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석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박형석 기자] “정원은 인위의 공간에서 무위의 공간으로 향한다”
‘무위상원’은 무위(無爲)와 무상(無常)의 개념을 공간적 해석을 통해 구현한 정원이다. 복잡다단한 상념들로 괴로움을 겪는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생각을 멈추고, 상념을 덜어내는 공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성한 정원이다.
이 정원은 크게 두 가지 공간으로 나뉘는데, 초입 부분은 잔디와 담장이 사람들의 주거 형태를 연상시키고 담장의 인도를 따라 정원으로 들어가면 작지만 울창한 ‘무상림’ 숲을 만나 볼 수 있다.
동선을 유도하는 담장은 인위적인 요소로서 전통성과 현대성을 조화시켰다. 과거 잘 쌓은 돌에 기와를 겹겹이 쌓아 올린 돌담길을 가장 현대적인 재료인 알루미늄을 또 한 번의 산화처리 기술을 통해 은은한 빛과 내구성을 키워 만들었다.
이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무상림’으로 이름 지어진 작은 숲은, 사계절 변하는 자연의 풍광이 담기고, 그 안에는 작은 마루를 두어 자연 속에서 온전한 쉼을 느낄 수 있게 조성했다.
전주올림픽경기장 광장의 한 가운데 지은 정원이지만, 정원 안에 머무는 시간만큼은 마치 작은 산사에 머무는 듯이 괴로운 마음을 덜어내고 편안한 마음을 회복해서 귀로로 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정원이다.
<인터뷰>
“한국적인 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다”
전주정원산업박람회에 콘셉트와 주제는 무엇인가?
이번에 진행된 정원박람회 주제는 가든테라피로 치유와 힐링을 주제로 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인간의 집착적인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고 정원에서 휴식하기를 바랐다. 이 정원의 이름은 ‘무위상원’으로 불교의 ‘무상’과 도교의 ‘무위’라는 개념을 이용해 콘셉트를 잡았다. 무위상원을 조성할 때, 바로 보여 지는 꽃들로 일시적인 기쁨을 얻기 보다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얻는 행복을 느끼도록 식재했다.
또한 자연계에 있는 모든 것들은 변화하며, 이 정원을 구경하고 볼 때만이라도 집착에 대한 것들에서 벗어났으면 좋겠고, 도교 용어인 ‘무위’의 뜻처럼 자연을 받아들이고, 사색에 잠겨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표현했다.
정원 감상 포인트나 조성 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특히 주력했던 점은?
항상 정원을 조성할 때, 다양한 요소를 쓰기보다는 요소적인 것들은 자제하고 시설물이나 동선 등의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중 하나가 정원에 조성된 돌담이다. 이 돌담은 정원의 틀을 만드는 동시에 한국성과 현대성의 접점을 모색하는 조형물로, 돌을 다듬어서 기초부를 만들고 그 위에 기와를 켜켜이 쌓아올려 만드는 전통방식의 와편담장을 모티브로 했다. 담의 하부는 전통방식대로 돌을 쌓아 만들되 담의 상단부는 가장 현대적인 물성인 알루미늄을 켜켜이 쌓은 듯이 만들었다. 정원의 구성요소에 있어서, 재료의 치환을 통해 한국성과 현대성을 접점을 모색해보고자 했다.
무위상원만의 식재 방향성은?
공공 공간에 조성되는 정원임을 고려해 초화류보다는 관목과 교목 중심의 정원으로 조성했으며, 산딸나무, 생강나무, 진달래 등 우리나라 숲에서 자라는 자생수종의 나무들을 심어서 편안하고 친숙한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조성하고자 했다.
정원을 조성하면서 아쉬웠던 점과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아쉬웠다기 보다는 지방에서 조성을 진행하다 보니 같이 정원을 조성하는 팀들을 운영하는데 조금 힘들긴 했다. 하지만 정원을 조성하다보면 금액적인 부분과 시간이 가장 신경 쓰이는데, 이번 정원박람회 조직위에서 여러 지원과 많은 도움을 줘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작가정원 조성 소감은?
우선 초청정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줘 감사하다. 그간 정원박람회에 참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한국적인 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정원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이번 정원에서도 일정 부분을 담아 실험하는 정원이었고 치유라는 주제와 나만의 철학 및 소신이 잘 담겨져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나의 정원은 OOO이다” 본인 작품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나의 정원은 한국성과 현대성의 조화를 실험한 정원이다, 한국정원은 과도하게 장식하지 않아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 현재 사람들이 한국 정원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한국성을 띄는 시설물과 배치, 동선 등을 현대의 기술과 방식으로 융·복합시켜 익숙하면서 색다르고 이질적이지 않은 그런 느낌을 받기를 바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