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윤 (lapopo21@naver.com)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산림청이 새로운 나무의사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기존 나무병원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나무병원연합회는 최근 “제도가 시행된 후 교육기회도 시험기회도 얻지 못한 채 생업을 잃게 될 지경”이라며 구제해 달라고 호소에 나섰다.
나무의사 제도는 모든 수목진료 활동을 ‘나무의사’만 할 수 있고, 그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나무병원’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 나무병원도 새롭게 나무의사 자격을 갖추어 등록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5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나무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산림청이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양성교육을 이수한 뒤 나무의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18년에 이 제도가 시행됐지만 나무의사 자격을 갖추기가 쉽지 않아 나무병원들이 대거 면허를 잃을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전국나무병원연합회는 지난해 12월에 산림청과 국회 농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생업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1차 탄원서를 냈다.
연합회에 의하면 “나무의사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5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지정된 교육기관에서 양성교육을 받아야 시험을 볼 수가 있는데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인해 교육 인원이 줄면서 앞으로 남은 2년 안에 나무병원들이 자격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 문제는 교육기관 부족에 따라 제도 시행 전부터 이미 예상됐던 것으로, 당시 산림청은 시행 초기 불가피한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제도 시행 후에 “동등한 교육 기회를 줬다”는 점을 강조해 교육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질문에 빗겨간 답을 내놓기도 했다.
나무병원연합회는 나무의사 제도 시행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기존 나무병원들이 지속적으로 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장의 근거로 ▲첫째는 농약의 오남용으로 인해 나무의사 제도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작 산림청은 농약의 오남용으로 인해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는 사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기존 나무병원의 농약 오남용 사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례가 있다고 해도 그 업체를 처벌할 일이지 전체 나무병원의 면허를 박탈할 문제는 아니다. ▲셋째는 기존 나무병원이 가진 기술이 단절된다. 과연 새로운 시험제도로 배출된 나무의사가 기존 나무병원에 비해 수목 치료 및 방제 등에 있어서 더 나은 기술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연합회는 “노하우는 책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 복덕방을 공인중개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업을 유지시켰던 사례를 들며, “이미 나이가 들어 시험을 보기도 힘든 분들이 많은 기존 나무병원에 대한 생업을 유지하면서도 제도를 잘 안착을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안으로 건설기술자 보수교육제도 처럼 “기존 나무병원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수교육을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실제 산림청이 2013년도 시행한 ‘도시생활권 수목관리 실태조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나무병원에 의한 농약 오남용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제도 시행 당시 농약 오남용의 주범으로 조경업체도 지적이 됐지만, 실제 조경공사시 방제에 대한 설문은 보고서에 나타나 있지 않으며, 아파트 방제에 실내소독업체가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전문가에 의한 수목진료제도’ 추진을 위한 정책기초자료를 확보하는 목적임을 밝히고 있으며, 산림청이 줄곧 주장했던 농약 오남용에 대한 판단 자료로 보기에는 새 제도 추진을 위해 나무병원이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아끼고 있다. 강주형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과 주무관은 “나무의사 제도에 관여했던 여러 단체 및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쉽게 바꾸기가 힘들다. 다만 앞으로 자문위원 의견을 받아서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