선이 주는 소소하며 편안한 위안을 받았다. 이번 주에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정영선이라는 사람과 그가 만든 공간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정영선이 작은 중정에 숲을 닮은 정원 같았고, 포항의 바위와 바다와 어우러진 해국의 경관이 정영선 같았다. 벚꽃이 내리는 봄의 후원과 눈이 내리는 겨울이 후원의 모습이 교차하는 장면은 황홀했다가, 풀과 꽃에게 말을 걸며 쪼그려 정원을 어루만지는 선생님의 모습은 모두의 마음에 있는 할머니의 모습처럼 그리웠다. ‘땅에 쓰는 시’라는 영화의 제목은 정영선 선생님이 직접 정하셨다고 한다. “하늘보다 더 높은 하늘이, 바다보다 더 깊은 바다가, 내 앞에 고개를 숙였다.” 영화에서 선생님은 본인 쓴 백합이라는 시를 읊으신다. 감독님이 전하기를 선생님은 조경은 시처럼 아름다워야 하고, 그 아름다움은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준비하는 사전 회의에서 선생님을 잘 아시는 건축가는 선생님의 조경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셨다. 선생님의 조경은 자기의 목소리를 내세우지 않으며 모든 것을 어울리게 만드는 배경을 제공하는 자연의 겸손함 닮았다. 나는 그 말이 선생님의 조경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평가이면서도 가장 큰 오해라고 생각했다.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하여, 울림의 공명이 작은 것이 아니다.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지 않아도 지워지지 않는 선명한 기억의 각인을 세길 수 있다. 시인이 약하고 여리다는 것은 편견이다. 선생님은 시인이면서 전사였다. 아직 조경의 영역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던 개발시기의 건설판에서 첫 조경기술사로서 선생님은 전사였을 수밖에 없었다. 정치가들과 행정가들을 설득해 여의도 샛강을 자연으로 돌리기 위한 과정은 투쟁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의 겸손은 양보와 낮춤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투쟁의 결과이다. 혼자 우뚝 서고 싶고 가장 화려하고 싶은 의지들과 맞서 땅에 시로 쓴 조경을 하기 위해 선생님은 강렬히 온 힘을 다해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시인이 선생님의 지향이었다면 전사는 시대가 선생님에게 던진 소명의 결과였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는 감독님께 영화를 찍으면서 우리 조경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혹시 아쉬운 점이 없냐고 물어보았다. 감독님은 조경이 늘 내세우는 겸양의 미덕을 추켜세우시면서 재치 있는 답을 해주셨다. “글쎄요. 아쉬웠다기보다 의외였던 것이 있기는 했어요. 영화를 만드는 중간에 정영선 선생님께서 젤리코 어워드를 받으셨잖아요. 하늘이 이 영화를 돕는구나 싶었어요. 이 상이 조경가에게 주는 최고의 상, 노벨상이나 건축의 프리츠커 상과 같은 영예잖아요. 그래서 저는 조경계가 나서서 많은 홍보도 하고, 신문이나 뉴스에도 크게 나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너무 조용한 거예요.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도 사실 엄청난 일이잖아요. 세계적인 상도 받고, 영화도 나오는데 이렇게 조경하시는 분들이 본인들의 이야기에 조용한 것이 의외이기는 해요. 아마 조경하시는 분들 자연을 닮아 겸손하시고 말을 아끼시는 경향이 있나 봐요.” 50년이 걸렸다. 조경가가 국현에서 전시를 하고, 조경가에 대한 영화가 나오기까지 50년이 걸렸다. 한국 조경가가 세계 최고의 조경가에게 주는 상을 받기까지 50년이 걸렸다. 그런데 한국 조경은 별말이 없다. 할 말이 없는 것인지, 겸손한 것인지, 다른 일에 바빠서 관심이 없는 것인지 조용하다. 조경 관련 매체에서도, 조경 학계에서도 정영선과 서안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기획은 보지 못했다. 건축과 예술 분야의 사람들이 오히려 나에게 묻는다. 정영선 선생님의 전시와 영화를 보았냐고. 그런 좋은 전시와 영화가 나왔는데도 왜 너희는 아무런 말이 없냐고. 전시회에 걸린 작품의 리스트를 보았다. 나는 앞으로 그 정도 위상과 규모의 프로젝트를 몇 개나 할 수 있겠느냐고 자문해보았다. 아마도 그 어떤 조경가도 그 정도의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조경가들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는 과거 정영선과 서안에 주어진 그런 큰 프로젝트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정영선 선생님을 통해 마련된 이 축복과 같은 기회와 시기를 그냥 지나쳐 버리면 앞으로 한국 조경에 대한 이런 뜨겁고 애정 어린 관심받게 될 계기는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조바심이 생겼다. 이 전시와 영화는 그 끝에서 우리 조경의 다음 이야기는 무엇인지 우리에게 되묻는다. 정영선의 조경이 아무리 아름답고 감동적이어도 그것은 정영선의 길이지 우리 조경에 대한 정답지도 아니고 종착지도 아니다. 우리는 정영선과 다른 자신의 시를 써야 하고, 정영선이 마주한 현실과는 다른 현실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정영선의 조경을 자양분으로 삼아 각기 다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 할 것이며 그렇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이야기를 우리가 줄기차게 떠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겸양의 미덕은 잠시 치워두고 아무리 작은 의미라도 부풀려 우리의 조경 이야기를 여기저기 퍼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대가 되어야 한다. 광대, 딴따라, 연예인, 인플루언서가 되어 스스로 풍악을 울리며 조경을 팔아야 한다. 누군가 전시를 기획해주고 초청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이제 우리가 스스로의 전시를 만들고, 영화를 만들어줬으면 소망하기보다 사람들이 볼 만한 영상 콘텐츠라도 만들 고민을 해야 한다. 전시의 한 영상에는 정영선 선생님이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정에 정원을 만들기 위해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에게 허락을 얻고 조언을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광화문 광장을 같이 설계했던 소장과 함께 한 저녁 자리에서 지인이 우리에게 물어보았다. 광화문 광장에 팬지 꽃밭이 조성되었는데 원설계자인 우리가 허락한 일이냐고. 우리는 둘 다 금시초문이었고 조경에서는 그런 것이 관행이라고 얼버무렸다. 최근 골프장을 설계한 조경설계사들이 무단으로 골프장 설계에 대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였는데, 법원은 골프코스 설계는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하면서 패소하였다. 건축가의 권리와 너무나도 상반되는 조경의 문제를 보며 나는 담당 공무원에게 화를 내고 또 다른 소송을 준비하는 것보다 지금 열리고 있는 전시와 상영 중인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고 알려지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조경에 이런 전시와 영화가 몇 번 더 나와 조경에 대한 사람들과 사회의 이해가 높아졌을 때, 조경은 스스로 권리를 인정받고자 애를 쓰지 않아도 될까? 범죄도시 4가 개봉 4일 만에 300만 명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나는 다시 마음이 초조해졌다. ‘땅에 쓰는 시’를 본 관객 수는 6,500명인데, 이 아름다운 조경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만 더 오래 상영관에 걸려, 조금만 더 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김영민 /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 글로벌 농산물중에서 오렌지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썬키스트, 델몬트, 키위는 제스프리, 이러한 유명 브랜드는 글로벌시장에서 고객들의 머리속에 믿을 수 있는 고품질의 명품으로 인식되어 있다. K-농산물중에서는 2016년 전후에 중국시장에서 급성장했던 유자청 식품이 있는데, 지속성장한 대표브랜드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시장에서 보기힘든 자연의 달콤함과 차로도 타서 마실수 있는 장점으로 히트상품으로 성장해왔다. 일본의 경우에는 오랜시간 가업으로 전통을 계승하며 발전시켜온 농산물이나, 식품들이 많은데, 명품 메론 하나에 200만 원 선에 판매하는 제품도 있다. 오랜시간 고객들로부터 전통적인 기술과 품질과 신뢰도, 고객만족 요소를 꾸준히 받아서 명품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유명 브랜드 제품들의 특징이다. 특히 유명 브랜드라면 핵심 이미지와 색, 제품명, 형태, 전통, 일관된 고품질등이 오랜시간 고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확대 재생산되며, 고객의 머리속에 명품 브랜드로 존재해 왔다. 필자는 농업전문가, 정원문화전문가로서 선진국인 네델란드등에 우리 종자와 종묘를 수출하는 사람으로서, 네델란드 화훼산업의 국제경쟁력에 대해서 연구해왔다. 그들은 오랫동안 민관학협력체제로 신품종, 신기술 연구개발부터 농법의 개발, 온·오프라인 플랫폼의 구축, 국제전시회 개최등을 통하여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들의 종자, 종묘, 완제품들은 이미 체계화되고, 명품브랜드화 되어, 글로벌시장에서 리더역활을 하면서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냉동김밥이 새롭게 성공적으로 미국시장에서 팔리고 있으며, 한국산 초고파이, 만두 제품등도 미국, 러시아, 중국, 베트남등에서 히트하고 있는 성공사례들도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등 동남아시장에서는 한국산 딸기등 과일들이 히트상품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한류열풍도 함께 작용하여, 한국산 K-농산물의 성공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모든 마케팅 성공의 원천은 대한민국 5000년을 이어온 현대 농업의 성과이다. 우리나라에는 300만 명의 농업인들이 있다. 그중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특별히 선정하는 한국신지식농업인들이 있고, 이분들이 대한민국 농산물 분야에서 수십년간 성공해온 전문가들이다. 농업 전문가로서 우수한 종자와 종묘 개발,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농산물 가공식품까지 확장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좋은 기반을 육성하여 이제는 좀더 체계적으로 민관학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함께 협력하여 ‘K-농산물의 전문브랜드화와 글로벌시장 수출’을 추진하는 구체적인 정책방안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이를 위하여 종자, 종묘, 생산농법, 수확, 포장등의 전과정을 전문화, 시스템화 해야 한다. 또한 완제품을 기반으로 정밀한 시장조사 및 비교분석, 영업성공요소의 확충, 실패요소의 대책수립, 브랜드 네이밍, 명확한 디자인, 진실한 스토리텔링, 팩키지 디자인, AI플랫폼으로의 전환, 브랜드상품화 전략과 수출확장에 각 전문가들과 연합하여 함께 연구하고, 협력하여야 한다. 필자는 그동안 이러한 노력을 민관학 전문가들이 연합하여 함께함으로 향후 거대한 글로벌시장에서 인류공영에 기여하고, 부농이 많아지고, 농산물 분야의 리더가 되고, K-농산물 수출의 활성화가 되기 바라며, 신지식농업인의 한사람으로서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박공영 / 우리씨드 그룹 회장
    • 박공영 주식회사 우리씨드 그룹 회장
    • 2024-05-02
  • 은퇴하신 회사 선배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건강, 돈, 친구’가 제일 중요하다고 반복해 강조하셨다. ‘돈’이야 어렵겠으나, ‘건강’과 ‘친구’라면 그래도 공원이 제법 커버할 수 있겠다 싶었다. 기실 공원의 발단이 1832년 영국 런던의 콜레라 대유행과 연관이 클 정도로 공원과 건강은 한 몸이나 다름없다. 공원에서 산책과 달리기 등 운동을 통한 시민의 건강뿐 아니라, 맑은 공기와 생태계 조절 등 도시의 건강까지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런 건강 측면으로 요즘 공원에서 유의미한 움직임이라면 ‘맨발걷기 붐’과 ‘야외체육시설의 진화’가 손 꼽힌다. 점점 흙이 없는 도시가 되니 외려 흙길을 찾는 것인지, 맨발걷기는 현재 공원에서 가장 핫한 이슈다. 어찌 보면 건강의 영역을 벗어나 신화의 영역에 다다를 정도. 거친 산길을 맨발로 걷는 건 기행에 가까웠는데, 2006년 대전 계족산 황톳길(14㎞)을 시작으로 2020년 서울 양천구 안양천 황톳길(570m)과 강남구 양재천 황톳길(600m) 조성 등을 통해 맨발걷기용 흙길이 공원 제도권으로 진입했다. 물론 맨발공원으로 불리던 지압보도도 있었다. 밀레니엄 전후로 주요 공원마다 자갈, 사고석 등의 재질로 지압로가 조성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현재도 일부 남아있지만, 이젠 이용률이 극히 저조해지며 사라져간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공원도 개별 시설마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흥망성쇠를 겪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공원으로 진출한 황톳길에서 수년간 경험이 쌓이고 민간단체가 태동하고 몇몇 언론보도를 통해 맨발걷기의 장점이 증폭되는 과정을 거치며, 2022년부터는 공원 내 흙길 조성 요구가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작년부터 양천구는 현황조사를 거쳐 총 20개소 3.7㎞의 맨발흙길 기본계획을 수립·추진 중이고, 전국 주요 공원마다 황톳길 등 맨발흙길 조성이 쇄도한다. 신규 조성뿐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활성화된 공원 내 흙길을 정비하는 방식도 활발하고, 시설 측면에서도 황톳길과 마사토길, 건식흙길과 습식흙길로의 분화와 배수를 위한 황토 배합비 조절, 이용 편의를 위한 세족장, 신발장, 비닐하우스, 방수포 설치 등 다방면으로 진화 중이다. 건강 측면에서 요즘 공원의 또 다른 이슈는 야외체육시설의 진화다. 2000년대 초반 공원에 처음 도입된 야외체육시설은 종목 확대와 내구성·디자인 개선 수준에 머무르다, 팬데믹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진화했다. 초기 집합금지와 거리두기로 인해 인기를 끌며 공스장(공원+헬스장), 산스장(산+헬스장) 같은 유행어를 만들더니, 팬데믹이 지속되며 높아진 수요는 난이도 높은 근력운동과 맨손 복합운동기구로는 물론, 난이도 낮은 어르신을 위한 감각 운동기구로까지 확대시켰다. 비가림 시설과 조합해 일상성도 높였고 에너지 생성까지 스마트하게 뻗어나가면서, 상대적으로 배제되었던 청년과 여성까지 폭넓게 포용하는 중이다. 두 번째 주제인 ‘친구’로 넘어가기 전에 소개하고픈 중첩된 사례가 도심 공원과 거리에서 자주 만나는 러닝크루(Running Crew)다. 주로 평일이나 일요일 저녁, 젊은 직장인이나 학생 그룹이 깔끔한 복장으로 줄지어 달린다. 건강을 챙기면서도 느슨한 팀워크를 구축해 안전성과 참여도를 높이는데, 볼 때마다 흐뭇하다. 이런 낮은 단계의 관계망은 ‘혼자’를 강조했던 팬데믹을 거친 이후 도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트렌드이기도 하다. ‘친구’라 표현했지만 ‘관계’로 해석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할 것이다. 공원은 혼자 찾는 사람도 많고 또 그만큼 다양한 관계망이 동반되기도 한다. 가족이나 연인과 피크닉을 위해 찾는 경우도, 친구와 함께 운동을 즐기는 경우도, 반려견 등 반려동물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전국에 600만 명(命) 정도로 추산되는 반려견은 요즘 공원의 주 이용객으로서 큰 변화를 이끈다. 2004년 최초로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반려견 놀이터가 생긴 후,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지역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를 넘어서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하나 인구 4명에 1명꼴, 약 1300만 명까지 반려인구가 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특히 팬데믹을 지나며 반려동물 입양률이 연간 20% 가까이 증가하니, 반대 목소리를 드높이시던 어르신들의 데시벨이 크게 낮아졌다. 현재 서울시 공원내에만 반려견 놀이터 23개가 운영중이며, 그 중 양천구도 7개로 30%를 차지한다. 특히, 내달 양천구 목동IC 남측녹지대에 개장하는 ‘목동반려숲’은 녹지공간 전체를 반려견 테마로 꾸몄다. 앞으로 모든 공원에 다양한 형식의 반려견 놀이터가 도입될 뿐 아니라, 교육기관, 보호소, 보건소, 캠핑장 등 반려동물 테마시설도 확대될 것이다. 반려동물뿐인가? 팬데믹은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도 키웠다. 즉각적 반응이 특징인 반려견과 스마트폰에 대응하는 ‘느린 관계 맺기’다. 집에서의 반려식물은 공원에서의 텃밭과 정원으로 확장되는데, 모두 가드닝의 영역이다. 요즘 공원에서 식물 관련 최대 이슈는 ‘정원’으로, 전국적인 정원도시 트렌드와 맞물리며 도시의 공원과 거리를 다채로운 정원으로 바꾸는 중이다. 서울시는 작년 5월 정원도시 선언에 이어 올해 봄에만 1000개의 매력정원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양천구도 도시 곳곳에 25개의 매력정원을 일구는 상황. 우리는 왜 이렇게 공원과 거리에 정원을 만들려 노력할까? 정원이 갖는 아름다움과 계절감과 색과 향기와 질감의 매력도 그 이유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복잡한 도시 속에서 인간이 자연과 더 밀착된 관계를 맺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선 모두 ‘반려’식물인 셈. 집에서의 반려식물도 공원 내 정원의 확산도 불안하고 외로운 도시의 삶에 대한 대응이며, 이 노력들로 인해 공원과 거리는 더 많은 가드너들이 함께 가드닝하는 정원도시로 향해있다. 반려동물·반려식물에서 확장된 생태적 관계망 또한 중요하다. 기후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꿀벌의 실종 등 작은 곤충류의 생멸(生滅)부터 숲에서 마주치는 너구리, 강에서 살아가는 새와 물고기와 수달까지 서로 연결되며 큰 위기에 함께 대응한다. 공원에서 생물다양성에 진력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몇년새 시민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에 새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결과를 얻었다. 지속적인 조사데이터를 바탕으로 겨울철 공사 자제나 갈대군락지 관리 등에 목소리를 내주신 덕분이다. 올해부턴 양천구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 ‘에코친구’도 함께 참여한다. 결국 공원을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도시와 자연까지 서로 함께 ‘관계’ 맺음으로써 우리도 도시도 지구도 더 안전해진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간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라는 목표를 향해 모든 분야마다 부지런히 달려왔지만,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성적표로 받았다. 물론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거뒀고 민주주의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왔지만, 결국 우리 사회는 자식을 가지길 거부하는 또 스스로 삶을 소거하는 마음이 가장 강한 나라가 된 셈이다. 출산율의 추락은 젊은 세대가 불암감에 휩싸여 미래를 비관하는 것이고 자살률의 상승은 어르신 세대가 외로움에 휩싸여 현재를 비관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생명의 관점에선 가장 본능적 욕구인 생존과 번식을 선택적으로 포기하는 ‘불임사회’에 돌입했고 또 돌진해갈 태세인 셈이다. 도시는 더 심각하다.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2명에 비해 서울은 0.55명 수준이다. 도시에 사는 젊은 세대들이 도시에서의 삶을, 도시의 미래를 더 비관적으로 본다는 얘기다. 불안감과 외로움이 지배하는 불임사회의 이 엄중한 현실에 대해 도시와 공원과 시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큰 틀에서는 포용도시일 것이고 자연에 대해서는 생태도시일 것이며 공공공간과 개인의 영역에선 정원도시일 것이다. 건강하게 서로 관계맺고 진화를 통해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요즘 공원에 요구되는 핵심 과제다. 온수진 양천구청 공원녹지과장 / 공원주의자 저자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요즘 밤양갱이 때 아닌 인기를 누린다고 한다. 가수 비비의 ‘밤양갱’이란 노래 덕분이다. 밤양갱의 가사를 들어보면 헤어지는 남녀간의 평범한 노랫말인데 가사나 리듬은 달고 단 밤양갱보다 더 달콤하다.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 매력적이고, 익숙한 것 같은데 처음처럼 신선하다. 사랑과 이별, 너무나 익숙한 스토리이지만 이 노래가 우리에게 처음처럼 다가서는 이유가 뭘까? 이 노래를 듣다 순간 오버랩되는 이미지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사랑과 이별을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 박해일의 바다 그리고 안개가 자욱한 미장센의 순간을 영원히 각인시키려는 듯 영화의 OST가 흘러나온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1967년 세상에 처음 선 보인 정훈희의 ‘안개’가 2023년 ‘헤어질 결심’에서 함춘호의 기타와 송창식과의 듀엣으로 다시 태어났다. 처음처럼, 익숙하지만 낯설게. 그렇게 우리는 처음처럼 대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술자리에서 우리가 소맥으로 말아 즐겨 마시는 ‘처음처럼’의 의미를 작고하신 신영복선생은 서화 에세이집 「처음처럼」에서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라고 소개한다. 흔히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새로운 것들은 어쩌면 다시 태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재들의 라떼에나 등장할 법한 양갱이 MZ세대들 덕분에 때 아닌 호사를 누리는 것처럼. 변화에 대한 도전은 늘 두렵다. 하지만 도전은 그 자체로서 희망이기에 많은 이들이 젊은이들에게 늘 도전하라고 권유한다. 사람들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변화하는 미래에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소중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비비의 밤양갱이나 정훈희의 안개가 그렇듯,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에 대해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지 않는 삶의 방식과 전통, 그리고 축적된 삶의 가치와 문화가 미래에 어떻게 투영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도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도시, 건축, 조경 등의 삶을 담는 공간을 다루는 영역에서 처음처럼 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할 때 놓쳐서는 안 되는 변화하지 않는 가치는 아마도 공간의 공동체성과 공공성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삶터에서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사는 공동체성을 향한 도전의 한걸음 한걸음은 공간에서의 더 나은 삶, 더 나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이다. 뭔가를 처음처럼 도전해 보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느 순간 늘 해 왔던 방식에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닌지, 변화를 향한 도전을 꿈꾸는 것마저도 내가 처한 상황에서는 지극히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치부하진 않는지,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세상을 향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그저 습관처럼 일에 매달려 있지나 않는지 돌아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최근 주목할만한 공원과 광장, 그리고 공공건축 등의 사례에서 엿 볼 수 있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공동체성과 공공성의 공간언어에는 변화하지 않아야 할 공간의 공공성과 공동체성의 가치를 구현한 더불어 숲의 지혜와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정신이 담겨져 있다. 최근 지식사회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 이슈가 챗지피티(ChatGPT)이다. 생성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경이로운 지식의 재창조이다. 하지만 미래의 초정보화시대가 펼쳐지더라도 우리는 지식의 한계에 대한 도전,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끝없는 상상, 그리고 동시대를 사는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존중과 신뢰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식노동을 능가하는 현실에서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의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공간을 상상하고 공간적 상상력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체인지 메이커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이다. 미래도시에서 공동체성이란 개념과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보편적으로 도시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공동체성이란 근본 가치를 찾아 나서는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한 초개인화로 인해 내가 중심이 된 세상, 디지털공간에서마저 사유(私有)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공동체성이 인간이 과연 인간다움으로 존중되고 있는가를 묻는 화두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도시에서 우리가 꿈꾸는 희망의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온라인이거나 오프라인이거나 마찬가지로 결국 삶과 터의 관계를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삶터로서의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개인의 삶의 만족도와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일이다. 동시에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장소와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 함께 사는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장소와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미래도시에서도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 구분되지 않고 이 둘이 서로 엮여서 한 몸이 되어 삶과 터의 관계망을 잘 엮어 낸다면 삶이 터를, 동시에 터가 삶을 서로 보듬어 미래의 우리의 삶터가 공유와 공존의 숲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영범 / 건축공간연구원 원장
