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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10년, 위기를 넘어 기회로 ①] 성장과 추락, 한국조경사회의 정체성을 묻다 한국조경협회 40주년 특별기획, 격변의 10년 ① 2011-2012
  • 이민우 교수 (gaone01@gmail.com)
  • 입력 2020-05-04 07:19
  • 수정 2020-05-04 07:19
한국조경산업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한국조경협회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이에 e-환경과조경과 한국조경협회는 국내 조경의 역사에서 가장 격변의 시기를 보낸 지난 10년을 조명해 보는 “한국조경 격변의 10년, 위기를 넘어 기회로”를 주제로 특집 기사를 연재한다. 이번 특집에는 한국조경협회 전임 회장 5명이 필자로 나서 지난 10년간의 환희와 좌절의 순간을 되돌아볼 계획이다. 지난 10년 사이 ‘위기’와 ‘기회’의 지점들을 점검함으로써 협회 40주년을 뜻있게 기념하고, 조경의 미래를 힘차게 준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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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경협회 40년. 조경의 원조 미국조경가협회(ASLA)는 1899년 창립이니 올해 121세이다. 우리나라 조경의 역사를 1970년대로부터 돌이켜 보면 이젠 성장기를 거쳐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런데 지금은 1997년 IMF 외환 위기 이후 최고로 어렵다는 코로나 경제 위기가 진행 중이다. 늘 위기를 거치며 지나온 시기를 돌이켜 보면 대견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조경의 역사에서 가장 격변의 시기는 지난 10여 년이 아닌가 싶다. 이전 30여 년간의 지속적인 성장은 조경업의 팽창을 이루었지만, 대학 조경학과의 과도한 설립과 건설 호황 뒤의 경기 침체로 졸업생이 과잉 배출되고 일자리가 감소되는 극적인 반전을 보여 주고 있다. 조경 인프라의 확충과 경제 불황에 따른 건설 시장의 수요 급감으로 다시 위기의 시기가 도래했다. 조경협회 4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조경협회 16대 회장(2011년 ~ 2013년)으로 지나온 이야기와 앞으로의 전망과 기대를 나름대로 풀어 보고자 한다.

 

 

양적 성장,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없던 시기

 

한국조경사회(한국조경협회의 예전 이름) 활동 이전에 가칭 ‘조경설계업협의회’란 모임을 짧은 기간 동안 주관한 적이 있다. 아마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일 텐데, 2000년 1월 25일 강남의 한 식당에서 14개사 16명의 설계사무소 대표자들이 모였다. 처음 보는 이들도 많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조경설계 회사들의 여러 가지 고충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조경설계 분야를 위한 모임의 필요성, 적정 설계비 등등에 대해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 참석자: 한림(김경윤), 아텍(이준석), 지오(이상진), EA(정운수), 가원(이민우, 안세헌), 서안(성종상, 신현돈), 목우(엄미란), PMD(이상종), 유림(김은성), 그룹 한(박명권), 마당(황용득), 신화(최원만), 동심원(안계동), 서인엔지어링(최기호) / 임시회장 안계동, 간사 이민우, 이홍길, 엄미란

 

그 후 모임 참여 여부에 대해 74개 회사에 연락해 37개사로부터 회신을 받았는데, 그중 35개사가 참여했고, 2개사는 참여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주었다. 참여한 회사를 대상으로 회비도 일부 모았고, 일차적으로 설계비에 대한 자료를 모아서 자료를 제공한 회사간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세 번 더 모이다가 모임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아마도 계속되는 철야로 매우 바쁘게 돌아가고 직원들도 부족하던 시기여서 모임을 끌고 나갈 힘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활동이 건축설계사무소 쪽에서는 조경설계사가 설계비를 담합한다는 소문으로 번졌다. 하지만 그때 의도는 (고가든 저가든) 얼마의 설계비를 받을 수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일 뿐이었다. 창업 초기 처음 상대하는 발주자에게 설계비 견적서를 내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엔지니어링 대가 기준은 있었지만 건축설계사무소와 일을 할 때는 대지 평당 금액으로 산정하기도 하고, 건축설계비의 일정 비율(%)로 산정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축설계사무소 발주로 조경설계 일감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 실제 설계비 사례를 토대로 한 대가기준 기초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 대부분 동의했다. 조경설계사무소가 희소한데도 제값의 설계비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당시 이러한 인식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실제 이 일은 가급적 불필요한 설계비 경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한국조경사회 활동은 토문컨설턴트(현재 조경부서 없음) 재직 중 조경인 체육대회에 참석하면서 시작했고,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창업(1999)하고도 주욱 이어졌지만 특별한 활동은 없었다. 건설사 민간 아파트 단지 조경설계 일감이 차별화, 고급화 전략으로 늘기 시작하면서 늘 야근, 철야로 바쁘게 지냈다. 조경사회 행사는 총회, 세미나 정도에 참여했으며, 전 직원이 참가하는 체육대회가 그중 가장 의미있는 행사였다. 체육대회는 신설 회사를 알리는 좋은 기회였고 해마다 직원수가 늘던 시기였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회사의 확장된 규모를 감당하기 어렵게 만들며 서서히 어둔 그림자를 드리웠다. 당시 수석부회장을 마치고 회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회사 여건상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감사직으로 2년 더 참여한 뒤에 16대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당시 이용훈(13대), 이유경(14대), 김경윤(15대) 전임 회장님들과 고문님들 그리고 주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렸는데, 믿고 기다려 주셔서 지금까지도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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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조경인체육대회

