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윤, 이형주, 신유정 ([email protected])
2020년은 ‘코로나19’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코로나는 위기이면서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며 앞으로 더 나가기 위한 중단이기도 했다. 인류적 위기 앞에 일상이 정지되기도 하고, 반목을 키우며 그간의 삶과 성과가 부정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우리는 한탄하기도 했지만,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체의 노력과 희생 속에서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위태로운 모습, 새로운 징후, 침착한 준비가 공존한 올 한 해를 정리하며 ‘2020년 조경계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당연한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었던 한 해를 보내며, 다가오는 새해에는 “당연한 일상”이 다시 인정받는 더 위대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 편집자주
도시숲법 통과…“산림청, 이젠 동반자”
조경계와 산림청이 10년에 걸친 해묵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협력자 관계로 나가기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만들었다. 지난 5월 20일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도시숲법)’이 20대 국회 회기 만료를 앞두고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2011년 산림청이 조경계를 배제한 채 ‘도시림기본계획법’ 등의 이름으로 도시숲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범조경계가 똘똘 뭉쳐서 이를 저지하면서 시작된 ‘도시숲법 제정 논란’은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산림청의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조경계의 반대로 번번히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당시 김재현 산림청장이 ‘조경인들을 위한 도시숲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조경계와 산림청간 대화의 장이 마련되고 도시숲법 제정에 가속도가 붙었다.
결국 올해 도시숲법은 도시숲 사업의 시공 주체로 ‘조경공사업’, ‘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을 명시하고, 국토부와 산림청이 도시숲법 하위법령 안에 조경업체의 설계‧감리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협약을 맺으면서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산림청은 도시숲법 하위법령을 마련중이다.
자연환경복원업 신설 법안, 또 일방적 ‘발의’
조경계와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연환경보전업 신설 법안이 또 다시 국회에 발의돼 논란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월 30일 ‘자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보전업법)’을 대표 발의했다.
환경부는 2007년부터 자연환경보전업 신설을 추진해왔으나 조경계 반대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복원업 신설 찬성론자들은 “자연환경보전사업은 사람 중심의 조경사업과 달리 생물서식지를 조성하는 데 방점을 둔다”며 보전업 신설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조경업체에 대한 자본금 중복 허용, 기술인력 일부를 조경기술자로 대체 가능하도록 해 진입장벽을 낮췄다”며 조경계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조경계는 “건설산업기본법 상 ‘조경공사업’ 업무내용과 중복돼 상당부분 조경분야에서 이미 시행해온 분야”라며 “굳이 업종이 필요하다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건설업 대업종인 조경식재·시설물설치공사업의 하위 주력분야에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업 신설에는 반대 입장이다.
공원화 사업임에도 참가 자격을 ‘건축사’로 제한한 ‘공원설계공모’가 올해 또 나와 논란이 됐다. 경북 영주시와 울진군이 조경설계 내용을 상당 부분 포함한 설계공모를 발주하면서 조경은 공동응모조차 할 수 없도록 자격을 제한해 문제가 됐다.
지난 몇 년간 공원을 설계하는 일에 건축물을 일부 포함해 ‘건축공모’로 발주하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조경설계공모 관련 법령 부재가 이와 같은 일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으나 조경진흥법에서조차 조경설계공모 관련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올해부터 공공건축물 설계공모 의무 기준이 고시금액 1억 원 이상, 공사비 23억 원 이상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설계공모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시행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분야 언급이 없다. 이에 조경설계공모는 건축 관련 법에서 명시한 설계공모 제도에 맞춰 발주기관이 임의로 내부방침을 정해서 추진하는 실정이다.
‘건설업 대업종화’ 법제화 진척…전문업종 반대 ‘진통’
정부는 지난 2018년 종합·전문간 상호 시장 진출을 허용하고, 현행 29개로 세분된 전문업종을 유사 업종별로 통합하는 ‘건설업 대업종화 계획’에 노사정이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올해는 ‘건설업 대업종화’에 대한 법제도 정비가 착착 추진되고 있다.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 폐지’를 위해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공사를 원도급으로 받을 수 있고, 종합건설업체도 전문공사를 원·하도급 받을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하위법령에 마련됐으며, 상호시장 진출에 따른 원·하도급 공사 등에 대한 실적인정기준도 새로 규정했다. 또한 ‘유사업종 통폐합’을 대신해 업체의 전문 시공분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주력분야 제도’도 도입했다.
정부의 단계적인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부터 현 28개 전문건설업은 14개로 통합되는데, 이에 대해 전문건설업종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조경단체도 이번 업종 통합에 대해 “토목, 건축공사의 부대공종 가속화로 조경 산업 전반이 쇠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에 몸을 실었다.
국가직 조경공무원 첫 선발…조경 행정 뒷받침 ‘기대’
지난 2006년 국가공무원임용법령에 조경직제가 신설된 지 16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직 조경공무원 공채 선발이 이뤄졌다. 지난 11월 25일 발표된 9급 최종합격자 명단에는 5명의 조경직 공무원이 이름을 올렸다. 5급은 2차 필기시험 합격자까지 발표된 상태로, 오는 17~19일까지 면접을 치른 후 30일에 최종합격자 2명이 선정될 예정이다. 5급은 교육과 시보기간을 거쳐 내년 12월경 부처 배치를 받게 되며, 9급은 1월 중 관련 부처로 명단이 배정되고 임용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정부기관인 산림청과 문화재청 내 조경 관련 부서도 신설됐다. 산림청은 지난 7월 정원산업 및 정원문화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 ‘정원팀’을 신설했다. 정원산업·문화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산림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정원팀’으로 새롭게 직제화했다.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과 소속의 전통조경계를 신설하고, 내년부터 전통조경 정책 및 사업을 본격화한다. 기존 임업직렬 중 5급 사무관이 전통조경계장을 맡게 되며, 올해 국가직 민간경력자 채용시험에서 선발한 조경직 1명이 오는 30일부터 전통조경계로 배치된다.