    • 이영범 건축공간연구원 원장
    • 2024-04-09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경의선공원, 경춘선공원, 서울로 7017... 나아가 프롬나드 플랑테(파리), 하이라인(뉴욕), 벨트라인(애틀란타)... 그렇다. 모두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선호도 높은 긴 선형공원들이다. 제주도의 올레길이나 북한산의 둘레길과 같이 트레일을 위한 길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선(라인)’으로 명명되는 공원들이다. ‘길’과 달리 ‘선’이라는 명칭에서 오는 차이는 어떠한가? 전자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그리고 자연 속에 위치한 순환형 동선을 갖춘 산책로의 느낌이다. 반면 후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그리고 도심 속에 있는 일자형 동선을 지닌 공원이다. 도심에 자리하고 있는 면적인 공원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형공원은 단순한 산책로 정도의 ‘길’적인 의미였으나, 최근에는 면적 공원을 조성할 여유가 없는 좁은 도심 공간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대안적 형태의 공원이 되고 있다. 그린네트워크라는 현판 아래 면적 공원을 연결하는 보조적 의미로서의 선형공원이 아니라, 이제는 대등한 대안이 된 것이다. 면이 주는 장점은 다양하다. 선적으로 나타나는 이용자들의 동선을 무한대로 조합할 수 있다. 그래서 각 동선의 조합에 따른 다양한 공간 활동이 가능하다. 가벼운 혼자만의 산책부터 축구와 같은 격렬한 단체 운동까지, 넓은 잔디밭에서는 시민들의 모든 여가 행태를 수용할 수 있다. 다만, 갈림길은 선택에 부담이 있는 낯선 이에게는 고민의 시작이다. 이곳을 잘 알고 자주 찾는 주민이라면 매일의 공간 체험으로 무의식적인 공간 선택이 가능하겠지만, 낯선 이에게는 객관식 시험지의 보기들과 같다. 그래서 선택(체험)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 중간고사 같은 곳이 면적 공원이다. 선은 면과는 다른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이 주연을 맡아, 미국 에미상에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을 포함해 무려 8관왕을 차지한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란 드라마가 있다. 매 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점철된 인생 속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로 실감 나게 그려냈다. 현대인들은 무의식적으로 매 순간 선택을 강요받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스트레스로 좀 쉬고 싶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걷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순간이 찾아온다면 가까운 주변의 선형공원을 찾아서 걸어보라고 귀띔해 주고 싶다. 코로나를 계기로 일방향의 선형공원은 중요한 공원의 형태로 등장했다. 강요된 선택 없이, 머리를 비운 채, 아무런 간섭없이, 짜여진 각본대로 방향과 속도를 제어해 주는 곳이 선형공원이다.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공원에 대한 매뉴얼은 단순하다. 정해진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서 머리를 비우고 심신을 단순하게 정화하는 순간이다. 다른 점은 앉는 게 아니라 걷는다는 것이다. 선형공원은 이곳을 처음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형태의 공원이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하는 관광객들에게 일방통행의 선형공원은 오히려 유용한 관광 코스가 될 수 있다. 서울을 보행 친화적인 21세기형 관광도시로 만들고 싶다면, 선형공원을 도심 속 핵심 인프라로 조성해 보길 제안한다. 서울이 가진 잠재적 랜드마크를 찾아서, 각 점을 연결한 선형공원을 조성한다면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 시점에 어떠한 시설을 놓고, 종점에 어떠한 시설이 있느냐에 따라 선형공원의 효용과 가치 그리고 이용률에 차이가 난다. 잘 짜여진 각본으로 대박 흥행을 기록할 수도 있다. 뉴욕의 하이라인은 뉴요커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전형적인 선형공원이다. 같은 선상을 왕복해야만 하는 선형공원은 지루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선형 상의 진행방향과 역방향 보행 시 보이는 경관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이를 잘 해결한 선형공원이 하이라인이다. 풍성한 나무와 초화들을 의도적으로 활용해 시야를 적절히 닫아주면서 선형을 되돌아올 때는 새로운 경관이 전개되도록 조성했다. 만약 개방감을 위해 시야를 열어주었다면, 오히려 지겹고 단조로운 공원이 되었을 것이다. 더불어 토머스 헤더윅의 베슬이라는 명확한 시점(혹은 종점)과 리틀아일랜드라는 명확한 종점(혹은 시점)이 있어 더욱 걷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센트럴파크가 보고 싶은 공원이라면 하이라인이 걷고 싶은 공원인 이유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사례로 애틀란타의 벨트라인이 있다. 둘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이용객의 차이가 있다. 하이라인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공원인 데 반해, 벨트라인은 관광객보다는 지역주민들의 이용 빈도가 높다. 조성 당시부터 바이커들을 고려하여 개방감 있게 공간을 조성하였다. 산책보다는 이동 통로의 역할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조성하여, 바닥 포장재 역시 목재나 블록보다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와 같은 재료를 주로 사용하였다. 다소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공원의 목적에서 선형공원의 형태를 그려보고 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복잡한 도심에서 면적 공원도 중요하지만, 잘 짜여진 각본처럼 의도된 선형공원을 목적에 맞게 잘 살릴 수 있다면, 걷고 싶고 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촉매 역할을 할 뿐아니라 관광객 유치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선형공원이 더 이상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인공으로 등장할 때가 왔다. 변재상 /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교수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이제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학기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시작부터 하고 보는 성격에 4년간 얻은 경험 자체는 꽤 많았고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렇게 한국의 조경에 대해 나름대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조경학을 공부하면서 조경이 타 건설 분야나 일반인들에게 조경 고유의 특정한 성격을 가진 분야로 인식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경의 법적인 위치나 대한민국 발전 구조상 현재 조경의 입지는 내부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태어난 환경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환경과 기회는 바꿀 수 있다. 녹색나눔봉사단에서의 보조 교사 경험을 통해 어떤 특성의 조경을 바라보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본다. 작년 여름 어린이 조경학교는 나에게 몇 없을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린이 조경학교는 8살~12살 사이의 아이들이 공원을 직접 돌아보고, 자신들이 원하는 공원을 설계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조에 모인 네댓 명의 아이들은 서로 나이도 학교도 성격도 다르다. 어색한 공기도 잠시, 대학생 보조 교사가 아이들에게 몇 가지 가벼운 질문들을 던지면 아이들은 공원에서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어떤 재밌는 추억이 있는지 자랑하기 시작한다. 우리 조에는 그래서 이러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초등학생임에도 어떤 공간과 놀이가 필요한지에 관한 주관이 아주 뚜렷하다. 나는 이를 통해 조경의 분명한 사회적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다. 조경은 사회적 관계성을 다루는, 타 건설 분야에는 없는 유연함을 가진 분야이다. 지금까지 기업 혹은 지자체에서 사회 공헌을 위해 활용된 조경을 살펴보자.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으로 서울숲 가꾸기, 도시 양봉, 마을 숲, 학교 숲 사업 등이 그것이고, 지자체에서는 녹색 복지를 지향하는 사업으로서 골목길 가꾸기, 정원박람회 등을 개최하고 정원 도시 슬로건을 내건다. 빈 유리병에 돌을 채우고 모래를 채우고 물을 채워야 비로소 빈 공간이 없어지는 것처럼, 사회에 약간의 공백은 늘 존재한다. 조경은 그 간극을 메우는 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공통의 기억을 도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물리적 환경에 대해 고민할 때 말이다. 어린이 조경학교는 이와 같은 과정의 축소판이었다. 어린이 조경학교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귀갓길 지하철에서 동료 봉사단원과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조경은 포크를 들고 싸우러 나가는 것 같다고, 조경’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 우리는 조경 바깥에서 새로운 네트워크와 인사이트를 찾아야 한다. 조경인은 특히나 사회적 역량을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 사람에 대해, 사람의 행동과 사람 간의 관계와 경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경험의 폭을 넓혀야 한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이용자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팀을 이룬 사람들 간의 관계를 잘 맺을 줄 알아야 한다. 시공과 설계 간의 괴리를 메울 필요도 두말할 것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경의 테두리 바깥에서 시간을 쓸 필요가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어쩌면 조경 바깥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조금 더 다양한 관련 학과 학생들을 더 많이 만났더라면 싶다. 나는 나눔연구원 봉사단과 같은 다양한 학생활동 프로그램이 풍부해져서, 보다 많은 대학생들에게 여러 대학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생겨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조경학과 학생들 간의 교류가 특정 기관이 주도하는 기관과 학생 사이의 수직적 수혜적 구조이기보다는, 학생 자신들이 주도하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울림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그 울림의 시작을 환경조경나눔연구원 녹색나눔봉사단이 마련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 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공모전과 같은 경쟁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나, 경쟁과는 다른 차원에서 사람을 많이 만나보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하는 일은 한 분야를 이끌어갈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조경을 원해서 조경을 선택한 사람이든, 조경을 어쩌다 붙들게 된 사람이든, 그들 모두가 끌리는 점 하나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공간으로 메타포를 드러낸다. 사람들 일상의 행동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공간을 만들고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킬뿐 아니라, 소속감과 더불어 공간의 의미를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조경을 사용한다. 조경을 택한 사람들은 사람과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를 이해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조경을 택한 것이다. 조경이 단순히 녹색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문화적, 인적 유산을 형성하는 한 분야로 더욱 굳건히 자리잡기를 바란다. 어린이 조경학교에서 8~12살 아이들이 함께 놀 공간에 대해 떠들게 한 힘 같은 것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운 조건들을 뛰어넘을 사고와 실천이 필요하다. 더 많이 놀고, 떠들고, 배우자. 서예람 /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제10기 대학생 녹색나눔봉사단 부대표
    • 서예람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제10기 대학생 녹색나눔봉사단 부대표
    • 2024-02-16
  • 지난해 ‘기묘한 이야기’라는 글을 통해 조경계의 불합리한 점을 몇 가지 지적한 뒤 1년이 지났다. 시간은 지났지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것만 같아 글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이런저런 책과 잡지를 뒤적이다가 이런 문구를 발견하고는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주 오랫동안 해안을 보지 못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새로운 땅을 발견할 수 없다.” -앙드레 지드 한 업계의 작은 발전을 꿈꾸는 것이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일’만큼 대단한 일이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때론 그만큼이나 요원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기에, 호기롭게 이 사람의 명언에 힘을 얻어 아직 별다른 변화의 조짐을 발견 못했어도 계속 가 볼 생각으로 지금까지 시도해 본 몇 가지에 대한 소회를 공유하기로 한다. 1. 표준계약서(초안) 2022년에 조경설계업협의회의 정책분과 소속으로 조경설계 표준계약서의 초안을 만들었다. 이 문서가 갖는 한계는 너무 많다. 애초에 번듯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고, 한 개인이 경험상 알게 된 계약 관계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서 한 문서에 정리한 내용이다. 다행히 변호사의 검토를 거쳤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누가 공인한 것도, 공인을 하려는 문서도 아니라 이제는 없어진 한 사조직의 게시판에 올린 이후 서서히 잊혀 가고 있다. 간혹 개인적으로 연락해 이 문서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은 있으나, 실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이게 만들어진 뒤에 실익은 있었는지 챙기지 못했다.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조경계의 어떤 조직이 갑자기 나서서 표준계약서를 제대로 만들어보겠다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이고, 또 동시에 내가 표준계약서를 계속 발전시키겠다고 해서 누가 막을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음 버전은 좀 더 효율적으로 의견과 사례를 수집하고 프로젝트 정보와 과업 내용 외에 대부분의 조항을 수정하지 않아도 되는 버전의 표준계약서로 발전시켜 볼 생각이다. 공식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걸까? 2. 설계자 의도 구현 권장 조항 서울시 도심에서 새롭게 등장한 ‘개방형 녹지’ 등 조경의 중요성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문제는 조경 분야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조경 분야에서 설계와 시공의 간극은 유독 심한데, 공산품이 아닌 식물을 재료로 다룬다는 점뿐만 아니라 조경감리 전문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 관련된 전문 분야 자격제도가 조금씩 불완전한 점 등 워낙 다양한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 문제의 실마리를 풀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법이 필요하지만, 참 다양한 법에서 조경의 업역이나 자격, 기능은 정의되어 있지 않거나 제외되어 있거나 생략되어 있다. ‘개방형 녹지’는 계획과 설계, 시공 및 운영관리를 포함한 전 생애주기에서 조경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개방형 녹지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설계자 의도 구현 용역을 권장하는 문구를 포함하고 있다. 근거법이 없기 때문에 민간의 계약 관계에서 본래 공공 건축에 도입하기 위해 정의된 ‘설계자 의도 구현 용역’을 의무화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에 강제성은 없다. 강제성이 없으니까 달라지는 것이 없을까? 3. 공원 조성단가의 설정 투자심사와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공원녹지의 조성은 늘 비용 편익 분석의 벽을 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사업이 진행되고 안 되고가 달라지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현대 사회에서 기대하고 필요로 하는 질 좋은 공원을 만드는데 턱없이 부족한 조성예산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실비 정액방식을 도입하도록 하고 있어서 공사예산과 설계비는 별개의 문제일 것 같지만, 타당성조사를 진행하는 조직에서는 여전히 공사비 대비 요율로 설계비를 책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 단계에서의 예산이 반드시 최종 예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투자심사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의 공원 조성비를 서울시가 알려주지 않고 설계사가 추론해 내야 한다는 점, 그 방식이 매번 달라 기준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공공조경가로 활동할 당시, 서울시가 서울시에 적용할 수 있는 공원조성단가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지만, LH에서 만든 기준이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중복되는 연구를 할 수 없다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답변을 듣고 시간만 지나갔다. 얼마 전 새해를 맞아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의 미래전략 TF회의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틈타 전문가 위원으로서 공원 조성 단가를 제대로 책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설계 단가 역시 적정하게 책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의 답변이 있던 자리는 아니었다. 그냥 의견이기 때문에 여전히 변화는 없을 것인가? 위 세 가지는 내가 직접 관여했던 적은 노력 몇 가지를 적은 것이어서, 2023년 조경계가 애써서 개선한 점은 이보다 훨씬 많겠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새 땅이 보이는” 정도의 변화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우선 조경계의 발전을 위해 크고 작게 애쓰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작은 한 발자국도 응원하며 계속 정진하자고 말하고 싶다. 어떤 노력이 있었는데 이를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건 대부분 그게 사소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사실은 노력하는 척을 하고 있었거나, 노력하는 행위 자체의 만족감에 머무르거나, 부딪혔던 문제까지만 가고 거기서는 다시 한발 물러나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느라 에너지를 쏟고 있거나, 격려의 말에 취해 스스로 지금 괜찮다고 위로하게 되는 굴레에 빠지는 것일 테니 이를 경계해야 하겠다. 이해인 / HLD 대표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방학입니다. 저에게 방학은 또 다른 개학이기도 합니다. 어린이조경학교를 진행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부터 시작한 어린이조경학교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주춤했던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마다 연 2회씩 진행해 이번이 15번째 어린이조경학교가 됩니다. 어느덧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어린이조경학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경의 개념과 역할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서울특별시 동부공원여가센터와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현 동부공원여가센터) 윤세형 과장님과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임승빈 초대 원장님(현 이사장)의 대화였습니다. 봉사활동에서 나눈 대화를 통해 어린이 조경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던 두 기관이 서로 힘을 합하면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거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던 거죠.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나눔연구원은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기획과 진행을, 그리고 조직력이 잘 갖추어진 서울시는 행정적인 지원과 운영을 맡아서 지금까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어린이조경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첫 회부터 교장선생님으로 참여하고 있고, 몇 해 전부터는 허윤선 박사님이 교감선생님으로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어린이조경학교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막막함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할지, 어떤 수준과 내용으로 아이들을 만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건축분야에서는 어린이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찾아봤습니다. 건축계에서는 정말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학회나 지자체에서도 교육이 진행되고 건축 관련 문화재단이나 박물관에서도 어린이 건축학교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주로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아이들과 함께 건물을 모형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건축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식의 내용들이었습니다. 부럽기도 했고, 조경분야에서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리도 이런 내용을 적용해서 강의와 실습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공원이나 놀이터를 만들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개인별로 만드는 건축에 비해서 모둠별 활동이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전문가 특강, 공원 둘러보기, 아이디어스케치, 공원 구상도 그리기, 모형 만들기, 발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해 오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된 커리큘럼을 갖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진행과 운영에 이르기까지 조경전공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도 보조교사로 같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보조교사 역할을 해 준 학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보조교사들 없이는 운영이 힘든 프로그램이라는 걸 진행해가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어린이조경학교에 대해서 문의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경교육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내용들이지요. 어린이 조경교육이 지금보다 확산되기를 희망하는 저에게는 참 고맙고 반가운 말씀입니다. 그런데 문의 내용의 대부분은 저보고 맡아서 진행해 줄 수 없겠는가 하는 말씀들입니다. 주로 문의하시는 곳은 지자체나 조경 관련 단체들인데, 아무래도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실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을 맡을 곳이 필요하거든요. 저는 이미 방학 때마다 운영하고 있어서 추가로 다른 프로그램을 맡기는 어렵다고 정중히 거절하면서, 혹시라도 진행에 관심 있는 분이나 단체가 있으시면 그 동안의 노하우는 얼마든지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관련 학회나 협회에서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선뜻 나서는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2019년 어린이조경학교 10회 기념 세미나에서 ‘10번의 어린이조경학교’이란 제목으로 앞으로 더 많은 어린이조경학교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발제를 했었습니다. 조경인 스스로 조경이 사회적으로나 인접 분야로부터 저평가되고 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곤 하는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조경의 중요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데 얼마나 노력했는가에 대해서 반성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조경을 알리기 위해 모든 조경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작은 노력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8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시작한 제1회 어린이조경학교는 14회까지 약 930여 명의 어린이들을 배출했고, 이번 겨울을 지나면 어린이조경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이 1000명이 넘게 됩니다. 저 스스로도 아이들 몇 명 데리고 조경 얘기한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시작했지만, 역시 세월이 쌓이면서 이제는 조금씩 그 영향력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조경학교를 수강한 학생들이 조경을 전공하거나 이 분야로 진출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조경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클라이언트로 만날 수도 있고, 훌륭한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러한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더 많은 어린이 조경학교가 같이 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끝으로 교육과 시간에 관한 마리아 몬테소리의 이야기로 마칠까 합니다.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좋은 생각을 뿌려라. 아이의 이해 속에서 그것을 해독하고 마음에 꽃을 피우는 일은 세월이 하게 될 것이다.” -마리아 몬테소리 주신하 / 서울여자대학교 교수·어린이조경학교 교장
