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석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박형석 기자] “어둠을 지나 만난 이 봄, 모두가 밝게 소생하길”
겨울이 깊어도 반드시 봄은 오고, 영원할 것 같은 한여름 태양빛 아래에도 서늘한 바람 한 조각 찾아오기 마련이다.
소소원은 밝음과 어두움이 함께 어우러지는 정원으로, 사그라듬이 있어 더 찬란한 밝음, 곧 떠오를 빛을 품고 있기에 귀한 어둠의 시간, 시간을 품은 푸른 기와 아래 그늘 속, 생의 밝은 기운으로 가득한 정원이다.
이 정원은 밝은 날에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꽃과 잎사귀를, 흐린 날엔 그 차분함 속, 처마 끝에 달린 풍경 소리를, 그리고 비가 오면 물웅덩이 속 비의 울림을, 사계절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을 통해 소소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정원의 재료는 오롯이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인공물을 배제하려 했고, 쓰임이 다 한 것들을 모아다 새로운 역할을 주려 했다. 어느 고택을 지지하던 100년의 세월을 훌쩍 넘은 고목 기둥부터, 청석 기와, 고재목 등을 구해 정원 내 정자에 사용했고, 돌담 또한 인공물 없이 쌓아서 훗날 이 정원이 철거가 진행돼도 다른 곳에서 쓰일 수 있도록 했다.
<인터뷰>
“계절과 날씨에 변화하는 정원”
정원 콘셉트와 주제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
‘굿바이 코로나, 굿모닝 플라워’가 전주정원산업박람회의 주제로, 소소원은 지난 몇 년 간의 어려움 끝에 만난 이 봄을 모두가 밝게 소생하길 바랐다. 그러나 지금의 봄을 마음껏 누리되 우리가 왜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또한 잊지 않길 바랐고, 이를 음과 양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전달해 보고자 했다.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대상지가 원래 논이 있던 곳이다 보니 토양 상태가 무척 좋지 않았다. 게다가 조성 중에 큰 비가 오면서 건천 주변이 거대한 뻘이 돼 고생을 좀 했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다양한 컨디션의 대상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배움의 시간이 돼 값졌다.
정원 감상 포인트나 조성 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특히 주력했던 점은?
정원에 들어서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무엇을 봐야 하나요?’ 이다. 나는 그러면 날씨와 계절에 따라 정원의 느낌을 달리했다고 말한다. 소소원은 정원 입구부터 자연스럽게 걷다 보면 해가 쨍쨍할 때는 정원이 밝게 빛나고, 중간 턱에는 비가 오는 날 반질반질하게 되살아나는 청석이 있다. 그리고 정원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정자 그늘 속에 앉아 처마 끝에 매달아 놓은 풍경을 보면 절로 시선은 느려지고 행동이 차분해지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계절과 날씨를 통해 이 정원에서 나와 나만의 감정을 느끼며 소소한 즐거움들을 오롯이 누렸으면 좋겠다.
소소원의 식재 방향성은?
소소원은 존치 정원이다. 그래서 식재 디자인을 완성형이 아닌 다음 계절, 다음 해가 있도록 신경을 썼다. 정원에 오면 매 순간 성장하는 식물들을 관심 있게 바라보고 다음 계절을 궁금해 했으면 한다. 전주는 시에서 양성한 초록정원사들의 활발한 활동이 있는 곳으로, 소소원에서 함께 배우며 키워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관심과 지원을 더할 예정이다.
정원을 조성하면서 아쉬웠던 점과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이번에 도봉구 초안산가드닝센터 개관과 일정이 겹치면서 현장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보통 현장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며, 현장 속 다양한 이벤트들을 풀어나가고 성장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현장은 그게 많이 아쉽다. 하지만 소소원을 조성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가장 가까운 친구가 살아 자주 방문했던 익숙한 도시인 전주에 특별함 하나를 더 얹은 것 같아 좋았다.
작가정원 조성 소감은?
계속 정원에 대한 꿈을 꿀 수 있게 초청해 준 전주시와 함께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현장을 만들어나갈 때, 옆에서 가장 많이 응원해 주고 도와주신 전영웅 소장님과 좋은 합으로 또 하나의 작품을 멋지게 마무리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나의 정원은 OOO이다” 자기 작품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나의 정원은 삶이다. 소소하지만 매일 모습을 달리하는 정원을 바라보며 새롭게 삶의 의미와 특별함을 발견하고, 살아가는 방법들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