조경기능인 위상 ‘빨간불’…국제기능올림픽도 국기직종도 ‘배제’
지난해 카잔 국제기능올림픽에 10년 만에 참가한 조경직종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곧바로 조경직종의 참가 기회를 박탈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처사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1년에 조경직종이 국제기능올림픽에 신설된 이후, 국내 조경직종이 이 대회에 참가한 것은 2005년, 2007년, 2009년 3차례 이후 10년이나 지난 후인 지난 2019년이다.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회는 조경직종이 4위권을 벗어난 직후 곧바로 폐지했다가 지난 2017년 전 종목에 참가한 중국에게 종합 1위를 내주게 되자 그 다음 대회 때 조경종목을 다시 신설했다. 10년 만에 갑작스럽게 경기를 치르면서 메달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이를 계기로 조경기능인 양성이 필요하다는 범조경계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의미 있는 출전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올해에는 조경분야 자력으로 국내 대회를 치르고 후원 시스템을 만드는 등 2021년 상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정부가 조경직종의 출전 기회를 박탈했다.
또한 조경을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 개편’이 추진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점차 부족해지는 조경기능인에 대한 수급과 양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유치…“순천을 정원로드로~”
전라남도와 순천시는 오는 2023년 4월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순천만국가정원과 도심 일원에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 2013년 첫 국제정원박람회 이후 10년 만이다.
순천시는 지난 3월 3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AIPH(국제원예생산자협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국제행사 개최 승인을 받았으며, 7월 29일에는 기획재정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정부 지원도 받게 된다.
2013년 박람회가 ‘지구의 정원, 순천만’을 주제로 순천만의 항구적 보전을 위한 에코벨트를 조성했다면, 2023년 박람회는 시민이 주도하는 일상 속 정원을 테마로 도시 전체가 거대한 정원으로 연결된 정원로드가 조성된다.
시는 정원박람회가 국가적 사업으로 격상되고 한국판 뉴딜사업의 성공모델이 될 수 있도록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지원 특별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코로나 시대, ‘도시공원’ 가치 재조명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되면서 국내외 여러 매체들을 통해 공원의 가치가 재조명됐다. 실제 지난 4월 3일 구글이 발표한 ‘공동체 이동 보고서’에서 한국의 공원 방문율이 늘어난 것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원이 제공하는 심리적 안정감을 강조했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30분간 숲길 2㎞를 걷는 것만으로도 긴장, 우울, 분노, 피로 등의 부정적 감정이 70% 이상 줄어든다. 산림치유 프로그램 체험 후 삶의 질에 대한 평가는 45.9% 증가했고, 면역력 세포도 체험 전보다 38.7% 증가해 삶의 질 개선과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숲은 오감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경감시킴으로써 NK 세포를 활성화하고, 자율신경의 균형을 조절해 면역체계 증진을 도우며 신체가 편할 때 나타나는 알파파의 활성도를 증가시킨다. 도심에선 공원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상이 모자란 경우 공원이 대체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재난 피난처이자 방재 공간으로서 역할 등 재해와 관련한 공원의 다양한 가치와 전망들이 조명을 받았다.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공원이 사라지고 있다”
2020년 7월 1일, 도시공원 일몰제가 처음 시행됐다. 이날 전국에서 일시에 사라진 공원은 여의도 19개 면적에 해당하는 158.5㎢이다. 또한 지금도 순차적으로 도시공원은 일몰되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1999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20년이 경과된 장기 미집행 공원용지에 대해 개발 제한을 해제시키는 것을 말한다. 공원 용지로 묶여 오랫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로 만들어졌다. 다만 첫 시행일을 2020년 7월 1일로 연기하면서 일몰 대응 시간을 벌고, 20년 이상 공원조성계획안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 공원부지들은 일시에 해제가 예고됐던 상황이다. 이에 국토부 및 전국 지차제에서는 도시공원 일몰 대응 방안을 찾기에 분주했으나, 늑장 대응에 지자체의 매입 및 조성 비용 부족으로 도시공원의 대거 일몰을 막지는 못했다.
더욱이 일몰제 시행 이후에도 미집행 기간 20년이 도래되는 도시공원들이 순차적으로 일몰에 처하고 있어서 “도시공원을 살리기 위한 관심의 끈을 끝까지 놓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본격 도심형 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개방
국립세종수목원이 8년간의 사업 준비 및 조성공사를 통해 지난 10월 시민들에게 첫 개방됐다. 총사업비 1518억 원을 들여 2012년 기본계획을 시작해 2016년 6월 15일 공사를 시작하고, 착공한 지 4년만인 올해 5월 29일 준공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이은 세 번째 국립수목원으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산림생태계 다양성이 감소됨에 따라 기후 및 식생대별 수목유전 자원의 보전과 자원화를 위한 국가수목원 확충 계획에 따라 설립됐다. 특히 세종수목원은 온대 중부권역 자생식물의 보존과 증식을 목적으로 운영되며, 도심 수목원으로서 시민 녹색복지 서비스도 겸하는 지역 그린 인프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시 중앙녹지 공간 65ha 규모로 조성된 국립세종수목원은 한국의 식물문화를 한눈에 보여주기 위한 전통정원, 분재원, 민속식물원 등 다양한 주제별 전시원을 조성했다. 주제별 전시원에는 2450종 약 110만 본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