    • 주신하 서울여자대학교 교수·어린이조경학교 교장[email protected]
    • 2024-01-15
  • 지난 한 해 조경의 영역에서 눈에 띄는 성취를 이루거나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한 노력으로 분야 발전에 기여한 ‘2023년을 빛낸 조경인’들로부터 신년 메시지 “2024년에 바란다”를 들어봤다. - 편집자주 가장 찬란히 빛나지 않아도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2023년은 나에게 빛나는 해였다. 상복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유독 많은 상을 받았고 좋은 프로젝트를 할 기회도 많이 생겼다. 주변에서 나를 인정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만큼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생겼다. 모두가 빛나기를 원한다. 그리고 매해 신년이 되면 그해가 나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학생들은 10년 넘게 가르치다 보니, 어떤 해의 가장 은은했던 학생이 어떤 해에는 가장 빛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누가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각자 저마다의 빛이 있다.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난다. 누군가는 깊은 벽(碧) 빛을 띄고 있고, 누군가는 톡톡 튀는 진홍색 빛을 낸다. 내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나의 빛이 적절했던 순간이, 그리고 내 주변의 수많은 빛들이 함께 만든 결과이다. 2024년은 모두가 가장 빛나기 위해 조도(照度)만에만 집착하는 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2024년의 조경이 가장 빛난다면 그것은 모두가 서로 다른 빛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롭게 내는 해일 것이다. 누군가는 식물을 통해 빛이 나고, 글을 통해 빛이 나고, 드로잉을 통해 빛이 나고, 제도를 통해 빛이 나고, 만들어짐을 통해 빛이 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빛들을 통해 수많은 성좌가 만들어지고 각자의 조경이 서로의 조경을 만나 빛이 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가장 찬란히 빛나지는 않더라도. 마디를 지나며 임한솔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선임연구원 2023년은 마디와 같은 해였다. 그동안 해 온 것이 결실을 맺기도 했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도 했다. 6월에는 몇 년간 붙잡고 있다가 완성한 학위 논문을 심원건축학술상에 제출해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12월에는 4년 전에 시작한 도시경관 잡지 유엘씨(ULC)의 열 번째 책을 만들어냈다. 그런 한편 문집, 명승, 사찰숲 등 흥미롭지만 연구자로서 다루어 보지 않았던 주제를 탐구할 기회를 얻어 새로운 공부를 텄다. 감사한 일이다. 마디가 두꺼운 이유는 약하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다음으로 나아가고 싶어 몇 가지 소소하지만 중요한 일도 했다. 봄부터 한 주에 두 번씩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배우고 미뤘던 치과 치료도 받았다. 다니는 학교도 그 마음을 알았는지, 여름방학 때 연구실 천장 속 석면을 없애고 바닥을 새로 깔아주었다. 막판에 감기로 고생을 하긴 했지만 잘 회복해서 꿋꿋이 내년을 맞이하고 있다. 잘 된 것을 늘어놓았으나 사실 부끄러움이 앞선다. 못 이룬 계획이 선하고, 늘 시간 탓을 하던 내가 떠오른다. 어려움마다 손 내밀어주신 동료와 선후배, 선생님, 가족이 있어 하나씩 해결해왔다. 내년의 목표는 하나다. 받은 만큼 드리는 것,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올해도 돌아보니 혼자 이룬 것이 없었다. 마감에 쫓기기보다 지금에 충실하고, 먼 산을 보기보다 가까운 풀숲을 돌보는 2024년이 됐으면 한다. 현장을 꼭 나가보자 조용준 CA조경설계사무소 소장 규모에 상관없이 일 년에 최소 한 개 이상의 시공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2023년에는 운이 좋게도 4개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2018년에 설계했던 판교 제2테크노밸리 내 오피스 빌딩, 2022년 가을부터 설계했던 자곡로 포스코 더샵갤러리 2.0, 올 초에 설계했던 반포한강공원 어린이 놀이터 리노베이션, 마지막으로 서울정원박람회에 초청작가로 설계했던 소리의 정원이다. 프로젝트 모두 현장을 여러 번 오가며 현장소장들과의 소통 속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원하는 만큼 구현된 곳도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공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현장으로부터 깨닫고 배운 것들이 많다. 현장에서의 경험은 도면 속 설계와 시공된 공간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촉매제가 된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설계 능력을 향상시키고, 발주처 설득을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밖에 현장과의 조율 및 협력을 위한 소통 기술을 향상시키며, 설계단계에서 비용과 일정을 고려한 최적의 설계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당연하면서도 필요한 이런 경험을 나는 설계를 시작한지 9년쯤 되었을 때 시작했었다. 그 후 10년의 시간 동안, 많은 현장에서 좌절과 희망 사이 어느 지점에서 실망하고, 분노하고, 반성하고, 만족하고, 안도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현장은 나의 설계를 냉철하게 평가받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곳이다. 2024년 좀 더 나은 설계를 하고 싶다면, 당신의 현장을 꼭 나가보자. 디로딩, 느리게 걷기 홍진아 정원작가, 가든랩소디 대표 미래의 어느 날 2023년을 떠올린다면 나에게 아주 큰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해라고 기억할 것이다.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했던 해였다. 학생 때부터 휴학 한번 없이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공부를 하며 여기까지 숨차게 달려왔다. 쉰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 때문인지 욕심 때문인지. 그렇게 나는 빠르게 자라기만 하는 속성수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주변 상황에 마구 흔들리며 정신을 놓기 일쑤였다. 조금은 느려지기로 결심했다. 나를 더 들여다보고 조금 더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며 내면의 다른 가능성들을 끌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강인한 나무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올해 초 가든랩소디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틈틈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시야도 넓히고 독서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런 와중에 감사하게도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강연의 기회도 생겼다. 그리고 광명에서 열린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가정원에서 생각지도 못한 대상까지 수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새로운 가능성들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다양한 것들을 접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 디자이너로서 평생에 한 번쯤은 내 작품이 누군가에게 강렬한 영감으로 전달되길 바라면서. 내년에는 건설 경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조급해 말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 개인의 내실을 다지는 희망찬 2024년이 되었으면 한다. 건강한 개인들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만들 듯 조경인 한 명 한 명의 부단한 노력과 발전들이 모여 건강한 조경 사회가 되길 기원한다. 공동주택, 한국적 조경으로 세계화 노린다 이은수 포스코건설 부장 건설사조경협의회에서는 2023년 10월에 ‘제1회 공동주택 조경기술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리 조경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공동주택 조경의 발전을 위한 첫 공론의 장을 시작한 것이다. 참석자는 회원에 국한하지 않고 개방했으며, 발표자와 토론자 또한 회원 비회원을 가리지 않고 조경계의 저명한 분들이 폭넓게 도움을 주셨다. 이 토론회는 앞으로 격년제로 개최할 예정이며, 점차 내실을 다져서 공동주택 조경과 관련해선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 교류의 장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최근 우리 공동주택 조경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미니멀리즘적인 예술적 조경과 자연주의 조경이 그것이며, 둘 중 한 가지만 적용한다기 보다 두 가지 모두를 주제나 부제주 등으로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우리 한국의 미는 크게 소박미 계열과 자연미 계열로 나뉜다고 한다. 예술적 조경은 소박미 계열, 자연주의 조경은 당연히 자연미 계열이기에 최근 공동주택 조경의 흐름은 한국적 조경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좋은 흐름이라 판단된다. 위 두 가지 흐름과 함께 평면뿐 아니라 지하에서 테라스를 거쳐 옥상까지 관여하는 조경 공간의 확대는 공동주택 조경을 점차 높은 수준의 작품으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 조경과 차별되는 우리만의 조경으로서도 점점 더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원의 진화, 지속가능한 지구 온수진 양천구청 공원녹지과장 작년 말 서울 양천구 목동 한가운데 위치한 오목공원을 재개장했다. 리노베이션 계획을 수립한 지 딱 3년. 박승진 조경가가 계획하고 김희정 건축가가 조율한 공원 중앙부 회랑은 기후위기와 핵개인화 시대에 맞서는 도시공원의 태도와 품격을 갖췄고, 새롭게 문을 연 오목한 미술관과 서울형 키즈카페는 문화 확산과 저출생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공원도 함께 나서자는 선언이었다. 기존 역할에 더해 시대적 요구까지 담아내는 미래공원의 단초라 감히 자평한다. 새해다. 늘 위기의 시대였으니 새삼스러울 것 없다면서도, 이렇게 희망이 왜소하고 희박했던 적이 있었나 싶어 마음이 무겁다. 기후위기의 신호는 너무 크고 많아져 외려 둔감해지고 외면당한다. 도시는 여전히 게걸스럽고, 덕분에 지역은 소멸을 실감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결혼이나 출산 같은 근본적 관계 맺기조차 소거하니, 외로움이 뉴노멀처럼 여겨지는 상황. 짧고 자극적인 유혹에 길들어지며 긴 호흡도 잃었다. 방향도 동력도 부재한 상실의 시대. 망치를 들면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지만, 공원과 녹지 그리고 산과 강으로 모든 세상을 재단하는 ‘공원주의자’ 입장에선 위기의 해결책도 여기서 출발할 수밖에. 위기를 극복하는 건 늘 ‘연결’이다. ‘관계 맺음’이고 ‘협력’이며, ‘커뮤니티’이고 ‘커뮤니케이션’이다. 단절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공원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동시에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공원을 업그레이드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도시의 빈틈을 만들고, 생물다양성을 높여 자연의 피난처가 되어야 한다. 세상이 바뀌는 만치 공원도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며, 그 노력만큼만 도시도 지구도 지속가능할 것이다.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아파트는 대표적인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동체가 될 수 있는 공간단위이다. 특정의 공간에서 상주하며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파트를 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같은 건물에 살면서 거의 매일 승강기와 주차장을 함께 사용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거기까지만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잘 만들어 놓은 공원이나 광장, 쉼터 등에서의 만남과 소통은 생각보다는 적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것들은 대개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익명성 속 편리함에 익숙해진 아파트 거주민들에게 그런 곳에서 ‘괜히’ 다른 이를 만나고 말을 나누는 것은 성가신 일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인 듯하다. 그러니 아파트 바깥 공간들은 일부 유아나 노인 말고는 특별히 찾는 이가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이런 모습은 대학 캠퍼스에서도 유사하게 재현된다. 몇 년 전 대학 구성원들의 일과 중 생활동선을 캠퍼스 공간에 맵핑하는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많은 이들이 연구실과 강의실, 그리고 식당 등만 반복적으로 오갈 뿐 그외 다른 공간은 별로 이용하지 않는 걸로 나왔다. 특정의 바깥 공간을 일상적,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곳곳에 만들어 둔 쉼터나 조경 공간은 적어도 그들에게는 사실상 필요없는 곳으로 간주되고 있는 셈이었다. 그나마 외부 공간들은 건물 신축으로 대폭 감소되어 버렸다. 다양한 운동장들과 잔디밭, 크고 작은 동산과 녹지, 수림대와 연못 등이 그렇게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엔 새 건물들이 들어서 버렸다. 건물은 기본적으로 배타적인 공간이다. 대체로 특정 그룹 외에 타인들은 쉽게 들어갈 수도 없다, 최근 출입구에 신원확인 장치가 강화되면서 외부인은 아예 출입조차 어렵다. 누구나 함께 사용하던 운동장과 잔디밭 등이 특정 소수인 전용의 공간으로 잠식당한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학교를 다녀도 공동체로서 만남과 소통의 경험을 공유하기는 꽤 어렵다. 그 배경과 원인은 여럿이겠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핸드폰으로 대표되는 IT기술의 확산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실생활 공간 속에서의 만남과 소통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둘은 서로 깊이 관련되어 있다. 핸드폰은 바로 옆 사람은 제쳐두고 멀리 떨어진, 기계속의 정보를 쉽게 접하고 이용하게 해준다. 일상에 필요한 일, 세상 돌아가는 일은 핸드폰 하나로도 쉽게 해결하게 되니 신경 써 가며 다른 이를 만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은 이 시대를 지배하는 제왕이다. 어떤 철학자는 바이러스에 전염된 엔데믹(endemic)에 비유하면서, ‘데이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포데믹(Infodemic)’의 등장을 경고한다. 엔데믹의 위험에 대해서는 누구나 경계하지만, 인포데믹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염려한다. 가상 이미지로 펼치는 환상 세계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인간 고유의 자유의지는 망각한 채 데이터와 미디어에 빠져 ‘정보의 감옥’에 스스로 갇혀 버리게 된다. 가상속 만남은 활발하나 실제 대면 만남과 소통은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근래 들어 급증하고 있는 자연 혹은 녹색 환경과 건강간의 상관성 연구에서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접촉을 통한 만남(informal interaction)’의 중요성이다. 일상 속에서 의도치 않게 일어나는 만남이 구성원들간의 사회적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옛마을의 마을숲과 정자나무 쉼터는 그런 일상적 만남과 소통을 유도, 조장하는 훌륭한 사회적 장소였다. 대개 마을 길목에 위치한 마을숲과 정자목은 주민은 물론 지나가는 나그네도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다. 종종 더위를 피해 나와 있는 마을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그렇게 마을숲과 정자목은 마을 출신 사람들에게 집단적인 추억이 공유되고 고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고, 나그네에게는 기억 속의 한 장소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집단적 기억도 개인적 추억도 만들기 어려운, 삭막한 사막같은 도시에서 살고있는 듯하다. 아파트 앞에 멋진 정자목도 있고 잘 가꾸어진 숲도 있지만 그곳에서 만남과 소통은 예전 같지가 않다. 공간은 있으되 사람이 모이지 않고 만남과 소통도 일어나지 않는다. 핸드폰에 익숙해진 사이에 대면 접촉과 만남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이 지면에서 그 해답을 다 찾기는 어렵겠지만 조경가로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깥 공간의 재발견이다. 바깥은 기본적으로 열린 공간이다. 자연과 연결되어 있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햇빛, 바람, 공기, 물, 나무, 꽃, 새 등을 만날 수 있고 다른 이들과도 쉽게 접촉할 수 있다. 정원을 경이로움과 신비를 만나는 곳이라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요는 어떻게 하면 그곳에 나오고 서로 만나게 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스마트폰으로 충족시키지 못할 따뜻한 감성과 아날로그적 감수성,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감을 바깥에서 채우게 할 과제가 조경가들 앞에 놓여있는 셈이다. 성종상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우리가 몰랐던 숲과 환경에 대한 50가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신간 ‘숲이라는 세계’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숲과 환경에 대한 50가지 지식을 귀여운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읽으면서 지구의 자연과 숲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세계의 숲’, ‘한국의 숲’, ‘도시의 숲’, ‘자연의 숲’, ‘기후위기와 숲’이라는 5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숲은 인류의 기원이며, 생명의 바탕이 되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숲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숲이 어떻게 세상과 연결돼 있는지, 왜 기후위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 주변의 자연을 돌아보고,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미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저자 최진우는 전문 연구자와 환경운동 활동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환경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환경생태 연구활동가(Eco-Activist Researcher)다.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전환 도시를 위해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여러 시민과학 활동과 시민행동에 함께 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가로수시민연대 대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회색빛 도시의 틈에서 초록빛 희망을 이야기하는 온수진 양천구 녹지과장의 79편의 칼럼을 모은 책이 발간됐다. 이 책은 서울시 전역을 누비며 공원을 가꿔온 저자가 1년 반 동안 매주 일간지 지면에 게재한 칼럼을 한 권에 모았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에서 겨울, 다시 봄을 거쳐 여름까지 저자가 글을 쓰던 당시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는 시기부터 날이 푸른 5월, 홍수와 가뭄, 단풍, 월동 준비와 같은 계절의 변화는 물론이고 코로나19와 포스트 팬데믹, 청와대 민간 개방, 지진, 참사, 국제 분쟁, 대형 산불 등 사회적 시간들도 담겨 있다. 그러나 책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공원주의자’가 바라보는 초록빛 세상이다. 나무를 아끼고 공원을 사랑하고 그 공원을 이용하는 이들을 배려하는 저자의 시선은 공원에서 시작하여 공원을 구성하는 모든 것에 머물렀다가, 다시 공원으로 돌아간다. ‘공원’ 이야기라 하면 초록빛의 무언가를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79개의 주제 중 서로서로 닮은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원주의자’가 풀어내는 ‘공원’은 그 자체로 방대한 세계다. 풀과 나무, 꽃, 벌, 야생동물, 산책을 나온 반려동물, 어린이와 노인, 분수와 물놀이장, 주차장, 의자, 산책로, 등산로, 가로수, 빌딩, 텃밭, 햇볕과 그늘,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지 않은 것,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와 마음으로만 다가갈 수 있는 거리 등 25년 간 공원에 헌신한 저자의 폭 넓고도 깊은 ‘공원’이 작지만 큰 책에 담겼다. 새로운 공원을 만들고 노후된 공원을 리노베이션하고 기존 공원에 작은 도서관·전시관·미술관을 건립하는 등 초록빛 이야기를 만들어 온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노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등 공원주의자의 제안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볍게 공원을 산책하듯이 페이지를 술술 넘기다보면, 눈길 닿는 곳마다 공원이 펼쳐지는 ‘공원주의자’의 시선에 나도 모르게 동화된다. 저자 온수진은 1999년 서울시에 입사해 25년째 일하고 있다. 현재는 양천구 공원녹지과장을 맡고 있으며, 월드컵공원, 남산, 관악산, 노들섬, 선유도, 서울로7017, 양천구 등 서울시 전역의 공원 현장을 누볐다. 2020년에는 ‘2050년 공원을 상상하다’를 썼고, 그즈음부터 회색빛 도시의 틈에서 초록빛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모든 도시 문제에 공원을 대입하는 ‘공원주의자’가 됐다.