 


응답하라 2011 ‘조경가협회’ 화두,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자

 

그땐 우리나라 조경업계의 현실이 어떤지 알려진 것이 별로 없었다. 조경설계업에 대해 배운 것이 하나도 없었고, 미국에서 설계사무소 생활을 했던 조경가들에게도 설계 능력은 배울 수 있겠지만, 조경설계 회사의 경영, 관리 등에 대해선 배울 수가 없었다. 다들 직원이었지 회사 대표자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조경사회 활동을 하면서 도대체 지금 우리 조경의 현실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만난 책이 있다. [미국의 설계 경쟁력 어디에서 오나?(김예상, 한미 파슨스 공저, 보문당, 2005)], [코리안 스탠다드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이상호, 한미파슨스 공저, 보문당, 2006)]라는 책이다. 당시 건설사업관리(프로젝트 매니지먼트, PM 또는 CM)란 분야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때인 듯하다. 조경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보다 앞서 정착한 건설, 건축 분야로부터 배울 것이 많았다. 큰 틀 안에서 조경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독학한 셈이다. 거기서 해야 할 일을 추려보니 어마어마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경의 설계 경쟁력’, ‘조경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16대 조경사회를 시작하면서 단체의 명칭 변경 추진을 위한 토론의 장을 열었다. 분명 ‘조경사’라는 이름은 법적으로는 없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영어로는 Landscape Architect다. ‘조경가’와 ‘조경사’라는 명칭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단체 이름으로는 ‘조경가협회’냐 ‘조경사회’냐 였다. 사단법인인 조경사회(KSLA)는 ‘Kore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다. 그런데 ‘조경가협회’도 이미 존재하는 단체로, 친목단체이면서 용어를 선점했지만 거의 활동이 없어서 ‘조경가협회’ 몇몇 교수님을 찾아 허락을 구했다. 조경사회의 정체성을 조경설계의 전문가인 ‘조경가’라는 이름을 확보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조경전문가는 설계전문가를 기본으로 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그 원형은 미국 ASLA였다. 하지만 거의 성사 직전에 ‘조경가협회’ 일부 구성원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 후 다시 ‘한국조경협회’로 변경을 시도했으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승인을 받지 못했다. 건설 관련 기존 협회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최종필 회장 때 결국 ‘한국조경협회’로 명칭 변경을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조경협회’란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은 대단히 큰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우리의 건축설계 분야를 보면 시험으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Registered Architect’와 자격증이 없는 ‘건축가’로 나뉜다. 그래서 ‘건축사협회’(지회는 건축사회)와 ‘건축가협회’로 나뉜다. 조경에서도 공식적으로 ‘등록된 조경가’와 ‘미등록 조경가’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로는 ‘조경기술사’가 가장 가깝지만 그건 장기적으로 두고 봐야 할 문제다. ‘기술사’는 국제적으로 ‘PE(Professional Engineer)’로서 공학인증을 받아야 한다. ‘엔지니어’ 배출은 공학인증제에 따라 절차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대열에 오른 나라이므로 더이상 국제적 기준 앞에서 꼼수를 부릴 수 없다. ‘학문의 자유’와는 다른 문제이다. ‘코리안 스탠다드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야 하는 이유다.

 

그 당시 건축설계 업계에서는 조경설계사무소를 추천해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동안 공공부문 일감을 통해 성장한 엔지니어링 업계의 조경설계는 나름 안정적으로 성장했지만, 아파트단지 등 건축설계 시장의 다양한 조경설계 일감은 작은 조경설계 회사가 많이 성장하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설계 하도급 등으로 기본은 너무 취약했다. 건축설계에 변경이 많아 일정 관리가 어려웠고 늘 철야에 시달려야 했다.

