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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 최선입니까 ①] 산사태 주범은 산림청?!…‘쌀재터널 산사태’로 임도 논란 ‘부각’
산사태와 관련한 임도의 불편한 진실
  • 입력 2023-08-28 18:54
  • 수정 2023-08-28 18:54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창원 쌀재터널 산사태에 대한 전문가 분석이 ‘임도’ 논란의 불씨가 될 조짐이다.

 

최근 전국적인 폭우로 댐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한 가운데, 산림청에서 조성한 임도가 산사태를 악화시킨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산사태 인명 피해…‘임도 때문’ 논란

 

지난달 중순 기록적인 폭우가 전국을 휩쓸었다. 댐이 범람해서 마을 사람들이 대피하고 산사태 등으로 사망 실종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인명 피해를 낸 주요 산사태 현장 7곳 가운데 5곳이 임도이거나 유사 개발이 진행된 곳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임도가 산사태의 원인이라는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이달 10일에는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창원 국도5호선 쌀재터널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도로를 덮치면서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경남환경운동연합과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이번 쌀재터널 사태의 원인을 찾기 위해 현장을 확인하고 “산림청이 급경사 사면에 조성한 임도가 무너지면서 산사태가 시작됐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이에 경상남도는 지난 18일 한국치산기술협회 기술자, 대학 교수, 환경실천협회 등 7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단에는 산림청 중앙기술자문단에서 추천한 위원 2명, 도에서 추천한 위원 5명이 참가했다.

 

 

전문가 의견 갈렸지만 “산사태 원인은 임도” 다수 지적

 

당시 조사단에 합류한 박재현 경상국립대 산림자원학과 교수와 손지영 한국치산기술협회 임도연구실장은 한 언론과 현장 인터뷰에서 “임도에서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산사태의 원인이 임도가 아니라 태풍과 토질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산림청의 임도 확장 정책을 당연시하는 전문가가 조사에 투입될 것을 이미 예견했다며 “셀프 면죄부 조사”라고 맞받았다.

 

하지만 경남도의 현장조사 결과를 보면 “임도가 산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수 포착된다.

 

조사에 참가한 한 전문가는 “우수가 임도 하부 토사 지반을 침투해 이동하면서 원지반과 성토지반의 경계부에 침투수가 유출됐다”며 “임도 성토부는 강우 침투에 매우 취약하여 산사태 발생이 우려된다. 따라서 성토 사면 보강 및 하부 재해 예방시설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또 다른 전문가는 “임도 개설시 사면부의 암반, 토양의 분포나 공학적 특징을 면밀히 분석해 지중으로 강수의 침투가 최소화되는 구조물 계획을 수립하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현장조사에서 실질적으로 임도의 문제점을 인정한 셈이다.

  

경상남도 산림관리과 공태석 주무관은 이번 결과에 대해 “조사위원마다 생각의 차이가 조금씩 있다. 이번 전문가 의견으로는 전적으로 임도 때문이다, 혹은 임도 때문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고, 임도의 비중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의 원인은 될 것이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에는 전문가 일부 의견만 제시돼 있다. 경남도는 전체 의견 공개 요구에 대해 내부 의견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홍석환 교수는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만 있고 원인 규명이 빠졌다. 문제가 있다면 더 조사해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추가 조사를 촉구했다. 무엇보다 “임도와 관련된 사람들이 조사를 하는데 산사태의 원인을 임도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산림청 관계자들에 의해 이뤄지는 셀프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의 전체 의견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전문가는 자기 의견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며, 특히 “임도가 무너졌는데 임도가 안 무너졌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 전문가가 맞냐”며 책임감 있는 분석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임도는 산불예방, 목재 생산, 숲가꾸기 등을 목적으로 임산물을 나르거나 삼림의 관리를 위해 만든 도로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 이 임도가 오히려 산불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임도 조성 및 유지 비용에 비해 경제성이 현저히 낮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세금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쌀재터널 임도.jpg
무너져 내린 임도의 석축 부분이 천막으로 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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