  •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가 국내·외 여러 공원과 도시를 걸으며 생각한 단상을 담은 책이 발간됐다. 신간 ‘공원의 위로’는 총 58편의 에세이에서 경의선숲길공원, 광교호수공원과 같은 수도권 공원은 물론, 전주 맘껏숲놀이터나 마산 임항선 그린웨이같이 지역에 있는 공원, 뉴욕 도미노 공원, 파리 샹젤리제 같은 외국의 공원까지 약 40곳의 다양한 공간을 두루 다루며 도시 속 공원의 의미를 묻는다. 이 책은 ‘도시의 멀티플레이어’라 할 수 있는 공원의 다채로운 면면과 역사를 세세하게 보여주면서 지금 우리의 공원은 진정 어떠한 모습인지, 우리는 이 공공 공간과 도시를 어떻게 가꿔나가야 할지 묻는다. 이런 물음은 곧 우리가 어떤 사회와 삶을 바라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글이 하나의 공원을 주제로 잡고 있어 글마다 다른 공원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며, 저자의 공간 경험에 대한 감각적이고 위트 있는 묘사가 그 즐거움을 배가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멀거나 가까운 공원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당장 밖으로 나가 공원을 걷고 싶어질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어령의 공원론을 인용하며 공원은 몸에서 배꼽과 같이 반드시 필요한 빈 공간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전주 맘껏숲놀이터나 괴산의 뭐하농처럼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조성된 공간뿐 아니라 광화문광장이나 박물관, 사옥 빌딩, 야구장처럼 바쁜 도시생활 틈틈이 스며들 수 있는 도시의 공간들까지 우리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여기며 각각의 공간을 주제로 삼아 다룬다. 공원은 그 무엇보다 위로와 환대의 장소이며, 그런 공간이 곧 공원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관점은 도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전형적인 ‘공원’이 아니더라도 우리를 위로하고 환대하는 도시 속 공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책의 후반부는 공원뿐 아니라 거리나 상업 공간,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땅 같은 곳까지 범위를 넓혀 다룬다. 우리가 공원에 갈 때 공원만 걷는 것이 아니듯,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공원을 둘러싼 거리와 도시까지 만나게 된다. 이러한 공간들 중에는 역사적으로 ‘사연이 많은’ 곳들도 많은데, 이 책에서 그 내막을 상세히 들을 수 있다. 독자들은 이곳저곳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구체적인 도시 공간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을 것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공간에 대한 비평적 관점과 도시사회학적 쟁점에 대해 고민해보게 될 것이다. 1부에서는 주로 공원의 개인적 차원, 즉 일상적, 감각적, 미적 경험이라고 묶일 만한 글들을 배치했다. 조금 무리해서 ‘공원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를 달 수도 있는 2부는 타인과 관계하는 공간으로서의 공원을 다룬다. 3부에는 주로 공원이 도시(의 공간과 문화)와 맺고 있는 다층적인 함수 관계를 다룬 글들을, 4부에는 공원을 넘어 다양한 도시 공간의 경험과 라이프스타일, 도시 걷기, 도시 재생 등을 다룬 글들을 엮었다. 사진과 설계안 등을 비롯한 풍부한 이미지 자료를 함께 삽입했고, 부록으로는 저자의 사심이 가득 담긴 추천 공원 20곳의 목록을 실었다. 머리로도, 몸으로도 공원에 가고 싶은 모든 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 배정한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공부했고,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박사후연구를 했으며, 워싱턴대학교 건축환경대학 방문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이며, 환경과조경 편집주간을 맡아 조경비평과 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조경 이론과 설계, 조경 미학과 비평의 사이 영역을 탐구하며, 통합적 도시·공간의 디자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론과 실천의 교집합을 확장하고자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광교호수공원, 용산공원 등 프로젝트의 기획과 구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표 저서로 ‘현대 조경설계의 이론과 쟁점’과 ‘조경의 시대, 조경을 넘어’가 있으며, ‘라지 파크’를 번역했다. ‘건축 도시 조경의 지식 지형’, ‘용산공원’, ‘공원을 읽다’, ‘봄, 디자인 경쟁 시대의 조경’, ‘봄, 조경·사회·디자인’, ‘LAnD: 조경 미학 디자인’,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 외 다수의 책을 동학들과 함께 썼다.
  • 피톤치드처럼 측백나무 원산지는 중국 북부로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한다. 높이 20m, 지름 1m 정도까지 자란다. 껍질은 세로 방향으로 가늘고 길게 갈라지면서 벗겨진다. 석회암 분포 지역의 지표 식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4월쯤 달걀 모양의 암꽃과 수꽃이 같은 나무에서 핀다. 측백나무의 잎은 비늘 모양으로 V자나 X자 모양으로 연속하여 난다. 뒷면에 작은 줄을 볼 수 있는데 앞뒷면이 서로 비슷하다. 대구 도동 향산, 단양 매포 등지의 석회암 토양지대에 오래된 측백나무숲이 남아 있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장소라서 훼손되지 않아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묘목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어디서나 잘 자라서 학교나 주택 생울타리용으로 많이 심었다. 겨울철에 보기 드문 상록수라서 생활공간 주변에 많이 심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큰 다음에는 수형이 아름답지 않아서 독립수로 심기에 부적당하다. 요즘은 농촌 축산농장에 측백나무로 생울타리를 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축산농장에 쾌적한 사육환경을 조성하고, 측백나무 고유의 냄새로 악취를 예방하고 해충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측백나무과에는 측백, 화백, 편백나무가 있다. 세 종류 모두 비늘잎 모양이 비슷하여 구분하기 어려운데, 잎 뒷면에 있는 하얀 기공조선 형태가 측백은 W자, 편백은 Y자, 화백은 V자로 구분할 수 있다. 측백은 앞뒷면 잎이 거의 같고, 편백의 잎 끝은 둔한 둥근 모양이고 화백은 잎 끝이 뾰족하다. 잎이 달린 가지를 살펴보면 측백나무는 잎이 줄기와 같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다. 먼 거리에서 보면 측백은 타원형이며, 곁가지가 예각이면 화백, 수평으로 뻗은 1자형은 편백으로 구별할 수 있다. 열매모양이 도깨비뿔은 측백, 구형은 화백이나 편백이다. 측백과 화백은 중부지방에 사는 데 비해 편백은 대부분 남부지방에 있다. 대동강물처럼 원뿔형으로 잎이 치밀하게 나는 서양측백(Thuja occidentalis)은 도입종으로 수형이 좋아 조경현장에 많이 식재한다. 서양측백은 울타리용 보다는 군식이나 독립수로 심고 빠른 성장 속도를 감안하여 식재 간격을 충분히 벌리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서양측백의 원예종을 많이 개발하였는데 에메랄드 그린, 에메랄드 골드 등이 인기가 많다. 서양측백류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식재하고 겨울철 건조 피해를 받기 쉬우므로 식재후 물을 자주 주는 것이 좋다. 특히 에메랄드 그린은 영하 40도 추위에도 견딜 수 있는 수종인데 조경 현장에서는 겨울에 얼어 죽기 쉬운 나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에메랄드 그린은 추위가 아니라 건조 때문에 죽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철과 꽃샘추위 시기에 부는 바람은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다. 겨울철 눈이 충분히 내리지 않아 별도로 물을 주지 않으면 수분이 부족하여 건조피해로 인해 나무가 죽는 것이다. 에메랄드 그린(Thuja occidentalis Emerald Gold)는 추위에 강하고 키가 낮게 크는 왜성종이다. 수형이 독특한 상록수로 잎의 질감과 색상이 아름다워서 도심 녹지, 아파트, 정원 등에 많이 심는다. 몇 년 전 정치인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토지 보상비를 노리고 이 나무를 심었다가 적발되어 사회적 문제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묘목을 심은 후 1년 정도만 지나도 어느 정도 성장하여 상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토지보상비와 별도로 조경수 보상비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제도를 악용한 사례였다. 그 밖에 고유종으로 태백산맥 북쪽에서 자생하며 큰 가지가 옆으로 퍼지는 눈측백(Thuja koraiensis)이 있다. 황금색 잎을 자랑하는 황금측백과 수형이 둥근 모양인 둥근측백 등 여러 품종들이 있다. 묘지기처럼 측백나무는 오래전부터 신선이 되는 나무로 귀하게 추앙받았으며, 왕릉 주변에는 소나무를 심고, 귀족의 묘지에는 측백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측백나무에는 무덤 속 시신에 생기는 벌레를 죽이는 성분이 있어 묘지 주변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공자묘나 제갈공명묘 주변에도 오래된 측백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측백나무를 소중한 나무로 여겨 문묘, 향교, 사찰, 서원 주변에 심어 잘 관리하여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명륜당 대성전과 전국에 남아 있는 향교 뜰에는 오래된 아름드리 측백나무가 서 있다. 성리학을 신봉한 우리 선조들은 측백나무를 ‘성인의 좋은 기운을 받는 나무’라고 생각해 향교 뜰에 심었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그려진 나무가 잣나무인지 측백인지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논어의 구절인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松栢)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를 해석할 때 ‘松’은 당연히 소나무인데, ‘栢’을 무슨 나무로 볼 것인가로 논란이 벌어졌다. 사실은 공자가 살던 시대에는 잣나무가 중국에서 살지 않았다. 추사의 나무 묘사는 간결하기 그지없어서 잣나무처럼 보일 뿐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중국에서는 松이 소나무, 해송, 잣나무 등을 아우르는 의미이고, 栢은 측백나무와 향나무를 말한다고 한다. 가톨릭에서는 십자가 고상 뒤에 측백나무 가지를 꽂는데 이를 ‘성지(聖枝)’라 부르며, 부활절 바로 전 주가 되는 종려주일에 축성한 가지를 신자들이 집에 가져가서 십자가 고상 위에 꽂아 놓았다가, 다음 해 재의 수요일에 이를 태워 신자들의 이마에 발라준다. 서양에서는 종려나무나 올리브나무로 하는데,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어서 보통 측백나무 잎으로 대체한다. 서양이나 동양 모두에서 측백나무는 아주 의미 있는 나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울타리처럼 측백나무 번식은 가을에 익은 종자를 채취하여 겨울 동안 노천매장을 해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하면 발아가 잘되어 1년이면 30㎝ 정도 크기의 묘목을 얻을 수 있다. 묘목을 심을 때는 건조 피해를 받기 쉬우므로 충분히 불을 줘야 한다. 가능하면 겨울철에 찬바람을 맞는 곳을 피하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가 좋으며, 해마다 여름철에 적당한 전정을 하여 수형을 다듬는 것이 좋다. 측백나무는 잔뿌리가 발달해서 식재 시 활착이 잘 되는 편이다. 수분이 많은 토양을 좋아한다. 주로 생울타리로 심는데, 성장하면서 줄기 아랫부분의 잎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여 식재해야 한다. 둥근측백은 성장속도가 빨라 묘지 주변에 심게 되면 커다랗게 자라 그늘을 만들어 잔디 생육에 피해를 줄 수 있다. 60여 년 전 아버지는 읍내 방앗간을 정리하고 과수원을 만들었다. 과수원 울타리에는 가시가 억센 탱자나무를 심고, 집 주변에는 측백나무를 심었다. 촘촘히 심은 측백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자 매년 윗부분을 가지런히 전지를 했다. 가을에 잘라낸 측백나무 가지는 파스같이 묘한 냄새가 진동했는데, 잘 말려서 불쏘시개로 이용했다. 각종 곤충이 많이 생기는 농촌 환경인데도 측백나무 생울타리 쪽에는 벌레를 볼 수 없었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은 생울타리 아래쪽에 굵은 줄기만 남아 있고 잎은 성기게 남아있다. 고향의 오래된 성당에도 키 큰 측백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다. 농촌마을에 들어선 고딕식 성당 건물이 주는 이질감은 측백나무가 가려주었다. 잎을 깨물어 보면 맵고 쓴맛이 강하게 났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 때는 쇳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새옹지마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처럼 공룡이 살던 시대부터 지구상에 출현한 나무다. 8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나무는 신생대 화석으로만 볼 수 있는 ‘멸종 식물’로 알려졌다. 1941년 쓰촨성에서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나무를 발견했고, 몇 년 후에 화석으로만 볼 수 있었던 메타세쿼이아로 판명되었다. 화석이 먼저 발견되고, 현생종이 뒤늦게 확인된 보기 드문 사례였다. 발견되기 전부터 화석 속 식물이 현존하는 식물인 ‘세쿼이아’와 비슷하다고 하여 ‘메타세쿼이아’라고 명명했다. ‘메타’는 ‘이후’라는 뜻인데, 북미지역 인디언 추장의 이름을 따와 붙여진 ‘세쿼이아’ 이후에 나온 나무라는 뜻이 된다. 중국에서 현생 메타세쿼이아를 발견한 이후 미국 아널드수목원이 임학자를 파견해서 종자를 채취하여 전 세계로 전파했다. 현존하는 모든 메타세쿼이아는 최초로 발견된 메타세쿼이아 군락에서 나온 후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이 영어라 외래종 같지만 우리나라 포항에서도 화석이 발견되는 걸로 보아 빙하기 전에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던 자생종이라고 할 수 있다. 빙하기에 대부분 멸종하여 화석으로만 남아 있다가, 중국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나무 군락 덕분에 또다시 지구 여러 곳으로 퍼져 나가 번성하고 있다. 높이 30m 이상으로 자랄 수 있으며 곁가지는 줄기보다는 상당히 작은 굵기로 생장한다. 수피는 겹겹이 벗겨지며 타원형 구과는 여러 조각이 서로 어긋나게 갈라진다. 그 속에서 종자가 나온다. 꽃은 2~3월에 수꽃과 암꽃이 한 그루에 따로 피고 수꽃은 가지 끝에 여러 개의 수꽃 눈이 줄줄이 달려 밑에서부터 노란색의 꽃밥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암꽃은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잎은 마주나고 길이 2.5cm 정도의 가느다란 잎이 모여 하나의 잎을 이룬다. 목재는 실내의 포장재나 내장재 등으로 사용한다. 가을에는 적갈색으로 단풍이 든다. 낙우송과 모습이 거의 비슷하나 메타세쿼이아의 잎과 가지는 마주나지만 낙우송은 어긋나게 나므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군계일학 가로수로 식재하여 자라고 난 후 멋진 경관을 만들 수 있다. 플라타너스나 은행나무 가로수보다 원추형으로 곧게 자라 독특한 가로경관을 만들어 낸다. 담양의 가로수길은 1970년대 초에 식재한 메타세쿼이아 묘목이 커다랗게 자라 가로수 터널로 거듭났다. 영화 속 배경으로 유명해진 다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서울지역에서는 강서구청 앞 가로수로 심기 시작하여 여러 곳에 도입하였는데 천만그루 심기 운동으로 조성한 난지도 메타세쿼이아길이 유명하다. 드라마 속 배경인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숲에도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중국 장쑤성 피저우에 있다. 1975년에 조성한 60km 가로에 무려 100만 그루 정도를 심었는데, 지금은 500만 그루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왕성하게 자라는 특성으로 조기 녹화가 가능하지만, 물을 좋아하는 메타세쿼이아 생태 특성 때문에 뿌리가 하수관로를 훼손하고, 뿌리 윗부분이 위로 솟아올라 도로경계석이나 보도포장을 파손하고 있다. 지나친 녹음으로 일조권을 방해한다던가 시야를 가린다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 내 가로수로 선택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을철 낙엽지는 이파리 뭉치는 빗물을 따라 우수관을 막는 경우가 많아 환경미화원의 미움을 사고 있다. 과거 멋진 수형을 자랑하던 히말라야시다 같이 도시 가로수에서 퇴출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도심 내 좁은 땅에 심는 가로수보다는 차라리 넓은 녹지에 식재하는 것이 메타세쿼이아에게 더 좋을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봄가뭄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연두색 잎이 나오자마자 갈색으로 마르게 된다. 집중관리로 물을 공급하여 갈변현상을 줄일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죽은 가지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식물에 기생하면서 수액을 빨아먹어 엽록소를 파괴하는 응애류 병충해가 자주 발생하여 잎을 갈색으로 변하게 하여, 마치 가뭄 피해를 받은 것처럼 보이게 된다. 가로수 관리기관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건조나 병충해 피해를 방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로 가로수 책임 관리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대책이다. 사이비 낙우송과(Taxodiaceae)에는 메타세쿼이아와 생김새가 비슷한 낙우송(Taxodium distichum)이 있다. 잎과 가지가 나는 모습이 다른데 메타세쿼이아는 마주나기이고, 낙우송은 어긋나기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나무가 습지나 물속에서 자라는 경우 뿌리가 호흡하기가 어려우므로 땅 위로 무릎뼈 모양의 가는 줄기처럼 자라는 것을 ‘공기뿌리’라고 한다. 낙우송은 지상의 줄기 부위에서 나오는 뿌리인 공기뿌리(기근)가 있고 메타세쿼이아는 없다. 제일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곁가지 발달 모습이다. 낙우송은 줄기와 90도로 수평으로 뻗고, 메타세쿼이아는 45도 정도로 발달한다. 멀리서 보면 낙우송은 옆으로 많이 퍼진 원정형이고 메타세쿼이아는 원추형에 가깝다. 낙우송은 일본식 이름인 낙우송(落羽松)을 그대로 받아 쓰는데 소나무 같은 잎이 새의 깃털처럼 떨어진다고 붙인 이름이다. 대부분 침엽수는 가을에 잎 전부가 낙엽으로 떨어지지 않는 데, 낙우송은 침엽수이면서도 낙엽수인 특이한 나무이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낙엽송(Larix kaempferi)이 있는데 낙우송과는 다른 혈통인 일본잎갈나무로 낙엽침엽수이다. 일본이 원산지로 중부지방에 산림녹화용으로 많이 심어놓았다. 낙우송은 줄기와 90도로 수평으로 뻗고, 메타세쿼이아는 45도 정도로 발달한다. 멀리서 보면 낙우송은 옆으로 많이 퍼진 원정형이고 메타세쿼이아는 원추형에 가깝다. 낙우송은 일본식 이름인 낙우송(落羽松)을 그대로 받아쓰는데 소나무 같은 잎이 새의 깃털처럼 떨어진다고 붙인 이름이다. 대부분 침엽수는 가을에 잎 전부가 낙엽으로 떨어지지 않는 데, 낙우송은 침엽수이면서도 낙엽수인 특이한 나무이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낙엽송(Larix kaempferi)이 있는데 낙우송과는 다른 혈통인 일본잎갈나무로 낙엽침엽수이다. 일본이 원산지로 중부지방에 산림녹화용으로 많이 심어놓았다. 낙우송은 옆으로 가지가 발달하여 폭이 넓은 형태를 가져, 메타세쿼이아처럼 줄지어 심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기근이 발달하여 물속에서도 잘 살기 때문에 왕버들과 함께 연못 속에 일부러 심는다. 가을 단풍이 메타세쿼이아보다 조금 더 밝은 갈색으로 물들고 약한 바람에도 쉽게 떨어진다. 자루가 없는 열매는 나뭇가지에 여러 개가 모여 달려 있다. 일취월장 햇볕을 좋아해서 음지에서는 생장이 불량하다.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서 물이 많은 비옥한 사질 양토가 좋고. 건조한 토질은 피해야 한다. 내한성이 강하고 생장속도가 빨라 1년에 70cm 이상 자란다. 건축물이나 아파트 앞 녹지에 식재한 후 20여 년이 지나면 5층 높이 이상으로 뻗어난다. 적당한 물만 공급되면 한없이 크게 자란다. 조기 녹화에는 성공하지만 햇볕을 막기 때문에 가지가 전부 잘리는 아픔을 겪게 된다. 하지만 5년여가 지나면 거대한 몸집을 회복한다. 가로수로 심을 때 키를 맞춰 줄기 상부를 잘라서 식재하면 새 줄기가 나와서 줄기를 금세 복원한다. 남쪽 녹지보다는 건물 측면에 식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린 나무를 밀식하고 잊어버려도 물만 공급된다면 곁가지 없이 경쟁적으로 하늘을 향해 높이 자란다. 건조한 환경인 도심 가로변에서는 정상적인 생육이 어렵다. 1999년 종각사거리 보도에 심어놓은 메타세쿼이아는 키만 큰 채 아직도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빗물이 스며들지 않은 포장재로 부실한 물 공급과 공해가 심한 도심환경이 원인이다. 서울시의 천만그루 심기 운동으로 난지도 윗부분과 강변북로 변에 메타세쿼이아를 대량으로 식재했다. 그 결과 물 공급이 충분한 아래 구간은 커다란 숲을 이뤘지만, 위 구간은 건조한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말라죽었다. 1980~1990년대 반포나 잠실 아파트 단지에 대량으로 심어 5층 아파트 지붕을 훌쩍 넘어 자랐는데, 지금은 재건축으로 모두 사라졌다. 압축성장의 시대에 어울리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전문가로 또 자연인으로 살다 보면 넘지 못할 문턱 앞에서 좌절할 때가 있다. 내 탓이지 하며 포기하려다가도 공정하지 못하거나 억울한 일을 겪을 때는 어디엔가 호소하고 해결책을 찾고 싶어진다. 개인의 난관으로 여겼던 것들이 결국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제도와 법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내 삶이 각종 법이 허용한 아주 촘촘한 한계들 안에서만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는 저마다의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조경 전문가로서 살며 부딪치고 넘어지는 걸림돌이 결국 법적인 제한이거나 혹은 법 자체가 없어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올해 여름,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를 포함한 아기와 어린이들이 기후위기와 관련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어린이와 청소년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의 소송을 시작으로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소송은 현재까지 올해의 ‘아기 기후소송’을 포함하여 모두 6건이다. 