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jeremy28@naver.com)
고덕보호구역
최진영 작가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고덕보호구역’은 고덕국제신도시의 숲과 평택의 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경계를 제시했다.
도시 개발 이전부터 살아온 주민이 있는 것처럼 고덕에도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식물들이 있다. 주택개발사업으로 고사한 고덕면 해창리의 250년 된 들메나무 보호수뿐만 아니라 화살나무, 으아리, 참나리 등 살아있는 생명을 통해 고덕국제신도시에 살게 될 주민들이 고덕면이라는 장소를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정원은 시작됐다.
공간은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구성됐다. 경계에서 바라보는 정원과 숲을 관통하는 정원이다. 데크에서 보이는 경관으로는 아름다운 품종으로 현대를 상징하는 정원을 설계했고, 내부는 고덕의 댕단산, 평택의 부락산 등에서 자라는 자생식물을 통해 공간에 깊이감을 더했다.
‘경계고리’로 명명된 데크시설물은 개발된 도시와 기존 원시림의 경계를 상징한다. 동시에 누구나 도심 속 정원을 즐기며 쉴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서의 기능도 한다. 정원을 바라보는 시선의 위치와 방향 변화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관람객은 ‘경계고리’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내부 숲을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숲의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기억하게 된다.
식물 선정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고덕의 보호수다. 고덕면을 수백 년간 지켜온 보호수 회화나무, 들메나무, 느티나무, 음나무 등이 해당된다. 두 번째는 평택의 식물이다.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때죽나무, 가침박달나무, 으아리, 나도히초미 등이 이에 속한다. 세 번째는 현대정원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재배 품종이다.
<인터뷰>
“정원은 식물이 주인공인 살아있는 곳”

- LH가든쇼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한평정원 페스티벌에 참여해 일반부 대상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 작가정원에 지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경을 전공한 선후배들이 많이 지원했고, 1등은 독일에 갈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 지원했다. 설계비가 따로 책정된 것도 처음이다. 조경설계사무소를 다니다가 수목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여기서 시공을 해봤다. 설계는 공사를 거치면서 원안과 달라진다. 시공에 참여하면서도 긴 과정 중 일부에만 투입이 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설계부터 시공, 감리 역할 등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해보고 싶었다.
- 정원 조성 과정에서 힘든 점이나 재밌었던 일은?
코로나에 집중호우, 폭염까지 삼중고를 겪었다. 봄에 시공할 걸 대비해 작년 가을에 식물을 구입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바뀌면서 사용할 수 없게 된 식물이 많았다. 차후 일정이 불확실해지면서 식물을 사둘 수가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6월 1일부터 공사를 시작하게 됐는데, 식물을 먼저 심어 관리하면서 활착시키고자 했다. 집중호우로 뿌리가 습해서 죽은 식물도 있고, 이후 폭염에 말라 죽은 것도 있어 시공 중 교체를 하게 됐다. 관수에 어려움이 있어 주변 논에서 물을 끌어다 쓰기도 했다. 어려운 와중에 다른 데서 보지 못한 안이라는 평가나 정원박람회 수준이 올라갔다는 평가를 주신 분들이 있어 좋았다.
- LH가든쇼에 바라는 점은?
정원을 공사하는 한 달간 관수나 전기 사용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주변이 아직 개발예정인 신도시이다 보니 다른 곳에서 얻어서 쓰는 것도 어려웠고, 정원이 조성되는 동안 물이나 전기, 화장실과 같은 기본 시설이 제공되면 좀 더 편리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정원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정원사가 있는 모든 곳은 정원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한 ‘자연’과는 다른 정원에서는 모든 ‘가드닝’을 경험할 수 있다. 정원이 건축이나 토목과 다른 이유는 살아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좋은 정원이란 식물이 주인공인 ‘살아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