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독립기념관에 민족의 국난 극복과 독립 의지가 담긴 작은 정원 ‘시련의 돌밭’이 조성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지난 2월 독립기념관과 전시·교육·식물관리 등 활성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독립기념관 내 ‘겨레의시련’관 중정에 ‘시련의 돌밭’ 정원을 조성했다고 6일 밝혔다.
‘시련의 돌밭’ 정원 조성은 국립수목원이 기획하고 독립기념관이 예산 일부를 지원했으며, 조경작업장 라디오가 설계를, 공간시공 에이원이 시공을 맡았다.
독립기념관 제2관 ‘겨레의시련’은 근대적인 자주 독립 국가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좌절되고 이어진 일제의 식민 지배 실상을 살펴보며 그 속에서도 계속된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느껴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설계를 맡은 김지환 조경작업장 라디오 소장은 “겨레의시련관 배경이 일제강점기이니 영국식 정원과 같은 화려한 분위기는 아니라 생각했다. 일제강점기 시절을 찍은 흑백사진을 보면서 산천이 황폐화된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늘이기도 하고 식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라 ‘시련의 돌밭’이라는 개념을 잡게 됐고 작은 공간이지만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겨레의시련’관 중정을 국권을 상실해 암울한 시기였던 1900년대 초반의 국가적 시련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이해했다. 이러한 전시관의 의미와 음지라는 공간의 속성을 투영한 ‘돌밭’을 형상화했는데, 이곳에서 잘 견디는 자생식물을 심어 음지의 공간적 특성을 극복하고자 했다. 이는 국난을 극복한 국민의 의지를 상징화한 것이기도 하다.
물과 빛이 떨어지는 중정에서는 미선나무, 소사나무, 탐라산구수국이 공간의 중심을 잡고, 이끼와 풀이 돌 사이에 자리 잡는다. 돌밭 사이 크고 작은 자연석은 황폐화된 국토를 상징하고, 돌 사이 푸르른 자생식물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한반도를 지킨 국민을 상징한다.
공간의 형태는 우리나라 산지, 계곡부 등에 나타나는 끊어진 암석절벽지대에서 떨어진 바위 부스러기들이 절벽 경사면 아래쪽에 반원추형으로 쌓인 ‘애추(崖錐, talus)’ 지형을 접목했다. 천장을 통해 떨어지는 빗물은 자연석과 자갈을 물길 삼아 자연스레 외부공간으로 빠져나도록 했으며, 새로 조성되는 중정과 전시관 바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식물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한국특산 미선나무를 중심으로 만리화, 탐라산수국, 털진달래, 붉노랑상사화, 제주상사화, 개복수초, 앵초 등 우리 꽃과 나무를 심었다.
시공을 맡은 안기수 공간시공 에이원 소장은 “독립과 관련된 공간 조성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참여했다. 20년 가까이 시공을 해왔는데 서서울호수공원 이후 기획, 설계, 시공까지 전체 참여자 생각과 합이 가장 잘 맞았던 프로젝트다. 공간에 대한 애정 하나로 참여자들이 똘똘 뭉쳐서 정원을 만들어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배준규 국립수목원 수목원과 임업연구관은 “겨레의 시련·역경 속에서도 항상 그 자리를 지키며 아름다운 꽃을 피운 우리꽃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우리 꽃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