세계적으로도 기후소송은 2017년 884건에서 2022년 2,180건으로 5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가 기후위기로부터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지만, 지금까지 그들은 이렇다 할 판결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이해하고 현행법의 위헌 소지를 밝혀달라고 재판을 의뢰한 것일 텐데, 대한민국에 태어나 이 나이 될 때까지 헌법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다는 사실이 그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웠다. 반성하는 마음에 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집어 든다. 『지금 다시, 헌법』이 그것이다. “정치적 불만을 가진 사람은 격앙된 감정으로 헌법을 노려보게 되고, 이를 혁명이나 개혁의 근거로 삼고 싶은 기분에 고양된다. 침착하고 신중한 태도의 사람도 생활의 고단함이 참기 불편한 정도에 이르면 헌법을 찾는다.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변화를 일으킬 힘을 그 속에서 얻고자 하는 희망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헌법을 읽을까. 이에 대한 저자들의 대답이다. 그 이유가 개인적인 억울함이던, 변화를 바라는 집단의 염원이던,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인간의 존엄, 그리고 기본적인 권리를 국가가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법률로 확인하는 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위안을 준다. 대한민국 헌법은 법률가의 난해한 어휘가 아니라 국민 누구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쉽고 간결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아가 조경 전문가로서 관심이 가는 조항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설업에 만연한 불공정 관행과 설계 크레딧 이슈는 헌법이 보장하는 제11조 평등권과 제22조 저작권과 상충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응은 세대 간 불평등(제11조)을 심화하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권리(제35조)를 위협한다. 우리가 잘 아는 공원일몰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한 구 도시계획법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제23조의 재산권과 관련된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는 제35조의 환경권은 공간복지와 공원의 형평성, 주택정책 및 환경보호와 관련한 근본적인 가치를 제시한다. 경제 관련 조항을 모은 9장의 제120, 122조는 국가가 국토와 자원을 보호해야 하며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함을 명시한다. ‘국가의 상징’이라는 헌법의 개별 조항을 해설과 함께 읽다 보니 결국 하나의 큰 질문으로 귀결됨을 깨닫는다. 우리에게 국가는 어떤 의미일까. 국가는 정부인가? 국회인가? 아니면 국민인가? 우리는 국가정원, 국가도시공원 등 ‘국가’라는 접두사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다는 행정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면, 국가라는 맹목적 권위에 사로잡히기 전에,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국가적 필요성으로 도입된 우리나라 조경의 탄생 배경 때문일까. 혹은 지금 시대가 겪는 공통의 열풍일까. 공공의 이익과 국토 경관의 보호, 그리고 국민의 건강과 행복이 우리 분야의 실천 목표라면, 우리 시대 국가와 조경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서라도 국가의 역할과 국민의 권리를 공부하고 논의할 필요성을 느낀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용산공원은 우리에게 ‘국가’의 화용적 의미를 보여주었다. 한쪽에서는 용산공원에 공동주택을 짓겠다고 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용산공원에 대통령실을 옮기겠다고 했다. 첫 국가도시공원인 용산공원의 ‘국가’는 국민이 함께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용산공원의 긴 계획 과정 속에 300명의 국민참여단은 오랜 숙의를 거쳐 7개의 제안을 내놓았는데, 그 중 일곱 번째가 “국민 참여 과정이 역사가 되는 공원”이다. 큰 울림을 주는 제안이었다. 국민 참여가 역사의 일부가 되는 국민과 국가의 관계는 요원해 보인다. 헌법에서 그리는 국가의 표상과 현실에서 국가가 작동하는 방식이 멀어지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프란츠 카프카의 “법 앞에서”라는 짧은 단편이 있다. ‘법’이라는 문을 지키는 험악한 문지기가 있는데, 시골에서 올라온 주인공이 문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아직 안된다며 막아선다. 만약 이 문을 통과하더라도 더 험악한 문지기가 계속 나올 거라고 협박한다. 주인공은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이제는 들어갈 수 있냐는 질문을 반복하고 문지기는 아직 안된다는 대답으로 늘 저지한다. 주인공은 이제 늙고 쇠약하여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다른 질문을 해본다. 왜 이 오랜 시간 동안 나 말고 문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사람이 없었는가. 이 문은 오직 너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며 문지기는 죽어가는 주인공 앞에서 문을 닫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문지기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고 앉아서 늙고 병들어 갈까. 문 속으로 첫발을 내딛는 것은 우리, 국민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오늘,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 하루였다면 헌법을 읽어보면 어떨까. 현실은 비루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을 확인받는 뜻밖의 위안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참고문헌 - 기민도, “국감서도 지적된 ‘기후소송’ 지연…헌재 “늦지 않게 결정”, 한겨레, 2023.10.16. - 유엔환경계획(UNEP), 「글로벌 기후소송 보고서: 2023년 현황(Global Climate Litigation Report: 2023 Status Review)」 -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8월 21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관련, 제8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기후변화로 인해 침해되는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위반되고, 「대한민국 헌법」의 포괄 위임금지 원칙, 의회유보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위헌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정부는 기후위기로부터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 취해야”, 2023.08.23 -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2022) 『지금 다시, 헌법』, 노르웨이숲 김아연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대관령 하늘목장과 서소문역사공원 등을 설계한 조경가 이수학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설계 과정 등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신간 ‘태도 Ⅰ·Ⅱ’는 ‘태도:조경·행위·반성·시작’ 이후 20년 만에 부제 없이 다시 ‘태도’라는 이름으로 묶어낸 책이다. 그림으로만 그려진 어린이놀이터부터 만들어지다 멈춘 조각 정원, 대학교 캠퍼스에서 삼백만 평의 초지에 이르기까지 열일곱 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린 그림과 도면, 모형과 낙서, 작업 이후에 쓴 글을 통해 설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풀어낸다. 이 과정은 설계와 사유, 사물과 인식, 그려진 것과 만들어진 것의 간극에서 불완전한 합일과 오롯한 좌절을 풍부한 그림과 간결한 글로 그려진다. 저자는 설계하는 일을 쓰는, 그리는, 만드는 모든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경 또한 사물과 인식 사이에서 흔들거리며 희미한 빛과 동요 속에 떨리는 자신을 놓아두는 일로 나무와 풀, 콘크리트와 철판을 재료로 도시와 땅에 관해 조경이 꾸어 마땅한 꿈을 이야기한다. 저자 이수학Astelle arbor var. quercus Namoo은 처녀자리 초은하단의 국부은하단 속 오리온 팔 끝에 있는 태양계 중심별의세 번째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의 극소 미립자다. 우주 시간의 찰나로 지내면서 정원, 마당, 공원, 광장, 거리, 마을, 도시의 하부 구조와 관련된 일을 했다. 그의 모든 작업은 철저하리만치 끝끝내 지구별에서 실현되지 못했으나 그의 꿈은 당신의 마음에 나무 한 그루 심어 마음의 뜰과 숲을 만드는 일이었고 그리고 그 풍경 속으로 함께 들어가는 것이었다.
  • 단청처럼 마가목은 큰 관목 또는 작은 교목으로 분류한다. 오랫동안 자라도 키가 7-8m에 불과하다. 적갈색 수피는 갈라지지 않고 매끈한 편이다. 잎이 달린 모습은 아까시나무와 비슷하나 작은 잎은 뾰족하며 가장자리에는 겹 톱니가 있다. 잎은 9~13장이 깃털 모양으로 달리는 깃꼴겹잎의 형태로 작은 잎이 모여 하나의 큰 잎을 만들 듯이 꽃의 형태도 수십 개의 작은 꽃이 우산모양으로 하나의 꽃차례를 이루고 있다. 늦은 봄에 새하얀 꽃이 반구 모양으로 무리 지어 핀다. 꽃향기와 꿀이 풍부하여 밀원식물로 이용한다. 10월에는 5~8mm 크기로 동그란 열매가 붉은색으로 열려 자주색 단풍과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수십 개의 열매가 모여있는 열매 뭉치는 시간이 가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가지가 아래로 쳐지게 된다. 빨갛게 익은 열매는 낙엽 지고 겨울이 와도 그대로 달려 있어서, 눈이 내리면 열매 위로 소복이 쌓인다. 마가목이라는 이름은 봄에 돋아나는 새 잎이 말의 이빨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마가목 가지에서 나오는 새 잎을 아무리 살펴봐도 말 이빨처럼 보이지 않는다. 마아목(馬牙木)에서 마가목이 되었다고 하지만 조선 후기 문헌에서는 마가목(馬檟木)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한자 뜻대로 풀이하면 마가목 한 그루 값어치가 말 한 마리와 맞먹을 정도로 귀하다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잎이 불타오르듯 붉게 물들고 열매 또한 붉게 익는다. 나무 전체가 빨간색으로 물들어 가을 산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1000m가 넘는 높은 산에서 군락을 이뤄 자라며 혹한과 매서운 바람에도 결코 얼어 죽지 않는다. 바위가 많은 곳이나 음지, 계곡 주변에서 주로 자생한다. 산 아래 평지에 심어 놓으면 생육이 좋은 것으로 보아, 키 큰 나무들을 피해 산 고개기처럼 척박한 곳에서 자란다고 한다. 설악산이나 계방산, 울릉도 성인봉 정상 부근에서 볼 수 있다. 산삼처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마가목 종류는 마가목, 당마가목, 산마가목 3종이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 다른 마가목이 같은 지역에서 자라면 자연교배로 인한 잡종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다 고 한다. 잎의 개수로 구분하는데 작은 잎이 9~13개이고 잎 뒷면이 앞면과 같이 녹색이면 마가목이고, 작은 잎의 숫자가 13개를 넘고 잎 뒷면이 흰빛이 있으면 당마가목이다. 잎 가장자리의 거치로 구분하기도 한다. 마가목은 주로 우리나라의 울릉도를 포함한 강원도 이남과 일본에 자생하고, 당마가목은 주로 강원도 등 북부 지방과 중국, 몽골에 서식한다. 이와 별도로 세계적으로 80여 종이 넘는 마가목은 오래전부터 조경수로 개발하여 유럽, 중국, 미국에서 수입하는 마가목 종류도 많이 있다. 최근 공원이나 가로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은 해외에서 건너온 원예종 마가목이다. 수입 마가목은 대부분 수관폭이 자생 마가목보다 넓고 키가 큰 편이다. ‘풀 가운데 제일은 산삼이요, 나무 중에 제일은 마가목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약효가 뛰어난 나무로 알려져 있다. 오래전부터 한약재로 유명했는데, ‘가지를 꺾어 지팡이로 짚고만 다녀도 요통이 낫는다’고 할 만큼 민간에서는 허리 통증과 뼈관절 질환의 약재로 널리 사용했다. 열매는 말려서 달여 먹거나 담금주로 먹기도 한다. 몇 해 전 갑자기 암 치료에 마가목 수피가 좋다는 소문 때문에 껍질이 숱하게 벗겨지는 난리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닥터지바고가 사랑한 라라처럼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북유럽에서도 마가목은 높은 산에 살고 있으며, 겨울철 붉은색 열매는 눈을 뒤집어쓰고 가지에 매달려 있다. 그래서 북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신단수로 추앙받는 풍습이 전해진다. 마가목을 산물푸레나무(mountain ash)로 부르는데, 물푸레나무는 북유럽 신화에서 하늘과 연결하는 신목(神木)이다. 북유럽 신화에 따르면 마가목으로 배를 만들면 침몰하거나 물에 빠져 죽는 일이 없다고 전해진다. 러시아 문학가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닥터 지바고’에서 마가목 열매는 생명, 풍요 그리고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지바고는 마가목 열매를 보며 헤어진 연인 라라를 떠올리고 반드시 다시 찾으리라는 용기를 얻는다. 러시아 사람들의 마가목 열매에 대한 의미를 소설에서는 잘 설명한다. 세상천지가 흑과 백으로 나눠진 설원에서 마가목 열매는 혹독한 겨울의 차가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고 묘사한다. 차디찬 동토의 땅에서 붉음을 유지하며 시련을 극복하는 용기를 주는 마가목 열매는 러시아의 처절한 근대사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마가목은 백두대간 운두령이나 대관령에 가로수로 식재했다. 일본 삿포로나 러시아 자작나무 숲속에도 심어 놓았다. 눈 덮인 설원에 서 있는 마가목은 단조로운 겨울 풍광 속에서 루비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이처럼 마가목은 겨울철에 들어서야 존재감을 더욱 크게 보여주는 나무이다. 팔방미인처럼 마가목(Sorbus commixta)과 팥배나무(Sorbus alnifolia)는 속명(Sorbus)에서 보듯이 매우 가까운 형제 사이이다. 사는 곳은 서로 달라 팥배나무는 우리나라 모든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나, 마가목은 울릉도 특산식물이고 강원과 영남지방의 고산지대에 주로 서식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조경수로 개발하여 도시에 많이 식재하여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팥배나무는 팥을 닮은 열매와 배꽃을 닮은 꽃을 특징으로 하여 팥배나무라고 부르는데, 꽃은 마가목과 거의 같으나 잎은 전혀 다르다. 나뭇잎은 빗살무늬로 나뭇잎의 전형적인 모양을 가지고 있다. 거의 같은 시기에 꽃이 피어 늦은 봄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이 시기에는 흰색 꽃들이 경쟁적으로 피어난다. 마가목-팥배나무, 이팝나무-산사나무, 때죽나무-쪽동백나무, 층층나무-산딸나무 순으로 피어 난다. 묘목 생산은 초여름 장마철에 새순을 삽목하거나 씨앗을 2년간 노천 매장해 뒀다가 봄에 파종한다. 나무가 어릴 때는 직사광선을 싫어해서 음지에서 잘 자라는데 생장하면서 점차 양지에서 잘 자란다. 습기가 있는 땅을 좋아하고, 도시지역의 정원이나 공원 또는 가로수로 심어 꽃, 열매 및 단풍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연두색 새잎, 하얀 꽃 그리고 빨간 열매와 단풍 등 모든 면에서 조경수로 인기가 많다. 천천히 자라면서 수관폭이 좁고 수형이 저절로 잡히는 편이라서 작은 규모의 정원에 심기 적당하다. 햇볕이 풍부한 양지를 좋아하며 추위나 그늘엔 강하지만 더위나 공해에 약해 도심 가로수로 부적당하다. 토양은 거의 가리지 않지만 배수가 잘 되며 보습력이 뛰어난 토양에서 생육이 가장 좋다. 특이한 잎 모양과 향기 짙은 하얀 꽃이 아름답고, 붉은색 단풍과 열매 뭉치를 오래 볼 수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는 조경수이다. 동의보감에 이름을 올렸듯이 중요한 한약재로 쓸 수 있는 팔방미인형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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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도시포럼, “산이정원 형태의 사립식물원이 가장 이상적”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정원도시포럼콘퍼런스가지난3일전라남도해남군산이정원가든뮤지엄2층에서열렸다.2022년이후2년만에갖는자리다.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이주최하고정원도시포럼이주관한이번콘퍼런스는산이정원개원기념으로마련됐다. 이날콘퍼런스는주제발표와정원토크로나눠진행됐다.정원도시에관한구체적제안과정원정책의방향,현재정원법이규정하는정원의형태등에관해그려보는자리였다. 정원도시기본모델‘산이정원’통해정원정책기조변환필요 주제발표는▲김인호한국환경보전원국가환경보전센터센터장의‘탄소중립사회를위한정원도시미래전략’▲황승흠국민대법학과교수의‘국가정원정책의의제와방향’▲배준규국립수목원정원식물과과장의‘정원정책과수목원’▲이병철산이정원대표의‘미래와함께하는산이정원’등으로구성됐다. 김인호센터장은“지구의2%가안되는도시가에너지78%,탄소배출량60%를생산하는상황에서정원도시를통해생태문명으로의전환이가능하다고생각한다”며“최근국립수목원전문가들이정원도시유형과문화를개발하고,지자체가‘정원’이들어간과를신설하는등관심을갖고적극적인정원산업활성화에참여하는것에고무적이라생각된다”라고밝혔다.그는정원도시를통해기후위기에대응하고,태양광이나풍력등재생에너지가정원도시에어떻게안착할수있는지기능적요소로서도입필요성을제시했다. 정원도시를구성하기위한법적인관점에서황승흠교수는수목원과정원이목적과특성이달라생기는법적문제를지적했다.정원법은2015년에만들어졌지만,당시수목원식물원법에포함되는것에그쳤다.“수목원을위한정책에정원이끼어든상태”라고황교수는말했다.황교수에따르면수목원은식물전시와유전자원보존이라는특정목적이있다.정원은수목원보다범위가넓다는사실이다.즉,정원은식물을전시하고지속해서가꾸고관리하는공간으로포괄적인목적을가졌다.이런차이에도법에는거의동일하게규정되어있어작은문제들이발생한다. 또한,황교수는국가·지방정원의지정기한도문제삼았다.“현재중앙정부와지자체에서운영하는국가·지방정원은지정기한이없는상태로언젠가문제점이드러날수있는한계를갖고있다.이런면에서김인호센터가제안하는‘정원도시’에공감한다”고말했다. 그는민간정원활성화를위한국가정원정책의필요성도강조했다.‘산이정원’을예로들어“전세계유명정원은모두민간정원이다.사립식물원이면서규모가가장큰민간정원인산이정원이정원본연의모습을찾아가는형태다”라고했다.또한“민간정원은법인,단체,개인조성이가능한것으로규정되어산이정원도주식회사정원조성자로규정할수있다.국가·지방정원처럼국가가정부예산으로직접조성하는것이아닌,외국의‘공공토지임차정원’형태가지속가능한정원정책으로여겨진다”고했다. 아울러“민간정원이활성화되려면조세특례를통해여러세금을감면할수있도록법제개편이필요하다”며“민간에게저렴하게장기간임대해서민간이자본을들여정원을개발하고,지역주민과향유하는형태”를제시했다. 산림청에소속된배준규과장도주제발표에서민간정원의활성화가가장이상적인국가정원정책이라는점에공감했다.배과장은국내외정원산업시장이커지면서세계에서한국의정원산업의위치를전하고지역사회와지자체의연결에고심하는산림청의노력을설명했다.배과장은지자체특수한식물을산림청과연결해자원을복원하는사업을꺼내면서“민간이정원정책에함께해야한다.남양주시,수원시,진주시등과MOU를하고있고,최근한국토지주택공사와도협약을준비중”이라고했다. 산이정원개원기념콘퍼런스인만큼정원을직접조성한이병철대표가산이정원개원과정을사진과영상을프리젠테이션으로참석자들과공유했다.이대표는초기산이정원을둘러싼4개섬을재현한맞이정원부터노리정원,물이정원,동화정원,흐름원등12개의테마정원과시설을자세히설명하며“솔라시도는정원도시,햇빛정원도시라는비전과콘셉트로만들어지고있는새로운미래도시다”라며“해남의첫작품이태양의정원이다.50만평규모의태양광발전이밀집한해남에10분의1인5만평규모의정원을만들었다”고했다. 이대표는“저는나무를심는사람이다.태양의정원이들어서면서산업경관이생태경관으로바뀌어태양의정원이가져온열매들이부수적으로생겼다”고했다.해남에태양의정원조성후환경부는국내최대탄소중립교육기관을유치하고,유기농산업복합서비스지원단지등이들어설예정이다.이대표는“내손주들이살아갈미래를생각을하니아찔하다.미래세대를위한환경을조성해보자라는생각에솔라시도를진행했고,그모델하우스가‘산이정원’이라고보면된다”라고했다. 정원예찬,“치유·공존·자연을담는그릇” 이번정원도시포럼의다양한분야포럼위원이모여정원토크를가졌다.서영애기술사사무소이수소장의사회로▲김선미동아일보기자▲김창섭가천대IT융합대학전기공학과교수▲이규인아주대건축학과교수▲이지윤숨프로젝트큐레이터가패널로참여했다. 언론인대표로나온김선미기자는‘정원도시포럼’이종합계획을갖고한팀으로활동하는부분이인상적이라며“국내정원정책이수요자보다는공급자위주인측면이있다”고했다.기업이제품출시에앞서소비자의수요예측을미리해본다는점이다.김기자는“정원도시는생태계와정원이세상을바라보는틀이돼전체적인생명체들과함께연결되는사회인데결과적으로요즘정원에는돌봄이라는키워드가많다.문화예술과접목해비인간생명체와함께연결됐으면좋겠다”고말했다. 에너지와전기,기후변화전문가인김창섭교수는에너지와탄소중립관점에서정원을설명했다.김교수는“알다시피석유나전기는사랑하기어려운물질”이라며“정원은환경기반,기술기반,문화기반솔루션을담기에가장좋은공간으로마치‘합동전진기지’같은느낌이다.이점에서솔라시도는좋은사례”라고설명했다.그는정원사들의역할을과학과연결해“정원사가기르는식물잎사귀는태양광전지판이다.그런면에서정원사는가장오래된‘에너지맥’”이라며결국탄소중립방법은정원이라는사실을확인됐다”고말했다. 이규인교수는정원도시개념에관해정의를내려보자는문제제기를시작으로“정원도시개념을인류를위기에서구할대안으로생각하고싶다”고했다.이교수는인류에게가장큰위협으로기후위기와AI를꼽았다.이교수는“AI가인간을멸망시킬것으로전망하지만,저는AI가인간을노동에서해방해줄것으로생각한다.일하지않고먹고사는시대로바뀌는시점에정원도시가큰역할을할수있다”고말했다.“기후위기나모든문제해결은생태사회로의전환밖에없다.최근자동차도로를최소화하고,보행자전거나퍼스널모빌리티자율차로바꾸고있는등기계와자동차를배제하는방향으로도시가진행되고있다”며정원도시로의방향성을설명했다.또한“솔라시도와같은도시를만드는의지와그런여론을모으고의식을높이는게필요하다”라고제안했다. 이지윤큐레이터는산이정원에개관하는박물관인가든뮤지엄을높이평가했다.이큐레이터는“박물관하면사람들은건물장소를생각하지만,사실생태공원·공원·가든·정원도시등새로운개념의질문에관한연구를할수있는시작과아카이브가만들어질기초가될수있다”며“산이정원의박물관은좋은사례이며시작”이라고했다.그는영국을예시로“영국은정원의국가로정신치료부분을고등학교부터정원과함께시작한다.정신치료가중요한만큼정원도시,생태도시와탄소중립도시에대한고민이정원박물관에서진지하게세계의석학들이모여연구주제가되기를바란다”고말했다. 정원도시포럼은정원도시의가치와비전을밝히고이에관한사회적담론을형성하기위해2019년에15명이모여결성됐다.2021년에정원도시정신과가치를담은정원도시선언문이발표됐고,이듬해기후위기와포스트팬데믹이라는새로운도전에맞서도시패러다임으로서의정원도시를살펴봤다.올해3회차로정원‘미래가되다’라는주제로산이정원에서열게됐다. 콘퍼런스시작에앞서조경진정원도시포럼위원장은개회사를통해“그동안위원들이많은답사와회의를통해우리국토가하나의정원이라는생각을확인했다.정원정책도있는자원을잘보존하고겸허한방식으로개입을해야한다고본다”며“앞으로포럼이이런생각들을공유하고확산하고자노력하겠다”고말했다. 또한,채정섭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대표는환영사를통해“2018년부터솔라시도도시조성을6년째하고있지만,속도가더딘상황이다.산이정원개원을시작으로사업속도를높이겠다”고밝혔다. 한편,이날먼거리에도40여명이참석해정원도시포럼에높은관심을내비쳤다.이번콘퍼런스는유튜브채널‘정원도시포럼’에서다시보기가가능하다.
