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수경 엔쓰컴퍼니 대표 ([email protected])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이슈화되어 정부에서 청년수당이니 내일채임공제니 청년 관련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정작 만나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한결같이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고 호소를 한다. 필자의 회사에서도 운 좋게 입사지원자가 있어 면접 날짜를 잡으면 불참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입사하기로 약속을 한 후에도 출근 전날 입사 취소를 통보당하기 일쑤이다. 그럴 때면 우리 회사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면접관인 내가 질문을 잘못했나, 면접을 잘못 본 것인가? 역으로 고민하게 된다. 면접자가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며 긴장하던 때는 고래적 이야기이고 이제 젊은 청년들을 뽑기 위해서는 면접관이 면접자에게 회사의 매력을 어필해야하는 그런 상황이 온 듯하다. 중소기업의 급여나 복지 수준이 대기업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이렇게 젊은 청년들 찾기가 힘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2022년 대학 정원이 49만 명인데 응시생은 42만 명이었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과 지방국립대를 제외하고는 대학이 다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지방대학은 학생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생산활동 인구로 보면 1971년생이 94만 4179명인데 2002년생은 49만 111명이니 출생인구가 절반으로 꺾인 셈이다. 맞다! 정말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 젊은 인구 중 몇 명이 우리의 산업으로 유입될 것인가? 의사, 변호사, 변리사 등 전문 직종, 하이테크 기업, 대기업, 중견기업, 공무원 등 순서대로 이력서가 빠져나가면 과연 우리 조경계에는 몇 장의 이력서가 들어올 것인가?
타 산업 분야에서는 이런 이유로 스마트 공장을 도입해 최소의 인원으로도 생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챗 GPT 등을 업무에 도입해 시간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들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경 업종은 디자인, 설계, 영업, 생산, 현장관리 등 전통적인 산업 형태로 로봇이나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업무가 많지 않다. 생산 분야도 맞춤식 오더메이드가 많으니 표준화를 통한 생산 자동화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사람에 의해 움직여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히 현장의 업무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근거지에서 벗어난 타지방 근무가 대다수이고 통상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을 상주해야하다 보니 워라밸을 강조하는 청년들에게는 매력적인 직장이 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향해 가듯 조경계도 고령화 이슈가 곧 닥쳐올 것이다. 상황은 답답한데 이 상황을 타개할 묘수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있는 회사 또한 인력난으로 조직이 안정화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에 임직원들이 모여 토론을 하면서 우리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인식에 이르렀다. 나라님도 못하는 인구절벽 문제로 세상을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니 우리가 청년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보자 이렇게 결심한 것이다.
먼저 회사의 중심 간부들이 청년이 회사의 자산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돈도 기술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청년이 오래 근속하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을 회사의 제1원칙으로 삼기로 하였다. 그러자면 청년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갑질, 꼰대 행위, 부당한 지시, 불공정한 인사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청년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4년 근속 1개월 유급 휴가제를 도입키로 하였다. 직원들의 이직 패턴을 보면 입사 후 2-3년 지나면 1차 퇴사 바람이 분다. 국가에서 젊은 청년들의 근로연속성을 위해 본인 부담금에 더해 국가와 기업이 반반씩 부담하여 목돈을 마련해주는 내일채움공제도 만들었지만 만 2년 기준이라 그 시기만 채우고 그만두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한 직장에서 3년 정도 근속하면 사실 다른 일도 해보고 싶고 연봉도 점프하고 싶고 잠시 쉬기도 하고 싶지 않은가. 나 또한 직장에 다닐 적에 실적 스트레스, 조직 내부 인간관계 스트레스로 어디 유럽이나 장거리 여행이라도 훌쩍 다녀오고 싶었지만 앞뒤 주말을 끼어 넣어도 9일 이상 휴가를 내면 눈치가 보이니 그런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이럴 때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진다고 하니 이 때를 잡아야 했다.
유급 휴가를 주는 근속연수를 3년을 해야한다 5년을 해야한다 말들이 많았지만 필자의 회사는 4년 근속을 기준하여 4년마다 1개월의 유급휴가를 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현재 주 1회 2시간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있는데 단축 근무에 따른 업무 손실보다 직원들 만족도가 높아 내년부터는 4.5일제도 도입을 검토해보려 한다. 물론 생산 공장과 현장 근무자들은 일이 몰리는 시기에 야근과 휴일 근무를 할 수밖에 없어 본사 근무자들과의 여러가지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근로시간 감축을 목표로 생산관리, 현장 스케줄 관리에 혁신을 꾀해야 한다.
셋째, 직원들의 채용과 인사관리를 위한 전담 부서를 두기로 하였다. 사람이 자산이라면 이 자산관리를 위해 온전히 고민하는 전담부서와 인력이 있어야 한다. 사실 필자의 회사 같은 규모에서는 관리부서나 총무부서가 직원 채용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구인사이트에 공고를 올려놓고 (유료 광고도 비싸서 잘 하지 않는다) 입사 지원자를 기다리는 것이 여태껏 우리가 해왔던 방식이었다면 인사관리 전담부서는 근무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인재를 찾는 데에 시간을 투자한다. 이력서를 뒤져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찾고 그에게 메일을 보내 회사를 소개하며 면접제의를 한다. 면접을 볼 때에는 회사도 격식을 갖추어 인재를 맞이하고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면 먼저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내규 등을 체계적으로 브리핑하고 바로 업무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 업을 파악하고 회사와 업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오리엔테이션을 반드시 갖는다. 이 부서는 직원 고충 상담도 진행하는 데 대표이사 직할의 독립된 부서로 기능하면서 각 부서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위계 간에는 말하지 못하는 고충을 듣고 상담을 해주거나 회사 내부의 문제라면 공식적인 의제로 올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부서를 만들고 난 뒤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담당자와 상담을 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넷째, 시니어 및 중년 인력에 칸막이를 치지 않고 현업에 적극 영입하기로 하였다. 조직생활의 정점을 찍어본 6말7초(1960년대 말~1970년대 초) 인재들이 퇴직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인력 시장에 많이 나와 있다. 71년생 돼지띠가 현재 우리나라 인구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하니 이런 수치가 반영된 듯하다. 주요 관리 보직을 맡기기 위해 스카우트하는 것이 아니라 현업에 실무자급으로 이런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다. 짧게는 20년에서 많게는 30년까지 조직생활을 경험해 본 이들이니 업무파악이나 조직 생활의 눈치는 다들 10단 이상이다.
다만 회사들이 시니어 인력 영입을 꺼리는 이유는 그분들에겐 그간 해왔던 업의 지문이 뿌리깊게 박혀있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룸이 부족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새 회사의 마인드와 룰을 먼저 이해하고 여기에 자신의 경험치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사안마다 자신이 그간 해왔던 방식이나 사고했던 패턴과 부딪치게 되면 이게 막상 말처럼 쉽지가 않은 것이다. 여기에는 시니어 인력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으로 여기고 나이 어린 상관에게 배우고 보필하는 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해내야 한다. 젊은 선임자가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내가 더 넓은 도량의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고육지책이라며 쏟아냈지만 어쩌면 이것이 원래했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인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회사 50대들이 워라밸을 외치며 직장인 락밴드를 만들겠다고 한다. 뭐든 좋다. 신나게 일하고 신나게 놀 수 있다면. 그래서 건강한 에너지가 쌓여 그대들의 삶과 기업이 함께 행복할 수 있다면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사람은 모든 회사의 제1 자산이다.
허수경 / 엔쓰컴퍼니 대표