 

 

조경사회에 바랐던 것, 조경협회에 바라는 것

 

산림, 건축, 도시 관련 법규의 제·개정에 반대를 하는 일들 때문에, 조경사회가 조경산업의 구성원으로 전체를 대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조경발전재단의 구성원으로 시공, 설계, 자재 등 관련 협회와 전방위로 활동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지쳐 탈진할 지경이었다. 후임 회장들도 그 와중에서 힘들 때 지켜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한국조경사회 30주년을 맞이하여 조경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라펜트의 조경사회 관련 설문 자료(‘조경사회 30주년, 실무자에게 듣다’, 라펜트 2010. 6. 15)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지적이 있었다. 이 자료는 조경사회 회장으로서 상당히 소중한 자료였다. 협회에선 지금 시점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조경사회, 얼마나 잘 알고 계십니까?

- 20% 한국조경사회에 대해 ‘모른다’

- 50% 조경관련 언론이나 조경사회에서 발간하는 정보지 등을 통해 알고 있다.

- 17.5% 조경인 체육대회, 조경박람회, 기술세미나, 공모전 등 프로그램에 대해서 알고 있다.

 

한국조경사회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하나?

- 58% ‘조경 실무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장 마련 : 특히 조경관련 신기술, 세미나 관련 자료, 해외 사례자료 등의 공유가 필요하다.

- 20.5% 온오프라인을 통한 인적네트워크 활성화 : 이중 카페 등의 온라인 활동과 토론 등의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서 조경계 전반의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분야 간 정보 공유에 있어서도 더 큰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수이다.

- 15% 조경기사 및 기술사 공부를 위한 동영상 강의 제공 :쉽게 접하기 힘든 동영상 강의나 조경실무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해주었으면 하는 의견을 통해 현 조경실무자를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지 못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 기타 예비실무자(학생)를 위한 프로그램 구축, 조경인 복지, 한국조경사회가 현재 펼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등을 한국조경사회의 발전 방안으로 내놓았다.

 

 

조경설계 중심 분업적 조경대표단체로 거듭나길

 

조경설계 전문분야의 협회로서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조경의 중심은 조경가다. 조경가의 핵심역량은 설계다. 조경계 전체의 문제에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대처하면서 미국의 ASLA처럼 설계 중심으로 활동을 재편, 강화해야 한다.

조경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위한 조경계의 중심단체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역할 분담을 전제로 해야 한다. 무수한 조경 관련 단체들의 중심이라는 애매모호한 위치 설정으로는 조경협회는 막대한 부담감으로 힘에 겨워 쓰러질 것이다.

업역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규 제개정 및 법제 감시 활동 등의 일들은 환경조경발전재단을 중심으로 조경학회장을 비롯한 단체장들의 공동대응이 원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일들은 조경설계 업역과는 거의 무관했지만 우리 협회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면서 조경의 핵심역량인 조경설계를 소홀히 하였고, 청년 세대를 수용하지 못했다. 조경협회의 모든 활동을 재검토하여 대폭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또한 조경협회 웹사이트를 활성화해야 한다. 2020년 4월 30일 기준 현재 협회 홈페이지의 Q&A는 2018년 11월 1일에서 멈춰 있다. 웹사이트에 좀 더 적극적인 투자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온라인 매체를 통해 소통하는 능동적인 체계를 갖추고, 직간접적으로 참여율을 높여 웹사이트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환경과 조경, 라펜트, 조경신문 이외에도 국내외의 우수한 웹사이트를 선정해 주제별로 링크를 묶어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미약한 16대 회장단의 임기 동안 늘 회장단을 지켜 주시면서 비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김윤제, 권오준, 유의열, 윤성수, 김기성, 강인철, 유길종, 이용훈, 이유경 고문님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단체의 발전을 위해 하신 말씀들이 행여나 회장단 마음을 상할까봐 조심스럽게 지도해 주신 마음 늘 잊지 않고 감사히 담아 두겠으며, 저 역시 그런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협회 일에 늘 앞장서서 조경계를 끌고 나간 정주현, 황용득, 최종필, 노환기 전임 회장들께 감사드리며 차기 이홍길 회장께서도 그동안의 협회 활동 경험을 살려 일취월장 좋은 성과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조경협회의 활동과 조경업계의 발전을 위하여 함께 고생하신 양홍모(한국조경학회장,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교수님과 조경단체 회장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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