[조경논단] 시인과 전사, 그리고 광대
벚꽃의짧은계절이지고봄꽃들이여기저기터져나오는미풍의계절이다.이계절에국립현대미술관에서정영선선생님의전시가열리고있다.그리고극장에는정영선선생님의영화가상영중이다.지난주에는전시를보았다.작지도,크지도않은전시실에한국조경의거의모든것이압축적으로담겨있어정영선이라는거인에압도되었다가,아직절정에이르지않은검박한정원에서는정영선이주는소소하며편안한위안을받았다.이번주에는영화를보았다.영화는정영선이라는사람과그가만든공간에관한이야기였는데,정영선이작은중정에숲을닮은정원같았고,포항의바위와바다와어우러진해국의경관이정영선같았다.벚꽃이내리는봄의후원과눈이내리는겨울이후원의모습이교차하는장면은황홀했다가,풀과꽃에게말을걸며쪼그려정원을어루만지는선생님의모습은모두의마음에있는할머니의모습처럼그리웠다. ‘땅에쓰는시’라는영화의제목은정영선선생님이직접정하셨다고한다.“하늘보다더높은하늘이,바다보다더깊은바다가,내앞에고개를숙였다.”영화에서선생님은본인쓴백합이라는시를읊으신다.감독님이전하기를선생님은조경은시처럼아름다워야하고,그아름다움은직접적으로표현되는것이아니라고생각하셨다고한다.국립현대미술관전시를준비하는사전회의에서선생님을잘아시는건축가는선생님의조경을다음과같이평가하셨다.선생님의조경은자기의목소리를내세우지않으며모든것을어울리게만드는배경을제공하는자연의겸손함닮았다.나는그말이선생님의조경에대한가장모범적인평가이면서도가장큰오해라고생각했다.큰목소리를내지않는다고하여,울림의공명이작은것이아니다.첫눈에시선을사로잡지않아도지워지지않는선명한기억의각인을세길수있다.시인이약하고여리다는것은편견이다. 선생님은시인이면서전사였다.아직조경의영역이제대로자리잡지못했던개발시기의건설판에서첫조경기술사로서선생님은전사였을수밖에없었다.정치가들과행정가들을설득해여의도샛강을자연으로돌리기위한과정은투쟁의연속이었을것이다.선생님의겸손은양보와낮춤의결과가아니다.오히려투쟁의결과이다.혼자우뚝서고싶고가장화려하고싶은의지들과맞서땅에시로쓴조경을하기위해선생님은강렬히온힘을다해싸워왔고지금도싸우고있다는사실을기억해야한다.시인이선생님의지향이었다면전사는시대가선생님에게던진소명의결과였을것이다.영화가끝나고나는감독님께영화를찍으면서우리조경에대해어떤생각이들었냐고,혹시아쉬운점이없냐고물어보았다.감독님은조경이늘내세우는겸양의미덕을추켜세우시면서재치있는답을해주셨다. “글쎄요.아쉬웠다기보다의외였던것이있기는했어요.영화를만드는중간에정영선선생님께서젤리코어워드를받으셨잖아요.하늘이이영화를돕는구나싶었어요.이상이조경가에게주는최고의상,노벨상이나건축의프리츠커상과같은영예잖아요.그래서저는조경계가나서서많은홍보도하고,신문이나뉴스에도크게나올줄알았어요.그런데너무조용한거예요.이번국립현대미술관전시도사실엄청난일이잖아요.세계적인상도받고,영화도나오는데이렇게조경하시는분들이본인들의이야기에조용한것이의외이기는해요.아마조경하시는분들자연을닮아겸손하시고말을아끼시는경향이있나봐요.” 50년이걸렸다.조경가가국현에서전시를하고,조경가에대한영화가나오기까지50년이걸렸다.한국조경가가세계최고의조경가에게주는상을받기까지50년이걸렸다.그런데한국조경은별말이없다.할말이없는것인지,겸손한것인지,다른일에바빠서관심이없는것인지조용하다.조경관련매체에서도,조경학계에서도정영선과서안의작품을재조명하는기획은보지못했다.건축과예술분야의사람들이오히려나에게묻는다.정영선선생님의전시와영화를보았냐고.그런좋은전시와영화가나왔는데도왜너희는아무런말이없냐고.전시회에걸린작품의리스트를보았다.나는앞으로그정도위상과규모의프로젝트를몇개나할수있겠느냐고자문해보았다.아마도그어떤조경가도그정도의일은할수없을것이다.지금조경가들의능력이부족하다는이야기는아니다.이제는과거정영선과서안에주어진그런큰프로젝트의기회는다시오지않을것이다.정영선선생님을통해마련된이축복과같은기회와시기를그냥지나쳐버리면앞으로한국조경에대한이런뜨겁고애정어린관심받게될계기는영영오지않을지도모른다는두려움과조바심이생겼다. 이전시와영화는그끝에서우리조경의다음이야기는무엇인지우리에게되묻는다.정영선의조경이아무리아름답고감동적이어도그것은정영선의길이지우리조경에대한정답지도아니고종착지도아니다.우리는정영선과다른자신의시를써야하고,정영선이마주한현실과는다른현실에맞서투쟁해야한다.정영선의조경을자양분으로삼아각기다른꽃을피우고열매를맺으려할것이며그렇게될것이다.그리고이제나는그이야기를우리가줄기차게떠들어야한다고생각한다.겸양의미덕은잠시치워두고아무리작은의미라도부풀려우리의조경이야기를여기저기퍼트려야한다고생각한다.광대가되어야한다.광대,딴따라,연예인,인플루언서가되어스스로풍악을울리며조경을팔아야한다.누군가전시를기획해주고초청해주기를기다리기보다이제우리가스스로의전시를만들고,영화를만들어줬으면소망하기보다사람들이볼만한영상콘텐츠라도만들고민을해야한다. 전시의한영상에는정영선선생님이국립현대미술관의중정에정원을만들기위해미술관을설계한건축가에게허락을얻고조언을구하는장면이나온다.광화문광장을같이설계했던소장과함께한저녁자리에서지인이우리에게물어보았다.광화문광장에팬지꽃밭이조성되었는데원설계자인우리가허락한일이냐고.우리는둘다금시초문이었고조경에서는그런것이관행이라고얼버무렸다.최근골프장을설계한조경설계사들이무단으로골프장설계에대한저작권침해에대한소송을진행하였는데,법원은골프코스설계는창작성을인정할수없으므로저작권보호대상이아니라는판결을하면서패소하였다.건축가의권리와너무나도상반되는조경의문제를보며나는담당공무원에게화를내고또다른소송을준비하는것보다지금열리고있는전시와상영중인영화가많은이들에게보여지고알려지는것이더필요한일인지도모른다.앞으로조경에이런전시와영화가몇번더나와조경에대한사람들과사회의이해가높아졌을때,조경은스스로권리를인정받고자애를쓰지않아도될까?범죄도시4가개봉4일만에300만명을돌파했다는뉴스를보면서나는다시마음이초조해졌다.‘땅에쓰는시’를본관객수는6,500명인데,이아름다운조경에관한이야기가조금만더오래상영관에걸려,조금만더많은이들이이야기를공유했으면좋겠다는마음이었다.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교수
서울 유일 마을정원 축제, “정원이 들려주는 소리 들으세요”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색별로다양하게심으면돼요.” 언덕을오르는수레에는팬지,마가렛,임파첸스,가자니아등봄을담았다.정원축제까지남은기간은보름남짓.마을곳곳담장을따라긴방부목으로만든화분은정원축제의동선을가리킨다.만만하게볼길이아니다.경사도가어림잡아30도다. 마을주민들은골목화단을정리하는데익숙한듯겨우내살아남은여러해살이초화류사이사이로꽃을심는다.그렇게두어시간여마을을돌면서심고,물주기를반복하니골목이금세봄색으로변했다.단지는10년전서울시가주관하는‘꽃피는서울상’콘테스트에서최우수상을받은곳이기도하다. 정릉교수단지는매년단이틀만정원축제를연다.준비에비하면축제기간이짧다.하지만개인주택주인이직접가꾼정원10여곳을볼수있는유일한날이다.정원공개를위해대문을48시간열어놓는건요즘시대,그것도서울에서큰모험이다.올해13번째다. 교수단지에서정릉까지는걸어서5분이채안걸린다.정릉은조선왕릉중한곳.태조가총애하던신덕왕후가숨지자태종은4대문내에있던무덤을정동으로강제이장시켜동네이름이‘정릉’이됐다. 1960년대에는서울대교수들이다수거주했다.교수들이살던근현대식단독주택들로모여살았다.현재교수들은거의살지않지만,‘교수’라는이름이동네명으로남았다. 차가운회색빛보다계절감느끼는정원마을의시작 몇해전유명예능방송프로그램‘유퀴즈’에서도촬영해입소문이나기도했다.하지만그전부터이곳은개발과마을보존이라는문제로언론에주목을받았다. 재건축바람이불던2000년대건설업자들이강남의주거지개발이비싸다보니성북구로눈을돌렸다.그중정릉주변교수단지도포함됐다.재건축동의를구하기위해조합이설립되면서갈등을빚었다.경관이주요한정릉주변을개발한다는것은상식상맞지않았다. 김경숙정릉마실대표와마을주민들은동네골목마다꽃을심고봄에정원축제를열었다.축제기간몇몇집이정원을공개했다.개인정원개방은서울에서최초였다.김대표는“이렇게예쁜곳을재건축하지않아도충분히아름다운동네라는사실을알리기위해서정원을가꾸고축제를열었다”며당시를회상했다.정원가꾸기가주가되는비영리단체‘정릉마실’은이후에만들어졌다. 2009년정릉이유네스코에등록된후2012년과2021년에정릉동6구역은정비구역지정이공식해제됐다.순천시를비롯해전국지자체에서소문을듣고마을을찾았다.주민자치로마을정원이유지되는곳을선진사례로삼기위해서다.첼시플라워쇼황지해가든디자이너도정릉단지를방문해식물선정과정원가꾸기에도움을주며응원을보탰다. 한결같이생동감넘치는정릉교수단지‘가든페스티벌’ 여전히정릉마을주민들에게정원축제는또하나의명절과같다.코로나가심했던2020년을제외하곤행사를거른적이없다. 그렇다고축제준비에미온적인주민에게참여를강요하지않는다.김대표는“참여못하는그마음그대로받아들인다.동네정원가꾸기도자율적으로신청받지만,자기집앞담장에화분을설치하는것도스스로관리할수있는의지가있어야한다”고했다.변화도많다.교수단지주변연립빌라에사는사람들도축제에방문해정원삶을동경한다는이야기를전해듣기도했다. 13번째정원축제에공개될정원은하나같이개성넘친다.고급스럽게휜30년수령의사철나무가터줏대감인‘쌈지정원’,다양한크기의자연석과야생화로정원을꾸민‘돌멩이들의수다’,자연주의식재가일품인‘도도화’,금낭화로계단한구석을근사하게조성한‘행복한뜰’등올해16곳이정원을개방한다.전문적인식재설계가아닌식물을다년간키워본‘경험설계’가비법이다. 올해도정원을개방하는이미정씨는“다른멋진정원사진을보면누가만들어준느낌인반면에이곳은아마추어가가꾼듯한순수함이있다”며“해마다봐도질리지않는그런느낌의정원”이라고했다.마을주민의노력으로소소하게시작했던때와비교하면현재방문객수는가늠할수없을정도로늘었다.축제‘시그니처’라불리는꽃비빔밥이만드는족족동이날정도다. 이번축제는오전11시에정원을가꿔보는정원가드닝과오후2시부터정원해설사와함께거니는마을투어가진행된다.오후4시부터는인형극과공연이있을예정이다. 또,매년축제를지원해온성북구사회적경제센터는올해도성북구사회적기업들과마을축제를연결한다.먹다남은굴껍질로비누를만드는블루랩스,생활패션용품을만드는결혼이주여성들의알록달록협동조합,시니어를대상으로프로그램을운영하는더이음문화예술교육협동조합등이이번행사에참여한다.이들은각정원에서코끼리똥수첩만들기,꽃비단부채만들기등체험활동과플리마켓을연다. 특히,올해는마을어린이집돌봄교실엄마들과어린이들이직접정원에서방문객들을반길예정이다.“축제를준비하는마을주민들나이가평균70세다.젊은엄마들과아이들이함께참여하는축제가벌써기대된다.” 정릉교수단지정원축제는‘정원이들려주는소리’를주제로오는10일부터11일까지정릉동북악산로5길정릉교수단지에서개최한다.시간은오전11시부터오후5시까지다.
공원 BF 인증제도, 인식전환 필요… “모두를 위한 설계해야”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모두를위한설계를하기위해서는공원BF인증제도인식을제고할필요가있다는의견이나왔다. 한국조경협회와한국건설기술인협회조경기술인회는지난달29일한국과학기술회관중회의실5에서‘공원BF인증제도에대한이해와대응방안’세미나를개최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BarrierFree)’제도는어린이·노인·장애인·임산부뿐만아니라일시적장애인등이개별시설물·지역을접근·이용·이동함에있어불편을느끼지않도록계획·설계·시공·관리를평가하는제도다. 이날행사는1부주제발표,2부토론회순으로진행됐다. 안세헌한국조경협회회장은인사말을통해“조경협회에서는조경인들과다양한주제를통해앞으로나아갈방향을논의하기위해노력하고있다.앞으로진행될세미나에도많은관심부탁드린다”고말했다. 김형선한국건설기술인협회조경기술인회장은“100만명이넘는건설기술인전체회원수중에서조경기술인은약5만5000명정도된다.앞으로도세미나외행사등다양한협업을통해힘을합쳐나갔으면좋겠다”고말했다. 세미나는▲이기영제일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부사장(BarrierFreeDesign및BF인증저자)이‘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제해설과장애인교통약자의행동특성에대해’▲김연금조경작업소울대표가‘통합놀이터조성사례와기본가이드라인’▲김성은네드지사장이‘공원BF인증사례와문제점,개선방안제시’를주제로각각발표했다. 발표가끝난후토론에는김기천그룹한어소시에이트소장,서은실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부사장,김인순한국장애인개발원유니버설디자인환경부부장이패널로참여했다. 이기영부사장은“BF설계를할때는장애인위주의개념이아닌,안전성,접근성,편리성,쾌적성,비차별성을중심으로디자인해야한다.2023년말기준우리나라인구중5%가장애인이고,장애인의54%가노인이다.출산율도점점떨어지고있는이시점에서는나를위한설계를해야한다.BF설계시장애인에국한된디자인이아닌,유니버설디자인과인크루시브디자인등모든개념이통합된디자인을추진해야한다”는의견을밝혔다. 더불어“‘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에관한규칙’등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관련법령들을잘살펴봐야한다”고강조했다. 김연금대표는외국국내·외통합놀이터사례를설명하며“전세계적으로통합놀이터와관련된다양한사례들을통해디자인가이드가만들어지고있다.유니버설디자인과BF디자인의개념은공공성과사회적책임이라는관점에서차이가있으나,사회적약자가존엄과평등을실현할수있도록물리적,심리적장벽을제거한다는점은공통적이다”고말했다. 이어“통합놀이터는‘접근성’과‘놀이성’을어떻게균형있게맞출것인가에대해많은고민이필요한것같다.영역별로장애유형과장애정도가다른데,이들이갖고있는활동특성을어떻게고려해시설을이용하게할것인가를다같이고민해야한다”고강조했다. 김성은지사장은BF인증의개요부터관계법령,공원및공원내건축물적용사례에대해설명했다. 발표가끝난후토론에서김인순부장은“보편적으로BF인증은장애인을위한제도,유니버설디자인은모두를위한제도라고생각하고있는데,그인식부터바꿔야한다.내가노인이됐을때공원에서어떤편안함느끼고,어떤불편함을느낄수있는지생각만해도답은나온다고생각한다.장애인에초점을두는것이아닌,공원이용자모두를위한설계를해야한다.공원BF인증에많은관심과적극적인반영이절실히필요한시점이다”고말했다. 김기천소장은“‘BF인증과정’은서류를제출하고의견을받아서보완하고다시제출하는과정의반복으로이뤄진다.조경설계심의를마쳤음에도불구하고BF인증심의에서심의위원이바뀌면도면전체를바꿔야한다.현재대기기간만3개월이필요하고,이후심의까지모두마치는기간이길게소요된다”는어려움을토로했다. 김인순부장은심사과정과관련해“2021년공원BF인증이의무화되면서설계회사도심의위원들도이해가부족한상황인것같다.위원들도심화교육을통해공원BF인증지표교육을받고있지만,전체적인교육이아니기때문에혼란을일으킬수있을것같다”고말했다. 김성은지사장은“현재인증기관업무과중으로서류제출후약3개월후에심사가진행되며,심사결과에대한조치계획제출및심의요청후에또약1개월대기후에인증심의가이뤄진다.BF인증으로어려움을겪고있는설계사무소가많아지면서인증기관의인력보충및효율화를위한대책이필요한것같다”고지적했다.
1세대 조경가 정영선, ‘유퀴즈’ 출연… “국토 자체가 하나의 정원입니다”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1세대조경가정영선이tvN‘유퀴즈온더블럭’(이하유퀴즈)에출연한다. 오는5월1일오후8시45분에방송되는‘유퀴즈’는▲여행유튜버빠니보틀▲한국최초여성조경가정영선▲배우박성훈이출연한다. 정영선조경가는한국1호국토개발기술사(조경)획득한최초의여성기술사다.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세계조경가협회(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으며,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가협회(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세계적으로인정을받았다. 한국에서조경에대한사회적위상이낮았던시기에,아시아선수아파트단지(1984),예술의전당(1984),올림픽선수아파트단지(1985),희원정원,호암미술관(1997-1998),인천국제공항(1999),서울올림픽미술관과조각공원(1999),청계천복원(2002-2005),광화문광장(2007),경춘선재생공원(2014),서울식물원(2014)과같은주요프로젝트를통해조경의중요성과가치를알리는역할을했다. 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가유재석,조세호를만나어떤이야기를나눌지기대가되고있다. 한편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땅에쓰는시’가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등에서상영중이며,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는오는9월22일까지‘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를주제로조경활동을총망라하는전시를개최하고있다.
창작 활동에 나쁜 선례 우려…“조경가 창작·저작권 위해 적극 행동”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한국조경가협회는24일골프장창작성부적판결(본지관련기사3월11일자‘골프코스설계,창작성없다?!’)에대한입장을밝혔다. 안계동한국조경가협회회장은입장문을통해“이번판결에서‘지형,식생,조경시설등자연물의조합인골프장에는창작성이없다’는판결은골프코스설계와조경에대한무지에서나온판결”이라고강한유감을표명했다. 안회장은“조경분야가설계및시공에관여하여만들어진대표적시설”이라며“골프경기를위한코스와지형변화,연못배치,식재등아름다운경관을조성하는창조성적산물이며골프장마다개성이다른경관이연출됐다”고했다. 또한,“조경은인간과환경의조화를통한환경의질향상을목적으로환경에대한생태적·기술적이해와심미적·정서적접근을통해인간에게휴식과안정,아름다움을제공하는전문분야다”라면서“공원이나골프장은지형,식생,조경시설등을단순히기능적나열이아닌전문조경가의구체적의도와목적에따라새롭게배치,조합,배열된창조적공간”이라고강조했다. 안회장은“2심법원판결은조경의순기능과역할에대한이해부족으로기인한것”이라며“조경을넘어건설,문화등창작활동이필요한분야전반에매우부정적이고나쁜선례를남길수있다.이는미래사회가치인‘환경’과‘문화’라는시대적사명과도배치되며세계적으로주목을받는K컬쳐발전에도걸림돌이될수있다”고우려를나타냈다. 마지막으로“우리협회는이순간에도창작활동을위해시간과노력을기울이는조경가의창작활동과저작권이보호받아한국조경문화발전과인간삶의질향상에이바지할수있도록적극행동할것”이라고밝혔다. 이번사건은스크린골프업체인골프존에서국내골프장을그대로재현한시뮬레이션영상을제작해사용하면서저작권비용을지불하지않은데서시작됐다. 지난2월1일서울고법민사5부는골프코스설계업체인오렌지엔지니어링등이골프존을상대로낸저작권침해금지와손해배상청구소송2심에서원고일부승소판결한1심을파기하고패소판결했다. 골프장의창작성부정판결에대한한국조경가협회입장문 2024.2.1.서울고등법원은원고골프코스설계사와피고스크린골프업체간의저작권침해손해배상항소심판결에서1심판결을완전히뒤집고,골프장이저작물의대상이긴하나창작성이없는기능적저작물에해당하므로저작권침해가해당하지않는다고판결하였다. 특히이번판결중‘지형,식생,조경시설등자연물의조합인골프장에는창작성이없다’라는내용은골프코스설계뿐만아니라조경에대한무지에서나온판결로서한국조경가협회는이에대해매우엄중한유감의뜻을밝힌다. 골프장은조경분야가설계및시공에관여하여만들어진대표적시설로서,골프경기의전략적목적을위한다양한코스형태와지형변화,연못배치뿐만아니라식재를통한아름답고인상적인경관조성을위해심혈을기울여만들어진창조적산물이다. 그리하여골프장마다각각다른개성있고매력적인경관이연출되어있다. 조경은인간과환경의조화를통한환경의질향상을목적으로하며궁극적으로삶의질향상을도모한다.환경에대한생태적·기술적이해뿐만아니라심미적·정서적접근을통하여인간에게휴식과안정,아름다움을제공하는전문분야이다. 그러므로조경이땅위에만드는공간인공원이나골프장은지형,식생,조경시설등을단순히기능적으로나열하는것이아니라전문조경가의구체적의도와목적에따라새롭게배치,조합,배열된창조적공간이다. 2심법원의이번판결은이러한조경의순기능과역할에대한이해가부족한데기인한것으로서,조경뿐만아니라나아가건설,문화등창작활동이필요한분야전반에매우부정적이고나쁜선례를남길수있다. 이는미래사회의가장중요한가치인‘환경’과‘문화’라는시대적사명과도배치되며세계적으로주목을받는K컬쳐발전에도걸림돌이될수있다. 우리협회는지금,이순간에도창작활동을위해시간과노력을기울이고있는조경가의창작활동과저작권이보호받아한국조경문화발전과인간삶의질향상에이바지할수있도록적극행동할것이다.끝. 한국조경가협회회장안계동
정영선 다큐멘터리 영화 ‘땅에 쓰는 시’ 오늘 개봉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국내1세대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땅에쓰는시’가오늘개봉한다. ‘땅에쓰는시’는선유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경춘선숲길,서울아산병원등모두를위한정원을만들어온정영선조경가의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다. 정영선조경가는한국1호국토개발기술사(조경)획득한최초의여성기술사다.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세계조경가협회(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으며,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가협회(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세계적으로인정을받았다. 영화는모든생명이싹트는봄과생동하는녹음으로가득찬여름,무르익은색채너머휴식을기다리는가을그리고모든아름다움을준비하는겨울까지‘사계절’을중심테마로구성해다채롭고도풍성한볼거리를전한다.5년간야생화가만개한정영선조경가의양평집앞마당부터남녀노소모두가즐기는대규모공원과신비로움을간직한개인정원등다양한장소를누비며각계절이지닌고유한경치를온전히담아냈다. 언제나사람과자연의관점에서치열하게고민해온‘땅의연결사’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따라가며,관객들에게일상의위로를건네는공원의아름다움은물론,‘조화’를잃지않는삶의태도로써공원의의미에대해생각하게만든다. 특히미나리아재비,개쑥부쟁이등우리국토의매력을즐길수있는각양각색의야생화와제주를비롯한전국의금수강산을포착하며,한국적경관의현대적완성을빚어낸정영선조경가가그려온자연스럽고도감각적인풍경들을담아냈다.땅이간직한고유의맥락을읽어시를그리듯공간에생명력을불어넣는1세대조경가의진심어린철학을전하며새로운배움으로관객들에게다가간다. 이영화는국내작품으로는최초로제20회EBS국제다큐영화제개막작으로선정됐으며,남도영화제시즌1순천개막작선정및제49회서울독립영화제장편쇼케이스부문에공식초청되는등작품성을인정받았다. 한편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은지난5일부터정조경가의작품세계를돌아보는전시‘정영선: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9월22일까지)를열고있다.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에서 ‘정원도시국’으로 ‘졸속’ 추진…4일간 입법예고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서울시가푸른도시여가국을정원도시국으로명칭변경을추진하면서관련분야의충분한의견을수렴하지않아서졸속추진이라는비판이제기됐다. 서울시는이달5일시정추진력강화를위한조직개편을위해‘서울특별시행정기구설치조례일부개정조례안’을시의회에상정했다. 개정안의주요내용은▲기구개편및소관사무조정▲주요실국의통솔범위조정▲자율신설기구일반기구화▲한시기구정비및존속기한연장▲기구명칭변경등이다. 이에따르면푸른도시여가국을정원도시국으로변경하고,올해7월까지한시적으로운영할예정이었던한강사업추진단을3년더연장해존속시키는내용이포함됐다. 이중‘푸른도시여가국(이하푸도국)’을‘정원도시국’으로변경하는것에대해기존업무를포괄하는이름으로적합하지않다는지적이일고있다. 현재푸도국은▲공원정책▲공원조성▲조경▲정원▲자연환경▲생태계▲산림▲동물보호▲공원여가▲산사태사방사업등을담당하고있다. 게다가이번개정안은지난달29일부터이달2일까지단4일동안의견을수렴해부랴부랴추진하는모양새여서졸속추진이라는비판까지받고있다. 보통입법예고는40일,지자체법규는20일로정하고있으며,서울시의경우에도“입법예고기간을20일미만으로하려는경우에는법무담당관과미리협의하여야한다”고정해놓았다. 하지만이번개정안은입법예고가충분히되지못해시민들은물론관련학계등전문가들도알지도못한사이에‘정원도시국’으로바뀔수있는상황이다. 개칭부정적,“기후변화등다양한패러다임고려”“조직위상축소”등 안승홍한경대학교조경학과교수는“서울시가정원도시기조에맞춰서조직명칭을변경하는상황”으로생각되지만,“정원도시국이라는이름은기존푸른도시여가국에비해똑같은기능을하더라도조직이협소해지는느낌이든다”고말했다. 그는“정원에서발달된개념이공원이다.공원은정원에비해공간적으로크고,이용자측면에서도공공공간으로훨씬범위가넓은데,산림청에서정원법이통과되면서혼란한시기를거치고있다”며특히정원도시국이라는이름아래공원관련부서가위치한다는것은“배보다배꼽이더큰상황”이라고말했다. 하지만경기도에정원산업과가신설되는등지자체조직에정원이라는이름이들어가는것은최근추세라고진단했다.또한정부부처에서공원업무를담당하는국토교통부녹색도시과는법·정책만관리하고있지만,산림청은국가정원이나지방정원조성등을통해직접사업에관여하고지자체에매칭예산을주고있어서앞으로지자체부서이름에‘정원’을사용하는비율이더늘어날것이라고전망했다. 실제2022년말경기도에서도‘산림과’와‘공원녹지과’를각각‘산림녹지과’와‘정원산업과’로명칭을변경한바있다.하지만당시‘정원산업과’신설은산림공원정원을포괄하는상위부서의명칭이아니라,부서간업무조정성격이강했다. 오순환조경지원센터본부장은“푸른도시여가국이더좋은것같다”며“기후변화,리질리언스등현재여러가지패러다임이존재하는데,정원으로만접근하는게맞는건지논의가필요하다”고말했다. 또한오본부장은“기존공원녹지관리사업소를공원여가센터로친근감있게바꾼건좋은데,일반사람들에게‘정원도시’가더친근한가?‘푸른도시’는안그런가?”라며정원도시국이더친근감이있는이름은확실하냐고반문했다. 무엇보다정원은가장작은단위의조경이므로,생태공원산림자연등을총괄하는부서이름으로는축소되는느낌이든다며“푸른도시여가국에서많은정원을조성하면되는데,여러불편과행정비용까지감수하면서이름까지바꿀타당성이있는지모르겠다”고말했다. 특히4일밖에입법예고가안된것은“왜4일만했는지이해할수없다”며“좀더논의의장을마련할필요가있다”고말했다. 개칭긍정적,“공원녹지포함한큰개념”“구체화”등 ‘푸른도시국’보다‘정원도시국’이더낫다는의견도있다. 안명준조경시공연구소느티대표는오히려“기존푸른도시국은지향점이상당히모호했다”며“정원도시국은정원이라는구체적인대상이지칭되니까개인적으로훨씬낫다고생각한다”고말했다. 그는이번논란에대해“정원을어디까지로보느냐에따라달라질것”이라며,‘정원도시국’을가드닝개념의좁은의미의정원으로사용한것이라면논란이있겠지만,공원녹지를포함한큰개념의정원으로보는것이기때문에“서울시가정원도시정책을펼치고있는상황에서정원도시국으로가도문제가없을것”이라고말했다.다만“아직까지정원이도시적인차원에서이해되지않으니까조금이른감이있다”며일반시민들이가진정원에대한편견을극복하기위해“홍보가필요하다”고말했다. ‘졸속추진’논란에대해서는,이번개정안이입법예고를짧게거쳐도될사안은아니라는입장을보였다.“국단위명칭이바뀌는이유가제대로설명이안되고있는것같다”며,국의명칭이변경되면서하위부서에대한세심한계획안이공고되지않은것은시정철학이반영되지않은채“일단명칭부터질러놓고보자”는것에불과하다며,숙의할기간이필요하다고말했다. 한갑수한국전통조경학회회장은“‘푸른도시’가워낙넓은개념인데반해‘정원도시’가좀더구체적이라는점에서좋은것같다”고말했다.하지만“이름을정원으로하면업무범위가축소될것이라는염려도있을것같다”며조경내에서도다양한분야가있어서논란의여지가있을수있으므로“관련분야의견을참조했다면더좋겠다”며졸속추진논란에“아쉬운점”이라고평가했다. 한편서울시는이외에도“경제정책실,복지정책실,도시교통실”을“경제실,복지실,교통실”로,“시민건강국”을“시민건강국,민생노동국,디지털도시국”으로,“재난안전관리실,주택정책실”을“민생사법경찰국,재난안전실,주택실”로변경한다는방침을개정안에담았다.
[조경논단] 요즘 공원
은퇴하신회사선배들과이야기나눌기회가있었는데,‘건강,돈,친구’가제일중요하다고반복해강조하셨다.‘돈’이야어렵겠으나,‘건강’과‘친구’라면그래도공원이제법커버할수있겠다싶었다.기실공원의발단이1832년영국런던의콜레라대유행과연관이클정도로공원과건강은한몸이나다름없다.공원에서산책과달리기등운동을통한시민의건강뿐아니라,맑은공기와생태계조절등도시의건강까지연관되기때문이다.이런건강측면으로요즘공원에서유의미한움직임이라면‘맨발걷기붐’과‘야외체육시설의진화’가손꼽힌다. 점점흙이없는도시가되니외려흙길을찾는것인지,맨발걷기는현재공원에서가장핫한이슈다.어찌보면건강의영역을벗어나신화의영역에다다를정도.거친산길을맨발로걷는건기행에가까웠는데,2006년대전계족산황톳길(14㎞)을시작으로2020년서울양천구안양천황톳길(570m)과강남구양재천황톳길(600m)조성등을통해맨발걷기용흙길이공원제도권으로진입했다.물론맨발공원으로불리던지압보도도있었다.밀레니엄전후로주요공원마다자갈,사고석등의재질로지압로가조성돼선풍적인기를끌었고현재도일부남아있지만,이젠이용률이극히저조해지며사라져간다.영원히변하지않을것같은공원도개별시설마다끊임없이경쟁하고흥망성쇠를겪는걸보여주는대표적사례다. 공원으로진출한황톳길에서수년간경험이쌓이고민간단체가태동하고몇몇언론보도를통해맨발걷기의장점이증폭되는과정을거치며,2022년부터는공원내흙길조성요구가본격적으로대두됐다.작년부터양천구는현황조사를거쳐총20개소3.7㎞의맨발흙길기본계획을수립·추진중이고,전국주요공원마다황톳길등맨발흙길조성이쇄도한다.신규조성뿐아니라자연발생적으로활성화된공원내흙길을정비하는방식도활발하고,시설측면에서도황톳길과마사토길,건식흙길과습식흙길로의분화와배수를위한황토배합비조절,이용편의를위한세족장,신발장,비닐하우스,방수포설치등다방면으로진화중이다. 건강측면에서요즘공원의또다른이슈는야외체육시설의진화다.2000년대초반공원에처음도입된야외체육시설은종목확대와내구성·디자인개선수준에머무르다,팬데믹을거치며폭발적으로진화했다.초기집합금지와거리두기로인해인기를끌며공스장(공원+헬스장),산스장(산+헬스장)같은유행어를만들더니,팬데믹이지속되며높아진수요는난이도높은근력운동과맨손복합운동기구로는물론,난이도낮은어르신을위한감각운동기구로까지확대시켰다.비가림시설과조합해일상성도높였고에너지생성까지스마트하게뻗어나가면서,상대적으로배제되었던청년과여성까지폭넓게포용하는중이다. 두번째주제인‘친구’로넘어가기전에소개하고픈중첩된사례가도심공원과거리에서자주만나는러닝크루(RunningCrew)다.주로평일이나일요일저녁,젊은직장인이나학생그룹이깔끔한복장으로줄지어달린다.건강을챙기면서도느슨한팀워크를구축해안전성과참여도를높이는데,볼때마다흐뭇하다.이런낮은단계의관계망은‘혼자’를강조했던팬데믹을거친이후도시에서자주볼수있는트렌드이기도하다. ‘친구’라표현했지만‘관계’로해석하는것이조금더정확할것이다.공원은혼자찾는사람도많고또그만큼다양한관계망이동반되기도한다.가족이나연인과피크닉을위해찾는경우도,친구와함께운동을즐기는경우도,반려견등반려동물과동반하는경우도있다.특히전국에600만명(命)정도로추산되는반려견은요즘공원의주이용객으로서큰변화를이끈다. 2004년최초로서울능동어린이대공원에반려견놀이터가생긴후,여러노력에도불구하고번번이지역주민들의완강한반대를넘어서지못한경우가많았다.하나인구4명에1명꼴,약1300만명까지반려인구가늘면서상황은역전됐다.특히팬데믹을지나며반려동물입양률이연간20%가까이증가하니,반대목소리를드높이시던어르신들의데시벨이크게낮아졌다.현재서울시공원내에만반려견놀이터23개가운영중이며,그중양천구도7개로30%를차지한다.특히,내달양천구목동IC남측녹지대에개장하는‘목동반려숲’은녹지공간전체를반려견테마로꾸몄다.앞으로모든공원에다양한형식의반려견놀이터가도입될뿐아니라,교육기관,보호소,보건소,캠핑장등반려동물테마시설도확대될것이다. 반려동물뿐인가?팬데믹은반려식물에대한관심도키웠다.즉각적반응이특징인반려견과스마트폰에대응하는‘느린관계맺기’다.집에서의반려식물은공원에서의텃밭과정원으로확장되는데,모두가드닝의영역이다.요즘공원에서식물관련최대이슈는‘정원’으로,전국적인정원도시트렌드와맞물리며도시의공원과거리를다채로운정원으로바꾸는중이다.서울시는작년5월정원도시선언에이어올해봄에만1000개의매력정원을조성한다고발표했다.양천구도도시곳곳에25개의매력정원을일구는상황.우리는왜이렇게공원과거리에정원을만들려노력할까?정원이갖는아름다움과계절감과색과향기와질감의매력도그이유겠지만,근본적으로는복잡한도시속에서인간이자연과더밀착된관계를맺고싶은욕망일것이다.그런측면에선모두‘반려’식물인셈.집에서의반려식물도공원내정원의확산도불안하고외로운도시의삶에대한대응이며,이노력들로인해공원과거리는더많은가드너들이함께가드닝하는정원도시로향해있다. 반려동물·반려식물에서확장된생태적관계망또한중요하다.기후위기의신호로받아들이는꿀벌의실종등작은곤충류의생멸(生滅)부터숲에서마주치는너구리,강에서살아가는새와물고기와수달까지서로연결되며큰위기에함께대응한다.공원에서생물다양성에진력해야하는이유다.최근몇년새시민과학자들의노력으로안양천철새보호구역에새들이조금씩늘어나는결과를얻었다.지속적인조사데이터를바탕으로겨울철공사자제나갈대군락지관리등에목소리를내주신덕분이다.올해부턴양천구에서활동하는자원봉사자‘에코친구’도함께참여한다.결국공원을중심으로사람과사람뿐아니라도시와자연까지서로함께‘관계’맺음으로써우리도도시도지구도더안전해진다. 해방과한국전쟁이후70여년간경제발전과민주주의라는목표를향해모든분야마다부지런히달려왔지만,세계최고의자살률과세계최저의출산율을성적표로받았다.물론괄목할만한경제성장을거뒀고민주주의도지속적으로향상시켜왔지만,결국우리사회는자식을가지길거부하는또스스로삶을소거하는마음이가장강한나라가된셈이다.출산율의추락은젊은세대가불암감에휩싸여미래를비관하는것이고자살률의상승은어르신세대가외로움에휩싸여현재를비관하는것으로분석할수도있겠지만,결국생명의관점에선가장본능적욕구인생존과번식을선택적으로포기하는‘불임사회’에돌입했고또돌진해갈태세인셈이다. 도시는더심각하다.2023년우리나라합계출산율0.72명에비해서울은0.55명수준이다.도시에사는젊은세대들이도시에서의삶을,도시의미래를더비관적으로본다는얘기다.불안감과외로움이지배하는불임사회의이엄중한현실에대해도시와공원과시민은어떻게대응해야할까?큰틀에서는포용도시일것이고자연에대해서는생태도시일것이며공공공간과개인의영역에선정원도시일것이다.건강하게서로관계맺고진화를통해위기에대응하는것이요즘공원에요구되는핵심과제다. 온수진양천구청공원녹지과장/공원주의자저자
[2024 아파트 조경 ④ 끝-롯데건설] 이지영 수석 “아파트 조경에 MZ세대를 담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MZ세대의마음에드는조경을위해과감한소재발굴에노력하고있다.우리는새로운것을도전할때반짝반짝한다” 최근아파트조경에서가장큰변화를보이고있는건설사는단연롯데건설이다.롯데는지난2022년조경에차별성을두고자조경독자브랜드인‘그린바이그루브(GREENXGROOVE)’를선보이며,오랫동안각인되어오던중세시대‘캐슬’의이미지를벗어났다는평가를받는다.실제최근준공된현장은매우현대적인감각과트렌드에접근하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 하지만롯데건설이지영수석은“롯데건설의조경은이미점진적인변화를거쳐왔다”며“갑작스럽게다이나믹한변신을했다”는것은외부적인시선일뿐이라고말했다.왜롯데캐슬의조경이큰폭의변화로다가오는지최근아파트조경에서주력하고있는컨텐츠를통해알아봤다. 롯데조경의새로운도전“그린바이그루브” 사실롯데아파트조경이‘캐슬’콘셉트를벗어난것은아주최근일은아니다.이미2019년에롯데캐슬3.0을선보이면서‘여행같은삶의공간’을테마로조경전략이대폭업그레이드됐다.당시전략은그냥바라보는조경이아닌경험하고즐기는조경을만든다는전략으로,자연을좀더가까이에서체험하는설계를적용했다.오히려그린바이그루브는이러한전략을강화한것으로전혀새로운전략은아니라는설명이다. 2022년에조경을브랜드화한‘그린바이그루브’는자연을연상시키는’Green’과리듬과활력을뜻하는‘Groove’를조화시킨다는의미를담았다.중앙의‘X(바이)’는다양한분야와의콜라보레이션을뜻하며,일상속에서삶의영감을전달하는‘InspiringAround’공간이라는콘셉트아래취향을다채롭게담는조경공간을구현하고자했다. ‘그린바이그루브’는현재롯데아파트조경의콘셉트이자목표이다.이를어떻게설계와실물로서구현해낼것인지는아직도적전인과제이며현재진행형이다. “조경의본질을나타내는‘자연’안에입주자개개인의취향을적극적으로콜라보해서표현함으로써입주자들에게만족감을느낄수있도록하는것이목표이다.이미지적으로는자연에가깝게표현을해보자는의도도있고,설계나시공에서풀어낼때는조금더자연소재를많이쓰는개념으로볼수도있다.” 인공적인소재와자연적인소재의콜라보속에서조금더자연소재를많이적용하는전략이라는설명이다.하지만이것은“자연그대로”라는뜻과는거리가좀멀다.“자연적이지만인공적인세련미”를표현하자는것에더가깝다. ‘자연그대로’보다‘자연소재콜라보’가전략 조경공간에자연소재를많이사용한다고하면‘식재밀도를높이는것’으로생각할수있지만,‘그린바이그루브’는식재중심콘셉트에서탈피하고있다.자연상태의돌에서가공된석재까지,나무그대로에서가공목재까지다양한형태의자연소재를시각적으로보다많이노출하면서도현대적인아름다움을구현하기위해고민하고있으며,실제현장에서좋은사례들이많이발굴되고있다. “식재밀도가높지않더라도따뜻한공간이될수있도록기본적인자연소재를많이사용하면서도심플하게만드는것에집중하고있다.이것이콜라보와조화라는그린바이그루브의콘셉트에도어울리는접근이라고생각한다.” 시설물의경우도차가운느낌의스틸소재를중심으로따듯한자연소재가어우러지는표준디자인을구현하기위해고민해왔고,실제최근에는스틸에자연소재를접목한티하우스나파고라등의표준디자인이개발돼현장적용을앞두고있다. “예전에는스틸로된시설물에목재가일부적용되는정도였다면,최근표준디자인은스틸에석재까지붙여서공간안에서더다양한자연감성을느낄수있도록구현하고있다.” 아파트조경에‘한남동MZ세대’를담아보았나? 현장마다타겟층이달라서조경트렌드에접근하는방식이달라지지만,공통적으로최근아파트조경의트렌드를“MZ세대”가이끌고있다는점은부인하기힘들다.무엇보다롯데건설만큼MZ세대트렌드를조경에담기위해고민하는사례도드물어보인다. “최근MZ세대들은모든소재를굉장히심플하게접근하고있어서,내부적으로그런성향을좀더많이담아낼수있도록고민하고있다.” 조경에MZ세대의취향을담아낸다는것도매우시사적인이슈로생각되는데,이를위해새로운트렌드와신소재를발굴하는것이‘조경’에중요한일이되고있다는것은롯데만의차별점이아닐까싶다.게다가같은MZ세대라고해도지역마다다른성향을담아야한다니생각보다더많은공부가필요한분야이다. 예를들어한남동MZ세대는심플하지만매우고급스러움에집중한다는차이가있다.‘올드머니룩’이라는말이있듯,조금은올드해도괜찮고컬러가많이들어가도괜찮지만고비용적인특성을가지고있다.고급소재에는텍스처가뿜어내는아우라가있기때문에한눈에알아차린다.이런분위기의다름을조경에서도구현해낸다고하니매우도전적이고색다른작업이아닌가. 물론아파트조경도투자를많이하면더고급스런결과가나온다는것은대부분진리로받아들여진다.하지만고비용이라고해서무조건좋은결과가나오는것은아니다.그래서필요한것이디자인적인언어이다. “나무를심을때도한줄만심을것인지풍성하게심을것인지적재적소에대한고민을많이한다.그런세심한고민들이차이를만들어낸다.최근에는소재에대한고민을많이하고있다.소재는거짓말을할수가없지만,물량투입이많다고해서모두좋은결과가나오는것도아니다.역시세심한고민이필요하다.” 기후변화대응,아파트조성기준달라질것 이지영수석에게롯데와다른건설사아파트조경의차이가무엇인지묻자“그건좀말하기어렵다”며손사래를쳤다. “각자노력하고있는포인트들이있는데함부로말할수없다”는이유도있지만,차별점이라고이야기하기엔주거지조경의고민이대동소이하기때문이다.다만‘기후변화’는어느현장이나공감할수있는매우심각한이슈로떠오르고있다고진단했다. 최근몇년사이나타난‘기후변화’에대해현장에서는꽤심각하게보고있다.폭우와폭서가반복적으로길어지면서설계및시공기준을변경할필요성이제기됐다.계획․설계적인측면에서는빗물저류조및레인가든설치나배수시설에대한규격들이달라지고있고,공사쪽에서는자재수급이나실제시공연출에많은어려움을겪고있다. 지난여름에는여러건설사현장에서폭우로배수시설의상태를점검한사례가많았다.롯데건설에서설계를담당하고있는‘기술연구부서’도유속이나유량등을재검토할필요가있다고판단해서기준개정을확인하고있다. “기후가너무급변하고있다.지난해에는6월말부터8월초까지45일동안연속으로비가왔다.100년간통계의최상치에이른것으로이런우수량을극복하지못한지역들이많다.관로의관경이라든가구배라든가설치개수등현장의토목기준들을손보고있다” 이참에미기후에대한연구를통해총체적인재검토가진행되고있다.바람세기에따라멀칭재적용여부를결정하고,미기후에의한회오리로쓰레기분리수거장설치방식을고민는등세심한대응에노력하고있다. <인터뷰> “시간에따라변화되는조경,한번더고민하자” ‘그린바이그루브’콘셉트를반영한시설물표준디자인작업에대해설명을부탁드린다. 시설물에있어서그린바이그루브의중요한전략은자연소재의다양한감성을전달하는데에있다.예를들어메인광장에티하우스와더불어자갈층의물결을만들어주고드라이한느낌의그라스류를심고대표수목을적용해포인트식재한풍경을떠올려보면된다.식재밀도는떨어지지만구성요소는대부분자연소재라는점이그린바이그루브의지향을잘그리고있다. 최근하얀색으로도색된스틸을중심으로벽면에석재를적용한티하우스가표준디자인으로만들어졌다.다양한형태의자연소재를적용한것이특징이다.하지만그린바이그루브는시설물만이아닌전체공간에대한이야기를포함하고있으며,공간에정돈된자연성을구현하는개념으로이해해야한다. 조경소재차별화에공을많이들이고있다는데,어떤노력들이이뤄지는가. 개인적으로2023년6월준공한‘자양롯데캐슬리버파크현장’의특화공간을진행하면서다양한소재에대해많이고민했다.그중하나가내후성강판이다.주로건축에서사용하는자재로스타벅스매장의마감재로많이사용하고있었다.단가는매우비싸지만실내는물론이고외부에서도사용할수있는자재이다.타공간이나공종에서사용하는소재라고하더라도사후관리와시공이효과적이라면적극적으로발굴해서조경공간에적용하고자노력하고있다. ‘나인원한남현장’에서는그당시흔히적용하지않았던‘프리캐스트콘크리트’로만들어진플랜터를단지곳곳에적용했다.콘크리트소재가적나라하게노출되는방식으로인천공항안에서는대형플랜터로만사용된적이있고,건축에서는대단위면적에적용하며최근들어각광받고있는자재이다. 최근건설사에서는식재에있어서수종이단순해지는것을걱정하고있는데실제수급이어렵고하자이슈가있을수있어다양한연출이미흡한현실이다.다만상대적으로쉽게접근할수있는초화는이미다양한연출을하고있다.우리특화현장의경우에는대관목에조금더집중해소재개발과연출을시도하고있다. 여러가지소재를발굴하고시도하는것이공간의질을높이는효과를보여주기때문에현장에서도적극적으로시도할것을요구해왔다.작업진도도고려하면서소재에대한고민도함께해야하니조금힘들수도있지만,오히려그런일을할때흥미가발산되는것같다.실제팀장들도이런고민을할때반짝반짝한모습들을보인다. 건설사조경인들에게한마디 조경은삶의바탕이기도하지만하나의오브제이기도하다.심지어시계열적인변화를수반하기때문에그것에초점을맞추어조성하는것을큰특징으로이해하고있다.그래서항상어떻게하면연출을잘하고,또그것을구성하고있는요소간에관계성을잘맺어줄것인가를중요하게생각해야만한다.당장에보이는것만할것이아니라,앞으로어떻게변화해갈것인가,또어떤영향을미칠것인가를곱씹어야한다.예전에는잘했다고생각했는데좀지나보면‘이렇게하지말걸’하고후회하는일들이많다.그래서무언가결정을할때는좀더시간의변화와주변과의관계성에대해고민을하자는이야기를동료후배들한테남기고싶다. 이지영수석과의인터뷰를통해최근롯데건설의조경이많이달라보였던이유를알수있었다.새롭고도전적인작업을통해성취감을느낀다면누구나반짝반짝할것이다.아파트조경을통한다양한시도들이확장된다면조경인들의무한한역량들도따라서빛이날것이라고기대해본다.
[미래포럼] 밤양갱과 헤어질 결심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요즘밤양갱이때아닌인기를누린다고한다.가수비비의‘밤양갱’이란노래덕분이다.밤양갱의가사를들어보면헤어지는남녀간의평범한노랫말인데가사나리듬은달고단밤양갱보다더달콤하다.별거아닌것같으면서매력적이고,익숙한것같은데처음처럼신선하다.사랑과이별,너무나익숙한스토리이지만이노래가우리에게처음처럼다가서는이유가뭘까?이노래를듣다순간오버랩되는이미지가박찬욱감독의영화‘헤어질결심’이다.사랑과이별을다른시선으로이야기한이영화의마지막장면을떠올려보자.박해일의바다그리고안개가자욱한미장센의순간을영원히각인시키려는듯영화의OST가흘러나온다.“나홀로걸어가는안개만이자욱한이거리….”,1967년세상에처음선보인정훈희의‘안개’가2023년‘헤어질결심’에서함춘호의기타와송창식과의듀엣으로다시태어났다. 처음처럼,익숙하지만낯설게.그렇게우리는처음처럼대하는것에매력을느낀다.술자리에서우리가소맥으로말아즐겨마시는‘처음처럼’의의미를작고하신신영복선생은서화에세이집「처음처럼」에서‘산다는것은수많은처음을만들어가는끊임없는시작입니다’라고소개한다.흔히세상에존재하는것중새로운것은아무것도없다고한다.새로운것들은어쩌면다시태어나는것일지도모르기때문이다.아재들의라떼에나등장할법한양갱이MZ세대들덕분에때아닌호사를누리는것처럼. 변화에대한도전은늘두렵다.하지만도전은그자체로서희망이기에많은이들이젊은이들에게늘도전하라고권유한다.사람들은미래를위한새로운도전을위해변화와혁신을이야기한다.하지만변화하는미래에도변하지않아야하는소중한가치가있을것이다.비비의밤양갱이나정훈희의안개가그렇듯,존재하지않는새로운것에대해서만고집할것이아니라변화하지않는삶의방식과전통,그리고축적된삶의가치와문화가미래에어떻게투영될것인지를고민하는것도새로운변화를위해서는매우의미있는일이다. 도시,건축,조경등의삶을담는공간을다루는영역에서처음처럼변화를꾀하고새로운것에대해도전할때놓쳐서는안되는변화하지않는가치는아마도공간의공동체성과공공성일것이다.우리가사는삶터에서너와나,그리고우리가함께사는공동체성을향한도전의한걸음한걸음은공간에서의더나은삶,더나은행복을추구하기위한노력이다.뭔가를처음처럼도전해보기위해서는먼저내가어느순간늘해왔던방식에익숙해져버린건아닌지,변화를향한도전을꿈꾸는것마저도내가처한상황에서는지극히사치스러운일이라고치부하진않는지,내가하는일을통해세상을향해무슨말을하고싶은지도모른채그저습관처럼일에매달려있지나않는지돌아보는일이우선되어야한다.최근주목할만한공원과광장,그리고공공건축등의사례에서엿볼수있는익숙하지만새로운공동체성과공공성의공간언어에는변화하지않아야할공간의공공성과공동체성의가치를구현한더불어숲의지혜와미래를향한새로운도전정신이담겨져있다. 최근지식사회에서화제의중심이된이슈가챗지피티(ChatGPT)이다.생성인공지능이만들어내는경이로운지식의재창조이다.하지만미래의초정보화시대가펼쳐지더라도우리는지식의한계에대한도전,존재하지않는것에대한끝없는상상,그리고동시대를사는인간과공동체에대한존중과신뢰의끈을놓아서는안될것이다.인공지능이인간의지식노동을능가하는현실에서인간은어떻게스스로의미래를꿈꿀수있을까?공간을상상하고공간적상상력을통해세상을변화시키는체인지메이커로서의역할은여전히인간만이누릴수있는권리이자의무이다. 미래도시에서공동체성이란개념과가치는여전히유효하다.보편적으로도시공간에서지속적으로공동체성이란근본가치를찾아나서는이유는앞에서도언급한초개인화로인해내가중심이된세상,디지털공간에서마저사유(私有)가지배하는환경에서공동체성이인간이과연인간다움으로존중되고있는가를묻는화두이기때문일것이다.미래도시에서우리가꿈꾸는희망의공간을만든다는것은온라인이거나오프라인이거나마찬가지로결국삶과터의관계를디자인하는것을의미한다. 우리가삶터로서의공간을디자인하는것은개인의삶의만족도와더불어함께사는삶의기쁨을누릴수있게하는일이다.동시에인간다운삶을가능하게하는장소와공간을디자인하는일,함께사는삶의가능성을열어주는일,공유할수있는가치를만드는장소와공간을디자인하는일이다.미래도시에서도현실공간과가상공간이구분되지않고이둘이서로엮여서한몸이되어삶과터의관계망을잘엮어낸다면삶이터를,동시에터가삶을서로보듬어미래의우리의삶터가공유와공존의숲으로성장하게될것이다. 이영범/건축공간연구원원장
환경과조경 40기 통신원, 조경 소통창구 ‘활짝’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지역의조경소식을발빠르게전달하고조경학과학생들의소통창구를열어갈환경과조경40기통신원이본격활동을시작한다. 지난6일그룹한빌딩6층그룹한갤러리에서‘환경과조경40기통신원간담회’가개최됐다. 환경과조경통신원은지난1985년부터40년간이어져온전국최대규모의조경관련대학생네트워크로,각대학소식및지역정보를전달하는역할은물론박람회등조경관련행사에서서포터즈활동을통해다양한프로젝트에참여해왔다. 환경과조경은매년통신원임기를시작하면서활발한활동을독려하기위해통신원들간만남을주선하고오리엔테이션을겸하는자리로간담회를개최하고있다. 특히올해간담회는오랜역사를지닌통신원제도를시행한지40주년을맞이해40기통신원을맞이하는데더욱뜻깊다. 이날간담회는1부공식행사와2부선배와함께하는커리어데이행사로이뤄졌다. 1부는▲임직원소개▲박명권발행인축사▲환경과조경회사소개▲임명장·기자증·우수통신원상수여▲기자교육▲온라인기사업로드교육▲1분자기소개▲기장선출순으로진행됐다. 박명권환경과조경발행인은축사영상을통해“올해통신원은환경과조경의가장소중한친구이자동반자로서조경업계와학계를연결하는중요한소통창구의역할을하고있다.조경의새로운영역과쟁점을발굴하고그경계를확장해나가는데통신원의참여가무엇보다소중한밑거름이될것”라며활발한활동을당부했다. 이번40기통신원은총27개학교에서41명의학생이선발됐으며,전국기장에는▲김경미공주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과▲정세희순천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이선출됐다. 김경미통신원은“별명에‘역마살’이들어갈정도로여행을좋아한다.앞으로조경분야의여행을함께할동료들을얻게돼기쁘다.떠나야만알수있는것들을위해앞장서서걷겠다”는의지를밝혔다. 정세희통신원은“전국기장으로선출돼영광스럽다.조경에열정을가지고전국학교에서모인통신원들과의소중한교류를통해조경분야에서의지식과경험을더욱풍부하게쌓겠다”며“특히선배님들과의만남을통해학교에서는배울수없는다양한경험과노하우를얻고싶다.앞으로통신원들과협력해조경문화발전에기여할수있도록노력하겠다”는포부를밝혔다. 지역기장에는▲서울·경기·강원지역에심규연건국대학교산림조경학과통신원과김솔서울여자대학교원예생명조경학과통신원이▲경기·충청지역에양경미단국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과조휘리공주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이▲영남지역에백진규경북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과임시은경북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이▲호남지역에이지현전북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과박지혜순천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이각각선출됐다. 간담회에서는39기우수통신원시상식이진행됐다.우수통신원은윤민영서울여자대학교원예생명조경학과통신원,서유석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통신원이선정됐다. 2부에서는이형주23기통신원(조경하다열음)의사회로▲아라리소개및활동내용공유▲이성민21기통신원(텍사스A&M대학교교수)축사▲30기선배통신원경험공유및멘토링등선배통신원들과함께하는‘커리어데이’행사가진행됐다. 이성민21기통신원은축사영상을통해“20년전똑같은마음으로조경에대한기대와설렘,관심을가지고시작했다.통신원활동이선후배간소통창구역할을하는만큼많이듣고이야기했으면좋겠다.졸업후어떤진로를선택하든지간에제일중요한건‘소통’인것같다.앞으로다양한활동을통해마음껏즐기길바란다”고말했다. ‘커리어데이’는조경분야는물론사회각계계층에서활약하고있는선배통신원이후배통신원에게취업관련지식과경험을전해주는프로그램이다. 이번간담회에서는계획·설계·행정·특별등네분야로나눠▲계획분야에서락원30기통신원(어반플레이선임PD)이,▲설계분야에이향지30기통신원(얼라이브어스실장)이,▲행정분야에한지연30기통신원(서울시푸른도시여가국주무관)등이멘토로참가했다. 한편신임통신원의임기는이달1일부터내년3월31일까지1년간이며,앞으로조경매체중유일한네이버제휴매체인e-환경과조경을통해대학소식과지역정보를전달할예정이다.
  • 환경과조경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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